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거울
"그 두 탑 사이로 은은하게 빛나는 달이, 경이롭다 못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쿠르릉――
부유검의 포격이 일으킨 먼지구름이, 블랙존의 녹색 안개와 뒤섞여 인형들의 모습을 가렸다.
빌어먹을... 이리저리! 이리저리! 이리저리!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말라고!!!
콰앙!!
먼지구름과 안개를 연막 삼으면서, 모나 일행은 침착하게 나르시스와 거리를 벌렸다.
이를 깨달은 나르시스는 성질을 내며 부유검을 날렸다.
쉬익!!
물론, 목표가 보이지 않으니 마구잡이로 던질 뿐이었다.
결국 예리하고 신속한 부유검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왔다.
제기라아아아알!!!
부아가 치밀어 오른 나르시스는 자리를 박차고 쫓아가려 했지만, 뒤에서 틸이 쉰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만둬라, 나르시스.
닥치라 했지 폐급!
전투 타입이 그 꼬라지로 잘도 입을 여네?
무슨 자격이 있다고 나한테 명령이야!
...그런 뜻이 아니다.
놈들은 이미 상당한 부상을 입어 한동안 재정비해야만 할 터다. 시간은 벌었으니, 놈들을 쫓기보단 먼저 할 일을 해야 해.
몰리도... 몰리도 언니에게 네가 필요하다. 그녀는 지금 부상이 심각한데, 어서 가봐야 하지 않겠나?
......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르시스는 틸의 말에 설득됐는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추격하려던 자세를 풀었다.
언니 때문만 아니었으면...
나르시스는 아쉬워하며 뒤로 돌아 틸을 덥석 잡고는, 그대로 질질 끌고 중얼거리면서 뒤편의 초소로 향했다.
네가 언니 도와주느라 그 한심한 꼴 된 거만 아니었어도, 너 따위...
윽...
초소에 마련된 비행기에 중상인 틸을 난폭하게 던져 넣고, 나르시스도 조종석에 올랐다.
하지만 미련이 남는지, 인형들이 도망친 방향을 보며 불같이 성질을 냈다.
다음에 보면 다 죽여버릴 거야... 다 으깨버리겠어!!
화풀이하듯 조종간의 레버를 콱 밀며, 나르시스는 비행기를 몰아 안개가 짙은 하늘로 날아갔다.
한편, 적이 추격해 오지 않음을 확인한 질소와 철분 팀은 도주를 멈췄다.
게이저는 즉시 자가 수복을 했다.
저 화력... 덩치에 비해 터무니없군.
아니 대체 뭐래 그 무시무시한 전투력은?! 괴물이야!?
...같은 지능 떨어지는 전투 타입인데, 왜 이리 차이가 나는지.
그러게 말이번엔 안 넘어가! 지금 나 욕하는 거지!!
아니 그보다 난 전투 타입 아니거든!?
모두 무사합니까?
응, 나 별로 안 다쳤어.
나도 임무 속행에 지장 안 가.
다행이야 너 머리에 토끼귀가 없는데?!
그건 신호 추적기야. 필요하면 내 신호로 위장할 수 있어.
마침 아까 그 비행기 지나칠 때 놈들이 그거 타고 소굴로 돌아갈 거라 생각해서 안에다 하나 몰래 넣었지.
다른 한 쪽은?
...외관상의 문제로 같이 뗐어.
외관상의 문제...?
아 몰라도 돼!
회의실에서 호출이 들어왔다.
이건... 긴급 통신 요청?
RO635 일행은 소리 없이 패러데우스의 초소를 점령했다.
주위를 정리한 후, RO635와 UMP45는 초소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필요한 정보를 수색했다.
보안 시스템이 영 허술한걸? 아예 거저로 우리한테 정보를 갖다 바치는 꼴이야.
XM8, 초소 배치도를 찾았어.
어디, 다시 실력 발휘 좀 해볼까~
XM8은 RO635가 공유한 배치도를 분석하며, 그 위로 선을 그어댔다.
수많은 직선들이 초소가 위치한 지점에서 출발해, 아무것도 없는 공백으로 뻗어나갔다.
직선과 직선들은 교차하며 점을 만들었고, 그중 직선이 가장 많이 교차한 점은...
가까워, 아주 가까워... 여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
RO635가, 그 시커먼 점을 가리켰다.
흥분 탓인지 긴장 탓인지, 목소리도 약간 떨렸다.
여기가 분명해. 이 지점으로 가자.
인형들은 지도에서 찾아낸 그 점의 위치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초소도, 다른 건물도, 패러데우스도 없었다.
엥... 아무것도 없는데?
......
헤이 체스 마스터, 혹시 계산 잘못한 거 아니야?
아, 아니야! 내 계산이 잘못됐을 리 없다구!
일행의 초조한 목소리가 광활한 평지에 울려퍼졌다.
흐음... 혹시 지하 기지 아닐까? 팔디스키처럼.
그 가능성은 낮아. 이런 지질로 그런 굴착 작업은 불가능해.
RO635가 증명하듯 발을 몇 번 굴렀다. 이 일대의 지면은 거의 대부분이 매우 단단한 암석으로 뒤덮여 있었다.
수색해볼까?
아뇨, 지형이 너무 탁 트였어요. 적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바로 발각되고 말 거예요.
일단은 질소와 철분 팀에게......?
SOP2? 너 거기서 뭐해?
통신 요청을 하려던 RO635의 눈에, 녹색이 감도는 물웅덩이 앞에 쪼그려 앉은 SOP2가 들어왔다.
여기만 색깔이 더 어두워.
오염도가 달라서 그런 거 아니야?
모르겠어...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두운 부분도 같이 움직여.
나도 보자.
RO635도 다가가 보니, 확실히 SOP2의 말대로 물웅덩이의 한 부분만 색깔이 좀 더 짙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수질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비쳐 보이는 것이었다.
이를 깨달은 RO635의 고개가 저절로 들어졌다.
......?!
드물게 얼빠진 표정을 짓는 RO635를 따라, SOP2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시선을 하늘로 들었다.
그리고――
우와... 우와아아아!!!
저... 저게 뭐지?!
...저런 게 어디서 잘 나오더라? 신화? 괴담?
하나둘씩 고개를 든 인형들의 시선은 모두 저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물체로 향했다.
탑이었다.
정확히는, 토대가 서로 이어진 두 개의 검은 거탑이었다.
중력을 완전히 거스르며 그 위용을 자랑하는 두 거탑이 하늘 높이 떠 있었고, 표면의 금속 질감은 멀리서도 엄청난 압박감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 두 탑 사이로 은은하게 빛나는 달이, 경이롭다 못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멋지다아...
기적이란 수식어로도 부족한 저 불가사의한 경관에, SOP2는 넋을 잃고 감탄했다.
RO635도 겨우 제정신을 차리고, 아이네이아스의 채널로 긴급 통신 요청을 송신했다.
......
통신 연결 - 질소, 철분.
통신 연결 실패 - 지휘관.
...큰일이다.
왜 그래?
지휘관님이랑 연락이 안 돼...
댄들라이가 또 장난치나?
잠깐만, 내가 검사해볼게.
UMP45가 급히 네트워크의 상태와 통신 상황을 검사했다.
쯧... 아이네이아스 회의실 내부 채널은 멀쩡한데, 외부와의 연결이 끊겼어.
모나, 내 말 들려?
잘 들립니다. 그런데 외부와의 연결이 끊어졌다뇨?
거 되게 심상찮은데... 발각된 거 아니야?
아니, 만약 우리의 위치가 발각됐다면 지금쯤 패러데우스의 병력이 물밀듯이 몰려왔을 거야.
그럼 계획을 변경할까? 지휘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돌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잠깐 잠깐, 벌써 그렇게 결론 내리면 안 되지!
......
고민하던 RO635는 이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빛은 정면으로 곧게 향해, 맞은편의 모나와 마주쳤다.
작전은 속행합니다.
응, 그래야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만, 정말 이것이 현명한 판단일까요?
지휘관이 우리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면, 만일의 사태 시에도 지원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건 분명 패러데우스의 신호 차폐망 때문이에요. 이 타이밍에 저런다는 것은 우리가 목표 지점에 매우 가까워졌고, 그들도 우리의 존재를 위협적으로 여긴다는 뜻입니다.
만약 여기서 물러난다면, 첫째로 철수 도중 놈들이 추격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고, 둘째로 수지타산에 안 맞습니다. 다음에 다시 여기로 들어오려면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뤄야 할 거예요.
......
그리고, 처음부터 우리는 추가적인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을 상정했습니다.
하하, 결국 백업 후 수복캡슐 엔딩이겠네.
잔인한 현실이지만... 여러분 모두, 출발하기 전에 그 정도의 각오는 했다 믿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임무를 속행하겠다... 흔들림 없는 결의군요.
네. 이건 여유 있는 시도가 아닙니다. 우리의 모든 것을 건 도박이에요.
RO635의 결정으로 인한 결과를 예상하는 듯, 아이네이아스 회의실은 침묵에 빠졌다.
생사랑 지원 유무는 다 차치하고, 나 질문 있어.
저기 어떻게 올라갈 거야?
......
임무 속행도 좋은데, 일단 저 탑을 올라가야 하잖아. 문제는 저거 공중에 덩그러니 떠 있다고.
XM8이 상공의 거탑을 가리키며 물었다. 확실히, 그냥 등반하기엔 지면으로부터 떠 있는 높이가 상당히 높았다.
게다가 탑과 지상을 잇는 것이라곤 굵은 파이프 몇 가닥뿐이었다.
오, 저기 파이프 잔뜩 있네! 별수없음 그냥 저거 타고 오르면 돼!
으엑... 난 못해!
저거 암만 봐도 에너지 공급선 같은데? 저거 타고 오르다 끊어지거나 하면 큰일나는 걸론 안 끝나.
에너지 공급선?
응, 전에 파파샤가 굴착기 몰다 하나 끊어버린 적 있었잖아.
......
그거 파파샤 짓이었구나...
음... 괜히 말했나?
아니, 체스 마스터.
다시 한번 고민하던 RO635가 눈을 번쩍이더니, XM8의 어깨를 탁 쳤다.
어떻게 탑에 오를지 떠올랐어.
아베르누스의 강당.
몰리도와 그레이는 휘청이다시피 걸어 들어와, 대기 중의 먼지를 잔뜩 휘저었다.
아... 몰리도 언니, 그레이 언니.
돌아오셨습니까.
문앞의 니토가 그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존댓말을 쓰면서도 무척이나 무덤덤한 어조였고, 몸이 만신창이인 그들을 보면서도 제자리에 선 채로 꿈쩍하지 않았다.
...넌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네메아란 언니께서 해충을 박멸하겠다 하시어, 방금 신호 차폐장을 가동했습니다.
네메아란이 널 보냈다고...? 너, 이름이 뭐야?
저는 애슐리입니다, 몰리도 언니.
틸이 아직 저 아래에 있어. 지원이 필요해.
......
내 말 안 들려?
그레이, 기다려 봐.
네메아란은 항상 뒷일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니까.
몰리도는 약간 위험한 눈초리를 깜빡이며 애슐리를 노려봤다.
몰리도 언니, 제가 수복실로 모시겠습니다.
애슐리가 다가와 부축하려 하자, 몰리도는 그녀를 툭 밀쳐냈다.
필요없어, 아버님을 뵙게 해 줘.
예...?
죄송합니다만, 그런 명령은 받지 못했습니다.
가서... 네메아란한테 전해.
"그 언니"를 만난 건 나니까, 그녀에 관한 정보는 오직 나만이 제공할 수 있다고.
네가 이해 못해도 상관없어, 그냥 지금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기만 하면 돼. 명심해, 아버님께도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애슐리는 공손히 몸을 숙이고, 천천히 뒤로 돌아 어디론가 향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몰리도는 입술을 깨물며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을 억눌렀다.
이것은 목숨을 건 도박이다.
그리고 이 도박에, 그녀는 마지막 승부수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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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부유검의 포격이 일으킨 먼지구름이, 블랙존의 녹색 안개와 뒤섞여 인형들의 모습을 가렸다.
빌어먹을... <size=50>이리저리! 이리저리! 이리저리!</size>
<size=50>이리저리 뛰어다니지 말라고!!!</size>
콰앙!!
먼지구름과 안개를 연막 삼으면서, 모나 일행은 침착하게 나르시스와 거리를 벌렸다.
이를 깨달은 나르시스는 성질을 내며 부유검을 날렸다.
쉬익!!
물론, 목표가 보이지 않으니 마구잡이로 던질 뿐이었다.
결국 예리하고 신속한 부유검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왔다.
<size=50>제기라아아아알!!!</size>
부아가 치밀어 오른 나르시스는 자리를 박차고 쫓아가려 했지만, 뒤에서 틸이 쉰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만둬라, 나르시스.
닥치라 했지 폐급!
전투 타입이 그 꼬라지로 잘도 입을 여네?
무슨 자격이 있다고 나한테 명령이야!
...그런 뜻이 아니다.
놈들은 이미 상당한 부상을 입어 한동안 재정비해야만 할 터다. 시간은 벌었으니, 놈들을 쫓기보단 먼저 할 일을 해야 해.
몰리도... 몰리도 언니에게 네가 필요하다. 그녀는 지금 부상이 심각한데, 어서 가봐야 하지 않겠나?
......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르시스는 틸의 말에 설득됐는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추격하려던 자세를 풀었다.
언니 때문만 아니었으면...
나르시스는 아쉬워하며 뒤로 돌아 틸을 덥석 잡고는, 그대로 질질 끌고 중얼거리면서 뒤편의 초소로 향했다.
네가 언니 도와주느라 그 한심한 꼴 된 거만 아니었어도, 너 따위...
윽...
초소에 마련된 비행기에 중상인 틸을 난폭하게 던져 넣고, 나르시스도 조종석에 올랐다.
하지만 미련이 남는지, 인형들이 도망친 방향을 보며 불같이 성질을 냈다.
다음에 보면 다 죽여버릴 거야... 다 으깨버리겠어!!
화풀이하듯 조종간의 레버를 콱 밀며, 나르시스는 비행기를 몰아 안개가 짙은 하늘로 날아갔다.
한편, 적이 추격해 오지 않음을 확인한 질소와 철분 팀은 도주를 멈췄다.
게이저는 즉시 자가 수복을 했다.
저 화력... 덩치에 비해 터무니없군.
아니 대체 뭐래 그 무시무시한 전투력은?! 괴물이야!?
...같은 지능 떨어지는 전투 타입인데, 왜 이리 차이가 나는지.
그러게 말<size=55>이번엔 안 넘어가! 지금 나 욕하는 거지!!</size>
아니 그보다 난 전투 타입 아니거든!?
모두 무사합니까?
응, 나 별로 안 다쳤어.
나도 임무 속행에 지장 안 가.
다행이<size=50>야 너 머리에 토끼귀가 없는데?!</size>
그건 신호 추적기야. 필요하면 내 신호로 위장할 수 있어.
마침 아까 그 비행기 지나칠 때 놈들이 그거 타고 소굴로 돌아갈 거라 생각해서 안에다 하나 몰래 넣었지.
다른 한 쪽은?
...외관상의 문제로 같이 뗐어.
외관상의 문제...?
아 몰라도 돼!
회의실에서 호출이 들어왔다.
이건... 긴급 통신 요청?
RO635 일행은 소리 없이 패러데우스의 초소를 점령했다.
주위를 정리한 후, RO635와 UMP45는 초소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필요한 정보를 수색했다.
보안 시스템이 영 허술한걸? 아예 거저로 우리한테 정보를 갖다 바치는 꼴이야.
XM8, 초소 배치도를 찾았어.
어디, 다시 실력 발휘 좀 해볼까~
XM8은 RO635가 공유한 배치도를 분석하며, 그 위로 선을 그어댔다.
수많은 직선들이 초소가 위치한 지점에서 출발해, 아무것도 없는 공백으로 뻗어나갔다.
직선과 직선들은 교차하며 점을 만들었고, 그중 직선이 가장 많이 교차한 점은...
가까워, 아주 가까워... 여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
RO635가, 그 시커먼 점을 가리켰다.
흥분 탓인지 긴장 탓인지, 목소리도 약간 떨렸다.
여기가 분명해. 이 지점으로 가자.
인형들은 지도에서 찾아낸 그 점의 위치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초소도, 다른 건물도, 패러데우스도 없었다.
엥... 아무것도 없는데?
......
헤이 체스 마스터, 혹시 계산 잘못한 거 아니야?
아, 아니야! 내 계산이 잘못됐을 리 없다구!
일행의 초조한 목소리가 광활한 평지에 울려퍼졌다.
흐음... 혹시 지하 기지 아닐까? 팔디스키처럼.
그 가능성은 낮아. 이런 지질로 그런 굴착 작업은 불가능해.
RO635가 증명하듯 발을 몇 번 굴렀다. 이 일대의 지면은 거의 대부분이 매우 단단한 암석으로 뒤덮여 있었다.
수색해볼까?
아뇨, 지형이 너무 탁 트였어요. 적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바로 발각되고 말 거예요.
일단은 질소와 철분 팀에게......?
SOP2? 너 거기서 뭐해?
통신 요청을 하려던 RO635의 눈에, 녹색이 감도는 물웅덩이 앞에 쪼그려 앉은 SOP2가 들어왔다.
여기만 색깔이 더 어두워.
오염도가 달라서 그런 거 아니야?
모르겠어...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두운 부분도 같이 움직여.
나도 보자.
RO635도 다가가 보니, 확실히 SOP2의 말대로 물웅덩이의 한 부분만 색깔이 좀 더 짙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수질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비쳐 보이는 것이었다.
이를 깨달은 RO635의 고개가 저절로 들어졌다.
......?!
드물게 얼빠진 표정을 짓는 RO635를 따라, SOP2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시선을 하늘로 들었다.
그리고――
우와... <size=50>우와아아아!!!</size>
저... 저게 뭐지?!
...저런 게 어디서 잘 나오더라? 신화? 괴담?
하나둘씩 고개를 든 인형들의 시선은 모두 저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물체로 향했다.
탑이었다.
정확히는, 토대가 서로 이어진 두 개의 검은 거탑이었다.
중력을 완전히 거스르며 그 위용을 자랑하는 두 거탑이 하늘 높이 떠 있었고, 표면의 금속 질감은 멀리서도 엄청난 압박감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 두 탑 사이로 은은하게 빛나는 달이, 경이롭다 못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멋지다아...
기적이란 수식어로도 부족한 저 불가사의한 경관에, SOP2는 넋을 잃고 감탄했다.
RO635도 겨우 제정신을 차리고, 아이네이아스의 채널로 긴급 통신 요청을 송신했다.
......
통신 연결 - 질소, 철분.
통신 연결 실패 - 지휘관.
...큰일이다.
왜 그래?
지휘관님이랑 연락이 안 돼...
댄들라이가 또 장난치나?
잠깐만, 내가 검사해볼게.
UMP45가 급히 네트워크의 상태와 통신 상황을 검사했다.
쯧... 아이네이아스 회의실 내부 채널은 멀쩡한데, 외부와의 연결이 끊겼어.
모나, 내 말 들려?
<color=#00CCFF>잘 들립니다. 그런데 외부와의 연결이 끊어졌다뇨?</color>
<color=#00CCFF>거 되게 심상찮은데... 발각된 거 아니야?</color>
아니, 만약 우리의 위치가 발각됐다면 지금쯤 패러데우스의 병력이 물밀듯이 몰려왔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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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잠깐, 벌써 그렇게 결론 내리면 안 되지!
......
고민하던 RO635는 이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빛은 정면으로 곧게 향해, 맞은편의 모나와 마주쳤다.
작전은 속행합니다.
응,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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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분명 패러데우스의 신호 차폐망 때문이에요. 이 타이밍에 저런다는 것은 우리가 목표 지점에 매우 가까워졌고, 그들도 우리의 존재를 위협적으로 여긴다는 뜻입니다.
만약 여기서 물러난다면, 첫째로 철수 도중 놈들이 추격해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고, 둘째로 수지타산에 안 맞습니다. 다음에 다시 여기로 들어오려면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뤄야 할 거예요.
<color=#00CCFF>......</color>
그리고, 처음부터 우리는 추가적인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을 상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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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현실이지만... 여러분 모두, 출발하기 전에 그 정도의 각오는 했다 믿습니다.
<color=#00CCFF>무슨 일이 있어도 임무를 속행하겠다... 흔들림 없는 결의군요.</color>
네. 이건 여유 있는 시도가 아닙니다. 우리의 모든 것을 건 도박이에요.
RO635의 결정으로 인한 결과를 예상하는 듯, 아이네이아스 회의실은 침묵에 빠졌다.
생사랑 지원 유무는 다 차치하고, 나 질문 있어.
저기 어떻게 올라갈 거야?
......
임무 속행도 좋은데, 일단 저 탑을 올라가야 하잖아. 문제는 저거 공중에 덩그러니 떠 있다고.
XM8이 상공의 거탑을 가리키며 물었다. 확실히, 그냥 등반하기엔 지면으로부터 떠 있는 높이가 상당히 높았다.
게다가 탑과 지상을 잇는 것이라곤 굵은 파이프 몇 가닥뿐이었다.
오, 저기 파이프 잔뜩 있네! 별수없음 그냥 저거 타고 오르면 돼!
으엑... 난 못해!
저거 암만 봐도 에너지 공급선 같은데? 저거 타고 오르다 끊어지거나 하면 큰일나는 걸론 안 끝나.
에너지 공급선?
응, 전에 파파샤가 굴착기 몰다 하나 끊어버린 적 있었잖아.
......
그거 파파샤 짓이었구나...
음... 괜히 말했나?
아니, 체스 마스터.
다시 한번 고민하던 RO635가 눈을 번쩍이더니, XM8의 어깨를 탁 쳤다.
어떻게 탑에 오를지 떠올랐어.
아베르누스의 강당.
몰리도와 그레이는 휘청이다시피 걸어 들어와, 대기 중의 먼지를 잔뜩 휘저었다.
아... 몰리도 언니, 그레이 언니.
돌아오셨습니까.
문앞의 니토가 그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존댓말을 쓰면서도 무척이나 무덤덤한 어조였고, 몸이 만신창이인 그들을 보면서도 제자리에 선 채로 꿈쩍하지 않았다.
...넌 여기서 뭘 하고 있지?
네메아란 언니께서 해충을 박멸하겠다 하시어, 방금 신호 차폐장을 가동했습니다.
네메아란이 널 보냈다고...? 너, 이름이 뭐야?
저는 애슐리입니다, 몰리도 언니.
틸이 아직 저 아래에 있어. 지원이 필요해.
......
내 말 안 들려?
그레이, 기다려 봐.
네메아란은 항상 뒷일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니까.
몰리도는 약간 위험한 눈초리를 깜빡이며 애슐리를 노려봤다.
몰리도 언니, 제가 수복실로 모시겠습니다.
애슐리가 다가와 부축하려 하자, 몰리도는 그녀를 툭 밀쳐냈다.
필요없어, 아버님을 뵙게 해 줘.
예...?
죄송합니다만, 그런 명령은 받지 못했습니다.
가서... 네메아란한테 전해.
"그 언니"를 만난 건 나니까, 그녀에 관한 정보는 오직 나만이 제공할 수 있다고.
네가 이해 못해도 상관없어, 그냥 지금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기만 하면 돼. 명심해, 아버님께도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애슐리는 공손히 몸을 숙이고, 천천히 뒤로 돌아 어디론가 향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몰리도는 입술을 깨물며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을 억눌렀다.
이것은 목숨을 건 도박이다.
그리고 이 도박에, 그녀는 마지막 승부수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