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백조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팔자를 고르지 못해. 너처럼, 나처럼.
콜트 익스프레스.
딸랑.
방울 소리가 나자, 한가하게 좌석 위에 드러누웠던 캐서린이 벌떡 일어났다.
매기!
...뭐야 그 짐덩인?
허공에서 마술처럼 나타나 캐서린에게 윙크하는 매기의 옆구리엔 쪼끄만 소녀가 붙들려 있었다.
거래로 지게 된 짐덩이지.
이거 놔!
이 사기꾼! 배신자! 개X끼!
집에 알람 시계는 잔뜩 있잖아!
엘마가 점점 더 격하게 발버둥치자, 매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좌석에다 휙 던졌다.
얌전히 있으셔.
물론 말을 들을 엘마가 아니었다.
날 여기다 가두고 나쁜 짓할 셈이지?
날 "서머 가든"에 가뒀던 것처럼!
매기를 노려보는 엘마의 눈은 분노보다는 증오에 가까운, 매우 복잡한 눈빛이었다.
...무슨 가든?
네 머리로는 말해 줘 봤자 못 알아먹을 게 뻔해서 말이지...
뭐 아무튼 가둘 생각은 없고, 그냥 좀 됐다고 할 때까지 얌전히 있어 줘.
몰라 이... 이 사기꾼!
네 말 따위 안 믿어!
하, 그럼 어디 한번 소리질러 보시든가!
너 납치된 거야! 목청 터져라 소리질러 봤자 아무도 구해주러 안 와!
......
......
너 내가 저질 드라마 작작 보라 했지?
이씨... 우리 땅인데 연기하면 좀 어때.
엘마는 캐서린에게 싸늘한 눈빛을 흘리더니, 곧장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타앗!
어어!?
매기는 힐끗 보고선 자기 일 아니라는 듯 바의 선반으로 가 데킬라 한 병을 집었다.
냅둬.
죽으면 내 탓이지 뭐.
콰당!
잠시 후 엘마는 짐 선반 위에 나타나고 다시 좌석 위로 떨어졌다.
......
투신으로 부족하면 밧줄 줄 테니까 목 매달아 보던가.
아 근데 목 매달아 죽은 인형은 본 적이 없네. 뭐어,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
......
엘마는 매기의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테이블을 짚고 의자 위로 올라섰다.
그리곤 매서운 눈초리로 차량 안을 찬찬히 살펴봤다.
설마 진짜 하게?
...너, "여기" 엄청 아끼지?
두말하면 잔소리지. 이렇게 고풍스럽게 잘 꾸며진 열차를 구경하는 걸 행운으로 여기셔.
내가 "콜트 익스프레스"를 박살내겠다고 한 거 기억해?
내가 그냥 농담하는 줄 알았다면 큰 착각이야!
서머 가든에 비하면 이런 열차 같은 레벨 2 플랫폼은 솜사탕이나 마찬가지라고!
아니 뭔 비유가――
빈틈투성이란 말이야!!
엘마가 대뜸 차렷 자세를 취했다.
이를 본 매기와 캐서린이 어리둥절해하며 입을 열려던 그 순간――
뻐엉!
엘마의 가녀린 몸이 로켓처럼 솟구쳐, 열차가 달리는 반댓방향으로 날아가 지나치는 테이블과 좌석을 박살냈다.
그리고 벽과 문, 클래식한 열차칸에 커다란 구멍을 뚫으며 저멀리 사라졌다.
우와아악!?!!
매, 매기! 열차가!!
나도 알아!
매기는 금방 따른 데킬라를 내던지고 엘마의 뒤를 쫓았다.
야! 나 여기 인테리어 최근에 리모델링했거든!?
얼마 들었는지 알기나 해?!
뻐엉! 뻐엉!
아무리 강제로 원위치시켜도, 엘마는 곧장 다른 좌표를 찍고 총알처럼 발사되어 날아다녔다.
꺄악 내 고양이가아아아!!
캐서린도 비명을 질렀다.
그만! 멈춰, 멈추라고!!
그럼 빌던가――!!!
이윽고 차량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해, 테이블 위의 유리잔과 벽에 걸린 그림들이 전부 바닥에 떨어졌다.
빌게빌게빌게――
제발 멈춰 주세요! 제발!
...지조가 너무 없는 거 아니야?
아오 이 바보 아가씨야아아아!!!
아직도 내가 널 구해준 걸 모르겠어?!
내가 타레우스 손에서 너를 구해줬다고!!
어우 진짜 류드밀라 그 자식 나한테 무슨 혹덩이를 붙인끼야아악 내 아이리시 위스키가아아앗!!!
......
그 말을 들은 엘마는 멈춰섰다.
하지만 매기는 이미 난장판이 된 콜트 익스프레스와 바닥에 깨진 컬렉션들을 보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
조금 전, 대륙간 열차 "미래호"의 F01-F02 객차간 연결구.
류드밀라의 개인 통신 채널에 암호화된 통신 요청이 들어왔다.
이봐, 교관 나리.
자신의 신분과 임무를 잊은 건 아니겠지?
....덤으로 여기서 널 처리하는 것쯤 어렵지 않아.
에이 그러지 말구우~ 아까도 내가 말했잖아? 가격만 적당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거래할 수 있다고.
장사꾼이 아니라 사기꾼이면서 무슨 거래.
그거야 견해의 차이지. 사기도 일종의 거래다? 반대로, 거래도 일종의 사기라 할 수 있어.
다들 머리를 굴려서 어떻게든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원하는 걸 얻으려 하잖아, 안 그래? 그럼 뭔 차인데.
그럴 듯한 궤변이군.
그래~서...
교관 나리는 나랑 거래할 마음이 있으신가?
나한테 팔고 싶은 게 있다면 성의부터 보여라.
네가 비밀 임무를 맡아 베를린으로 향하고 있다는 거 다 알아.
접선인은 "그리폰"이란 안전계약사의 전술지휘관이란 것도 알고.
그 사람, 듣자하니 베를린에서 최근에 이름 깨나 날리는 모양이던데?
...꽤 많이 아는군.
패러데우스랑 투닥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게다가, 내가 아는 인물들 중에서 이 하얀 괴물들과 수 차례나 겨루고도 살아있고, 녀석들을 궁지로 몰아넣기까지 한 유일한 사람이지.
...그래서?
줄 갈아타고 싶다고.
너는 폭스 시스터후드의 인형이었잖아.
그런 너를 신뢰하긴 어렵다만.
그치~ 그래서 나도 다음에 모실 사람을 위해 장장 2년에 걸쳐 단단히 준비했다니까.
하기야 눈 뜨고 코 베일 세상이니 댁이 조심하는 것도 이해해.
그리고 그 폭스 시스터후드가 주로 일삼던 짓이 눈 뜬 사람 코 베어 가는 짓이었지.
칭찬 감사합니다~
아무튼 댁은 나한테 추천서 하나 좋게좋게 써 주기만 하면 돼, 그 사람 설득할 자신 있으니까.
추천서 써 주는 값으로 그쪽도 나한테 아무거나 요구해.
폭스 자매가 실종돼 너희는 자유로운 몸이 되지 않았나?
왜 스스로 다시 목줄을 차려 하지?
하, 소련의 요원 인형이 목줄이란 말을 하다니 기가막히네.
네가 사기와 거래를 비교한 것만큼이나 기가막히겠지.
댁 같은 인형 눈에도 내가 썩 괜찮게 사는 것처럼 보이나 봐?
내 눈에 댁이 잘 먹고 잘 사는 거 같아 보이는 것처럼.
통신 너머의 매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미래호를 봐봐.
그쪽은 임무라지만 일등석에 타서 수잔나한테 최고급 와인 한 잔 따라 달라 할 수 있지만...
걔한테 빌붙어 타는 나는 내가 내일은 살아있으려나~ 하고 매일을 걱정하며 산다고.
여태까지 긁어모은 돈으로 뭐가 부족하단 거냐? 소체를 몇 번이나 교체하고도 남을 금액일 텐데.
세상 물정 모르는 군바리구만.
군용 인형이야 원할 때 정비받고, 필요할 때 소체 바꿀 수 있겠지. 밥 먹듯이 간단하게.
우리 같은 갈 곳 없는 인형들은 그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야.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면 너와 삶을 맞바꿨을 거다.
하핫.
매기가 헛웃음을 냈다.
나한테는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듯이 말하네.
봐,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팔자를 고르지 못해. 너처럼, 나처럼.
그래서 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소중히해.
......
우리가 이미 놓친, 혹은 애초에 고를 수조차 없었던 선택지들...
나중 가서 아까워해 봤자야, 그런다고 뭐가 나아져?
뭐어... 내가 뭘 잘못해서 그 선택지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하지만 봐, 지금 나한테 이렇게 기회가 왔잖아? 댁한테도 말이야, 교관 나리.
......
고려하지.
좋~아 잘해보자고!
단, 추가 조건이 있다.
엘마도 함께 그리폰으로 데려가라.
......
매기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다.
어어... 내 기억이 맞다면, 그건 댁네 비밀유지법에 어긋나지 않아?
걘 흄 박사가 몰래 만든 인형이잖아.
흄 박사가 만들어낸 우리 "문제아"들을 기다리는 건 뻔한 결말뿐이다.
내게도 선택권이 생겼으니, 그 애 대신 그리폰을 고르겠어.
허허~ 소련의 요원 인형도 제법 섬세한 감정 모듈이 달렸네.
...도적들이 곧 쳐들어온다.
네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어.
그래 그래, 알았어... 콜.
......
전체 대사 보기 (104줄)
콜트 익스프레스.
딸랑.
방울 소리가 나자, 한가하게 좌석 위에 드러누웠던 캐서린이 벌떡 일어났다.
매기!
...뭐야 그 짐덩인?
허공에서 마술처럼 나타나 캐서린에게 윙크하는 매기의 옆구리엔 쪼끄만 소녀가 붙들려 있었다.
거래로 지게 된 짐덩이지.
<size=50>이거 놔!</size>
<size=50>이 사기꾼! 배신자! 개X끼!</size>
집에 알람 시계는 잔뜩 있잖아!
엘마가 점점 더 격하게 발버둥치자, 매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좌석에다 휙 던졌다.
얌전히 있으셔.
물론 말을 들을 엘마가 아니었다.
날 여기다 가두고 나쁜 짓할 셈이지?
날 "서머 가든"에 가뒀던 것처럼!
매기를 노려보는 엘마의 눈은 분노보다는 증오에 가까운, 매우 복잡한 눈빛이었다.
...무슨 가든?
네 머리로는 말해 줘 봤자 못 알아먹을 게 뻔해서 말이지...
뭐 아무튼 가둘 생각은 없고, 그냥 좀 됐다고 할 때까지 얌전히 있어 줘.
몰라 이... 이 사기꾼!
네 말 따위 안 믿어!
하, 그럼 어디 한번 소리질러 보시든가!
너 납치된 거야! 목청 터져라 소리질러 봤자 아무도 구해주러 안 와!
......
......
너 내가 저질 드라마 작작 보라 했지?
이씨... 우리 땅인데 연기하면 좀 어때.
엘마는 캐서린에게 싸늘한 눈빛을 흘리더니, 곧장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타앗!
<size=50>어어!?</size>
매기는 힐끗 보고선 자기 일 아니라는 듯 바의 선반으로 가 데킬라 한 병을 집었다.
냅둬.
죽으면 내 탓이지 뭐.
콰당!
잠시 후 엘마는 짐 선반 위에 나타나고 다시 좌석 위로 떨어졌다.
......
투신으로 부족하면 밧줄 줄 테니까 목 매달아 보던가.
아 근데 목 매달아 죽은 인형은 본 적이 없네. 뭐어,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
......
엘마는 매기의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테이블을 짚고 의자 위로 올라섰다.
그리곤 매서운 눈초리로 차량 안을 찬찬히 살펴봤다.
설마 진짜 하게?
...너, "여기" 엄청 아끼지?
두말하면 잔소리지. 이렇게 고풍스럽게 잘 꾸며진 열차를 구경하는 걸 행운으로 여기셔.
내가 "콜트 익스프레스"를 박살내겠다고 한 거 기억해?
내가 그냥 농담하는 줄 알았다면 큰 착각이야!
서머 가든에 비하면 이런 열차 같은 레벨 2 플랫폼은 솜사탕이나 마찬가지라고!
아니 뭔 비유가――
<size=50>빈틈투성이란 말이야!!</size>
엘마가 대뜸 차렷 자세를 취했다.
이를 본 매기와 캐서린이 어리둥절해하며 입을 열려던 그 순간――
뻐엉!
엘마의 가녀린 몸이 로켓처럼 솟구쳐, 열차가 달리는 반댓방향으로 날아가 지나치는 테이블과 좌석을 박살냈다.
그리고 벽과 문, 클래식한 열차칸에 커다란 구멍을 뚫으며 저멀리 사라졌다.
우와아악!?!!
매, 매기! 열차가!!
나도 알아!
매기는 금방 따른 데킬라를 내던지고 엘마의 뒤를 쫓았다.
야! 나 여기 인테리어 최근에 리모델링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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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뻐엉!
아무리 강제로 원위치시켜도, 엘마는 곧장 다른 좌표를 찍고 총알처럼 발사되어 날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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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도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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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빌던가――!!!
이윽고 차량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해, 테이블 위의 유리잔과 벽에 걸린 그림들이 전부 바닥에 떨어졌다.
빌게빌게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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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조가 너무 없는 거 아니야?
<size=50>아오 이 바보 아가씨야아아아!!!</size>
아직도 내가 널 구해준 걸 모르겠어?!
내가 타레우스 손에서 너를 구해줬다고!!
어우 진짜 류드밀라 그 자식 나한테 무슨 혹덩이를 붙인<size=50>끼야아악 내 아이리시 위스키가아아앗!!!</size>
......
그 말을 들은 엘마는 멈춰섰다.
하지만 매기는 이미 난장판이 된 콜트 익스프레스와 바닥에 깨진 컬렉션들을 보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
조금 전, 대륙간 열차 "미래호"의 F01-F02 객차간 연결구.
류드밀라의 개인 통신 채널에 암호화된 통신 요청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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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덤으로 여기서 널 처리하는 것쯤 어렵지 않아.</color>
<color=#00CCFF>에이 그러지 말구우~ 아까도 내가 말했잖아? 가격만 적당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거래할 수 있다고.</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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