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오르기
"나를 거쳐 번뇌의 성으로, 나를 거쳐 극락의 탑으로, 나를 거쳐 버림받은 자들 사이로 갈지어니."
......
수술대 위에 누운 몰리도는, 겨우 붙어있는 숨도 죽여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저 남자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한 가늘고 말끔한 손이 다소 낡은 축음기를 켜, 바늘을 레코드판에 올렸다.
그러자, 잔잔하고 우아한 음악이 좁은 방의 정적을 깼다.
그 길고 가는 손은, 이번엔 매끄럽고 반짝이는 수술칼을 집었다.
...아버님.
쉬잇.
남자는 검지를 입술에 대며, 약간 불쾌해하는 투로 몰리도의 말을 끊었다.
눈앞에서 예리한 칼날이 흔들려 반사되는 빛은, 천하의 몰리도도 오한이 들게 했다.
스윽...
매우 얇은 칼날이 그녀의 살갗을 베었고, 차가운 촉감과 따뜻한 혈액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렀다.
네메아란이 말하길... 내게 아주 중요한 보고를 해야 한다며?
남자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사근사근해, 지금 하는 동작도 다정하게 쓰다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시간 낭비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
꿀꺽...
몰리도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그녀에게 있어, 이것은 터무니없는 도박이었다.
터무니없지만, 절대 질 리가 없는 도박.
...루니샤.
......
예리한 수술칼의 끝이 몰리도의 뺨 위에서 멈췄다. 베인 상처에서는 계속 피가 새어나왔지만, 칼에는 단 한 방울도 묻지 않았다.
...그 이름, 어디서 들었어.
본인에게서요, 아버님.
몰리도는 마음속 두려움을 억눌러, 최대한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했다.
제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세요.
......
승부수를 띄우고자, 몰리도는 마지막 힘까지 짜내 방의 홀로그램 장치에 연결했다.
익숙한 정원에, 흐릿한 두 사람이 서로 어깨를 기대어 앉아 있었다.
이 정원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매일같이 날 보러 와 주고...
콜록... 미안, 내 몸이 좀 더 건강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 해야 할 연구가 있지?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렴.
우린 여기에 잠시 피난을 온 거란다. 일이 진정되면 아버님께서 우리를 데리러 오실 거야.
그가 몰리도의 뺨을 때렸고, 홀로그램의 재생도 멈췄다.
이건 네가 봐도 되는 것이 아니야!
몰리도는 바로 말하지 않았다.
언제든지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칼날이, 이젠 그녀의 목에 닿았고, 피가 한 방울씩 흘러내렸다.
...물론이죠.
그레이 앞에서 호언장담했지만, 역시 몰리도는 지금 긴장감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몰리도의 생사는, 지금 눈앞에 있는 "그"의 기분에 달렸다.
다만, 그분과 직접 대화도 했답니다... 그것도 여러 번이요.
.......누나...
남자는 중얼거리면서 몰리도의 얼굴에서 손을 뗐다.
머릿속에 오만가지가 스치는 듯, 남자는 아주 잠깐의 시간임에도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아직 거기에 있어?
남자가 환희를 감추지 못하는 표정을 보이자, 몰리도는 깊게 숨을 마시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
안타깝게도, 얼마 안 가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분과 다시 만날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남자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전에, 몰리도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러자 남자는 몰리도의 머리채를 잡고, 협박하든 그녀의 두 눈을 노려봤다.
......
몰리도는 다시 숨을 죽이고, 그의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
한참의 침묵 끝에, 남자의 손이 서서히 풀렸다.
...절대 남들은 알지 못하게 해.
...예.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남자는 뒤의 하얀 니토를 흘겨보며 말을 내뱉었다.
개조실로 보내. 나도 몇 분 뒤에 갈 테니까.
...영광으로 알아, 오랜만에 내가 직접 집도하는 거다.
아버님의 자비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몰리도는 그 니토에게 거의 끌려가듯 방에서 나갔다.
힘없이 떨군 고개는 머리카락으로 가려졌다.
아무도, 그녀의 미소를 보지 못했다.
...그게 당신의 소망이라면, 이뤄드리죠.
개조실로 보내지는 몰리도는 눈을 감고, 연민으로 가득한 "M4A1"의 얼굴을 미소와 함께 마주봤다.
삑.
응... 여기가 마지막...!
손 안의 맵핑 장치를 끈 뒤 조심조심 배전함의 경보 케이블을 자른 XM8은 입에 칼을 물고 폭탄을 붙였다.
페르시카 씨 진짜 대단하네... 이 쬐끄만 기계가 에너지 공급소의 지형까지 시뮬레이션해 주다니.
현실적으로, 그녀 혼자서 저런 거대한 시설의 에너지 공급소를 통째로 마비시키기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페르시카가 제공한 펄스 폭탄을 이용하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었다.
......
......!
순찰자의 발걸음 소리에 XM8은 부리나케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다.
니토가 이끄는 하얀 병사들의 무리는 질서정연하게 지정된 순찰 방향으로 행진했고, 긴장감에 코어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만 같은 XM8은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다가 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들키는 즉시 끝장이야.
에너지 공급소의 경비는 예상보다 훨씬 삼엄했다.
......
그녀가 다시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했다.
설치한 첫번째 폭탄이 터지기까지, 채 5분도 안 남았다.
여기는 체스 마스터. 5분 후 임무 개시, 이상.
우산 수신.
"됐다."
XM8은 깊게 심호흡했다.
폭발은 그저 시작일 뿐. 그녀는 5분 뒤부터 이곳을 세상에 둘도 없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온힘을 다해 자리를 사수해야만 한다.
역사에 길이 남을, 전술인형 XM8 최고의 명경기가 될 것이다.
아베르누스의 강당.
잔잔한 찬송가가 공중에 흘렀다.
나를 거쳐 번뇌의 성으로,
나를 거쳐 극락의 탑으로,
나를 거쳐 버림받은 자들 사이로 갈지어니.
두 태양은 각자 서로 다른 두 길을 밝히니,
속세로의 길과, 자애로운 아버지로의 길.
신전은 마굴로 변하고, 천칭은 죄악으로 물들어 피를 채우는 제단이 되었도다.
복수의 여신은 보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갈라, 자신의 심장을 두드리며 날카롭게 외치노라.
......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 올바른 길을 잃으니,
천국에서 지옥으로 이끌려 내려간다.
그대 태어났을 때 나는 아직 세상을 떠나지 않았으나,
그대 받은 고통 나의 기억에서 지워졌나니.
우리는 함께하리라. 천국도 지옥도 아닌 곳에서, 저주도 축복도 받지 아니하매. 나는 죽지도 아니하고, 살아있지도 아니하다.
내리쬐는 빛이 감싸는 마성적인 조각상을 앞에 두고, 네메아란의 지도를 따르는 니토들은 경건한 성가대처럼 기도문을 한 소절씩 읽기를 반복했다.
그 난폭한 나르시스마저도 이 때만큼은 얌전했다.
방해와 실례를 불허하는, 신성한 시간이었다.
......
니토들이 찬송하는 가운데, 네메아란이 슬쩍 시선을 들어 위의 나선 계단을 바라봤다.
때마침 피투성이인 몰리도가 니토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살아남았구나.
아버님의 자비로 살아남았구나...
다시 시선을 돌려, 네메아란은 눈앞의 조각상을 주시했다.
머리 없는 여신상은, 오늘도 변함없이 찬란한 빛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비로운 아버지시어, 저희에게——
쿠웅.
갑자기, 불길한 소음이 기도하는 소리를 끊었다.
검고 하얀 니토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공허한 눈으로 어두워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경보? 무슨 일이지?
흠... 에너지 공급소네.
언니...!
플랫폼에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나르시스.
후우우... 흐햐하하하하하핫!!
심심해 죽는 줄 알았어!
네메아란의 허락이 떨어지자, 진작부터 좀이 쑤시던 나르시스가 가면을 홱 벗어던지고 평소와 같은 광소 어린 표정을 드러내며 강당을 뛰쳐나갔다.
삐이.
얼마 안 가 자동으로 예비 전원으로 전환되어 경보는 멎었고, 강당도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긴장 말거라.
네메아란의 한마디에, 웅성이던 니토들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다 예상했던 일이란다... 설마 그 눈엣가시인 벌레들이 아무 짓도 않고 우리 주위를 날아다니기만 할 줄 알았니?
......
사전에 내가 감지한 것은 총 열넷.
에너지 공급소에 나타난 것은...
스르륵——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니토의 컨셔스 파노라마 속에 "전술인형 XM8"의 정보가 나타났다.
소체 모델명부터 각인 무기, 전투 스타일, 복무 이력... 말 그대로, 모든 정보가.
당황하지 말아라.
저것은 그저 광대에 지나지 않으니.
네메아란이 옆을 흘겨보며 손짓했다.
그러자, 한쪽에서 대기 중이던 하얀 니토가 곧장 다가와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다.
예비 전원은 1시간 동안 유지된다.
벌레들을 잡고 전원을 복구하고도 남을 시간이니, 사람을 보내거라.
예,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그리고, 벌레를 잡고 나면 거기 있는 것들은 전부 물갈이하려무나.
우리는 쓰레기를 기르지 않아.
예.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그야 당연하지.
그레이를 보는 네메아란의 눈빛은 경멸 그 자체였다.
나머지 벌레들은... 보이는 즉시 내게 보고하거라.
바로 정보를 공유할 테니.
네메아란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단 한 명만 남기고, 모조리 죽여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레이, 어쩌면 이번이 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단다.
소중히 하거라.
......
그레이는 눈을 감았다.
수복 캡슐 안에 가만히 누운, 거의 투명할 정도로 창백한 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틸...
그녀는 나지막이 읊조리며, 강당을 나섰다.
불쌍하기도 하지이...
그건 그렇고...
누가 멈춰도 된다 했지?
......!
네메아란의 호통에, 임무를 받지 않은 하급 니토들은 허겁지겁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탑 바깥의 플랫폼 위, 피바람을 일으킬 혈투가 곧 막을 올리려 했다.
아베르누스 외부, 토대 위의 플랫폼.
기계 장치에 고정된 태엽 인형처럼, 니토들은 공허한 눈으로 정해진 순찰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
점령당한 초소에 비행기가 몇 대 있지?
아직 상황 동기화가 불가능해 여전히 파악하는 중이나, 최소 6대입니다. 다만 일부가 파손됐음은 확인되었습니다.
......
침입자들이 탑을 오를 것이라 봅니까?
스스로 죽는 길을 택할 리가 없지.
하얀 니토의 목소리는 약간 깔보는 투였다.
하지만 알아서 와 준다면 더할 나위 없어.
아베르누스의 비밀은 절대 밖으로 흘러나가서는 안 돼. 침입자들이 오지 않더라도, 언니들은 그들이 우리의 비밀을 가지고 돌아가게 하지 않을 거야.
......
검은 니토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말 말을 이해했는지는 하얀 니토의 눈에도 의심스러웠다.
순찰은 끝났어?
예. 금일의 제327회 순찰, 이상 없습니다.
그럼——
이상 없음을 확인한 하얀 니토가 뒤돌아 떠나려던 그때였다.
덥썩.
플랫폼의 끝자락에서 웬 팔이 뻗어 나와, 검은 니토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대로 플랫폼 아래의 허공으로 던져졌다.
——!?
이를 목격한 하얀 니토도 곧장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눈부신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예리한 빛의 기둥이 바닥에서 솟아나 그녀의 목을 꿰뚫었다.
빛의 기둥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하얀 니토는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쓰러져 플랫폼 아래로 사라졌다.
그렇게 보는 눈이 사라진 뒤에야, 검은색의 두 형체가 플랫폼을 기어 올랐다.
토대 등반 성공.
헤엑... 헤엑... 싸우기도 전에 힘들어 죽겠네... 아 왜 우리는 맨손으로 기어 올라와? 쟤네는 비행기 타고 슝슝 날아가는데!
잔말 말고 움직여.
어휴... 뭐, 일은 해야지♪
아키텍트는 씨익 웃으며 로켓 발사기에 탄약을 장전했다.
유니콘, 여기는 철분. 다 올라왔어.
이제 시작한다――!
콰아앙――!!
적습――?!
타타타타탕!!
플랫폼 위를 순찰하던 니토들이 기습에 허둥지둥 반격하려 했지만, 먼저 소나기 같은 총탄 세례가 먼저 그들의 몸을 찢어발겼다.
...유니콘 수신. 답하기 전에 쏘지 마 이 멍청아.
1시 방향 적군의 전멸을 확인.
오우 예에~ 아무렴 어때, 어차피 결과는 다 똑같은데! 아하하핫!!
엄폐한다.
맹렬하게 포화를 쏟아낸 두 인형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수송 차량 뒤에 숨어 엄폐물로 삼았다.
콰아앙!!
폭발로 솟구치는 불꽃을 배경으로, 둘은 서로 등을 맞대고 무기를 고쳐쥐었다.
그래 보이네.
아무튼 우산과 질소는 잠입 개시했어. 잘 버텨.
기대하라고, 저놈들 시선을 모조~리 우리한테서 못 떼게 만들어 줄 테니까!
방심 말고 집중해라!
첫 기습 공격에는 허둥지둥댔지만, 얼마 안 가 침착해진 패러데우스의 병사들은 두 침입자의 위치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냉철한 철혈과 이상한 철혈은 안색 하나 안 바꾸고 손에 들린 중화기로 다시 무자비하게 포격 세례를 퍼부었다.
플랫폼 위의 중화기부터 파괴해라!
우리가 조금이라도 우세를 점하려면 그 수밖에 없어!
OK――!!
아키텍트가 입술을 낼름 핥으며 로켓 발사기를 높이 조준했다.
그리고 한 차례 포화를 뿜어낸 다음 그녀가 노린 목표는...
적 병사도 아니고, 비행기도 아니었다.
쾅!
콰앙!!
콰아앙!!!
어딜 쏘는 거야?!
그야 탑의 출입구지, 보면 몰라?
저기 박살내면 증원이 무진장 곤란해질 거 아니야!
......!
게이저가 따지기도 전에, 수송 차량용 통로 하나가 아키텍트의 정신 나간 포격에 무너졌다.
그 아래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하얀 병사들과 니토들은 그대로 철근과 콘크리트 더미에 파묻혔다.
헤헹~ 이걸로 한 5분은 더 벌었겠지?
너 진짜...
철분 보고, 토대 위 플랫폼에서 상급 니토가 관측되지 않음.
유니콘 수신. 그래도 방심하진 마.
탑 내부에도 비행기가 없을 리가 없어.
적의 증원이 금방 도착할 거야.
어느 상급 니토가 거기로 갈 거 같아?
틸이든 그레이든 대항할 방법이야 있다.
브라메드도 논할 필요가 없지. 전자전에 당할 만큼 우리는 나약하지 않아.
아하핫, 그럼 꽝이 걸리질 않길 기도해야겠네~
운에는 자신있는 인형한테 뭐가 어쩌고 어째?
그리고 놈들이 위에서 내려오면 착지하기도 전에 내가 맞춰――
콰아아앙!!!
지지직...
아키텍트의 포탄보다 수백 배는 더 요란한 폭발로, 통신에 노이즈가 꼈다.
...헐?
크윽...!
...철분, 응답해. 무슨 일이야?
......
출입구를 봉쇄한 잔해 더미와 금속 파편들이 폭발의 충격파로 사방으로 튀어, 게이저와 아키텍트를 에워쌌던 하얀 병사들과 니토들을 찢어버렸다.
그들은 설마 칩입자와 맞서는 중 뒤에서 공격이 날아올지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허나 그것은 두 철혈 인형들의 공격도, 미리 구상했던 계획도 아니었다. 단지 "그것"이, 거슬리는 장애물을 치웠을 뿐이었다.
......상급 니토가 출현.
철컥.
로켓 발사기와 보우건을 동시에 재장전하며, 두 철혈 인형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것"에게 몸을 돌렸다.
벌써?!
누군데? 틸? 그레이? 아님 브라메드?
턱.
내앰새애... 더러운 쓰레기 냄새...
탑의 입구 아래 내리막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왜소한 몸집의 니토가, 혼돈의 도가니가 된 플랫폼을 주욱 훑어봤다.
그리고 살의 가득한 시선을, 서로 등을 맞댄 두 철혈 인형들에게 고정했다.
너희구나? 언니의 휴식 시간을 방해하는 버러지가.
...나르시스다.
전체 대사 보기 (199줄)
......
수술대 위에 누운 몰리도는, 겨우 붙어있는 숨도 죽여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저 남자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한 가늘고 말끔한 손이 다소 낡은 축음기를 켜, 바늘을 레코드판에 올렸다.
그러자, 잔잔하고 우아한 음악이 좁은 방의 정적을 깼다.
그 길고 가는 손은, 이번엔 매끄럽고 반짝이는 수술칼을 집었다.
...아버님.
쉬잇.
남자는 검지를 입술에 대며, 약간 불쾌해하는 투로 몰리도의 말을 끊었다.
눈앞에서 예리한 칼날이 흔들려 반사되는 빛은, 천하의 몰리도도 오한이 들게 했다.
스윽...
매우 얇은 칼날이 그녀의 살갗을 베었고, 차가운 촉감과 따뜻한 혈액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렀다.
네메아란이 말하길... 내게 아주 중요한 보고를 해야 한다며?
남자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사근사근해, 지금 하는 동작도 다정하게 쓰다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시간 낭비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
꿀꺽...
몰리도는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그녀에게 있어, 이것은 터무니없는 도박이었다.
터무니없지만, 절대 질 리가 없는 도박.
...루니샤.
......
예리한 수술칼의 끝이 몰리도의 뺨 위에서 멈췄다. 베인 상처에서는 계속 피가 새어나왔지만, 칼에는 단 한 방울도 묻지 않았다.
...그 이름, 어디서 들었어.
본인에게서요, 아버님.
몰리도는 마음속 두려움을 억눌러, 최대한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했다.
제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세요.
......
승부수를 띄우고자, 몰리도는 마지막 힘까지 짜내 방의 홀로그램 장치에 연결했다.
익숙한 정원에, 흐릿한 두 사람이 서로 어깨를 기대어 앉아 있었다.
이 정원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매일같이 날 보러 와 주고...
콜록... 미안, 내 몸이 좀 더 건강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 해야 할 연구가 있지?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렴.
우린 여기에 잠시 피난을 온 거란다. 일이 진정되면 아버님께서 우리를 데리러 오실 거야.
그가 몰리도의 뺨을 때렸고, 홀로그램의 재생도 멈췄다.
<size=50>이건 네가 봐도 되는 것이 아니야!</size>
몰리도는 바로 말하지 않았다.
언제든지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칼날이, 이젠 그녀의 목에 닿았고, 피가 한 방울씩 흘러내렸다.
...물론이죠.
그레이 앞에서 호언장담했지만, 역시 몰리도는 지금 긴장감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몰리도의 생사는, 지금 눈앞에 있는 "그"의 기분에 달렸다.
다만, 그분과 직접 대화도 했답니다... 그것도 여러 번이요.
.......누나...
남자는 중얼거리면서 몰리도의 얼굴에서 손을 뗐다.
머릿속에 오만가지가 스치는 듯, 남자는 아주 잠깐의 시간임에도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아직 거기에 있어?
남자가 환희를 감추지 못하는 표정을 보이자, 몰리도는 깊게 숨을 마시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
안타깝게도, 얼마 안 가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분과 다시 만날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남자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전에, 몰리도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러자 남자는 몰리도의 머리채를 잡고, 협박하든 그녀의 두 눈을 노려봤다.
......
몰리도는 다시 숨을 죽이고, 그의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
한참의 침묵 끝에, 남자의 손이 서서히 풀렸다.
...절대 남들은 알지 못하게 해.
...예.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남자는 뒤의 하얀 니토를 흘겨보며 말을 내뱉었다.
개조실로 보내. 나도 몇 분 뒤에 갈 테니까.
...영광으로 알아, 오랜만에 내가 직접 집도하는 거다.
아버님의 자비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몰리도는 그 니토에게 거의 끌려가듯 방에서 나갔다.
힘없이 떨군 고개는 머리카락으로 가려졌다.
아무도, 그녀의 미소를 보지 못했다.
...그게 당신의 소망이라면, 이뤄드리죠.
개조실로 보내지는 몰리도는 눈을 감고, 연민으로 가득한 "M4A1"의 얼굴을 미소와 함께 마주봤다.
삑.
응... 여기가 마지막...!
손 안의 맵핑 장치를 끈 뒤 조심조심 배전함의 경보 케이블을 자른 XM8은 입에 칼을 물고 폭탄을 붙였다.
<color=#A9A9A9>페르시카 씨 진짜 대단하네... 이 쬐끄만 기계가 에너지 공급소의 지형까지 시뮬레이션해 주다니.</color>
현실적으로, 그녀 혼자서 저런 거대한 시설의 에너지 공급소를 통째로 마비시키기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페르시카가 제공한 펄스 폭탄을 이용하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었다.
......
......!
순찰자의 발걸음 소리에 XM8은 부리나케 엄폐물 뒤로 몸을 숨겼다.
니토가 이끄는 하얀 병사들의 무리는 질서정연하게 지정된 순찰 방향으로 행진했고, 긴장감에 코어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만 같은 XM8은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다가 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color=#A9A9A9>들키는 즉시 끝장이야.</color>
에너지 공급소의 경비는 예상보다 훨씬 삼엄했다.
......
그녀가 다시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했다.
설치한 첫번째 폭탄이 터지기까지, 채 5분도 안 남았다.
여기는 체스 마스터. 5분 후 임무 개시, 이상.
<color=#00CCFF>우산 수신.</color>
"됐다."
XM8은 깊게 심호흡했다.
폭발은 그저 시작일 뿐. 그녀는 5분 뒤부터 이곳을 세상에 둘도 없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온힘을 다해 자리를 사수해야만 한다.
역사에 길이 남을, 전술인형 XM8 최고의 명경기가 될 것이다.
아베르누스의 강당.
잔잔한 찬송가가 공중에 흘렀다.
나를 거쳐 번뇌의 성으로,
나를 거쳐 극락의 탑으로,
나를 거쳐 버림받은 자들 사이로 갈지어니.
두 태양은 각자 서로 다른 두 길을 밝히니,
속세로의 길과, 자애로운 아버지로의 길.
신전은 마굴로 변하고, 천칭은 죄악으로 물들어 피를 채우는 제단이 되었도다.
복수의 여신은 보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갈라, 자신의 심장을 두드리며 날카롭게 외치노라.
......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 올바른 길을 잃으니,
천국에서 지옥으로 이끌려 내려간다.
그대 태어났을 때 나는 아직 세상을 떠나지 않았으나,
그대 받은 고통 나의 기억에서 지워졌나니.
우리는 함께하리라. 천국도 지옥도 아닌 곳에서, 저주도 축복도 받지 아니하매. 나는 죽지도 아니하고, 살아있지도 아니하다.
내리쬐는 빛이 감싸는 마성적인 조각상을 앞에 두고, 네메아란의 지도를 따르는 니토들은 경건한 성가대처럼 기도문을 한 소절씩 읽기를 반복했다.
그 난폭한 나르시스마저도 이 때만큼은 얌전했다.
방해와 실례를 불허하는, 신성한 시간이었다.
......
니토들이 찬송하는 가운데, 네메아란이 슬쩍 시선을 들어 위의 나선 계단을 바라봤다.
때마침 피투성이인 몰리도가 니토 두 명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color=#A9A9A9>살아남았구나.</color>
<color=#A9A9A9>아버님의 자비로 살아남았구나...</color>
다시 시선을 돌려, 네메아란은 눈앞의 조각상을 주시했다.
머리 없는 여신상은, 오늘도 변함없이 찬란한 빛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비로운 아버지시어, 저희에게——
쿠웅.
갑자기, 불길한 소음이 기도하는 소리를 끊었다.
검고 하얀 니토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공허한 눈으로 어두워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경보? 무슨 일이지?
흠... 에너지 공급소네.
언니...!
플랫폼에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나르시스.
후우우... 흐햐하<size=50>하하하하핫!!</size>
<size=50>심심해 죽는 줄 알았어!</size>
네메아란의 허락이 떨어지자, 진작부터 좀이 쑤시던 나르시스가 가면을 홱 벗어던지고 평소와 같은 광소 어린 표정을 드러내며 강당을 뛰쳐나갔다.
삐이.
얼마 안 가 자동으로 예비 전원으로 전환되어 경보는 멎었고, 강당도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긴장 말거라.
네메아란의 한마디에, 웅성이던 니토들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다 예상했던 일이란다... 설마 그 눈엣가시인 벌레들이 아무 짓도 않고 우리 주위를 날아다니기만 할 줄 알았니?
......
사전에 내가 감지한 것은 총 열넷.
에너지 공급소에 나타난 것은...
스르륵——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니토의 컨셔스 파노라마 속에 "전술인형 XM8"의 정보가 나타났다.
소체 모델명부터 각인 무기, 전투 스타일, 복무 이력... 말 그대로, 모든 정보가.
당황하지 말아라.
저것은 그저 광대에 지나지 않으니.
네메아란이 옆을 흘겨보며 손짓했다.
그러자, 한쪽에서 대기 중이던 하얀 니토가 곧장 다가와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다.
예비 전원은 1시간 동안 유지된다.
벌레들을 잡고 전원을 복구하고도 남을 시간이니, 사람을 보내거라.
예,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그리고, 벌레를 잡고 나면 거기 있는 것들은 전부 물갈이하려무나.
우리는 쓰레기를 기르지 않아.
예.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그야 당연하지.
그레이를 보는 네메아란의 눈빛은 경멸 그 자체였다.
나머지 벌레들은... 보이는 즉시 내게 보고하거라.
바로 정보를 공유할 테니.
네메아란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단 한 명만 남기고, 모조리 죽여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레이, 어쩌면 이번이 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단다.
소중히 하거라.
......
그레이는 눈을 감았다.
수복 캡슐 안에 가만히 누운, 거의 투명할 정도로 창백한 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틸...
그녀는 나지막이 읊조리며, 강당을 나섰다.
불쌍하기도 하지이...
그건 그렇고...
<size=50>누가 멈춰도 된다 했지?</size>
......!
네메아란의 호통에, 임무를 받지 않은 하급 니토들은 허겁지겁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탑 바깥의 플랫폼 위, 피바람을 일으킬 혈투가 곧 막을 올리려 했다.
아베르누스 외부, 토대 위의 플랫폼.
기계 장치에 고정된 태엽 인형처럼, 니토들은 공허한 눈으로 정해진 순찰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
점령당한 초소에 비행기가 몇 대 있지?
아직 상황 동기화가 불가능해 여전히 파악하는 중이나, 최소 6대입니다. 다만 일부가 파손됐음은 확인되었습니다.
......
침입자들이 탑을 오를 것이라 봅니까?
스스로 죽는 길을 택할 리가 없지.
하얀 니토의 목소리는 약간 깔보는 투였다.
하지만 알아서 와 준다면 더할 나위 없어.
아베르누스의 비밀은 절대 밖으로 흘러나가서는 안 돼. 침입자들이 오지 않더라도, 언니들은 그들이 우리의 비밀을 가지고 돌아가게 하지 않을 거야.
......
검은 니토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말 말을 이해했는지는 하얀 니토의 눈에도 의심스러웠다.
순찰은 끝났어?
예. 금일의 제327회 순찰, 이상 없습니다.
그럼——
이상 없음을 확인한 하얀 니토가 뒤돌아 떠나려던 그때였다.
덥썩.
플랫폼의 끝자락에서 웬 팔이 뻗어 나와, 검은 니토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대로 플랫폼 아래의 허공으로 던져졌다.
——!?
이를 목격한 하얀 니토도 곧장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눈부신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예리한 빛의 기둥이 바닥에서 솟아나 그녀의 목을 꿰뚫었다.
빛의 기둥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하얀 니토는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쓰러져 플랫폼 아래로 사라졌다.
그렇게 보는 눈이 사라진 뒤에야, 검은색의 두 형체가 플랫폼을 기어 올랐다.
토대 등반 성공.
헤엑... 헤엑... 싸우기도 전에 힘들어 죽겠네... 아 왜 우리는 맨손으로 기어 올라와? 쟤네는 비행기 타고 슝슝 날아가는데!
잔말 말고 움직여.
어휴... 뭐, 일은 해야지♪
아키텍트는 씨익 웃으며 로켓 발사기에 탄약을 장전했다.
유니콘, 여기는 철분. 다 올라왔어.
이제 시작한다――!
콰아앙――!!
<size=50>적습――?!</size>
<size=50>타타타타탕!!</size>
플랫폼 위를 순찰하던 니토들이 기습에 허둥지둥 반격하려 했지만, 먼저 소나기 같은 총탄 세례가 먼저 그들의 몸을 찢어발겼다.
<color=#00CCFF>...유니콘 수신. 답하기 전에 쏘지 마 이 멍청아.</color>
1시 방향 적군의 전멸을 확인.
오우 예에~ 아무렴 어때, 어차피 결과는 다 똑같은데! 아하하핫!!
엄폐한다.
맹렬하게 포화를 쏟아낸 두 인형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수송 차량 뒤에 숨어 엄폐물로 삼았다.
콰아앙!!
폭발로 솟구치는 불꽃을 배경으로, 둘은 서로 등을 맞대고 무기를 고쳐쥐었다.
<color=#00CCFF>그래 보이네.</color>
<color=#00CCFF>아무튼 우산과 질소는 잠입 개시했어. 잘 버텨.</color>
기대하라고, 저놈들 시선을 모조~리 우리한테서 못 떼게 만들어 줄 테니까!
방심 말고 집중해라!
첫 기습 공격에는 허둥지둥댔지만, 얼마 안 가 침착해진 패러데우스의 병사들은 두 침입자의 위치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냉철한 철혈과 이상한 철혈은 안색 하나 안 바꾸고 손에 들린 중화기로 다시 무자비하게 포격 세례를 퍼부었다.
플랫폼 위의 중화기부터 파괴해라!
우리가 조금이라도 우세를 점하려면 그 수밖에 없어!
OK――!!
아키텍트가 입술을 낼름 핥으며 로켓 발사기를 높이 조준했다.
그리고 한 차례 포화를 뿜어낸 다음 그녀가 노린 목표는...
적 병사도 아니고, 비행기도 아니었다.
<size=50>쾅!</size>
<size=50>콰앙!!</size>
<size=50>콰아앙!!!</size>
어딜 쏘는 거야?!
그야 탑의 출입구지, 보면 몰라?
저기 박살내면 증원이 무진장 곤란해질 거 아니야!
......!
게이저가 따지기도 전에, 수송 차량용 통로 하나가 아키텍트의 정신 나간 포격에 무너졌다.
그 아래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하얀 병사들과 니토들은 그대로 철근과 콘크리트 더미에 파묻혔다.
헤헹~ 이걸로 한 5분은 더 벌었겠지?
너 진짜...
철분 보고, 토대 위 플랫폼에서 상급 니토가 관측되지 않음.
<color=#00CCFF>유니콘 수신. 그래도 방심하진 마.</color>
<color=#00CCFF>탑 내부에도 비행기가 없을 리가 없어.</color>
<color=#00CCFF>적의 증원이 금방 도착할 거야.</color>
<color=#00CCFF>어느 상급 니토가 거기로 갈 거 같아?</color>
틸이든 그레이든 대항할 방법이야 있다.
브라메드도 논할 필요가 없지. 전자전에 당할 만큼 우리는 나약하지 않아.
<color=#00CCFF>아하핫, 그럼 꽝이 걸리질 않길 기도해야겠네~</color>
운에는 자신있는 인형한테 뭐가 어쩌고 어째?
그리고 놈들이 위에서 내려오면 착지하기도 전에 내가 맞춰――
콰아아앙!!!
지지직...
아키텍트의 포탄보다 수백 배는 더 요란한 폭발로, 통신에 노이즈가 꼈다.
...헐?
크윽...!
<color=#00CCFF>...철분, 응답해. 무슨 일이야?</color>
......
출입구를 봉쇄한 잔해 더미와 금속 파편들이 폭발의 충격파로 사방으로 튀어, 게이저와 아키텍트를 에워쌌던 하얀 병사들과 니토들을 찢어버렸다.
그들은 설마 칩입자와 맞서는 중 뒤에서 공격이 날아올지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허나 그것은 두 철혈 인형들의 공격도, 미리 구상했던 계획도 아니었다. 단지 "그것"이, 거슬리는 장애물을 치웠을 뿐이었다.
......상급 니토가 출현.
철컥.
로켓 발사기와 보우건을 동시에 재장전하며, 두 철혈 인형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것"에게 몸을 돌렸다.
<color=#00CCFF>벌써?!</color>
<color=#00CCFF>누군데? 틸? 그레이? 아님 브라메드?</color>
턱.
내앰새애... 더러운 쓰레기 냄새...
탑의 입구 아래 내리막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왜소한 몸집의 니토가, 혼돈의 도가니가 된 플랫폼을 주욱 훑어봤다.
그리고 살의 가득한 시선을, 서로 등을 맞댄 두 철혈 인형들에게 고정했다.
너희구나? 언니의 휴식 시간을 방해하는 버러지가.
...나르시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