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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 세로변형

17 브람스 간주곡

위장은 이제 의미가 없다.

-54-A-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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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보기 (73줄)

신소련 모스크바, 내무부 특별작전회의실.

"이클립스" 작전 1주일 전.

"Я" 교관

............

깜깜한 회의실은 조명 대신 프로젝터가 밝게 스크린을 비추고 있었고, 강단 위에 뒷짐을 지고 선 "Я" 교관은 어둠 속 촛불처럼 강인한 눈으로 자리에 앉은 이들을 둘러봤다.

"Я" 분대 소속 전술인형 6명과 신 소비에트 연맹 국가안전국 직속 작전인원 18명, 총 24명.

지금 이 자리의 모두가 "이클립스" 작전을 수행할 자들이었다.

"Я" 교관

한 번만 설명하겠다.

"Я" 교관은 몸을 틀어 리모컨으로 프로젝터의 화면을 넘겼다.

"Я" 교관

이번 작전의 루트는 둘이다.

첫번째, 공식 루트.

루트 A, 콜사인 "새벽별".

스몰렌스크 공군 기지에서 헬리콥터로 출발, 베를린의 가토 군사비행장으로 이동한다.

"Я" 교관이 말을 잇는 잠깐 사이에 자리의 인간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들은 그녀의 말에 집중해 설명을 듣고 있었다.

"Я" 교관

――도착하면 즉시 트럭으로 갈아타 목표 지점으로 이동한다.

슥.

화면이 또 넘어갔다.

"Я" 교관

루트 B, 콜사인 "저녁별".

보로네시 군사 기지에서 출발하고, 우리 측에서 기갑 부대를 파견해 호송할 것이다.

베를린 교외에 도착하면 저쪽에서 마중 나올 예정이다.

그들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다만,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병사A

이 두 루트 모두 공식 신분으로 수행하는 것 맞습니까?

"Я" 교관

그렇다.

병사A

즉, 이 두 루트의 실제 임무는 양동 작전으로 주의를 끄는 미끼 역할입니까?

"Я" 교관

...반만 맞다.

"Я" 교관이 다시 스크린을 가리켰다.

"Я" 교관

두번째, 민간 루트.

루트 C, 콜사인 "낮별".

너희의 추측대로, A, B 루트와 다르게 낮별 팀은 위장 신분을 사용한다.

이들은 민간 대중 교통 수단을 통해 이동한다.

"Я" 교관

이번 작전은 최고 기밀 등급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보안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모든 루트가 정식 임무를 수행한다.

병사B

...공식 루트가 가장 거세게 방해받을 겁니다.

"Я" 교관

그렇다. 우리는 적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놈들은 우리를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다.

그 말에 회의실은 침묵에 빠졌다.

"Я" 교관이 모든 루트가 동등하게 중요함을 강조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엘리트인 그들은 너무나도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했다.

"공식 신분"으로 움직인다면 가장 큰 저항을 맞게 될 것이고, 즉 실패율과 사망률도 매우 높을 것이었다.

조야

"새벽별" 루트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낮별" 루트는 대륙간 열차를 통하니 꽤 순조로울 겁니다.

"Я" 교관

누가 어느 루트를 담당할지는 내가 결정한다.

조야

하지만 저희 인형 소대의 작전능력이 가장 높잖습니까.

위험한 임무는 저희가 맡아 마땅합니다.

병사A

이래서 인형은... 그러니까 너희가 민간 루트를 맡아야지!

승산이 조금이라도 높은 쪽에다 에이스를 투입해야 된다고. 너 설마 인간님들 불쌍하다고 편들어 주는 거냐?

조야

——!

그런 뜻 아니거든!?

"Я" 교관

<size=50>정숙!</size>

"Я" 교관이 티격태격하기 시작한 일동에게 호통쳤다.

"Я" 교관

...인원 배치는 내가 결정한다.

너희는 맡는 임무를 완수할 생각만 하도록.

조야

...예.

병사B

상관은 당신이니 지시에는 물론 따르겠습니다.

다만 누굴 어디로 배정하든 빨리 해 주십시오.

임무를 준비할 시간도 필요합니다.

"Я" 교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Я" 교관

그럼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일과 훈련 중지하고, 언제든지 출격 가능하게 준비하도록. 해산.

일동

예.

......

그날 밤, 인형 숙소.

간단한 이부자리를 제외하면, 방의 거의 모든 공간을 탁상과 화이트보드, 바닥은 자료와 각종 전술 매뉴얼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 한가운데, "Я" 교관은 벽에 걸린 지도 앞에서 벌써 3시간이나 요지부동이었다.

"Я" 교관

......

"이클립스" 작전의 세 가지 루트는 철저한 계산 끝에 도출해낸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만일의 사태는 없음"이라 단언할 수가 없었다.

"Я" 교관

<color=#A9A9A9>"새벽별"과 "저녁별"은 공식 신분으로 출발한다... 미끼가 되든, 실제 임무 수행자가 되든.</color>

<color=#A9A9A9>충분한 유인력... 즉, 전투력이 필요해.</color>

그녀의 시선이 붉은 실로 이어진 경로를 다시 한번 주욱 훑었다.

"Я" 교관

양쪽 다, 충분한 무력이 필요해...

허세 없이 정면으로 몰아쳐서 돌파할 수 있을 정도의...

이번 작전에서 독일의 정식 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기에, 그녀가 차용 가능한 인원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적은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우리를 저지하러 나설까? 놈들이 얼마나 깊게 사회에 침투했는지를 고려하면, 분명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대공"이 베를린에 도달하는 것을 막으려 들 터였다.

그렇다면...

"Я" 교관

<color=#A9A9A9>그렇다면...</color>

얼마나 철저히 "낮별"을 숨길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Я" 교관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이는 가장 큰 관건인 동시에 걸림돌이었다.

"Я" 교관

<color=#A9A9A9>작전의 내용을 나만 알도록 해도 소용없어.</color>

<color=#A9A9A9>합리적이고 논리적일수록 추측하기도 쉬워지니...</color>

<color=#A9A9A9>무엇보다, 현재로선 적의 첩보력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몰라.</color>

결국, 더 나은 선택지는 없었다. 그녀에겐 다른 여지가 없었다.

"이클립스"작전은 반드시 100% 성공시켜야만 했다.

"Я" 교관

신분을 감추는 방법...

그건 한 가지밖에 없었다.

"Я" 교관은 결심을 굳히고 탁자 앞으로 갔다.

이 탁자에 놓인 서류는 전부 단단히 밀봉된 위에 "특급 기밀" 딱지가 붙어 있었다.

"Я" 교관은 의자에 앉아, 팔을 들어 손목시계를 돌렸다.

모든 경로의 준비는 마쳤으니, 이젠...

류드밀라

<color=#66CDAA>...시간이 됐나?</color>

"Я" 교관

여기 있는 임무 중 두 개를 골라라.

하나는 "낮별"의 작전 루트가 되고, 다른 하나는 네가 수행한다.

네가 고른 것이 무엇이든, 반드시 진짜 임무로 취급하고 수행하도록.

류드밀라

<color=#66CDAA>알았어.</color>

<color=#66CDAA>진짜 임무를 모르는 자가 골라야 "만일의 사태"가 없단 거지?</color>

"Я" 교관

그렇...다...

"Я" 교관이 말꼬리를 흐리며 휘청였다.

그리고 쓰러지려던 몸을 다시 똑바로 세웠다.

바뀐 것은 없었다, 눈동자를 제외하면.

류드밀라

......

류드밀라는 "Я" 교관을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이었다.

마찬가지로, "Я" 교관도 류드밀라를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인형으로서 "Я" 교관이 순수한 군인이라면, 류드밀라는 그녀의 "사람됨"이었다.

류드밀라

...그래도, 설마 이런 식으로 협력하는 날이 올 줄이야.

류드밀라는 "Я" 교관을 더없이 신뢰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Я" 교관이 모든 수를 고려해 주도면밀하게 작전을 짰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제부터, 그녀는 현장에서 최적의 판단을 내리며 "Я" 교관의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다.

류드밀라

......

이것이 몸을 "자유"롭게 쓰는 대가인가?

낮게 읊조리며, 류드밀라는 탁상 위로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 놓인 서류 봉투를 집었다.

그리고 단숨에 봉투를 뜯어, 내용을 확인했다.

류드밀라

......

서류의 내용은 간단명료했지만, 그럼에도 류드밀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류드밀라

대륙간 열차...

"대륙간 열차 '미래호'에 탑승하여, 암시장 '콜트 익스프레스'의 호스트를 색출하라."

그것이 류드밀라가 고른 임무의 전부였다.

.......

"Я" 교관

<color=#66CDAA>위장은 이제 의미가 없다.</color>

류드밀라

어차피 내가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다른 선택지는 없었어. 그러니――

이제 진짜 임무의 내용을 알려 줘. 곧바로 수행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