pico
"공방은 더는 공방이 아닌 작은 박물관이 되었다. 우애와 죽음... 인형이 있는 공간."
임시 지휘부.
카터는 홀로그램 지도 앞에 서서, 부하의 전황 브리핑을 경청했다.
서쪽부터 동쪽까지의 모든 목표에 대한 폭격 작전 보고를 듣는 그의 시선은 오직 한 곳을 향했다.
...이상이 지금까지 들어온 보고입니다.
그리폰 S09 기지를 제외한 다른 모든 목표 PMC 섬멸 작전은 마무리 청소 단계입니다.
그리폰 기지의 현재 상황은?
거센 저항에 부딪혀 여전히 기지 심층부로의 침투를 시도 중이며, 사상자도 다수 발생해 기존 예정보다 많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아군 부대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만...
장군님, 계속 이렇게 대치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폰은 다른 PMC들과 달라.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네.
얼마나 대가를 치르더라도, 놈들만은 반드시 처리해야 해.
예...
그만 가보도록.
연락 담당 통신병은 절도 있게 경례한 후 지휘실을 나갔다.
카터는 양손을 홀로그램 지도에 짚고, 생각에 잠겼다.
그 젊은이가 베를린으로 가서 일이 쉬워질 줄 알았더니만, 내가 설마 자네를 잊다니...
크루거, 실력이 여전하구먼.
장군님, 상황 보고드립니다.
어디까지 진행됐나?
기지의 모든 지상 시설은 파괴를 완료했습니다.
현재, 차출 가능한 모든 인력을 기지 내부 심층의 장악에 투입 중입니다.
작전 기록을 보내라.
예.
그리폰 기지에서의 작전 기록 파일이 홀로그램으로 띄워졌다.
카터는 그 기록 파일들을 빠르게 넘겨보았다.
...퇴로를 모조리 봉쇄했음에도, 여전히 크루거와 마인드맵 서버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습니다.
다른 PMC 기지에서의 작전을 마친 부대를 차출해 지원하도록 하지.
인간의 지휘를 잃은 인형들은 오합지졸이지. 그리폰의 모든 전술인형을 섬멸하되, 최우선 목표는 여전히 크루거와 헬리안이다.
예!
병사가 엄숙하게 경례하고 통신을 종료하자, 카터는 시선을 다시 그리폰 기지의 구조도로 돌렸다.
자네가 여전하다면...
필시 최하층에 숨어,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겠지?
카터는 손에서 작은 깃발을 몇 바퀴 돌리다, 그리폰 기지의 지하 3층에 꽂았다.
지하 3층, 공방.
헬리안은 부상자 인형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얘는 교체할 부품이 생기면... 얘도 그렇고... 음, 얘는 작전 능력을 상실했으니 물자 운반으로...
얘는 조금만 수복해도 더 작전 수행이 가능하겠다. GSh-18! 이 애를 우선으로――
...일손이 부족한데 나라고 빠질 순 없지.
헬리안은 부상자 인형 옆에 무릎꿇고 앉아, 직접 수복을 시작했다.
잉그램, 스패너 가져와. 사이즈는——?
딱 맞는 사이즈의 스패너가, 헬리안의 어깨 너머에서 불쑥 들이밀어졌다.
이건 줄 어떻게 알고...?
깜짝 놀란 헬리안이 뒤를 돌아본 순간, 경악했다.
M4!?
......
네가 왜 여기에...?!
하핫, 속았지!
"M4A1"의 뒤에서, 의기양양한 페르시카가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얜 M4가 아니야, 내가 예전에 만들어 뒀던 더미 인형이지.
...드디어 환각이라도 보는 줄 알았잖습니까.
그래도, 덕분에 조금이나마 전력이 강해졌군요.
응, 더미를 더 빨리 동원했으면 내 실험용 기자재들 더 많이 챙겼을 텐데...
페르시카가 자신의 실험실 기자재를 아까워하는 사이, 헬리안은 자연스럽게 더미 AR팀을 부대에 편입시켰다.
한편, 크루거는 인형 소대들을 재정비하며 다음 전술 배치를 시작했다.
수복을 마친 인형들은 즉시 집합한다!
지금부터 작전 계획을 설명하겠다!
인형들은 신속히 집결하여, 크루거의 앞에 나란히 정렬했다.
웨블리, 적의 현재 동향은?
적 소대 다수가 각 지역을 공격 중입니다. 이대로라면 곧 지하 2층이 돌파당합니다.
빅 보스, 지금 우린 머릿수도, 보급도 부족해. 놈들과는 정면으로 맞붙을 수 없어.
음, 그러니 부대를 둘로 나누겠다. 호위 팀은 마인드맵 서버를 호위하며, 더 아래층으로 대피해 지원군을 기다린다.
저지 팀은 적의 공세를 최대한 지연시켜, 호위 팀에게 시간을 벌어 준다.
......
크루거 옆에 선 헬리안은, 더더욱 듬성듬성해진 인형들의 대열에 마음이 쓰라렸다. 전력의 과반수가 희생된 지금, 앞으로의 싸움에서도 저 인형들은 망가지고, 부서지고, 쓰러질 것이었다.
각 부대의 소대를 편성하기 전에, 임무를 설명하겠다.
나는 저지 팀과 함께 적을 저지하러 갈 것이다. 힘겹고 고난스러운 싸움이 될 테지.
우수한 장비와 보급을 받는 군인이 상대인데, 우리는 탄약 보급도 바닥을 드러냈고, 너희의 소체와 더미의 상태도 비관적이니 말이다.
인형들은 바짝 긴장했다.
그렇다고 호위 팀의 임무가 마냥 편한 것도 아니지. 너희는 그리폰의 미래를 짊어지고 더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만약 저지 팀이 실패할 경우, 너희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 된다.
헬리안, 호위 팀의 지휘는 자네에게 맡기겠네.
알겠습니다.
전투 능력을 상실한 인형은 즉시 호위 팀으로 편입하고, 나머지는 어느 팀에 합류할지 자유 선택해라.
망설임은 별로 없었다. 인형들은 빠르게 두 대열로 나뉘었다.
토카레프, 너 진심이야?
응, 계속 싸울 거야.
아니 잠깐, 리베롤 너도?
저는... 희망의 무게를 감당 못하겠어요... 차라리 맞서 싸우다 포화에 바스러질래요...
......
...왜? 내가 얌전히 물건 배달이나 하는 애로 보여?
미쳤어... 너네 다 미쳤어...
호위 팀의 대열로 가려던 MP443은 어이없어 하며 방향을 틀었다.
어휴... 나도 생각을 그만둬야지 뭐...
크루거가 내심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저지 팀의 수가 호위 팀보다 훨씬 많았다.
...너희의 믿음에 감사한다.
상황이 긴박하지만, 작전 개시 전 마지막으로 중요한 정비가 남았다.
무기와 탄약을 제외한, 소지 중인 전투에 불필요한 모든 개인물품을 버리도록.
지금부터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1g의 무게가 목숨을 좌우할 수 있어.
......!
소중한 의미를 지닌 물건들이 많다는 건 나도 안다. 보면 벗이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하지만 지금, 난 너희가 그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모든 연산력을 전투에 집중하길 요구하는 바이다.
작별 인사할 시간은 주겠다. 공방 밖에서 기다릴 테니, 준비되는 대로 나와 정렬하도록.
말을 마친 크루거는 홀로 공방을 나섰다.
인형들은 복잡한 시선을 교환하다, 하나둘씩 장구류의 정리를 시작했다.
마지막 인형이 공방을 나설 때, 공방 안은 몇 분 전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벽에는 인형들이 남긴 한마디로 빼곡했다.
"아자아자 그리폰!"이나, "난 반드시 돌아온다!" 같은, 격려와 다짐의 한마디가.
바닥에는 인형들이 두고 간 물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친구와 다 마시지 못한 술, 정성스레 다듬은 돌멩이, 이미 희생된 인형들의 유품...
헬리안은 마치 작은 박물관을 보는 듯했다.
우애와 죽음... 인형이 있는 공간.
IOP 연구 개발 센터, 하벨의 사무실.
문과 창문이 굳게 닫힌 방에서 피어오른 담배 연기는 천장에 뭉쳐 흩어지지 않았다.
그가 담배를 피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남들에게 선물받은 고급 시가를 그냥 고이 보관해 두기만 하다, 오늘 드디어 불을 붙여볼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정작 그는 몇 모금 마시지도 않고, 그저 시가가 타들어 가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다 전화벨이 울리자, 하벨은 기다렸다는 듯 냉큼 수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상황은 어떤가, 하벨?
수화기 너머에서, 진중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놈들이 움직였습니다.
예상대로?
네, 우리가 예상한 그대로 말이죠.
카터는 이대로 그만둘 위인이 아닙니다.
좀 더 난동을 부리면, 그때 가서 그물을 올려도 늦지 않을 겁니다.
알았네.
다만, 귀하의 의견을 여쭤보고 싶군요.
그 PMC 말인가?
그들의 공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모두에게 기억될걸세.
귀하의 계획은 이해하고, 또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허나 그리폰은 우리의 사업에 지대한 공헌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페르시카는 세상에 둘도 없을 재능의 소유자입니다.
그들까지 전부 흙 속에 묻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만... 어찌 생각하십니까?
...결과에 지장이 없다면야.
자네 뜻대로 하게, 간섭하지 않을 테니.
알겠습니다.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전체 대사 보기 (89줄)
임시 지휘부.
카터는 홀로그램 지도 앞에 서서, 부하의 전황 브리핑을 경청했다.
서쪽부터 동쪽까지의 모든 목표에 대한 폭격 작전 보고를 듣는 그의 시선은 오직 한 곳을 향했다.
...이상이 지금까지 들어온 보고입니다.
그리폰 S09 기지를 제외한 다른 모든 목표 PMC 섬멸 작전은 마무리 청소 단계입니다.
그리폰 기지의 현재 상황은?
거센 저항에 부딪혀 여전히 기지 심층부로의 침투를 시도 중이며, 사상자도 다수 발생해 기존 예정보다 많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아군 부대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만...
장군님, 계속 이렇게 대치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폰은 다른 PMC들과 달라.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네.
얼마나 대가를 치르더라도, 놈들만은 반드시 처리해야 해.
예...
그만 가보도록.
연락 담당 통신병은 절도 있게 경례한 후 지휘실을 나갔다.
카터는 양손을 홀로그램 지도에 짚고, 생각에 잠겼다.
그 젊은이가 베를린으로 가서 일이 쉬워질 줄 알았더니만, 내가 설마 자네를 잊다니...
크루거, 실력이 여전하구먼.
<color=#00CCFF>장군님, 상황 보고드립니다.</color>
어디까지 진행됐나?
<color=#00CCFF>기지의 모든 지상 시설은 파괴를 완료했습니다.</color>
<color=#00CCFF>현재, 차출 가능한 모든 인력을 기지 내부 심층의 장악에 투입 중입니다.</color>
작전 기록을 보내라.
<color=#00CCFF>예.</color>
그리폰 기지에서의 작전 기록 파일이 홀로그램으로 띄워졌다.
카터는 그 기록 파일들을 빠르게 넘겨보았다.
...퇴로를 모조리 봉쇄했음에도, 여전히 크루거와 마인드맵 서버를 발견하지 못했다?
<color=#00CCFF>그렇습니다.</color>
다른 PMC 기지에서의 작전을 마친 부대를 차출해 지원하도록 하지.
인간의 지휘를 잃은 인형들은 오합지졸이지. 그리폰의 모든 전술인형을 섬멸하되, 최우선 목표는 여전히 크루거와 헬리안이다.
<color=#00CCFF>예!</color>
병사가 엄숙하게 경례하고 통신을 종료하자, 카터는 시선을 다시 그리폰 기지의 구조도로 돌렸다.
자네가 여전하다면...
필시 최하층에 숨어,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겠지?
카터는 손에서 작은 깃발을 몇 바퀴 돌리다, 그리폰 기지의 지하 3층에 꽂았다.
지하 3층, 공방.
헬리안은 부상자 인형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얘는 교체할 부품이 생기면... 얘도 그렇고... 음, 얘는 작전 능력을 상실했으니 물자 운반으로...
얘는 조금만 수복해도 더 작전 수행이 가능하겠다. GSh-18! 이 애를 우선으로――
...일손이 부족한데 나라고 빠질 순 없지.
헬리안은 부상자 인형 옆에 무릎꿇고 앉아, 직접 수복을 시작했다.
잉그램, 스패너 가져와. 사이즈는——?
딱 맞는 사이즈의 스패너가, 헬리안의 어깨 너머에서 불쑥 들이밀어졌다.
이건 줄 어떻게 알고...?
깜짝 놀란 헬리안이 뒤를 돌아본 순간, 경악했다.
M4!?
......
네가 왜 여기에...?!
하핫, 속았지!
"M4A1"의 뒤에서, 의기양양한 페르시카가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얜 M4가 아니야, 내가 예전에 만들어 뒀던 더미 인형이지.
...드디어 환각이라도 보는 줄 알았잖습니까.
그래도, 덕분에 조금이나마 전력이 강해졌군요.
응, 더미를 더 빨리 동원했으면 내 실험용 기자재들 더 많이 챙겼을 텐데...
페르시카가 자신의 실험실 기자재를 아까워하는 사이, 헬리안은 자연스럽게 더미 AR팀을 부대에 편입시켰다.
한편, 크루거는 인형 소대들을 재정비하며 다음 전술 배치를 시작했다.
수복을 마친 인형들은 즉시 집합한다!
지금부터 작전 계획을 설명하겠다!
인형들은 신속히 집결하여, 크루거의 앞에 나란히 정렬했다.
웨블리, 적의 현재 동향은?
적 소대 다수가 각 지역을 공격 중입니다. 이대로라면 곧 지하 2층이 돌파당합니다.
빅 보스, 지금 우린 머릿수도, 보급도 부족해. 놈들과는 정면으로 맞붙을 수 없어.
음, 그러니 부대를 둘로 나누겠다. 호위 팀은 마인드맵 서버를 호위하며, 더 아래층으로 대피해 지원군을 기다린다.
저지 팀은 적의 공세를 최대한 지연시켜, 호위 팀에게 시간을 벌어 준다.
......
크루거 옆에 선 헬리안은, 더더욱 듬성듬성해진 인형들의 대열에 마음이 쓰라렸다. 전력의 과반수가 희생된 지금, 앞으로의 싸움에서도 저 인형들은 망가지고, 부서지고, 쓰러질 것이었다.
각 부대의 소대를 편성하기 전에, 임무를 설명하겠다.
나는 저지 팀과 함께 적을 저지하러 갈 것이다. 힘겹고 고난스러운 싸움이 될 테지.
우수한 장비와 보급을 받는 군인이 상대인데, 우리는 탄약 보급도 바닥을 드러냈고, 너희의 소체와 더미의 상태도 비관적이니 말이다.
인형들은 바짝 긴장했다.
그렇다고 호위 팀의 임무가 마냥 편한 것도 아니지. 너희는 그리폰의 미래를 짊어지고 더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만약 저지 팀이 실패할 경우, 너희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 된다.
헬리안, 호위 팀의 지휘는 자네에게 맡기겠네.
알겠습니다.
전투 능력을 상실한 인형은 즉시 호위 팀으로 편입하고, 나머지는 어느 팀에 합류할지 자유 선택해라.
망설임은 별로 없었다. 인형들은 빠르게 두 대열로 나뉘었다.
토카레프, 너 진심이야?
응, 계속 싸울 거야.
아니 잠깐, 리베롤 너도?
저는... 희망의 무게를 감당 못하겠어요... 차라리 맞서 싸우다 포화에 바스러질래요...
......
...왜? 내가 얌전히 물건 배달이나 하는 애로 보여?
미쳤어... 너네 다 미쳤어...
호위 팀의 대열로 가려던 MP443은 어이없어 하며 방향을 틀었다.
어휴... 나도 생각을 그만둬야지 뭐...
크루거가 내심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저지 팀의 수가 호위 팀보다 훨씬 많았다.
...너희의 믿음에 감사한다.
상황이 긴박하지만, 작전 개시 전 마지막으로 중요한 정비가 남았다.
무기와 탄약을 제외한, 소지 중인 전투에 불필요한 모든 개인물품을 버리도록.
지금부터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1g의 무게가 목숨을 좌우할 수 있어.
......!
소중한 의미를 지닌 물건들이 많다는 건 나도 안다. 보면 벗이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하지만 지금, 난 너희가 그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모든 연산력을 전투에 집중하길 요구하는 바이다.
작별 인사할 시간은 주겠다. 공방 밖에서 기다릴 테니, 준비되는 대로 나와 정렬하도록.
말을 마친 크루거는 홀로 공방을 나섰다.
인형들은 복잡한 시선을 교환하다, 하나둘씩 장구류의 정리를 시작했다.
마지막 인형이 공방을 나설 때, 공방 안은 몇 분 전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벽에는 인형들이 남긴 한마디로 빼곡했다.
"아자아자 그리폰!"이나, "난 반드시 돌아온다!" 같은, 격려와 다짐의 한마디가.
바닥에는 인형들이 두고 간 물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친구와 다 마시지 못한 술, 정성스레 다듬은 돌멩이, 이미 희생된 인형들의 유품...
헬리안은 마치 작은 박물관을 보는 듯했다.
우애와 죽음... 인형이 있는 공간.
IOP 연구 개발 센터, 하벨의 사무실.
문과 창문이 굳게 닫힌 방에서 피어오른 담배 연기는 천장에 뭉쳐 흩어지지 않았다.
그가 담배를 피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남들에게 선물받은 고급 시가를 그냥 고이 보관해 두기만 하다, 오늘 드디어 불을 붙여볼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정작 그는 몇 모금 마시지도 않고, 그저 시가가 타들어 가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다 전화벨이 울리자, 하벨은 기다렸다는 듯 냉큼 수화기를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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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에서, 진중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놈들이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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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우리가 예상한 그대로 말이죠.
카터는 이대로 그만둘 위인이 아닙니다.
좀 더 난동을 부리면, 그때 가서 그물을 올려도 늦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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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귀하의 의견을 여쭤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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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공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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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계획은 이해하고, 또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허나 그리폰은 우리의 사업에 지대한 공헌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페르시카는 세상에 둘도 없을 재능의 소유자입니다.
그들까지 전부 흙 속에 묻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만... 어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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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자네 뜻대로 하게, 간섭하지 않을 테니.</color>
알겠습니다.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