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자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빠르게 적의 심장을 찌를 칼이다. 다만... 되도록이면 남의 칼이 좋겠지."
똑똑.
국장님, "드림 박스" 사건의 중요 단서를 입수했습니다.
...그래, 놈들보다 앞서서 움직여야지.
변명이나 핑계 말고 결과를 내놔.
슈타지 국장 사무실. K가 허락도 없이 들어오자, 통화 중이던 로미는 팍 인상을 쓰며 아니꼬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봤다.
이를 인지한 K도 일단 도로 나가려 했지만, 로미가 이를 제지했다.
못 하겠으면 딴 사람이랑 자리 바꿔.
난 슈타지에서 쓰레기 같은 거 안 키운다.
삐익.
통신 종료.
......
......
...국장님?
보고해.
예.
탈린, 본 마을, 고아원... 패러데우스의 "제품"이 출몰한 모든 장소의 배경 자료와 심사 문서, 관련 기록을 정리했습니다.
현 단계상, 이 장소들은 전부 그들의 본거지가 아니라 확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이런 장소들은 그레이나 브라메드 같은 수준의 개체를 "연구 및 생산"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슈타지 내부에서도 관련 기록을 찾아본 결과 "원자재" 공급 방면에서 적어도 우리 측 인원의 손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대조해 봤을 때 상당히 비슷한 절차를 거친 것은 확인했습니다.
K는 서류를 로미 앞에 내려놨다.
규정을 위반하는 규모의 실험실까지는 아니나, 이상의 장소들 전부 일정 수준 이상의 지하 시설이 존재하며, 이는 갈라테아 그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공 심사만 해도 적지 않은 확인 절차를 거치니, 역시 그들에게도 어려웠겠죠.
달리 놓친 점이 없다면, 이로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급 니토 및 "이아손의 상자"의 핵심적인 개발 및 생산은 전부 다른 곳에서 진행된 것입니다.
이렇게 막대한 작업량은 반드시 대규모 설비와 그에 준하는 넓은 장소, 많은 인력이 필요하므로 절대 흔적이 안 남을 수가 없습니다.
더불어, 관련 약품 및 정밀 기자재의 생산 기록과 수출입 기록도 조사해봤습니다.
일부 자료가 건설부 쪽에 있어 확보하진 못했으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들은 베를린에 모여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베를린을 구석구석 뒤졌음에도 단서랄 만한 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의심스러워 보이는 건물은커녕, 미개발 지역까지 위성 카메라로 이 잡듯 확인했는데도 깨끗했습니다.
결국 수사는 여기서 발이 묶이고 말았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
아무 말도 않고 K가 가져온 보고서를 보기만 하던 로미가, 담뱃갑과 은색 라이터를 꺼내곤 입에 검은 필터를 물었다.
전부 확인한 거 맞나?
그렇습니다. 소홀하거나 놓친 부분은 없다고 장담합니다.
그래?
엄지와 검지로 불을 피운 담배를 만지작하며, 로미는 고개를 돌려 연기를 뱉고 유리 재떨이에 탁탁 털었다.
그럼 여기는?
그녀가 지도의 "어느 구역"을 가리키며 물었다.
..."죽음의 바다" 말입니까?
K는 다소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이곳은 버려진 지 몇 년은 지난 데다, 붕괴 오염도도 돌이킬 수 없는 "블랙존"이지.
그 어느 지도에서도 이곳의 자료는 기재되지 않아. 군사 지도마저도 말이야.
네, 말씀대로 그곳은 블랙존입니다. 아무도 발을 들일 수 없죠.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인형마저도 멀쩡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산송장"들이잖나.
패러데우스에게 있어 이곳보다 좋은 천혜의 요새 겸 연구실이 또 어디 있겠어?
......
그리고, 발상을 바꿔보도록.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어쩌면 네가 언급한 문제는 이미 붕괴 입자를 연구하는 자들에 의해 해결되었을 수도 있어. 단지, 세간에 공표되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르지.
...이를 예상하셨습니까?
처음부터 짐작하고 계셨으면, 왜 수사를 명령하신 겁니까?
함부로 추측을 믿는 건 얼간이나 하는 짓이야.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하는 법이다.
고수들의 대결에 묘수란 없다...입니까.
해당 정보는 이미 그리폰 지휘관에게 공유했다.
가서 작전명 아이네이아스를 보조하도록.
네.
...잠깐만요, 저희가 보조한다고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빠르게 적의 심장을 찌를 칼이다.
다만... 되도록이면 남의 칼이 좋겠지.
...알겠습니다. 개입 수준에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K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끄덕이곤 사무실에서 나갔다.
K가 나간 후에도, 로미는 한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손으로는 탁상을 툭툭 두드리며 조용히 서류를 바라봤다.
.....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에 의하면, 신소련 국경 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무장 충돌 사태는 소련 내 반동 세력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로 발생한 난민은 베를린 정부와 신소련의 합의로 독일이 수용하기로 결정했으며, 근시일 내로 입국해 일부가 베를린 시가지에도 수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베를린 시민들이 강력 항의에 나섰으며, 베를린의 일부 난민들까지 반대 시위 행렬에 합세했습니다. 정황에 따르면 시위대는――
딸깍.
자동차 안에서, 로미는 라디오 방송을 툭 꺼버렸다. 한 손으로 운전 중인 그녀는 다른 손으로 이어폰을 톡 두드리며 통신을 켰다.
스털링? 브리짓?
스털링, 수신 감도 양호.
브리짓, 대기 중.
그러면서, 로미는 힐끗 백미러로 뒤를 확인했다.
당장 보이는 것만으로도 4대인 시꺼먼 자동차들이, 숨기는 기색 없이 그녀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예상대로 놈들이 움직였다.
마중이 필요하니 최적 경로 계산해.
계산 중... 경로 확인. 철수 지점 A 포인트에서 합류하마.
가장 빠른 교통 경로는 차량의 내비게이션에 전송했다.
타타탕!
끼이익!!
에라이 씨!
총탄이 날아들자 황급히 핸들을 꺾어 급커브를 돌면서, 다시 백미러를 확인했다.
범인은 바로 뒤에 따라붙은 검은 차량이었다. 소형 기관단총을 든 사람이 지붕창을 열고 나와, 도로 한복판에서 다짜고짜 그녀의 운전석을 노리고 방아쇠를 당겨댄 것이었다.
......
차량 4대에 머릿수는 15명.
정면으로 맞붙어선 승산이 없다. 어떻게 해서든 인형들과 합류해야만 한다.
그런데... 내가 과연 합류 지점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장담은 해?
내 명예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 정도로는 너에게 위협조차 안 될 거다.
내비게이션에 뜬 경로를 곁눈질하면서, 로미는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차를 크게 회전시켰다.
그러면서 동시에 총을 뽑아 들었고, 지붕창으로 상반신을 내놓은 적의 머리를 정확하게 쏴 맞혔다.
그리고, 다시 액셀을 끝까지 밟아 전속력으로 차를 급커브한 방향으로 몰았다.
경고! 3시 방향에 신규 적 출현!
경고! 9시 방향에 신규 적 출현!
너네 무슨 앵무새냐!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생각하던 그때.
그녀의 차가 교차로를 통과하는 그때, 시꺼먼 형체가 벼락처럼 날아들어 옆을 들이받았다.
인형들이 경고할 만한, 맹렬한 속도의 중량급 지프차가 들이받는 충격에 로미의 차는 그대로 날아가, 몇 바퀴를 구르다 길가의 백화점 쇼윈도우에 처박히고 나서야 멈췄다.
측면의 문은 확연하게 움푹 찌그러졌고, 앞바퀴는 관성에 헛돌았다.
............
끈질기게 로미를 뒤쫓던 시꺼먼 차들이 금세 현장에 도착했고, 부채꼴로 진형을 펼치면서 로미를 포위했다.
그리고 검은 옷의 킬러들이 능숙한 몸놀림으로 차에서 내려, 각자 무기를 장전하고 로미의 차량에 접근했다.
로미의 차는 완전히 뒤집힌 채로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다. 찌그러진 몸체의 절반은 백화점 건물 안에 박혔고, 파열된 연료통에서는 기름이 줄줄 새어 인도 위에 기름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
킬러들은 신속하게 차량에 접근했다. 그리고 내부를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거리까지 다가가고 나서야, 차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하곤 경악했다.
하.
떼구르르...
그리고 백화점 안쪽에서 코웃음 치는 소리와 함께,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 하나가 연료통에서 새어 나온 기름 웅덩이에 굴러 들어왔다.
콰아앙!!
수류탄의 폭발은 거의 동시에 차의 연료통까지 유폭시켰고, 킬러 다수와 백화점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거의 동시에, 뒷창문을 깨며 몸을 던진 로미는 폭발의 충격파에 떠밀려 옆의 점포 뒷골목으로 굴러 들어갔다.
살아있느냐?
"명예" 한번 참 든든하구만...
방심하지 마라, 아직 최소 2개조가 접근 중이니.
빨리 합류 지점으로 이동하거라.
차 못 쓰니까 발로 뛰어야 해.
경로 다시 계산해 줘.
로미는 골목길을 따라 걸음을 서둘렀다. 그런데, 골목길 반대편의 대로는 어째선지 요란해서 통신음도 제대로 안 들릴 지경이었다.
저 앞은 또 왜 저리 시끄러워...?
전방의 대로에서 시위 행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로를 다시 계산하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탕!
치잇...!
타앙!
타앙!
추격자에게 반격하고, 로미는 방해되는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뒤로 묶은 다음 재빨리 탄창을 교체했다.
뭔 머리카락이 이리 걸리적거려!?
골목길 끄트머리에 가까워지자, 난민들의 시위 행렬이 보였다.
메아리쳐서 모호하게 들리던 말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반대한다! 전쟁광들을 우리 땅에 들이는 걸 반대한다!
소련인 석방 반대! 소련 침공 반대!
...대체 무슨 일이야?
정보에 따르면, 정부의 신소련 난민 수용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라고 합니다.
공교롭구만...
...잠깐, 그거 혹시 그리폰 같은 PMC들 말이야?
맞으니까 후방부터 신경써라!
탕! 탕! 탕!
난민 수용 반대 시위...
엄폐물 뒤로 숨으면서, 로미는 추격자들을 향해 최루탄을 던졌다. 이 좁은 골목길에서 그녀를 추격하려면 이제 저 연막부터 지나야 한다.
소련의 난민... 설마?
15분 뒤 합류 지점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리폰의 입국 경로 자료 좀 보내 줘 봐.
오버슈타인의 적은 결코 슈타지가 아니다. 그가 벌이는 모든 일의 목적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알았다! 즉각 도착하겠다!
타앙!
즉각 올 거면 제발 즉각 좀 와 달라고!
젠장, 철수 지점에서 보자! 다른 일은 이 자식들 해치운 다음에 말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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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국장님, "드림 박스" 사건의 중요 단서를 입수했습니다.
...그래, 놈들보다 앞서서 움직여야지.
변명이나 핑계 말고 결과를 내놔.
슈타지 국장 사무실. K가 허락도 없이 들어오자, 통화 중이던 로미는 팍 인상을 쓰며 아니꼬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봤다.
이를 인지한 K도 일단 도로 나가려 했지만, 로미가 이를 제지했다.
못 하겠으면 딴 사람이랑 자리 바꿔.
난 슈타지에서 쓰레기 같은 거 안 키운다.
삐익.
통신 종료.
......
......
...국장님?
보고해.
예.
탈린, 본 마을, 고아원... 패러데우스의 "제품"이 출몰한 모든 장소의 배경 자료와 심사 문서, 관련 기록을 정리했습니다.
현 단계상, 이 장소들은 전부 그들의 본거지가 아니라 확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이런 장소들은 그레이나 브라메드 같은 수준의 개체를 "연구 및 생산"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슈타지 내부에서도 관련 기록을 찾아본 결과 "원자재" 공급 방면에서 적어도 우리 측 인원의 손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대조해 봤을 때 상당히 비슷한 절차를 거친 것은 확인했습니다.
K는 서류를 로미 앞에 내려놨다.
규정을 위반하는 규모의 실험실까지는 아니나, 이상의 장소들 전부 일정 수준 이상의 지하 시설이 존재하며, 이는 갈라테아 그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공 심사만 해도 적지 않은 확인 절차를 거치니, 역시 그들에게도 어려웠겠죠.
달리 놓친 점이 없다면, 이로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급 니토 및 "이아손의 상자"의 핵심적인 개발 및 생산은 전부 다른 곳에서 진행된 것입니다.
이렇게 막대한 작업량은 반드시 대규모 설비와 그에 준하는 넓은 장소, 많은 인력이 필요하므로 절대 흔적이 안 남을 수가 없습니다.
더불어, 관련 약품 및 정밀 기자재의 생산 기록과 수출입 기록도 조사해봤습니다.
일부 자료가 건설부 쪽에 있어 확보하진 못했으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들은 베를린에 모여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베를린을 구석구석 뒤졌음에도 단서랄 만한 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의심스러워 보이는 건물은커녕, 미개발 지역까지 위성 카메라로 이 잡듯 확인했는데도 깨끗했습니다.
결국 수사는 여기서 발이 묶이고 말았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
아무 말도 않고 K가 가져온 보고서를 보기만 하던 로미가, 담뱃갑과 은색 라이터를 꺼내곤 입에 검은 필터를 물었다.
전부 확인한 거 맞나?
그렇습니다. 소홀하거나 놓친 부분은 없다고 장담합니다.
그래?
엄지와 검지로 불을 피운 담배를 만지작하며, 로미는 고개를 돌려 연기를 뱉고 유리 재떨이에 탁탁 털었다.
그럼 여기는?
그녀가 지도의 "어느 구역"을 가리키며 물었다.
..."죽음의 바다" 말입니까?
K는 다소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이곳은 버려진 지 몇 년은 지난 데다, 붕괴 오염도도 돌이킬 수 없는 "블랙존"이지.
그 어느 지도에서도 이곳의 자료는 기재되지 않아. 군사 지도마저도 말이야.
네, 말씀대로 그곳은 블랙존입니다. 아무도 발을 들일 수 없죠.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인형마저도 멀쩡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산송장"들이잖나.
패러데우스에게 있어 이곳보다 좋은 천혜의 요새 겸 연구실이 또 어디 있겠어?
......
그리고, 발상을 바꿔보도록.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어쩌면 네가 언급한 문제는 이미 붕괴 입자를 연구하는 자들에 의해 해결되었을 수도 있어. 단지, 세간에 공표되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르지.
...이를 예상하셨습니까?
처음부터 짐작하고 계셨으면, 왜 수사를 명령하신 겁니까?
함부로 추측을 믿는 건 얼간이나 하는 짓이야.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하는 법이다.
고수들의 대결에 묘수란 없다...입니까.
해당 정보는 이미 그리폰 지휘관에게 공유했다.
가서 작전명 아이네이아스를 보조하도록.
네.
...잠깐만요, 저희가 보조한다고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빠르게 적의 심장을 찌를 칼이다.
다만... 되도록이면 남의 칼이 좋겠지.
...알겠습니다. 개입 수준에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K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끄덕이곤 사무실에서 나갔다.
K가 나간 후에도, 로미는 한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손으로는 탁상을 툭툭 두드리며 조용히 서류를 바라봤다.
.....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에 의하면, 신소련 국경 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무장 충돌 사태는 소련 내 반동 세력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로 발생한 난민은 베를린 정부와 신소련의 합의로 독일이 수용하기로 결정했으며, 근시일 내로 입국해 일부가 베를린 시가지에도 수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베를린 시민들이 강력 항의에 나섰으며, 베를린의 일부 난민들까지 반대 시위 행렬에 합세했습니다. 정황에 따르면 시위대는――
딸깍.
자동차 안에서, 로미는 라디오 방송을 툭 꺼버렸다. 한 손으로 운전 중인 그녀는 다른 손으로 이어폰을 톡 두드리며 통신을 켰다.
스털링? 브리짓?
<color=#00CCFF>스털링, 수신 감도 양호.</color>
<color=#00CCFF>브리짓, 대기 중.</color>
그러면서, 로미는 힐끗 백미러로 뒤를 확인했다.
당장 보이는 것만으로도 4대인 시꺼먼 자동차들이, 숨기는 기색 없이 그녀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예상대로 놈들이 움직였다.
마중이 필요하니 최적 경로 계산해.
<color=#00CCFF>계산 중... 경로 확인. 철수 지점 A 포인트에서 합류하마.</color>
<color=#00CCFF>가장 빠른 교통 경로는 차량의 내비게이션에 전송했다.</color>
타타탕!
끼이익!!
에라이 씨!
총탄이 날아들자 황급히 핸들을 꺾어 급커브를 돌면서, 다시 백미러를 확인했다.
범인은 바로 뒤에 따라붙은 검은 차량이었다. 소형 기관단총을 든 사람이 지붕창을 열고 나와, 도로 한복판에서 다짜고짜 그녀의 운전석을 노리고 방아쇠를 당겨댄 것이었다.
......
차량 4대에 머릿수는 15명.
정면으로 맞붙어선 승산이 없다. 어떻게 해서든 인형들과 합류해야만 한다.
그런데... 내가 과연 합류 지점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장담은 해?
<color=#00CCFF>내 명예를 걸고 맹세하건대, 그 정도로는 너에게 위협조차 안 될 거다.</color>
내비게이션에 뜬 경로를 곁눈질하면서, 로미는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차를 크게 회전시켰다.
그러면서 동시에 총을 뽑아 들었고, 지붕창으로 상반신을 내놓은 적의 머리를 정확하게 쏴 맞혔다.
그리고, 다시 액셀을 끝까지 밟아 전속력으로 차를 급커브한 방향으로 몰았다.
<color=#00CCFF>경고! 3시 방향에 신규 적 출현!</color>
<color=#00CCFF>경고! 9시 방향에 신규 적 출현!</color>
<size=50>너네 무슨 앵무새냐!</size>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생각하던 그때.
그녀의 차가 교차로를 통과하는 그때, 시꺼먼 형체가 벼락처럼 날아들어 옆을 들이받았다.
인형들이 경고할 만한, 맹렬한 속도의 중량급 지프차가 들이받는 충격에 로미의 차는 그대로 날아가, 몇 바퀴를 구르다 길가의 백화점 쇼윈도우에 처박히고 나서야 멈췄다.
측면의 문은 확연하게 움푹 찌그러졌고, 앞바퀴는 관성에 헛돌았다.
............
끈질기게 로미를 뒤쫓던 시꺼먼 차들이 금세 현장에 도착했고, 부채꼴로 진형을 펼치면서 로미를 포위했다.
그리고 검은 옷의 킬러들이 능숙한 몸놀림으로 차에서 내려, 각자 무기를 장전하고 로미의 차량에 접근했다.
로미의 차는 완전히 뒤집힌 채로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다. 찌그러진 몸체의 절반은 백화점 건물 안에 박혔고, 파열된 연료통에서는 기름이 줄줄 새어 인도 위에 기름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
킬러들은 신속하게 차량에 접근했다. 그리고 내부를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거리까지 다가가고 나서야, 차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하곤 경악했다.
하.
떼구르르...
그리고 백화점 안쪽에서 코웃음 치는 소리와 함께,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 하나가 연료통에서 새어 나온 기름 웅덩이에 굴러 들어왔다.
콰아앙!!
수류탄의 폭발은 거의 동시에 차의 연료통까지 유폭시켰고, 킬러 다수와 백화점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거의 동시에, 뒷창문을 깨며 몸을 던진 로미는 폭발의 충격파에 떠밀려 옆의 점포 뒷골목으로 굴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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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한번 참 든든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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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못 쓰니까 발로 뛰어야 해.
경로 다시 계산해 줘.
로미는 골목길을 따라 걸음을 서둘렀다. 그런데, 골목길 반대편의 대로는 어째선지 요란해서 통신음도 제대로 안 들릴 지경이었다.
저 앞은 또 왜 저리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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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괜찮아.
탕!
치잇...!
타앙!
타앙!
추격자에게 반격하고, 로미는 방해되는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뒤로 묶은 다음 재빨리 탄창을 교체했다.
뭔 머리카락이 이리 걸리적거려!?
골목길 끄트머리에 가까워지자, 난민들의 시위 행렬이 보였다.
메아리쳐서 모호하게 들리던 말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size=50>――반대한다! 전쟁광들을 우리 땅에 들이는 걸 반대한다!</size>
<size=50>소련인 석방 반대! 소련 침공 반대!</s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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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난민 수용 반대 시위...
엄폐물 뒤로 숨으면서, 로미는 추격자들을 향해 최루탄을 던졌다. 이 좁은 골목길에서 그녀를 추격하려면 이제 저 연막부터 지나야 한다.
소련의 난민... 설마?
15분 뒤 합류 지점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리폰의 입국 경로 자료 좀 보내 줘 봐.
오버슈타인의 적은 결코 슈타지가 아니다. 그가 벌이는 모든 일의 목적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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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앙!
즉각 올 거면 제발 즉각 좀 와 달라고!
젠장, 철수 지점에서 보자! 다른 일은 이 자식들 해치운 다음에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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