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바 카운터
콜트 익스프레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2호 객차.
수잔나는 지금 일등칸에서 카트를 밀고 있었다.
식당차까지 갈 시간이 없거나, 혹은 그곳까지 가기 귀찮아하는 승객들에게 각종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류드밀라 교관님, 더 필요한 것 있으신가요? 샌드위치와 스테이크는 바로 준비해드릴 수 있습니다. 곁들일 와인이나 홍차도 어떠신가요?
하지만 류드밀라는 손목시계를 보더니, 주문이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F09호차는 무슨 차지?
F09호차는 식당차로, 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거기는 곧 데킬라 파티가 열릴 예정이어서, 초청장이 없으시다면 출입이 다소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손님들께 따로 식사를 준비해 드리고 있습니다.
만약 더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다면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류드밀라는 무덤덤한 어조로 수잔나의 서비스를 거절하고, 곧장 9호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수잔나는 문득 깨달았다.
아하.
저 사람도 "콜트 익스프레스"에 가려는 거였구나.
매기가 이번엔 월척을 잡았네? 일등석의 손님이라니, 과연 얼마나 통 크게 지를려나...
"장사"가 끝난 뒤에 나눠 받을 수익을 상상하자니, 수잔나는 절로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수잔나는 들뜬 마음을 억누르고 다시 부드러운 업무용 미소를 띄운 채 다음 객실로 걸어갔다.
발레리야 부인, 주문하신 노블 와인입니다.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9호 식당차.
식당차 안으로 들어선 류드밀라는 차가운 눈초리로 주위를 한 바퀴 슥 훑어봤다.
......
그리고 약 2초 가량 머뭇대다 구석의 빈 테이블에 앉았다.
이 테이블은 바 카운터에 가까워서, 음악 소리가 많이 시끄럽기에 보통은 꺼려지는 자리였다.
대신 장점이 있었으니, 이곳에 앉으면 식당차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차분하게 다시 손목시계를 본 류드밀라는 속으로 시간을 쟀다.
...5초.
류드밀라는 카운터 앞에 앉아 있는 인형을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듯, 상대도 고개를 돌려 류드밀라를 응시했다.
4초.
3초.
술잔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 인형은 손에 쥔 유리잔을 높이 들었고, 연황색 위스키가 잔 안에서 찰랑이며 등불의 빛을 반사했다.
반짝반짝, 눈부시게.
2초.
오늘 밤 데킬라는 내가 쏘지.
활짝 웃는 저 여인은 류드밀라에게 말하는 듯했다.
1초.
쿠웅.
손님 여러분, 미래호에서 안내 말씀 드립니다. 지금 열차가 터널에 진입했습니다.
열차는 정상 운행 중이오나, 위험할 수 있으니 차량간 이동을 삼가하여 주십시오.
다시 한번 안내 말――니다. 손님 여러―― 지――금――
미――ㄹ――ㅐ......ㅎ.............
객차가 통째로 블랙홀에 집어삼켜진 듯 주위의 불빛이 한순간에 꺼졌고, 안내 방송도 노이즈가 끼고 늘어지며 점점 뒤틀렸다.
하지만 열차는 여전히 터널 속을 헤치며 질주하고 있었다.
마치, 이 식당칸 차량만 다른 무언가로 변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안개. 하얀 안개가 류드밀라의 좌석 밑에서도 천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식당차 안에 자욱하게 퍼졌다.
창밖까지 껌껌한 와중, 피어오른 하얀 안개는 뭔지 모를 잔혹동요 같은 노래까지 동반했다.
머리 위엔 천국 대신 지옥이 보여요
크리스탈 잔에 가득 찬 데킬라 위로
영혼의 본래 모습이 떠오르네요
폭스는 데킬라를 집었어요
심장과 폐가 불붙은 것처럼 타들어가요
거짓말과 욕망이 한데 모여 뒤섞이고
악마는 천사의 가면을 쓰고 미소짓지요
반짝이는 액체가 혈관을 씻어내려요
여기 데킬라 두 잔 주세요
한 잔은 사탄을 위하여, 한 잔은 나를 위하여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쉬어 가고, 안개도 점차 흩어져 갔다.
돌연, 작지만 밝은 불빛 하나가 어둠을 밝혔다.
언제 류드밀라가 앉은 테이블에 놓인지 모를 오일 램프였다.
그 작은 불빛은 잠시 일렁이더니, 이내 주위의 좁은 공간을 환히 밝혔다.
............
...그렇군.
여기가 바로 "콜트 익스프레스", 증기 기관차처럼 구성된 레벨 2 플랫폼인가.
미래호는 금세 터널 밖으로 빠져나왔고, 아무 일도 없었다.
여전히 미래호 식당차의 자리에 앉아 있는 류드밀라는 데킬라 잔을 들었다. 주위의 풍경은 터널로 들어가기 전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그녀의 주의는 가상 공간을 달리는 오래된 증기 기관차, "콜트 익스프레스"의 안에 쏠렸다. 그리고 지금 그곳의 그녀 앞에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인형이 앉아 있었다.
여기가 "콜트 익스프레스"인가요?
......
이런 질문을 하는 인형이라면, 호스트는 아니군.
저기요, 매너상 대꾸 정돈 해야 하지 않아요?
그래.
............
호스트면 좀 반겨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우선 내가 호스트인지부터 물어본 다음에 질문을 해야지. 그리고, 호스트라고 다 매너 있지는 않아.
...어째서요?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 마.
그럼 제대로 설명을 해 줘야죠.
소통이란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서지, 자기 기분만 좋게 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장사 망치기 십상이에요.
............
제가 화 안 내서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예요.
류드밀라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너야말로.
딸랑.
대화도 분위기도 점점 험악해져 가려던 그때, 맑은 방울 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손님들.
또 한 명의 인형이 홀연히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 말을 걸자, 류드밀라는 미간을 좁혔다.
손님들?
오래 기다리시도록 만들어 죄송하오나, 먼저 자기소개부터 하죠.
"콜트 익스프레스"의 호스트입니다. 손님께선 저를... "하트Q"라 부르시면 됩니다.
..."하트Q".
그렇습니다, 손님.
하트Q는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곤, 뒤로 돌아 선반에서 데킬라를 한 병 꺼내더니 물어보지도 않고 석 잔을 따랐다.
두 분 모두, "콜트 익스프레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오셨겠죠?
여기는 세상 어느 곳보다 안전하고, 또 신용성 있는 거래의 장입니다.
여기서 원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제게 미리 신청만 하신다면 가지고 계신 걸 파실 수도 있습니다.
하트Q가 잠깐 뜸을 들이고 말을 이었다.
――다만 그 전에, 손님들의 탑승권을 확인하겠습니다.
필수 절차이니 협조해 주시길. 저는 규칙이라면 엄격하게 준수하는 장사꾼이거든요.
몇 초 정도 침묵한 류드밀라는 주머니에서 초청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초청장이 목제 테이블에 놓인 그 순간, 순식간에 트럼프 카드로 변했다.
스페이드의 A 카드로.
맞은편의 누군지 모를 인형도 자신의 초청장을 꺼냈고, 테이블에 놓이자 그건 클럽의 3으로 변했다.
............
하트Q는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사람의 카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냥 카드 같아 보이건만, 무언가를 면밀히 검사하는 듯이.
다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고, 하트Q는 빵긋 웃으며 공손히 두 손을 모았다.
네! 승차권 확인했습니다.
그럼 숙녀분들... 거래를 시작하실까요?
......
류드밀라가 목소리를 내려던 찰나, 맞은편의 인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전 괜찮아요.
좋습니다. 그럼 손님 여러분, 다시 한번――
"콜트 익스프레스"에 오르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전체 대사 보기 (74줄)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2호 객차.
수잔나는 지금 일등칸에서 카트를 밀고 있었다.
식당차까지 갈 시간이 없거나, 혹은 그곳까지 가기 귀찮아하는 승객들에게 각종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류드밀라 교관님, 더 필요한 것 있으신가요? 샌드위치와 스테이크는 바로 준비해드릴 수 있습니다. 곁들일 와인이나 홍차도 어떠신가요?
하지만 류드밀라는 손목시계를 보더니, 주문이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F09호차는 무슨 차지?
F09호차는 식당차로, 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거기는 곧 데킬라 파티가 열릴 예정이어서, 초청장이 없으시다면 출입이 다소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손님들께 따로 식사를 준비해 드리고 있습니다.
만약 더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다면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류드밀라는 무덤덤한 어조로 수잔나의 서비스를 거절하고, 곧장 9호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수잔나는 문득 깨달았다.
<color=#A9A9A9>아하.</color>
<color=#A9A9A9>저 사람도 "콜트 익스프레스"에 가려는 거였구나.</color>
<color=#A9A9A9>매기가 이번엔 월척을 잡았네? 일등석의 손님이라니, 과연 얼마나 통 크게 지를려나...</color>
"장사"가 끝난 뒤에 나눠 받을 수익을 상상하자니, 수잔나는 절로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수잔나는 들뜬 마음을 억누르고 다시 부드러운 업무용 미소를 띄운 채 다음 객실로 걸어갔다.
발레리야 부인, 주문하신 노블 와인입니다.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9호 식당차.
식당차 안으로 들어선 류드밀라는 차가운 눈초리로 주위를 한 바퀴 슥 훑어봤다.
......
그리고 약 2초 가량 머뭇대다 구석의 빈 테이블에 앉았다.
이 테이블은 바 카운터에 가까워서, 음악 소리가 많이 시끄럽기에 보통은 꺼려지는 자리였다.
대신 장점이 있었으니, 이곳에 앉으면 식당차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차분하게 다시 손목시계를 본 류드밀라는 속으로 시간을 쟀다.
...5초.
류드밀라는 카운터 앞에 앉아 있는 인형을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듯, 상대도 고개를 돌려 류드밀라를 응시했다.
4초.
3초.
술잔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 인형은 손에 쥔 유리잔을 높이 들었고, 연황색 위스키가 잔 안에서 찰랑이며 등불의 빛을 반사했다.
반짝반짝, 눈부시게.
2초.
오늘 밤 데킬라는 내가 쏘지.
활짝 웃는 저 여인은 류드밀라에게 말하는 듯했다.
1초.
쿠웅.
<color=#00CCFF>손님 여러분, 미래호에서 안내 말씀 드립니다. 지금 열차가 터널에 진입했습니다.</color>
<color=#00CCFF>열차는 정상 운행 중이오나, 위험할 수 있으니 차량간 이동을 삼가하여 주십시오.</color>
<color=#00CCFF>다시 한번 안내 말――니다. 손님 여러―― 지――금――</color>
<color=#00CCFF>미――ㄹ――ㅐ......ㅎ.............</color>
객차가 통째로 블랙홀에 집어삼켜진 듯 주위의 불빛이 한순간에 꺼졌고, 안내 방송도 노이즈가 끼고 늘어지며 점점 뒤틀렸다.
하지만 열차는 여전히 터널 속을 헤치며 질주하고 있었다.
마치, 이 식당칸 차량만 다른 무언가로 변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안개. 하얀 안개가 류드밀라의 좌석 밑에서도 천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식당차 안에 자욱하게 퍼졌다.
창밖까지 껌껌한 와중, 피어오른 하얀 안개는 뭔지 모를 잔혹동요 같은 노래까지 동반했다.
머리 위엔 천국 대신 지옥이 보여요
크리스탈 잔에 가득 찬 데킬라 위로
영혼의 본래 모습이 떠오르네요
폭스는 데킬라를 집었어요
심장과 폐가 불붙은 것처럼 타들어가요
거짓말과 욕망이 한데 모여 뒤섞이고
악마는 천사의 가면을 쓰고 미소짓지요
반짝이는 액체가 혈관을 씻어내려요
여기 데킬라 두 잔 주세요
한 잔은 사탄을 위하여, 한 잔은 나를 위하여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쉬어 가고, 안개도 점차 흩어져 갔다.
돌연, 작지만 밝은 불빛 하나가 어둠을 밝혔다.
언제 류드밀라가 앉은 테이블에 놓인지 모를 오일 램프였다.
그 작은 불빛은 잠시 일렁이더니, 이내 주위의 좁은 공간을 환히 밝혔다.
............
...그렇군.
여기가 바로 "콜트 익스프레스", 증기 기관차처럼 구성된 레벨 2 플랫폼인가.
미래호는 금세 터널 밖으로 빠져나왔고, 아무 일도 없었다.
여전히 미래호 식당차의 자리에 앉아 있는 류드밀라는 데킬라 잔을 들었다. 주위의 풍경은 터널로 들어가기 전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그녀의 주의는 가상 공간을 달리는 오래된 증기 기관차, "콜트 익스프레스"의 안에 쏠렸다. 그리고 지금 그곳의 그녀 앞에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인형이 앉아 있었다.
여기가 "콜트 익스프레스"인가요?
......
<color=#A9A9A9>이런 질문을 하는 인형이라면, 호스트는 아니군.</color>
저기요, 매너상 대꾸 정돈 해야 하지 않아요?
그래.
............
호스트면 좀 반겨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우선 내가 호스트인지부터 물어본 다음에 질문을 해야지. 그리고, 호스트라고 다 매너 있지는 않아.
...어째서요?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 마.
그럼 제대로 설명을 해 줘야죠.
소통이란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서지, 자기 기분만 좋게 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장사 망치기 십상이에요.
............
제가 화 안 내서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예요.
류드밀라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너야말로.
딸랑.
대화도 분위기도 점점 험악해져 가려던 그때, 맑은 방울 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손님들.
또 한 명의 인형이 홀연히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 말을 걸자, 류드밀라는 미간을 좁혔다.
손님들?
오래 기다리시도록 만들어 죄송하오나, 먼저 자기소개부터 하죠.
"콜트 익스프레스"의 호스트입니다. 손님께선 저를... "하트Q"라 부르시면 됩니다.
..."하트Q".
그렇습니다, 손님.
하트Q는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곤, 뒤로 돌아 선반에서 데킬라를 한 병 꺼내더니 물어보지도 않고 석 잔을 따랐다.
두 분 모두, "콜트 익스프레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오셨겠죠?
여기는 세상 어느 곳보다 안전하고, 또 신용성 있는 거래의 장입니다.
여기서 원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제게 미리 신청만 하신다면 가지고 계신 걸 파실 수도 있습니다.
하트Q가 잠깐 뜸을 들이고 말을 이었다.
――다만 그 전에, 손님들의 탑승권을 확인하겠습니다.
필수 절차이니 협조해 주시길. 저는 규칙이라면 엄격하게 준수하는 장사꾼이거든요.
몇 초 정도 침묵한 류드밀라는 주머니에서 초청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초청장이 목제 테이블에 놓인 그 순간, 순식간에 트럼프 카드로 변했다.
스페이드의 A 카드로.
맞은편의 누군지 모를 인형도 자신의 초청장을 꺼냈고, 테이블에 놓이자 그건 클럽의 3으로 변했다.
............
하트Q는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사람의 카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냥 카드 같아 보이건만, 무언가를 면밀히 검사하는 듯이.
다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고, 하트Q는 빵긋 웃으며 공손히 두 손을 모았다.
네! 승차권 확인했습니다.
그럼 숙녀분들... 거래를 시작하실까요?
......
류드밀라가 목소리를 내려던 찰나, 맞은편의 인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전 괜찮아요.
좋습니다. 그럼 손님 여러분, 다시 한번――
"콜트 익스프레스"에 오르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