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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 세로변형

4 클래식 축음기

도적단이 '사냥'을 시작한다.

-54-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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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간 열차 "미래호", F09호 식당차.

다양한 소리로 북적거려야 할 식당차는 미래호가 철로 위를 달리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이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류드밀라 교관은 보드카를 홀짝이며 매처럼 날카로운 눈초리로 계속 예의주시했다.

한편, 인형들의 암시장 "콜트 익스프레스"에서는...

열차가 증기를 토해내는 굉음, 철로가 열차의 바퀴에 긁히는 소음, 레몬과 데킬라가 입 안에서 섞여 피어나는 향기...

이 시대착오적인 "열차"에선, 영문을 알 수 없는 삼자 거래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트Q

좋습니다. 그럼 손님 여러분, 다시 한번――

"콜트 익스프레스"에 오르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테이블에서 초청장 "스페이드A"를 도로 집어든 류드밀라는 저 두 사람이 거래 중인 상황을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에겐 임무가 있는 만큼, 그 어떤 이상 상황도 절대 우연으로 취급할 수 없었다.

스페이드A

잠깐.

하트Q

...왜 그러시죠, 손님?

류드밀라는 맞은편의 그림자가 드리운 인형을 가리켰다.

스페이드A

초청장을 받을 때부터, 콜트 익스프레스에서의 거래는 1 대 1로 진행된다 들었는데... 지금 이건 뭡니까?

일개 손님으로서 주제 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하트Q 씨, 이름난 암시장의 호스트로서 지금 이 상황은 신용을 잃는 행위 아닌가요?

하트Q

틀린 말은 아니지요, 스페이드A 손님.

이게 좀... 예상 밖의 상황이란 점은 인정합니다. 두 분보다 제가 더 놀란 입장이란 것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원인은 지금 당장 파악도, 해결도 못 해요.

그러니 차라리 이러는 건 어떨까요? 이 뜻밖의 사고에 대한 배상으로, 두 분께 각각 사르디스 골드 2온스에 상당하는 상품을 증정해드리겠습니다.

2온스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콜트 익스프레스에 올라타신 여러분도 아주 잘 아실 테죠? 제 나름대로의 "성의"입니다.

류드밀라가 이의를 제기했을 때부터 말이 없던 클럽3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클럽3

...사르디스 골드 0.3온스는 시세변동을 감안하더라도 약 1만 크레딧으로 환전 가능하고, 1만 크레딧이면 바르샤바에서 베를린까지 열차를 타고 갈 수 있죠.

그 배상안, 받겠어요.

스페이드A

<color=#A9A9A9>바르샤바-베를린의 탑승권은 일등석이 21,860크레딧, 일반석이 10900크레딧. 클럽3는 일반석 표로 탑승한 인형인가 보군.</color>

뭘 어찌 배상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저는 지금 호스트인 당신이 문제를 발견해놓곤 적당히 넘어가려 했음에 실망한 겁니다.

이거 아무래도 당신과의 거래를 다시 고려해봐야겠군요, 하트Q 씨.

류드밀라의 항의에, 하트Q는 한숨을 푹 쉬고는 손을 내저었다.

하트Q

손님께서 거래를 그만두고 싶으시다면야, 저도 말리지 않겠어요.

다만 이 "방"을 나가시겠다면 두 분 모두 나가시게 됩니다. 이쪽의 클럽3 손님도 말예요.

아, 물론 저희 측의 잘못으로 거래가 취소되는 것이니 탑승권은 2배의 가격으로 환불해드리겠습니다.

클럽3

엣... 잠깐만요! 안 돼요, 그럴 순 없어요!

클럽3가 이를 듣자마자 다급하게 외쳤다.

하트Q

음? 배상안에 마음 안 드는 점이라도 있으신지?

클럽3

불만은 없는데, 왜 스페이드A는 거래를 거절하려는 거예요?

우리가 이 열차에 탄 이유는 원하는 물건이 있어서 그걸 사려는 거잖아요. 조금 문제 생겨서 혼자가 아니라 두 명이 한자리서 거래하게 됐어도 각자 필요한 걸 사면 되는 일 아니에요? 그냥 그러면 되는데 뭐가 문제예요?

스페이드A

너와는 상관없어.

다만 한 가지 당부를 해 주자면, 여긴 암시장이다. 다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어해.

클럽3

전 그런 거 몰라요... 아무튼, 저는 거래할 거예요.

그쪽은 거래할 생각 없다면 적어도 제가 거래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스페이드A

......

교관인 류드밀라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인형은 매우 드물었다.

이토록 당당하고, 고집스럽게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하지만 지금 그녀의 임무 목표는 클럽3가 아니라 하트Q였다.

스페이드A

클럽3가 저리 고집을 부린다면야...

받아들이죠, 이번뿐입니다.

하트Q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제 정말로 거래를 시작해볼까요?

안심하십쇼, 저희는 언제나 정직하고 투명하게 장사하거든요.

하트Q는 씨익 웃고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러자 수첩 한 권이 그녀의 손 안에 나타났다.

눈앞의 두 사람을 보면서 비어있는 손의 손가락을 튕기자, 그쪽 손에도 똑같은 수첩이 나타났다.

하트Q는 두 수첩을 각각 류드밀라와 맞은 편 클럽3에게 나누어줬다.

하트Q

설명부터 드리지요, 저희 거래소는 단 한 가지의 화폐만 취급합니다. 바로 "사르디스 골드"죠. 뭐, 이건 벌써 다 아시겠죠?

그리고 여기서 거래되는 물품은 전부 단품으로, 지금 드린 목록을 보시면 뒤에 숫자가 붙은 게 있을 텐데, 그 단품을 구성하는 물건의 개수를 뜻합니다.

전부 단품이다 보니, 거래는 경매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손님께서 가격을 제시하시면, 제가 이를 전달하고 낙찰 여부를 알려드립니다.

자아 그럼 이번 상품 목록을 찬찬히 잘 보신 뒤에 말씀해 주십시오.

스페이드A

경매인데다 당신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만으로 어떻게 공정성을 보장한다는 겁니까?

류드밀라의 질문에 하트Q는 윙크하며 답했다.

하트Q

손님께서 합리적이라 여겨 제시한 가격으로 원하는 물건을 얻는다면, 그게 바로 매우 공정한 거래 아닐까요?

스페이드A

...문제가 발생해도 대충 넘어가려 하고, 내가 빠지려고 해도 말리지도 않다니.

역시 암시장은 믿을 수가 없다니까.

하트Q

그리 말씀하시니 섭한걸요, 저희 거래소는 거래되는 물품의 품질로 명성을 쌓았는데 말이죠.

스페이드A 손님도 그래서 콜트 익스프레스에 타신 게 아니신지?

스페이드A

내 친구 몇 명이 여기서 물건을 사길 좋아하긴 했죠.

물건은 확실하게 받고, 품질도 좋지만, 한 가지 매우 희한한 점이 있었습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물건을 살 땐 항상 준비해 온 모든 자금을 지불했다더군요.

그러니까, 항상 누군가와 경쟁을 벌인 끝에 지불 가능한 최대 금액으로 낙찰받았단 말입니다.

하트Q

그거야 당연하죠, 저희가 취급하는 물건은 하나부터 열까지 최상급이니까요.

손님들이 가진 걸 전부 털어서라도 원하는 걸 사려 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저희도 그걸 손님들이 저희에게 표하는 경의로 여기고 있습니다.

딱 봐도 태도가 변한 하트Q를 류드밀라가 차갑게 쏘아보던 중, 맞은편의 클럽3가 또 대뜸 입을 열었다.

클럽3

제가 원하는 건 여기 없어요.

그녀는 상품 목록을 거의 보지도 않고 내려놨다.

하트Q

예...? 손님 지금 목록 거의 보지도 않으셨잖습니까, 그럼 왜 이 열차에 오르신 건가요?

혹시 몰라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백화점 같은 게 아닙니다, 물품을 입출고하는 데에도 돈이 꽤 많이 들어요.

그리고 클럽3 손님, 제가 방금 기록을 조회해 보니 돈이 아니라 자신의 소체를 담보로 탑승권을 구입하셨더군요?

그리 되면 규정 시간 내에 잔여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실 경우 손님의 소체는 저희에게 소유권이 넘어갑니다.

클럽3

알아요, 그냥 구경하러 온 게 아니에요.

제가 사려는 건 물건이 아니라 정보에요. 한 인물의 정보. 그거에 맞는 가격을 제시해 주시면 돼요.

제가 그만큼 지불할 수 있는지는 걱정 마시고요.

하트Q

그럼 클럽3 손님은 어떤 정보를 원하시는지요?

클럽3

"엘마 흄", 그녀에 관한 정보를 있는대로 전부 주세요.

스페이드A

............

<color=#A9A9A9>흄...?</color>

"콜트 익스프레스"의 다른 방. 하트Q가 있는 것은 같지만, 그녀가 맞이한 손님은 달랐다. 테이블에 놓인 트럼프 카드는 클럽7.

폴이 고개를 살짝 기울여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와중에도, 열차의 진동에 흔들리는 등잔불은 뒤의 매우 고풍스러운 객차로 그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벽에는 지난 세기의 명화가 잔뜩 걸려 있었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폴도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였다.

클럽7

당신이 "콜트 익스프레스"의 호스트입니까?

하트Q

맞습니다, 클럽7 손님. 한잔하시겠습니까? 마음을 진정시키는 덴 이것 만한 것도 없답니다.

클럽7

......

폴은 말없이 하트Q를 바라보다, 술잔을 들더니 자신의 얼굴에 부었다.

촤악!

독한 술은 그의 안면의 램프에 쏟아져, 그대로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클럽7

...이것도 한잔한 것으로 칩니까?

하트Q

하하하... 꽤 재밌는 손님이시군요.

아무렴요, 레벨 2 플랫폼이니 무슨 짓을 해도 괜찮죠.

클럽7

......

폴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트Q는 서랍에서 수첩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폴이 받자, 수첩은 순식간에 팝업창으로 변했다.

하트Q

자아, 목록 찬찬히 보시고 원하시는 물건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쇼.

클럽7

......

다만 폴은 열차에 오르기 전부터 점찍어 둔 상품이 있었다.

클럽7

이것.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찾아내, 가리켰다.

"이둔".

하트Q

호오? 인형이시면서 이것에 흥미를 가지시다니, 의외인데요.

클럽7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입찰가 1.5온스 맞습니까? 2온스 제시하겠습니다.

하트Q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고 하트Q는 테이블 한 켠에 놓인 셰이커를 집어 들었다.

눈동자에 푸른 빛이 감도는 그녀가 술을 섞는 솜씨는 꽤나 능숙해, 적어도 폴이 보기에는 전문가의 퍼포먼스처럼 화려하게 보였다.

퉁.

공중에서 세 바퀴 돌리고 받아내, 하트Q는 셰이커를 열어 맑은 색의 칵테일을 비워진 잔에 따랐다.

하트Q

이거 유감입니다, 손님.

마침 이걸 탐내시는 다른 손님이 계시네요.

다이아J 손님이 2.5온스를 제시했습니다.

클럽7

......

폴은 고개를 숙여 목록의 상품 설명을 다시 확인했다.

틀림없었다. 분명 이것이다.

이걸로... ELID를 낫게 할 수 있다.

ELID를 낫게할 수 있는 약...

클럽7

...3온스.

하트Q

알겠습니다.

슬쩍 알려드리자면, 지금 입찰 경쟁자는 다이아J 한 분뿐입니다.

하트Q는 슬쩍 윙크하며 다시 눈동자를 반짝였다.

그녀가 술잔을 위로 들고 잠시 뜸을 들이자, 둘 사이에서 타오르는 등잔불도 흐려지는 듯했다.

하트Q

어이쿠, 이건 참...

저쪽 분 꽤 끈질긴데요?

클럽7

얼마 낸답니까?

하트Q

3.5온스 제시했습니다.

클럽7

............

뿌우우――

증기 기관차의 기적소리가, 이 한순간의 침묵을 더욱 무겁게 했다.

하트Q

굳이 이것 말고도 손님께서 관심 있으실 만한 물건은 많습니다만...

하트Q는 떠보듯 난지시 물었다.

그 교활한 눈빛으로 폴의 "눈"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클럽7

3.6... 아니, 3.8온스.

하트Q

알겠습니다.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하트Q가 통로로 나와 한 바퀴 빙글 돌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이 현실감 상당한 열차칸에서 저런 기이한 광경이 벌어지자, 폴은 더욱 긴장했다.

현실의 식당차에 비하면 매우 비좁고 답답한 이 객실은 어두운 조명도 퀴퀴한 냄새도 전부 폴의 신경을 자극하는 독약 같았다.

눈앞의 오일 램프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기다리는 폴은 매 1초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딸랑.

하트Q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폴이 평정심을 거의 잃었을 때쯤, 경쾌한 방울 소리와 함께 하트Q가 홀연히 다시 나타나 폴 앞으로 돌아왔다.

클럽7

...어떻게 됐습니까?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듯, 폴의 목소리는 다소 초조했다.

하트Q

죄송합니다, 정말 끈질긴 사람을 만나셨어요.

클럽7

......

하트Q가 가볍게 뱉은 대답에, 폴은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그는 좌석의 등받이에 축 늘어져, 눈 기능을 하는 램프마저 빛을 잃었다.

클럽7

그럼... 어쩔 수 없죠. 포기하겠습니다.

폴의 목소리는 꽤나 애잔했다.

하트Q

......칫.

돌려야겠네.

클럽7

...뭐라고요?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하트Q의 말에, 폴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보인 것은 튀어올라 허공에서 회전하는 동전 한 닢과, 그를 보며 손가락을 튕기는 하트Q의 모습이었다.

클럽7

3.6... 아니, 3.8온스.

하트Q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축하합니다, 상대방이 입찰을 포기했습니다.

3.8온스에 클럽7 손님께 낙찰되었습니다!

거래에 저희 "콜트 익스프레스"를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클럽7

금액은 바로 지불하겠습니다.

누구에게 주면 됩니까?

하트Q

열차에서 내리시면 상품과 청구서 모두 큄비를 통해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클럽7

알겠습니다...

대륙간 열차 "미래호", "콜트 익스프레스"의 마지막 객차.

아무도 없는 객차는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의 소리가 메아리쳤다.

썰렁한 좌석 앞에는 불꽃이 흔들리는 오일 램프와, 외로이 놓은 트럼프 카드 한 장이 있었다.

뒷면으로 놓은 트럼프 카드는 하트K.

이 아무도 없는 객차에 갑자기 누군가 나타났다.

하트Q

......

캐서린

<color=#00CCFF>오늘은 그런 아바타구나.</color>

<color=#00CCFF>근데, 고작 3.8온스 가지고 그걸 써야 했어? 위화감 없게 롤백하는 거 부담 엄청 크잖아, 상대가 쇳덩어리라 별 느낌 안 들었을 테니 망정이지...</color>

매기

한 푼이라도 소중히 해야지~ 그리고 걱정 마셔, 저번에 개조 좀 해서 이 정도의 데이터 처리는 버틸 만하니까.

캐서린

<color=#00CCFF>목표는 찾았어?</color>

매기

입질은 오는 거 같은데 아직 특정은 못하겠단 말이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한데, 약속한 10분까지 앞으로 1분 남았어.

캐서린

<color=#00CCFF>...최대한 시간을 끌어볼게.</color>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9호 식당차.

딸그락.

천천히 녹아 가는 유리잔의 얼음이 잔과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났다.

한가하게 잔을 흔드는 캐서린은 바 카운터에 엎어져 잠든 것 같은 매기를 슬쩍 보았다.

캐서린

하아...

잔의 진저 에일을 단숨에 비우고 손가락을 튕기자, 바텐더는 바로 캐서린에게 한 잔 더 따라 주었다.

캐서린

이 때만큼은 항상 한가하다니까.

삐빅!

돌연 통신기가 소리를 내자, 캐서린은 반사적으로 즉각 연결했다.

캐서린

여보세――

니콜라스

<color=#00CCFF>역시 캐서린 너도 열차에 타고 있었군.</color>

캐서린

쿠헥켁 니콜라스 씨!? 무, 무슨 일이세요? 매기라면 아직 콜트 익스프레스에 있어서 나오면 연락하라 할――

니콜라스

<color=#00CCFF>"사냥" 시작됐다, 당장 끝내는 게 좋을 거야.</color>

<color=#00CCFF>나도 어떻게든 최대한 시간은 끌어보겠는데, 류바 할멈 성격은 너도 잘 알잖아...</color>

삐익.

그 말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캐서린은 뼈아픈 기억이 뇌리를 스치는 바람에, 무심코 통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캐서린

앗! 아놔 내가 이걸 왜 끊었지...

삐이이...

허둥지둥 다시 통신을 걸었지만, 끊기자마자 증발이라도 했는지 니콜라스는 응답이 없었다.

캐서린

아니 이 도련님이 뭐하는데 안 받아!? 받으라고 얼른!!

바로 성질이 난 캐서린은 통신기를 툭툭 마구 두드리고 번쩍 들어 이리저리 흔들면서 신호를 잡으려는 등 갖은 애를 썼다.

그러다...

——꽁!

캐서린

......헉.

손이 미끄러져 통신기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마침 카트에 음식을 보충하러 온 수잔나의 발등이 통신기의 모서리에 찍혔다.

수잔나

아얏!! 대체 뭐하는 거야 캐서린!

사과하며 허리를 숙여 통신기를 도로 집으려던 캐서린에게, 어디선가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신경이 곤두서지 않았다면 몰랐을, 찰나의 아주 작은 소리가.

승객

<size=25>사, 사람 살려!!</size>

캐서린

어...? 수잔나, 지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

수잔나

무슨 소리?

수잔나도 갸우뚱하며 귀를 쫑긋 세웠지만, 그녀에겐 식당차의 잔잔한 음악밖에 들리지 않았다.

수잔나

아무 소리도 안――

타――앙!!!

바로 옆 객차에서 터진 굉음이 수잔나의 말을 끊어버렸다.

이번에는 식당차의 음악마저 묻어버릴 정도로, 캐서린도 수잔나도 바텐더도 똑똑히 들었다.

캐서린

......X됐다.

캐서린은 한쪽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것을 주체 못하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여전히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식당차에 있는 이들 중 오직 그녀만이 깨달았다.

지금 저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도적단이 "사냥"을 시작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