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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 고정점

잠복 II

"내 신분으로 이 임무를 완수하면, 그리폰이 장군의 비호를 받았다는 증거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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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로미

——!

총알이 바닥났다.

눈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무게만으로도 확실히 느껴졌으니까.

이마에서 흐르는 피는 로미의 시야를 가렸다. 차량 충돌로 인한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이었다.

로미

후우...

그녀는 절뚝거리면서 간신히 골목을 벗어나, 탁 트인 건물 부지에 도착했다.

타앙!

총탄 한 발이 그녀의 발치에 날아들어 박혔다. 이 공간은 엄폐물이랄 것도 없었다.

킬러

.......

그녀의 뒤를 쫓던 추격자들도, 처음엔 열 명은 족히 넘었지만 이제 네 명밖에 남지 않았다.

로미 못지 않게 만신창이인 꼴이, 슈타지의 국장을 추격한 대가를 증명했다.

하지만 지금 저들에겐 탄창이 더 있고, 로미에겐 없었다.

로미

<size=50>그 하늘이 내린 지원은 어디 갔냐?</size>

스털링

<color=#00CCFF>......</color>

브리짓

<color=#00CCFF>앞으로 전진하세요, 뒤돌아보지 말고.</color>

로미

믿어도 되는 거냐고 진짜...

자신만만한 동료의 목소리에 마음이 조금 놓이긴 했지만, 그녀가 발을 떼려는 그 순간...

차가운 총구가 뒤통수에 닿았다.

그 낯설고 냉혹한 남성의 목소리는 살의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킬러

꼼짝 마라.

로미

하, 제발...

로미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것이 무의미함을 깨달았다. 애초부터 저들의 목적은 생포가 아니었다.

킬러가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심호흡하며, 다가오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

킬러

......

타앙——!

총성과 함께 뜨거운 피가 로미의 목덜미에 튀었고, 머리에 닿은 총구의 차가운 촉감도 사라졌다.

무언가 강력한 힘에 킬러의 총을 든 손이 잘려, 권총을 쥔 그대로 튕겨져 나간 것이었다.

킬러

어...?

킬러

<size=50>어억?! 으아, 아아아아아악!!!</size>

남자는 한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날아간 것이 자신이 겨누던 목표의 머리가 아니라 자신의 손임을 깨닫곤, 이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킬러

<size=50>매복, 매복이다!! 매복당했――</size>

<size=50>탕! 탕! 타앙!!</size>

저만치 뒤에 있던 나머지 세 명의 킬러들은 바로 상황을 파악하곤 내렸던 총을 황급히 다시 들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로미가 빨랐다. 잘린 손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총을 재빨리 집어, 섬광처럼 방아쇠를 당겼다.

그들은 전혀 대응하지 못했고, 그저 귓가를 때리는 동료들의 비명을 들으며 이어지는 총성에 차례차례 바닥에 쓰러지고 숨이 멎었다.

로미

하아아... 다음에는...

로미는 길게 숨을 내쉬면서 투덜댔다.

로미

...좀 깔끔하게 처리해 줄래?

스털링

목표의 침묵을 확인.

미션 컴플리트.

대원들을 데리고 그늘 밖으로 나오는 스털링의 총은 격발로 인한 열이 채 식지도 않았다.

로미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브리짓

하지만 살았잖습니까.

로미

왜 너희 둘뿐이야? 나머지는?

으아아 모나가 보고 싶어 죽겠다...

...믿음직한 동료가 눈앞에 나타났건만, 난 소중히 하지 않았지.

없어지고 나니 큰 후회가 드는구나아아...

이디스

<color=#00CCFF>우린 좀 거리가 있습니다, 금방 합류하러 갈게요.</color>

<color=#00CCFF>그리고 작작 좀 투덜거려요, 모나 씨는 바쁘거든요?</color>

다그마르

<color=#00CCFF>슈타지는 지금 인력난이잖아요. 우리가 이해해 줘야죠.</color>

이디스

<color=#00CCFF>아니, 저 사람은 그냥 우리한테 짜증내는 거야.</color>

<color=#00CCFF>자기 꼴은 엉망이면서 말이지...</color>

로미

<size=50>그게 직장 선배를 대하는 태도냐 이것들아!?</size>

이디스

<color=#00CCFF>왜요. 우린 국장님 명을 따르지, 당신 부하가 아닌데요.</color>

<color=#00CCFF>설마 메소드 연기에 빠진 건 아니겠죠?</color>

<color=#00CCFF>J 요원.</color>

J

연기니까 많이 협조해 달라고 좀...

스털링

잡담은 삼가라, 아직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다른 변수의 개입이 없다면, 이런 암살 시도는 앞으로 다섯번쯤은 더 있을 것이 분명해.

J

내 평생 이렇게 끔찍한 임무는 다신 없을 거다...

<size=50>최고로 끔찍하다고!</size>

.......

공항의 에이프런에서, 지휘관이 K에게 연락했다.

K

<color=#00CCFF>K다. 공항에 도착했나 보군, 도중에 일은 없었나?</color>

지휘관

조금 소란이 있긴 했지만, 그것 외엔 별일 없었지.

그보다 크루거 씨는 지금 어떻지?

K

<color=#00CCFF>이미 조사했다. 국방부가 하달한 영장이 아니었어.</color>

<color=#00CCFF>아마 저번에 크게 한판 저지른 것의 후폭풍으로 보인다, 특히 너를 겨냥해서. 그러니 계획대로 네가 베를린을 떠나는 척하면, 그들도 더 무슨 짓을 하려 하지는 않을 거다.</color>

지휘관

그래, 계획에 따라 장군님을 호위하며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하겠다.

K

<color=#00CCFF>특별작전팀은 준비됐나?</color>

지휘관

...아직 저쪽에서 움직임이 없지만,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야.

K

<color=#00CCFF>놈들이 가만 있더라도 넌 가만 있을 수 없겠지.</color>

지휘관

...그래.

지휘관이 통신기에 대고 뱉는 목소리는, 약간의 초조함이 섞여있었다.

K

<color=#00CCFF>방법이야 찾으면 나오기 마련이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color>

지휘관

알고 있어.

지휘관은 한숨을 쉬었다.

K

<color=#00CCFF>로미 국장이 왜 장군님의 호위 임무를 네게 맡겼는지는 알고 있겠지?</color>

지휘관

그래. 내 신분으로 이 임무를 완수하면, 그리폰이 장군의 비호를 받았다는 증거가 되니까.

이 신뢰에 반드시 부응해야지.

K

<color=#00CCFF>좋아, 그럼 잠시 후에 "질소" 팀의 지휘 권한도 넘기겠다.</color>

<color=#00CCFF>건투를 빈다.</color>

지휘관

뭐...?

슈타지의 인형 소대 지휘 권한을 내게 넘긴다고?

너무 거창한 거 아니야?

K

<color=#00CCFF>이것도 국장의 뜻이다.</color>

<color=#00CCFF>우리는 서로 "성의"를 주고받는 협력 관계다. 이것도 그 일부야.</color>

지휘관

...대신 고맙다 전해 줘.

그리고――

AR-15

지휘관.

지휘관

응?

그때, AR-15가 지휘관의 말을 끊었다.

AR-15

놈들이 왔어요.

지휘관

...그만 끊는다.

K

<color=#00CCFF>다시 한번, 건투를 빈다.</color>

삑.

통신 종료.

지휘관은 통신기를 내려놨다.

지휘관

요격 준비.

AR-15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