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휘날리며
"외적에 맞서기 전에 먼저 내부의 투기꾼들을 청소해야 한다."
......
신소련 국경, "불꽃놀이" 사건 발생으로부터 며칠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어느 세이프하우스 안.
한 갸름한 얼굴의 중년 남성이,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허리춤에 양손을 깍지를 낀 채, 맞은편에 서 있는 다른 남성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 서 있는 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군사 구역 사령부의 기밀 요원이자, 신소련 국가안전국 제2총국의 특파원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령부 전원의 프로필입니다.
그들의 출입국 상황도 전부 표기했습니다.
협조에 대단히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뒤피외"라는 이름의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서류를 넘겨받으려 했지만, 기밀 요원이 놓지 않았다.
이에 뒤피외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다시 팔에 힘을 줬지만, 상대는 여전히 놔 주질 않았다.
...저희가 마땅한 절차로 처리하고, 최대한 빨리 진행 상황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뒤피외 씨.
여전히 서류를 붙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으면서, 기밀 요원도 뒤피외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연행된 인원들은 언제 석방시켜 주실 겁니까?
...조금 오해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뒤피외는 미간을 찡그리며 서류에서 손을 떼고, 다시 의자 등받이에 기대면서 깍지 낀 손을 살살 비볐다.
"불꽃놀이" 사건 관련자를 철저히 조사하라 명령을 내린 주체는 안전국이 아니라 중앙입니다.
귀하 측의 군사 구역에서 벌어진 이런 중대한 실태가 윗선의 눈에 얼마나 실망스럽게 보였을지는, 제가 구태여 말할 필요 없겠죠?
...저희의 업무 소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조직을 정돈할 인력이 필요합니다.
중앙이 이 사태가 가져온 혼란을 얼마나 예의주시하고 있는지도, 군사 구역의 여러분은 잘 이해하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물론 저희도 중앙의 결정을 이해하며,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국이 군의 인사 조정에 끼어들어도 되는 것은 아니죠.
부대의 운영을 정상적으로 유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모든 사항을 도리에 맞게 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동지 여러분을 난처하게 만드려는 의도는 결코 없습니다.
다만... 절차에는 시간이 소요되는 법이죠.
뒤피외는 턱을 살짝 들며 말을 마쳤다. 그 목소리에는 질의를 거부하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
귀측 군사 구역에서의 혼란은 중요한 때에 중앙의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그저 PMC들이었잖습니까, 중앙은 그들보다 저희 동지들을 생각해 줘야 마땅합니다.
저희 사이에 투기꾼들이 섞여들긴 했어도, 그런 것쯤 저희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심스럽군요, 동지.
무슨 말씀입니까?
당신이 편성한 조사팀 중 무려 3명이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당신에겐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가지고 어찌 이 문제를 해결할 요량입니까?
......
부디, 군사 구역의 동지 여러분이 조직을 신뢰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바로 전달해드릴 테니 염려 마시길.
지금은 적이 우리 시스템의 허점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잖습니까.
그래서 제가 중앙의 명을 받아, 군사 구역의 인트라넷 재구축 작업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과 철야로 연구하고 토론한 결과,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뒤피외는 두 손을 뻗으면서 몸을 살짝 앞으로 내밀어, 상대의 손에서 서류를 집었다. 이번에는 저항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조수가 다른 서류를 양손으로 꺼내 들었다.
48시간 내로 신규 시스템이 정상 가동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망가진 구식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할 예정이니 기존의 네트워크는 수복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
기밀 요원은 대답 않고 고개만 끄덕인 뒤, 뒤피외에게 서류를 넘겨받고 방에서 나갔다.
이를 지켜본 뒤피외는 고개를 기울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조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점점 방첩 요원보다 중재인 같은 일을 하는 것 같단 말이지.
저들은 중앙에 질의를 던질 담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화풀이하는 거죠.
정말 우습군, 우리한테 한 말이 중앙의 귀에 안 들어갈 거 같아서 저러나?
아무튼, 조사 상황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듣자하니 국경 쪽도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던데.
모스크바가 해당 문제를 해결 중입니다.
뒤피외는 턱을 긁적이다 탁상을 툭툭 두드렸다.
중앙의 능력은 내가 믿어 의심치 않아.
위대한 우리 조국을 뒤흔드려는 어리석은 짓거리를 벌인 놈들에 대해서는, 그저... 유감이라고밖에 못 하겠군.
...조국의 위대한 의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삐익.
뒤피외가 짐짓 안타까운 척 한탄하려 할 때, 그의 손 옆의 통신기가 소리를 냈다.
탁상을 두드리던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에 눈치 빠른 그의 조수는 서둘러 허리를 숙여 인사하곤 서류를 챙겨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사무실에 자신밖에 없음을 재차 확인한 후, 뒤피외는 옷깃을 정리하고 통신을 받았다.
제1총국의 뒤피외입니다.
국가안전국 젤린스키 국장 사무실, 비서 안드레이입니다. 바쁘실 와중에 연락드려 실례합니다, 뒤피외 대령님.
아닙니다, 안드레이 씨. 작업의 현재 상황을 보고하죠.
일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군사 구역 내의 반동분자들을 최소 7할 색출해내었으며, 그 수는 아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규 통신망 시스템 구축 작업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72시간 내로 완료할 예정입니다.
중앙은 절대 대령님의 공헌을 잊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사실 이 시간에 연락을 드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예?
뒤피외는 반사적으로 삐닥하던 자세를 고쳤다.
어... 설마 중앙의 뜻이라도...?
그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득의양양하던 기세를 완전히 털어버리고, 아주 진지하고 신중한 어조로 물었다.
중앙은 대령님의 지난 1년간의 뛰어난 공헌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논의된 결과, 귀하를 위원회 의장단 부위원장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즉시 유효하며, 3 근무일 이내로 모스크바로 복귀해 보고하시기 바랍니다.
...중앙에게 인정받아 대단히 영광입니다. 속히 복귀하겠습니다.
네, 귀하의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통신 종료.
......
뒤피외는 깍지 낀 손의 손가락 마디를 꾹 눌렀다.
보통이라면 이런 파격적인 승진에 기뻐하거나 흥분할 테지만, 그는 대신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
젤린스키... 대체 무슨 속셈이지?
다년 간의 첩보와 방첩 활동으로 쌓은 경험 덕분에, 지금 이런 전례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불꽃놀이" 사건으로 모스크바가 그야말로 아비규환인 이 때에, 이런 인사 조정을 한다고?
하필이면 이 시점에 나를 승진시키고 인수인계까지 생략한다니...
나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빼내려는 건가?
아니면, 나를 모스크바로 불러들이려는 건가?
포상이냐, 함정이냐...
한참을 고민하던 뒤피외는 사무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로 젤린스키의 사무실에 간결한 답신을 보낸 후 코트를 집어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
뒤피외가 걸음을 재촉하며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까지 한 블록 정도 남은 곳까지 왔을 때였다.
...으음?
고개에 힘을 주고 시선을 전방으로 고정하면서, 곁눈질로 아파트의 감시 카메라를 보았다.
그는 똑똑히 기억했다. 저 카메라는 본래 도로를 향하고 있던 평범한 교통 감시 카메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각도가 90도 틀어져 아파트의 입구를 향하고 있었다.
......
이를 전혀 모르는 척, 뒤피외는 일부러 도로 양쪽을 살피며 오가는 차량이 없는지 확인했다.
감시 카메라의 각도를 돌렸다... 꽤 흔한 수법인데 말이지.
그리고 태연한 얼굴로 도로를 건너면서, 감시 카메라와는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아파트에 들어서서도, 그는 청소부가 바뀐 것도 모르는 척하며 반갑게 프런트에 인사한 뒤 엘레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집 앞까지 왔다.
......
열쇠 구멍에 열쇠를 집어넣자, 바로 "딸깍"하는 반응이 왔다.
멈출 줄 모르는 기술의 발전에도, 뒤피외는 오직 가장 원시적인 자물쇠만을 사용해 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누가 사용하든 반드시 흔적이 남으니까.
열쇠 구멍에는 문제가 없다... 야단났군.
놈들이 건드렸어.
들킨 건가.
뒤피외는 차분한 얼굴을 유지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코트를 대충 침대 위로 던졌다.
그리고 갈아입을 옷을 적당히 고르면서, 전화기를 꺼내 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 신분증 등의 필수품을 확인하는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태연해 보였다.
여보세요? 리타 씨? 어, 나야.
내일... 아니, 한 시간 뒤에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표 좀 예약해 주겠어?
지금 엄청 급한 일이 들어와서 중앙에 돌아갔다 와야 할 거 같아서. 어, 목욕하고 나올 테니까 20분쯤 뒤에 차 보내 줘.
그는 느긋하게 아직 다 못 읽은 책도 짐가방에 넣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따르는 여유까지 부렸다.
목표는 20분 뒤 이동한다. 약 4시간 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 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됨.
상황 이상 무. 목표도 이상 정황 없음.
사전 계획대로 속행한다. 그가 눈치 못 채게 하라.
제13조항에 따라 행동 개시.
뒤피외는 찻잔을 내려놓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20분. 빨리, 당장 벗어나야만 한다. 꾸물거릴 여유는 없었다.
한 메시지가, 어느 암호화 채널을 통해 전송되었다.
나는 즉시 소련을 벗어나야만 한다. "전도자"에게 지원 제공과 정치 망명을 요청한다.
전체 대사 보기 (86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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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련 국경, "불꽃놀이" 사건 발생으로부터 며칠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어느 세이프하우스 안.
한 갸름한 얼굴의 중년 남성이,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허리춤에 양손을 깍지를 낀 채, 맞은편에 서 있는 다른 남성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 서 있는 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군사 구역 사령부의 기밀 요원이자, 신소련 국가안전국 제2총국의 특파원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령부 전원의 프로필입니다.
그들의 출입국 상황도 전부 표기했습니다.
협조에 대단히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뒤피외"라는 이름의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서류를 넘겨받으려 했지만, 기밀 요원이 놓지 않았다.
이에 뒤피외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다시 팔에 힘을 줬지만, 상대는 여전히 놔 주질 않았다.
...저희가 마땅한 절차로 처리하고, 최대한 빨리 진행 상황을 공유해드리겠습니다.
뒤피외 씨.
여전히 서류를 붙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으면서, 기밀 요원도 뒤피외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연행된 인원들은 언제 석방시켜 주실 겁니까?
...조금 오해가 있으신 모양이군요.
뒤피외는 미간을 찡그리며 서류에서 손을 떼고, 다시 의자 등받이에 기대면서 깍지 낀 손을 살살 비볐다.
"불꽃놀이" 사건 관련자를 철저히 조사하라 명령을 내린 주체는 안전국이 아니라 중앙입니다.
귀하 측의 군사 구역에서 벌어진 이런 중대한 실태가 윗선의 눈에 얼마나 실망스럽게 보였을지는, 제가 구태여 말할 필요 없겠죠?
...저희의 업무 소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조직을 정돈할 인력이 필요합니다.
중앙이 이 사태가 가져온 혼란을 얼마나 예의주시하고 있는지도, 군사 구역의 여러분은 잘 이해하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물론 저희도 중앙의 결정을 이해하며, 적극 협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국이 군의 인사 조정에 끼어들어도 되는 것은 아니죠.
부대의 운영을 정상적으로 유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모든 사항을 도리에 맞게 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동지 여러분을 난처하게 만드려는 의도는 결코 없습니다.
다만... 절차에는 시간이 소요되는 법이죠.
뒤피외는 턱을 살짝 들며 말을 마쳤다. 그 목소리에는 질의를 거부하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
귀측 군사 구역에서의 혼란은 중요한 때에 중앙의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그저 PMC들이었잖습니까, 중앙은 그들보다 저희 동지들을 생각해 줘야 마땅합니다.
저희 사이에 투기꾼들이 섞여들긴 했어도, 그런 것쯤 저희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심스럽군요, 동지.
무슨 말씀입니까?
당신이 편성한 조사팀 중 무려 3명이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당신에겐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가지고 어찌 이 문제를 해결할 요량입니까?
......
부디, 군사 구역의 동지 여러분이 조직을 신뢰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바로 전달해드릴 테니 염려 마시길.
지금은 적이 우리 시스템의 허점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잖습니까.
그래서 제가 중앙의 명을 받아, 군사 구역의 인트라넷 재구축 작업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과 철야로 연구하고 토론한 결과,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뒤피외는 두 손을 뻗으면서 몸을 살짝 앞으로 내밀어, 상대의 손에서 서류를 집었다. 이번에는 저항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조수가 다른 서류를 양손으로 꺼내 들었다.
48시간 내로 신규 시스템이 정상 가동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망가진 구식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할 예정이니 기존의 네트워크는 수복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
기밀 요원은 대답 않고 고개만 끄덕인 뒤, 뒤피외에게 서류를 넘겨받고 방에서 나갔다.
이를 지켜본 뒤피외는 고개를 기울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조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점점 방첩 요원보다 중재인 같은 일을 하는 것 같단 말이지.
저들은 중앙에 질의를 던질 담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화풀이하는 거죠.
정말 우습군, 우리한테 한 말이 중앙의 귀에 안 들어갈 거 같아서 저러나?
아무튼, 조사 상황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듣자하니 국경 쪽도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던데.
모스크바가 해당 문제를 해결 중입니다.
뒤피외는 턱을 긁적이다 탁상을 툭툭 두드렸다.
중앙의 능력은 내가 믿어 의심치 않아.
위대한 우리 조국을 뒤흔드려는 어리석은 짓거리를 벌인 놈들에 대해서는, 그저... 유감이라고밖에 못 하겠군.
...조국의 위대한 의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삐익.
뒤피외가 짐짓 안타까운 척 한탄하려 할 때, 그의 손 옆의 통신기가 소리를 냈다.
탁상을 두드리던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이에 눈치 빠른 그의 조수는 서둘러 허리를 숙여 인사하곤 서류를 챙겨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사무실에 자신밖에 없음을 재차 확인한 후, 뒤피외는 옷깃을 정리하고 통신을 받았다.
제1총국의 뒤피외입니다.
<color=#00CCFF>국가안전국 젤린스키 국장 사무실, 비서 안드레이입니다. 바쁘실 와중에 연락드려 실례합니다, 뒤피외 대령님.</color>
아닙니다, 안드레이 씨. 작업의 현재 상황을 보고하죠.
일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군사 구역 내의 반동분자들을 최소 7할 색출해내었으며, 그 수는 아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규 통신망 시스템 구축 작업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72시간 내로 완료할 예정입니다.
<color=#00CCFF>중앙은 절대 대령님의 공헌을 잊지 않을 겁니다.</color>
<color=#00CCFF>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사실 이 시간에 연락을 드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color>
예?
뒤피외는 반사적으로 삐닥하던 자세를 고쳤다.
어... 설마 중앙의 뜻이라도...?
그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득의양양하던 기세를 완전히 털어버리고, 아주 진지하고 신중한 어조로 물었다.
<color=#00CCFF>중앙은 대령님의 지난 1년간의 뛰어난 공헌을 인정했습니다.</color>
<color=#00CCFF>그래서 논의된 결과, 귀하를 위원회 의장단 부위원장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했습니다.</color>
<color=#00CCFF>이는 즉시 유효하며, 3 근무일 이내로 모스크바로 복귀해 보고하시기 바랍니다.</color>
...중앙에게 인정받아 대단히 영광입니다. 속히 복귀하겠습니다.
<color=#00CCFF>네, 귀하의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color>
통신 종료.
......
뒤피외는 깍지 낀 손의 손가락 마디를 꾹 눌렀다.
보통이라면 이런 파격적인 승진에 기뻐하거나 흥분할 테지만, 그는 대신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
<color=#A9A9A9>젤린스키... 대체 무슨 속셈이지?</color>
다년 간의 첩보와 방첩 활동으로 쌓은 경험 덕분에, 지금 이런 전례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color=#A9A9A9>"불꽃놀이" 사건으로 모스크바가 그야말로 아비규환인 이 때에, 이런 인사 조정을 한다고?</color>
<color=#A9A9A9>하필이면 이 시점에 나를 승진시키고 인수인계까지 생략한다니...</color>
<color=#A9A9A9>나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빼내려는 건가?</color>
<color=#A9A9A9>아니면, 나를 모스크바로 불러들이려는 건가?</color>
<color=#A9A9A9>포상이냐, 함정이냐...</color>
한참을 고민하던 뒤피외는 사무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로 젤린스키의 사무실에 간결한 답신을 보낸 후 코트를 집어 들고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
뒤피외가 걸음을 재촉하며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까지 한 블록 정도 남은 곳까지 왔을 때였다.
...으음?
고개에 힘을 주고 시선을 전방으로 고정하면서, 곁눈질로 아파트의 감시 카메라를 보았다.
그는 똑똑히 기억했다. 저 카메라는 본래 도로를 향하고 있던 평범한 교통 감시 카메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각도가 90도 틀어져 아파트의 입구를 향하고 있었다.
......
이를 전혀 모르는 척, 뒤피외는 일부러 도로 양쪽을 살피며 오가는 차량이 없는지 확인했다.
<color=#A9A9A9>감시 카메라의 각도를 돌렸다... 꽤 흔한 수법인데 말이지.</color>
그리고 태연한 얼굴로 도로를 건너면서, 감시 카메라와는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아파트에 들어서서도, 그는 청소부가 바뀐 것도 모르는 척하며 반갑게 프런트에 인사한 뒤 엘레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집 앞까지 왔다.
......
열쇠 구멍에 열쇠를 집어넣자, 바로 "딸깍"하는 반응이 왔다.
멈출 줄 모르는 기술의 발전에도, 뒤피외는 오직 가장 원시적인 자물쇠만을 사용해 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누가 사용하든 반드시 흔적이 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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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A9A9A9>놈들이 건드렸어.</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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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피외는 차분한 얼굴을 유지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코트를 대충 침대 위로 던졌다.
그리고 갈아입을 옷을 적당히 고르면서, 전화기를 꺼내 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 신분증 등의 필수품을 확인하는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태연해 보였다.
여보세요? 리타 씨? 어, 나야.
내일... 아니, 한 시간 뒤에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표 좀 예약해 주겠어?
지금 엄청 급한 일이 들어와서 중앙에 돌아갔다 와야 할 거 같아서. 어, 목욕하고 나올 테니까 20분쯤 뒤에 차 보내 줘.
그는 느긋하게 아직 다 못 읽은 책도 짐가방에 넣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따르는 여유까지 부렸다.
목표는 20분 뒤 이동한다. 약 4시간 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 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됨.
상황 이상 무. 목표도 이상 정황 없음.
사전 계획대로 속행한다. 그가 눈치 못 채게 하라.
제13조항에 따라 행동 개시.
뒤피외는 찻잔을 내려놓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20분. 빨리, 당장 벗어나야만 한다. 꾸물거릴 여유는 없었다.
한 메시지가, 어느 암호화 채널을 통해 전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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