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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 세로변형

2 복사 농도 경보기

꼬마 아가씨한테선 냄새가 안 나서 그래요. 부자의 돈냄새요.

-54-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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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간 열차 "미래호", F17호 객차.

삐익―― 삐익―― 삐익――

날카로운 경보기의 소음이 비좁은 객차 안에서 끝없이 메아리치는 통에, 안 그래도 어수선하던 객차 내 인파가 더욱 술렁댔다.

게다가 경보등도 맹렬하게 깜빡이며 객차 안을 새빨갛게 물들이니,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

캐서린 씨, 전 그냥 짐가방을 넣었을 뿐인데요...

캐서린

응.

승객들 사이에 끼인 "캐서린"은 힘겹게 한쪽 팔을 뻗어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었다.

???

...캐서린 씨, 왜 우리 칸엔 승무원이 없어요?

캐서린

몰라, 경찰 보면 물어보던가.

???

캐서린 씨, 이 경보기 계속 울리는데요...

캐서린

............

???

캐서린 씨――

사람들 틈에 불편하게 끼인 것도 모자라 옆에선 계속 재잘대니, 결국 폭발한 캐서린이 버럭 소리질렀다.

캐서린

<size=50>짜증나 죽겠네 캐서린 뒤졌으니까 그만 좀 찾아!</size>

내가 표 한 장 팔아 줬다고 무슨 전속 가이드처럼 보이냐?! 어!?

엘마

......

"엘마"라는 이름의 인형도 캐서린에 비해 별로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왜소한 몸집의 그녀는 다른 승객들에게 밀려, 아예 벽에 들러붙은 꼴이었다.

엘마

그치만... 제가 짐가방을 올려서 경보가 울린 게 아닌가 해서요.

정말 그런 거면 어떻게 해결하죠? 벌금이라도 내야 하는 건가요?

캐서린

몰라! 궁금하지도 않아! 벌금 낼 거면 걍 나 주던가!

엘마는 다시 질문하려 했지만, 열차가 급커브를 꺾어 관성으로 바닥에 내팽개쳐졌고, 중심을 잃은 다른 승객들에게 짓밟히는 듯했다.

하지만 갑자기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에서 위로부터 불쑥 뻗어나온 듬직한 두 손이 엘마의 옆구리를 받쳐 들더니, 그대로 왜소한 그녀에게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주었다.

빽빽한 인파를 괴수의 주둥아리처럼 활짝 벌리면서 걸어나온 그 손의 주인은 무쇠 몸뚱이의 인형이었다.

??

발 디딜 틈 없으니 조심해.

엘마

아... 감사합니다.

??

캐서린 양, 이 아이에겐 미리 열차의 상황을 알려 줬어야 합니다.

딱 봐도 대륙간 열차는 처음 타보는 아이입니다.

엘마를 내려놓은, 보기만 해도 위압감 넘치는 투박한 외모의 인형은 조심스레 그녀의 짐가방도 발치에 두었다.

캐서린

아 몰라몰라 폴 아저씨 같은 고철덩이한테 그딴 소리 들을 처지 아니거든!?

그리고 나한테 돈을 얼마나 냈다고 그래? 그거 다 푯값이잖아! 승무원 인건비가 들었을 거 같아?

......

폴은 절레절레 고개를 젓곤 다시 엘마에게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내 다리 위에 서렴, 적어도 덜 갑갑할 거다.

대륙간 열차는 표를 구하기 힘들어서, 우리 같은 인형에겐 일반석 입석표도 사치야.

"폴"의 목소리는 외모만큼이나 투박한 중저음이었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거대한 덩치로 무척이나 섬세하게 엘마를 감싸고 밀려오는 인파를 막아내고 있었다.

엘마

고마워요 폴 아저씨, 저는 엘마예요.

엘마가 폴의 팔뚝을 껴안고 조심조심 그의 허벅지를 딛고 올라서자, 바로 시야가 탁 트였다.

편한 자세도 아니거니와 남들 눈엔 그녀가 폴에게 매달린 것처럼 보였지만, 적어도 만원인 객차 안에서 상자 속 통조림처럼 이리저리 밀쳐질 일은 없어졌다.

캐서린

저기, 나도 좀 받쳐 주지?

제 다리는 한 쌍뿐입니다만.

캐서린

아오... 됐어 그럼! ...잠깐 폴 아저씨, 짐가방은 저 뒤의 선반에다 올려놔.

여기 두면 걸리적거리기만 한다고.

캐서린이 그리 말하면서 폴의 짐가방 위에 올라타려 했지만, 폴이 덥석 제지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엘마

...경보가 아직도 울려요, 제가 선반에 짐가방을 올렸을 때부터요.

걱정 마, 네 탓이 아니니까.

지금 우리는 "무관제 구역"에 진입한 거야.

엘마

무관제 구역...? 그게 무슨 뜻이에요?

바르샤바 역에서 포즈난 역 사이의 소련-독일 국경지대엔 레드존이 있는데, 우린 지금 거길 통과하는 중이야.

이 구역에 진입하면 붕괴 복사 농도가 급상승해서 열차 내의 경보기가 쉽게 오작동해.

하지만 그저 경보일 뿐이고, 열차 내부엔 정화 장치도 있으니 걱정할 것 없어. 그리고 경찰도 다 하차해서 신경쓸 사람도 없지.

엘마

그렇군요...

설명해 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역시 거슬릴 정도로 시끄러워.

어린이에겐 과하게 높은 음량이야.

캐서린

뭐야, 소체 키 좀 작다고 인간 아이랑 똑같은 취급――?!

으직.

캐서린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폴이 맨손으로 경보기를 뜯어냈다.

경보기가 으스러지는 소리에 한 번 놀라고, 터져 나오는 스파크에 두 번 놀란 캐서린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폴을 바라봤다.

캐서린

엑... 그렇다고 공공기물을 부술 것까지야...

경찰도 다 내렸으니 신경쓸 사람은 없습니다.

폴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정말로 시끄러우니까요.

캐서린

짭새가 없어도 감시 카메라가 있잖아 이 바보 아저씨야!!

으아아 이걸 대체 어떡한대... 나중에 물어내라 할 때 질질 짜지나――

콰직.

뒤에서 밀려난 사람에게 발을 밟혀, 캐서린은 또 말을 다 못하고 소리질렀다.

캐서린

<size=50>꺄아아악 아 열받게 진짜 밀지 좀 말라고!!!</size>

<size=50>왜 내가 일반석에서 이딴 개고생을 해야 하는 건데!!</size>

캐서린은 노발대발하며 어디론가 통신을 연결했다.

삑... 삐빅...

다만 레드존이란 환경 탓인지 일반석 객차의 신호 감도 자체가 나쁜 탓인지, 캐서린은 한참을 더 고생한 끝에 겨우 상대에게 통신이 닿았다.

매기

<color=#00CCFF>어, 캐서린. 무슨 일이야?</color>

캐서린

야 매기! 대체 왜 나더러 일반석에 타라 한 거야?!

매기

<color=#00CCFF>네가 또 식당차에서 빈둥거릴까 봐 그랬지~ 전에 표 검사 까먹어서 손님이 열몇 명이나 못 탄 게 누구 탓이더라~?</color>

캐서린

<size=50>옛날 일 안 꺼내기로 했잖아!!</size>

매기

<color=#00CCFF>그럼 이번엔 차에 탈 인형들 다 확인했어?</color>

캐서린

당연하지! 지금 다 나랑 같이 17호차에 낑겨 있다고... 이럴 줄 알았음 수를 좀 나눌 걸 그랬어...

다음에 표 구할 땐 칸 좀 적당히 나눠 줘...

매기

<color=#00CCFF>글쎄다, 모두를 "콜트 익스프레스"에 빨리 태우려면 가까이 두는 편이 좋아서.</color>

<color=#00CCFF>우리가 남은 평생 쓸 소체가 걸린 일이라고.</color>

캐서린

아 걱정 말라니까!

어수선한 열차칸 안에 갑자기 커다란 목소리가 울렸다.

방송

<color=#00CCFF>손님 여러분, 미래호에서 안내 말씀 드립니다.</color>

<color=#00CCFF>현재, 미래호 대륙간 열차는 목적지를 향해 고속 운행 중입니다.</color>

<color=#00CCFF>좌석표의 재발권이 필요하신 손님께서는, 식당칸 9호차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color>

방송

<color=#00CCFF>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color>

<color=#00CCFF>현재, 본 열차는 목적지를 향해 고속 운행 중입니다.</color>

<color=#00CCFF>좌석표의 재발권이 필요하신 손님께서는, 식당칸 9호차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color>

매기

<color=#00CCFF>...이따 다시 연락해.</color>

캐서린

응.

방송을 들은 캐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매기와의 통신을 종료했다.

시간이 된 것이었다.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난 캐서린은 폴의 거구에 기대어 간신히 몸을 움직였다.

캐서린

"콜트 익스프레스"에 타시는 손님들! 출발할 시간입니다!

목적지는 F09호 식당차! F09호 식당차로 이동하세요!

엘마

...네.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사람들이 천천히 F09호차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저 앞의 고작 몇 명일 뿐 행렬은 꿈쩍도 안 했다.

이에 폴이 승객들을 옆으로 밀어내며 앞장섰다.

정말 개미 떼가 따로 없는 인파였지만, 폴의 괴력에는 당해내지 못하고 길이 열렸다.

금방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그들은 객차를 몇 량이나 통과했다.

그리고 이제 눈앞의 문만 넘으면 9호차, 식당차였다.

다만 캐서린이 예상했던 소요 시간보다 몇 분 더 일찍 도착했다.

캐서린

이럴 땐 참 대단하네.

내가 손님이었으면 팁이라도 주고 싶었겠어.

뭐, 난 줄 생각 없지만.

......

캐서린

안에 들어가면 아무 자리나 적당히 골라서 앉고, "초청장" 절대 잊지 마.

시간 되면 자동으로 "콜트 익스프레스"에 타게 될 거야.

엘마

초청장이요?

캐서린

네가 나한테서 산 "콜트 익스프레스"의 표!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9호 식당차.

문을 넘자마자 들려온 축음기의 잔잔한 음악이 식당차와 일반석 객차의 경계를 확실하게 나누었다.

이곳은 승객들 모두 우아하게 식사를 음미하거나 담소를 나누며 잔을 부딪치는 등, 혼잡하고 숨이 턱 막히는 일반석과는 분위기부터가 전혀 달랐다.

복도 사이든, 좌석 위든, 바 카운터 앞이든, 이곳의 모든 것이 느긋했다.

캐서린은 조용히 바 카운터로 향했고, 다른 사람들도 빠르게 빈자리를 찾았다. 오직 엘마만이 바로 움직이지 않고 식당차를 두리번거렸다.

여성 승객

승무원 씨, 이 곡 좋네요. 그런데 신기하네, 음색은 익숙한데 들어본 적이 없어.

수잔나

호평받아 대단히 영광입니다. 네, 저희가 손님께서도 들어보셨을 유명 음악가를 특별 초빙하여 작곡한 곡입니다.

식당차의 승무원은 능숙한 솜씨로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남성 승객

흐음... 이 리즐링 꽤 괜찮군요, 한 병 좌석으로 가져가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수잔나

물론이죠. 미래호 특제 리즐링 와인입니다, 원하신다면 더 드릴 수 있습니다.

남성 승객

그럼 세 병 부탁할게요.

수잔나

감사합니다.

주위를 다 살핀 모양인 엘마가 승무원에게 다가가, 승객 한 명의 저녁 식사를 가리키며 다소곳이 물었다.

엘마

승무원 언니, 저도 저 세트 메뉴 먹고 싶어요.

수잔나

...죄송합니다, 저 세트 메뉴는 가을 한정 메뉴로, 현재 품절되었습니다.

엘마

어... 그럼 뭐 마실 건 있어요?

수잔나

있죠, 바 카운터에 물어보십시오.

이유를 알 수 없는 명백한 차별 대우에, 엘마는 어리둥절했다.

그때, 빈자리 두 곳을 찾은 폴이 엘마에게 손짓했다.

엘마는 종종걸음으로 그 바 카운터에 가까운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엘마

저랑 다른 사람이랑 차이 많이 나요?

왜 그런 걸 묻지?

엘마

저 승무원 언니, 저한테 말할 때랑 다른 사람한테 말할 때랑 엄청 달라서요.

??

꼬마 아가씨한테선 냄새가 안 나서 그래요.

엘마와 폴이 고개를 돌리니, 입을 연 것은 바텐더 인형이었다.

엘마

무슨 냄새요?

바텐더

부자의 돈냄새요.

엘마

네?

바텐더

푸흡, 농담입니다.

일등석과 특등석 승객은 수가 적다보니 수잔나가 다 기록해 두거든요. 즉, 그녀의 리스트에 없는 사람은 당연히 그 아랫등급의 손님이란 뜻이죠.

엘마

저 언니도 돈이 궁해요?

바텐더

갈아탈 다음 소체의 질을 결정짓는 일인걸요.

그래서 인형은 좋은 주인을 만나는 게 정말 중요하답니다.

엘마

......

......

바텐더

...그건 그렇고, 여기선 곧 파티가 열릴 예정입니다.

두 분도 혹시 "초청받은" 분들이신가요?

그 말에 엘마와 폴은 시선을 교환하고, 각자 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보였다.

트럼프 카드만한 그 "초청장"을 본 바텐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텐더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아무거나 주문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 음료를 주문하시면 보통 "다른 사람"이 값을 지불해 주거든요.

그리고, 여기에 꽤 오래 있어야 할 겁니다.

저는 음식 섭취 기능이 없습니다.

바텐더

그럼 이쪽의 꼬마 아가씨는 마시고 싶으신 것 있으신지요?

엘마

어... 아저씨가 저라면 뭘 시킬 거 같아요?

바텐더

..."헬 데킬라".

오직 미래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스페셜 블렌드입니다. 모처럼 탄 열차인데, 맛보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거예요.

엘마

그럼 그걸로 할게요.

바텐더 인형은 상냥한 미소로 엘마와 폴의 테이블 번호를 적고는 다음 테이블로 향했다.

엘마

..."콜트 익스프레스"가 이 열차칸 자체를 말하는 걸까요?

그건 아닐걸. "콜트 익스프레스"는 이미 수년 넘게 운행되고 있지만 아무도 호스트의 모습을 본 적 없어.

그래서 내 생각에, 호스트가 직접 우리 앞에 나타나진 않을 거 같아.

엘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마

아저씨, 눈치챘어요? 여기에 인형밖에 안 남은 거 같아요.

...확실히 그렇네. 하지만 이상할 것 없지, "콜트 익스프레스"는 인형이 주 고객인 암시장이니까.

게다가 비교적 최근에 입소문을 탔다고 하니, 인간이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엘마

그런데 폴 아저씨는... 왜 "콜트 익스프레스"에 타려 해요?

............

폴의 눈 기능을 하는 머리의 램프가 깜빡였다.

꼭... 사야 하는 물건이 있어.

너는?

엘마

저는 꼭 알고 싶은 일이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