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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 고정점

교차점 I

"모든 선, 모든 점, 모두 이곳을 위해 존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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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시외, 레드존의 가장자리.

질소 팀은 수와 진형의 우세를 이용해 미약하게나마 우위를 점했다.

라이노

속도가 느려졌어! 9호!

9호

봤어!

부웅!

잠시 땅에 닿은 틸의 발이 다시 떨어지기 전에, 9호가 총구를 들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연사된 총탄은 틸에게 정확히 날아들었고, 몇 발이 다리에 명중했다.

큭...!

틸은 낮게 신음하며 검을 눕히고 방어 태세를 취했다.

번뜩이는 하얀 칼날과 시꺼먼 총구가 서로를 조용히 노려봤다.

양측 모두, 상대보다 먼저 움직이지 않고 대치하는 것이었다.

모나

......

9호

......

라이노

<color=#00CCFF>왜, 왜 안 움직여?</color>

9호

<color=#00CCFF>선공으로 제압할 확신이 안 서.</color>

라이노

<color=#00CCFF>그렇다고 가만 있음 우리가 불리해지지!</color>

모나

<color=#00CCFF>아뇨, 저쪽도 확신이 없어서 공격을 멈춘 겁니다.</color>

라이노

<color=#00CCFF>그럼 어쩌지...?</color>

9호

<color=#00CCFF>당황하지 마, 침착해.</color>

<color=#00CCFF>정신을 사냥감에게 집중하고, 상대의 눈빛에 겁먹지 말고, 가능한 모든 움직임을 예측해.</color>

라이노

<color=#00CCFF>해볼게.</color>

그때, 틸이 냉소와 함께 방어 태세를 풀고 매섭게 돌진하며 전방을 찔렀다.

모나

<size=50>산개!</size>

9호

윽――

라이노

히익!

아무리 훈련받은 인형이라 할지라도, 눈으로 쫓기 힘든 돌진에 즉각 대응하긴 힘들었다.

타타탕!!

인형들은 견제 사격을 날리며 돌진을 피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던졌다.

틸은 이 공격으로 질소 팀의 진형을 붕괴시켰다.

......

진형이 무너져, 그야말로 상대를 난도질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틸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계속 돌진했다.

그리고 언덕을 뛰어내려, 아래에도 짙게 깔린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라이노

거기 서!

9호

쫓지 마. 우리로선 어차피 따라잡지도 못해.

모나

......

상대는 애초부터 우릴 전력으로 상대할 생각이 아니었군요.

9호

그러게. 저런 놈 상대로 나름 잘 맞선다 싶었더니만...

모나

...몰리도가 빠져나갈 시간을 버는 것일 뿐이었어요.

라이노

완전 우릴 가지고 놀았단 소리잖아...

9호

......

세 인형들은 언덕 끄트머리에 서, 틸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그들이 선 그곳은 레드존과 블랙존의 경계선으로, 저 아래로 더욱 짙게 깔린 안개 너머가 바로 블랙존이었다.

모나

우선 이동하죠. 철분과 합류해야 합니다.

문자 그대로 "미지의 영역"에서 시선을 돌린 질소 팀은 가볍게 재정비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 시각, 아이네이아스 회의실.

작은 말을 집은 깜찍한 손가락이, 회의 테이블 위에 펼쳐진 지도의 구불구불 얽히고설킨 경로들을 짚으며 돌아다녔다.

그 손가락의 주인공은 일말의 주저도 없는 능숙하고 자신감 넘치는 움직임으로, 무질서하게 꼬인 실마리를 머릿속에서 풀어나갔다.

???

흠흠... 그렇구나...

선과 선이 한 점에서 교차하고, 또 그 교차점이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길 여러 번.

???

우산과 유니콘은 여기서 목표를 놓쳤고, 질소는 여기서 목표와 접촉...

그럼...... 여기인가.

인형이 손에 쥔 말을 내려놨다.

???

그래, 여기뿐이야. 모든 선과 점들은 여기를 가리키고 있어...!

???

<size=50>그렇구나! 알았다, 알았어!</size>

아이네이아스 작전팀 출석 확인 - 체스 마스터.

코드네임 "체스 마스터"가 흥분해 옆의 말판을 뒤엎으며 회의실의 통신 채널에 대고 소리질렀다.

RO635

<color=#00CCFF>?!!</color>

<color=#00CCFF>무슨 일이야!?</color>

XM8

안녕! 코드네임 "체스 마스터" 도착!

놈들의 합류 지점을 알아냈어, 대장.

RO635

<color=#00CCFF>아, 안녕. 어디야?</color>

XM8

조급할 거 없어, 합류하면 내가 직접 안내해 줄 테니까.

이거 참 재밌는 한 판이겠는걸.

RO635

<color=#00CCFF>알았어. 혹시 다른 지시 사항 전달받은 건 없고?</color>

XM8

있지, 페르시카 씨가 대장한테 물건 2개 전해 달라더라.

하나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오프라인 맵핑 장치.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철완"이란 물건인데, 네가 보면 알 거래.

RO635

<color=#00CCFF>어... 알았어, 합류하고 보자.</color>

통신을 종료한 XM8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