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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 고정점

정원사

"우정을 위하여."

-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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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상공, 슈바인슈타이거 장군의 전용기.

슈타지 연락인원

<color=#00CCFF>긴급 보고. 금일 오전, 프로이센 및 베딩 지역에서 무력 충돌 발생.</color>

<color=#00CCFF>현재까지 부상자 20여 명으로 확인.</color>

슈바인슈타이거

......

삑.

통신을 끈 그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화했다.

경호원

장군님, 약 60분 후 수도에 도착합니다.

슈바인슈타이거

......

경호원

장군님?

슈바인슈타이거

알았네. 잠시 혼자 있고 싶으니 모두 나가 주게.

경호원

예.

경호훤들이 공손히 문을 닫고 나가, 특등석 칸에는 슈바인슈타이거 한 명만 남았다.

슈바인슈타이거

이렇게 막 나가다니...

루돌프, 자네도 역시 늙었구먼.

희미하게 웃는 듯 마는 듯 중얼거리고, 슈바인슈타이거는 고개를 저으며 로미 국장에게 연락했다.

슈바인슈타이거

나일세. 전부 처리했나?

로미

<color=#00CCFF>전부 계획의 오차 범위 내에서 진행 중입니다.</color>

<color=#00CCFF>베를린에서의 흔적은 차례대로 깨끗이 지우고 있습니다.</color>

슈바인슈타이거

"안"만이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고 있겠지.

로미

<color=#00CCFF>예, 바깥으로의 "선"도 차례대로 자르고 있습니다.</color>

슈바인슈타이거

그래, 잘하고 있어...

그런데 이따금씩 생각이 드네만, 역시 저번은 너무 과격하지 않았나 싶군.

"불꽃놀이"로 긴장된 모스크바의 분위기가 프랑크푸르트까지 퍼졌어.

로미

<color=#00CCFF>안심하시길. 어떤 판단을 내리시든, 장군님은 절대적인 우위를 유지하실 겁니다.</color>

<color=#00CCFF>이번 싸움에선 정보를 쥐는 자가 권력도 손에 넣습니다.</color>

로미

<color=#00CCFF>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장군님께 기울고 있죠.</color>

슈바인슈타이거

베를린에서의 일을 해결하면 자네도 서둘러 수도로 돌아오게나.

로미

<color=#00CCFF>예.</color>

슈바인슈타이거

아무리 불같이 분노하더라도, 언젠가는 식기 마련이지...

그가 떠나는 길에 체면을 버릴 작정이라면, 우리가 대신 체면을 세워 주자고.

슈바인슈타이거는 모자를 고쳐 쓰고, 가볍게 목청을 가다듬은 뒤, 느긋하게 소파 앞까지 걸어가 옆의 티테이블 위에 놓인 꽃병에 손을 뻗었다.

꽃병에는 3가지 색의 장미들이 꽂혀 있었고, 꽃잎은 싱그럽게 물방울을 머금고 있었다.

검정, 빨강, 노랑. 선명한 색상은 펄럭이는 국기 같았다.

슈바인슈타이거

...흠?

그런데, 샴페인 옆에 세련된 디자인의 펜이 놓여있었다.

슈바인슈타이거

......

그는 그 녹음펜을 집어, 신중하게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오버슈타인

<color=#00CCFF>좋은 아침일세, 하인리히.</color>

<color=#00CCFF>내가 아침 식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면 좋겠군.</color>

슈바인슈타이거

......

슈바인슈타이거는 어깨를 으쓱하곤, 녹음펜을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녹음펜에서 나온 목소리가 전혀 놀랍지 않은 눈치였다.

오버슈타인

<color=#00CCFF>자네와 직접 마주보고 이야기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네.</color>

<color=#00CCFF>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우정에 금이 가지는 않겠지?</color>

오버슈타인

<color=#00CCFF>내가 보내는 선물도 분명 자네 마음에 쏙 드리라 믿네.</color>

<color=#00CCFF>화해의 선물로 받아 주게나.</color>

슈바인슈타이거

......

오버슈타인

<color=#00CCFF>가끔, 정말 가끔, 친구 사이에도 의견이 갈리고, 때론 다투기도 하지. 다 늘상 있는 일이야.</color>

<color=#00CCFF>하지만 모두가 다툰 뒤에 화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네... 다만, 우리의 우정을 이어가는 것은 분명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게야.</color>

슈바인슈타이거

......

오버슈타인

<color=#00CCFF>"외부자"보다는 우리야말로 서로 믿고 기댈 수 있는 동료이지 않은가.</color>

슈바인슈타이거

대체 원하는 게 뭐요, 오버슈타인 장관...

녹음펜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슈바인슈타이거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오버슈타인

<color=#00CCFF>나는... 우리가 가꾼 정원에, 우리가 들이지 않은 "외래종"이 자리를 꿰차는 꼴을 보기 싫네.</color>

<color=#00CCFF>그러니, 우리 모두 다 여기까지만 하는 게 어떻겠나?</color>

그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녹음된 오버슈타인의 목소리가 답했다.

오버슈타인

<color=#00CCFF>나를 믿게, 장군.</color>

<color=#00CCFF>자네를 끝까지 도울 수 있는 것은 오직 같은 내부자뿐이야.</color>

오버슈타인은 목소리를 살짝 가다듬고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오버슈타인

<color=#00CCFF>내 약속하지, 모든 일이 끝나면 우리의 우정에 가장 화끈한 불을 지필 것이라고.</color>

<color=#00CCFF>슈타지도 이제 백여 년 전의 휘황찬란하던 시기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보네. 난 자네가 우리의 정원에 꼭 필요한 유능한 정원사라 믿어 의심치 않아.</color>

오버슈타인

<color=#00CCFF>언제나 그러했듯이.</color>

삑.

녹음펜의 재생이 멈췄다.

슈바인슈타이거도 모자를 벗으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났다.

슈바인슈타이거

혼자 있고 싶다 했을 텐데?

???

......

문밖의 사람은 이를 못 들은마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샴페인 병을 든, 하얀 옷의 무표정한 웨이터였다.

슈바인슈타이거는 자신의 수행원들 중 이 자의 얼굴은 본 적 없음을 확신했다.

웨이터

맛있게 드십시오.

샴페인 병에는 선명한 붉은 글씨로 "우정을 위하여"라 쓰여있었다.

슈바인슈타이거는 일어나지 않고, 열린 문 너머를 슬쩍 곁눈질했다. 그의 경호원들은 여전히 맡은 소임을 다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 듯했다.

한편, "웨이터"는 슈바인슈타이거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히 술병을 따고 정중하게 샴페인을 가득 따랐다.

따라지는 샴페인은 톡톡 튀며 시원한 탄산 소리를 냈다.

슈바인슈타이거

......

웨이터

......

슈바인슈타이거

...우정을 위하여.

슈바인슈타이거는 샴페인잔을 들어 허공에 건배하고, 잔을 단숨에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