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로변형
EP.13.9 · 세로변형

5-β7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네 전투력을 5라고 치자, 그럼 그 녀석은 53만이야.

-54-B-7

1 / 163
전체 대사 보기 (153줄)

......

베를린, 그레이 생명과학 연구소.

매기는 눈을 뜨고 수술대 위에서 일어났다. 넓은 방 안에 그녀 한 명뿐이었다.

매기

......

개조... 다 끝났나?

쥐죽은 듯한 적막에 아무렇게나 중얼거린 목소리조차 메아리쳐 돌아왔다.

매기는 마인드맵이 있는 위치를 더듬어 보았다.

매기

과연 저명한 "의사"네.

아무런 느낌도 없는 게 느낌이 아주 좋아.

매기

잠깐만, 그러고 보니 의뢰 내용은?

매기

......

저기요? 누구 없어요?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매기는 방 안을 계속 두리번거리다 탁상의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모니터는 대기 모드였다. 매기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컴퓨터 앞으로 걸어가 터치스크린을 가볍게 만졌다.

팟. 모니터가 바로 밝아졌다.

하얀 소녀 한 명이 모니터 안에 나타났다.

하얀 니토

<color=#00CCFF>의뢰 내용은 파일 형식으로 "벌침" 시스템을 통해 전달했다.</color>

<color=#00CCFF>파일 번호는 AS54876323025412.</color>

매기

그레이 씨는?

하얀 니토

<color=#00CCFF>그레이 언니께선 따로 할 일이 있으시다.</color>

매기는 마인드맵 공간에서 그 파일을 열어보려 했다.

■기록■ AS54876323025412 디코딩...

매기

...접선책은 이 타레우스란 사람?

매기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하얀 소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매기가 떠난 뒤, 그레이는 커피를 한 잔 새로 탔다.

네메아란

<color=#00CCFF>그 인형의 마인드맵 데이터, 우리가 스캔할 수 있는 부분이 90%도 안 되더구나.</color>

그레이

큰 흐름만 망치지 않는다면 그 정도쯤 넘어가 주시지요.

바꿔 말하면, 언니의 시스템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그녀가 이 일을 충분히 맡을 수 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네메아란

<color=#00CCFF>마음대로 하려무나.</color>

<color=#00CCFF>하지만 난 불안 요소의 존재가 영 꺼림칙하구나.</color>

그레이는 턴테이블 옆으로 걸어가, 돌아가는 레코드판 위에 바늘을 가볍게 놓았다.

잔잔하고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레이

안심하십시오, 네메아란 언니.

언니의 "벌침"이 그 생명선을 점거하리라고 장담합니다.

콜트 익스프레스, 제일 끝 객차.

트럼프 카드 두 장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

각각 하트Q와 하트K.

그리고 각 카드 앞에 매기와 캐서린이 앉아있었다.

캐서린

이제야 끝났네.

매기

아니, 이제야 시작이야.

캐서린

너한테 무슨 짓을 했어?

매기

엄청난 성능 업그레이드.

캐서린

그럼 앞으로 소체가 연산을 못 견디고 뻗을 걱정 안 해도 돼?

매기

그건 완전히 해결 안 됐어, 그냥 용량을 좀 늘린 것뿐이야.

하아, 아주 사람을 쥐어짜내더라, 한 푼 투자하면 두 푼으로 받아가려고 해.

캐서린

한 수 보여줘봐.

매기는 손짓으로 파란색 인터페이스를 캐서린 눈 앞에 띄웠다.

매우 간결한 인터페이스에는 이름을 입력하는 검색 창 하나만 있었다.

매기가 자신의 이름을 입력했다.

캐서린

...이게 바로 21세기의 첨단 기술...

매기

...돈만 충분하면 우리도 최첨단 파츠든 뭐든 달 수 있다고.

곧 튀어나온 페이지엔 매기에 관한 정보가 낱낱이 나열되어 있었다.

큰 사건부터 사소한 일상까지, 방금 캐서린이 탕비실에서 매기의 뒷담화를 몇 마디나 했는지까지도.

매기

빈틈없이 파고드는 "벌침"...

매기는 그 말의 뜻을 완전히 깨달았다.

캐서린

이거 너무 무섭다...

나 지금 무수한 눈깔들이 날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매기

적어도 지금은 우리의 적이 아니니까.

캐서린

아까 여기 앉아 있을 때 바깥에서 엄청 무서운 소리가 났었어.

근데 네가 나타나니까 그 소리들도 멈춘 것 같더라?

매기

어, 녀석들한테 안 들키려고 살짝 수를 썼지.

캐서린

나는 또...

매기

내가 거래를 위해서 이것들까지 포기할 것 같냐?

캐서린

어으...

매기

포기 안 해.

이것들까지 포기하면 난 더 이상 내가 아니니까.

캐서린

이거 느낌이... 악덕 채권자를 피하려고 고리대금을 끌어다 쓴 느낌이야...

매기

주인 없는 인형이 다 그렇지 뭐, 돌다리도 다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해,

한 끗 실수로 곧장 나락까지 떨어질 수도 있어.

캐서린

...이번엔 제대로 된 사람 편에 붙었길 바라야지.

매기

사람? 난 그녀에게서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어.

대충 판단하기론 일단 인간은 아니야. 하지만 그런 인형도 난 본 적이 없어.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이 세상의 구조가 바뀔 정도의.

캐서린

또 홍수로 세상이 잠긴다거나?

매기

이 세상과 천재지변에 비하면 우리는 더없이 보잘것없는 존재지.

하지만 잊지 말라고, 개미처럼 보잘것없는 존재만이 틈새를 파고들어서 방주에 몰래 탈 수 있다고.

캐서린

그래!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쭉 살아남은 생물은 생쥐와 바퀴벌레뿐이라고!

매기

...다음엔 그 비유 쓰지 마.

바퀴벌레는 질색이니까.

2년 후, 대륙간 열차 "미래호", 준비실.

매기는 기척을 내지 않고 수잔나에게 카드를 한 장 건넸다.

매기

이번 보수야, 수잔나 양.

수잔나

흥, 포즈난에 도착하면 바로 내리라고, 누구한테 들키지 말고.

캐서린

알았다니까.

수잔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카드를 넘겨받았다.

매기도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수잔나의 마인드맵 데이터를 스캔했다.

모든 승객의 정보를 복사하고, 매기는 식당차 안의 카운터에 앉아 술잔을 들었다.

매기

오늘 밤 데킬라는 내가 쏘지.

콜트 익스프레스의 거래가 시작됐다.

대륙간 열차 "미래호", 콜트 익스프레스 안.

매기는 각 객차를 오고가며 거래를 하면서 미래호 안의 감시 카메라를 살펴봤다.

식당차...

특등실...

일반석...

화장실...

그러던 중 콜트 익스프레스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매기

제기랄, 그 할망구가! 진짜 딱 10분밖에 안 주네!

빌어먹을, 긴급 탈출!

콜트 익스프레스에서 거래하던 인형들은 모두 강제로 쫓겨났다.

매기가 테이블에서 고개를 들자, 캐서린이 겁에 질린 얼굴로 객차 밖에서 쳐들어온 류바 할멈을 바라보고 있었다.

캐서린

류바 할멈이 일 시작했어!

매기

나도 알아, 계속 내 소체나 지키고 있어!

...금방 목표를 찾을 수 있어...

여기서 그만두면 다음에 또 단서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캐서린

......

그래 알았어!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게...

퍼엉!!

묵직한 총성과 함께, 바 카운터에 줄지어 늘어선 크리스탈 잔들이 와장창 깨져 나갔다.

수잔나

꺄아아악!!

산전수전 다 겪어본 수잔나도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공포에 벌벌 떨던 승객들도 참지 못하고 덩달아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이렇게 저항은 꿈도 못 꿀 상황 속에서, 다니엘이란 이름의 거한은 총구를 들이대며 윽박질렀다.

자신에게 총구가 겨눠질 때마다, 승객들은 눈물도 비명도 뚝 그쳤다.

다니엘

시끄러워! 인형은 10호차로, 인간은 8호차로! 움직여!

몸에 지닌 건 전부 테이블에 올려놓고, 짐가방도 다 열어놔라! 빨랑빨랑 움직여!

잠시 패닉에 빠졌던 수잔나는 문득 뇌리를 스친 것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류바 할멈"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수잔나

류... 류... 류바 할멈...?!

신소련의 마지막 보르——

류바 할멈

네가 추천해 준 노블 와인 참 맛있더구나.

눈치도 빠른 아이니, 지금부터 어떡해야 할진 잘~ 알겠지?

수잔나는 중얼거리던 말을 마른침과 함께 꿀꺽 삼켰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수잔나

......

승객 리스트는 준비실에 있어요.

류바 할멈

그래그래 고맙구나, 착하기도 해라.

지금 휠체어에 "올라탄" 사람은 더는 허약한 노부인이 아니었다. 양손에 하나씩 산탄총을 쥔, 무법자들의 수장이었다. 우아한 음악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소름 끼치는 그녀의 웃음소리는 마치 죽음을 독촉하는 음표 같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무장한 강도들이 질서정연하게 차례차례 걸어 나왔다.

한편, 캐서린은 강도들이 들이닥쳤을 때부터 패닉에 빠져 바 카운터 앞에 웅크려 앉아 부들부들 떨며 손가락 하나 까닥 못하는 상태였다.

캐서린

매기... 우리 이제 어떡해...

매기

......

바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는 매기는, 여전히 미동도 않았다.

......

도적들은 차분하게 인질을 결박하고 물건을 뒤졌다.

캐서린은 매기의 소체를 끌고서 카운터 뒤에 숨다가, 살아날 구멍을 하나 생각해내고는 쾌재를 불렀다.

다름 아닌 니콜라스였다.

삐삐삐삐... 통신기가 울렸다.

니콜라스

......

받지 않아도 누군지 알았다.

캐서린이 그를 쳐다볼 때 그도 캐서린을 봤다.

그리고 매기가 분명 가까이 있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니콜라스

<color=#A9A9A9>이 머저리 같은 년! 내가 15분이나 벌어줬잖아!</color>

다니엘

뭐 문제 있냐?

니콜라스 옆에 있는 다니엘은 니콜라스의 부자연스러움을 눈치챘다.

니콜라스

...여긴 거의 다 일반 인형밖에 없는데 문제는 무슨 문제?

괜히 트집 잡아서 공 좀 가로채 보려고 그러냐?

다니엘

...아직 남은 객차가 잔뜩이야, 서둘러 재머를 달아야 돼.

니콜라스

너 혼자 바쁜 줄 아냐? 넌 화장실 저쪽을 맡아, 난 카운터 이쪽을 맡을 테니까.

삐삐삐삐... 통신기가 끈질기게 울렸다.

니콜라스는 조용히 통신을 끊어버렸다.

그러고 구석에 고분고분하게 웅크려 있는 인형들을 천천히 결박했다.

3분 후.

다니엘

...이쪽은 다 끝났어.

니콜라스

......

그는 이제야 네다섯 명을 결박한 참이었다.

류바 할멈

...다니엘, 네가 좀 도와줘라.

니콜라스

...저...

다니엘은 니콜라스를 무시하고 카운터에 걸어왔다.

캐서린

......

다니엘

......

카운터 밑엔 덜덜 떨고 있는 캐서린과 바닥에 누워있는 매기가 있었다.

다니엘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류바 할멈에게 보고했다.

다니엘

...할멈, 매기 폰지도 여기에 있습니다.

류바 할멈

......

할멈은 니콜라스를 흘깃 보았다.

류바 할멈

10분은 진작에 지났지?

니콜라스

......

류바 할멈

타레우스 체면은 이미 많이 봐줬다.

니콜라스

...그렇죠.

류바 할멈

평소대로 처리해.

다니엘

네!

철컥. 캐서린은 머리 위에서 울린 경쾌한 소리를 들었다.

총의 안전장치를 푸는 소리였다.

캐서린

......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다니엘

...다신 보지 말자고.

너희 둘이 나타나기만 하면 잘되는 일이 없어.

캐서린

류바 할멈...

류바 할멈은 캐서린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다니엘은 거리낌없이 총구를 캐서린의 가슴팍에 대고 마인드맵 코어를 겨눴다.

캐서린

기다려 봐요!! 우린 지금 임무 수행 중이에요...

그러니까... 따지자면 우린 같은 편이라고요...

류바 할멈

......

캐서린

니콜라스 씨, 아니 니콜라스 선생님! 우리 좀 살려줘요!

니콜라스는 그녀를 흘깃 봤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캐서린

......

그녀는 또다시 절망을 느꼈다.

타앙! 다니엘이 총성으로 대답했다.

총알이 몸에 박히려는 순간, 캐서린은 한쪽으로 세게 떠밀렸다.

캐서린

!! 매기!

아슬아슬한 순간에 매기가 깨어났고, 캐서린에게 쏜 총알은 방금 매기가 밀어낸 탓에 가슴이 아닌 캐서린의 다리에 맞았다.

매기가 고개를 들었다.

매기

...류바 할멈.

화장실 안에 전술인형이 숨어있어요.

다니엘

!

모두 주의해!

도적들 모두 재빨리 무기를 들어 화장실을 가리켰다.

전술인형과 일반 인형의 격차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었다.

류바 할멈

...침착해.

화력은 충분하니까.

다니엘

...네.

모든 도적이 천천히 화장실에 다가갈 때.

바 카운터 밑에선——

매기

움직일 수 있겠어?

캐서린

안 될 것 같아.

일단 너 자신하고 네 임무를 챙겨.

매기

...그래.

캐서린

그 전술인형 강해?

매기

...네가 좋아하는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네 전투력을 5라고 치자, 그럼 그 녀석은 53만이야.

캐서린

...난리 난 사이에 네가 빠져나가기엔 충분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