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대형 짐 선반
모든 것은 신소련의 미래를 위해서.
속보입니다.
모스크바에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대류간 열차 EN440-13M "미래호"가 현지 시간 18시 50분 바르샤바 역을 출발한 후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내무부, 교통부는 현재 긴급 경보를 발령해 전 노선이 교통 관제에 들어갔습니다. 관제 해제 시간은 발표되는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한 손이 리모컨을 눌러 다음 채널로 돌렸다.
――도 기자 섀도리스가 긴급 속보를 전해드립니다.
포즈난 동쪽에 위치한 레드존에서, 대륙간 열차가 의문의 공격을 받아 탈선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태로 대륙간 열차 EN440-13M "미래호"의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세관 및 국경 보안국 대변인은 이미 안전 조사팀이 현장으로 출동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
다시 리모컨을 눌러 다음 채널로 돌렸다.
속보입니다. 레드존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생명선 바르샤바 - 포즈난 구간에서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열차가 운행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나 아직 사상자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지 철도사 대변인은 극한 환경, 내지는 인적 재해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2062년 포즈난 철도 사고 이후 시베리아 생명선의 가장 심각한 사고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
삑.
손은 다시 리모컨을 들어, 뉴스로 온통 시끄러운 텔레비전을 껐다.
전등도 켜지 않아 어두웠던 방은 텔레비전마저 꺼지자 완전히 어둠에 잠겼다.
독일 베를린, 그리폰 임시 기지.
어둠 속에 있던 자가 숨을 들이마셨다.
그 즉시, 옆에 있던 두 인형들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절도 있는 경례와 새단장한 모습으로, 두 인형은 비범한 기품을 뽐냈다.
지휘관, 명령을 내려 주세요.
우리가 얼마 만큼 회복됐지?
페르시카 씨의 정비 덕분에 전력 회복 수준이 약 15%에 도달했습니다.
툭... 툭...
지휘관은 의자의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없이 앞의 전자 스크린을 주시했다.
그 화면에는 "의미불명"인 정보 몇 줄이 띄워져 있었다.
"새벽별 추락, 저녁별 추락."
"EN440-13M 미래호 열차가 소속 불명의 무장 집단에게 습격받음."
밤별, 지원 요청."
"좌표 - 위도 52.2495, 경도 19.0118."
...이클립스 작전 수정이다. 너희는 즉시 레드존으로 출발해 "밤별"을 지원하고, "대공"을 인수한다.
네.
알겠어요.
툭.
두드리던 소리가 멈추고, 지휘관을 눈을 떠 의자를 돌렸다.
출발.
......
쏴아아...
문득, 축축한 느낌이 코 안에 가득했다.
눈물...?
...아니야, 나처럼 성능 떨어지는 서비스 인형은 표정이 하나뿐인걸...
적당히 훌쩍여 보아도 여전히 표준적인 미소만 지어지는 수잔나가 천천히 눈을 떴다.
차가운 감촉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니,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흐린 밤하늘이었다.
아아... 비가 내리는구나...
바르샤바 - 포즈난 구간, 아무도 맨몸으로 발을 들이지 않을 레드존.
대륙간 열차 "미래호"는 초연에 휩싸여 궤도를 이탈했다.
그리고 수잔나는 파손된 차량의 연결구에 진흙투성이인 채로 쓰러져 있었다.
......
쏴아아...
빗방울은 그녀의 얼굴과 몸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수잔나는 삐걱이는 몸으로 힘겹게 일어나, 망연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수잔나의 머리 위로, 엄청난 힘이 객차를 찢어 낸 끔찍한 틈새 사이로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하늘도 무심하게, 빗물은 여전히 미소가 걸린 수잔나의 얼굴에 떨어져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정신 차려 수잔나.
떠올랐다. 그녀는 보르 브 자코녜에게 여기까지 끌려와, F02호 차량의 문을 열으라 협박당했다.
하지만 문의 식별 코드가 바뀌었다 밝히자 그들은 그녀를 이 자리에 그대로 버렸고, 그리고...
지금은 슬퍼할 시간 없어, 수잔나... 직장을 지켜야지...
승객들... 생존자를 찾아야 해...
열차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게 공격받아 탈선해, 이젠 성한 곳이 없었다.
지금 최우선인 건 긴급 구조 통신기를 찾는 것... 그 다음 생존자가 있다면 보호하고...
손으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더듬으면서, 수잔나는 다리를 절뚝이며 나아갔다.
......
대륙간 열차 "미래호", 끔찍하게 파손된 F03호 객차.
......
아무리 장갑 열차라지만, 그 거대한 충격은 민간용이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끔찍한 몰골로 비틀리고 찢겨진 차량에 생존자가 있을 리 만무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수잔나에게 무력감이 엄습해 걸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어둠 속에서 주륵주륵 내리는 빗줄기는 여기저기 난 틈새를 통해 들어와, 열차 안에 아직 남은 희미한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였다.
대륙간 열차 "미래호", 심각하게 파손된 F04호 객차.
여기도 생존자는 없나...
...안 돼, 포기하면 안 돼. 비상 통신 매뉴얼은 식당차의 준비실에 있을 거야...
승무원 인형으로서, 수잔나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직무를 이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처참하게 비틀린 차량은 바닥마저 찌그러져, 가로지르는 것조차 지금 그녀에겐 고역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는 하늘의 빗줄기는 그녀가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다양한 각도로 기울었다.
......
대륙간 열차 "미래호", 의외로 손상이 가벼운 편인 F09 식당차.
식당차의 문은 여전히 열 수는 없었지만, 이미 충격으로 심하게 찌그러져 그럴 필요도 없었다.
수잔나가 가볍게 밀자, 문짝은 그냥 떨어져 나갔다.
딸깍.
수잔나가 옆을 더듬어, 차량의 비상 조명을 켰다.
아무래도 이 차량의 비상용 내장 전원은 아직 살아있는 것 같았다.
으윽...
다소 눈부신 불빛이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났다.
충격의 진원지에서 거리가 조금 있었던 덕분인 듯했다.
......다행이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만 식당차의 내부는 마치 천지가 뒤집힌 듯 혼돈 그 자체였다.
선반 위에 가지런히 진열됐던 술병들은 전부 깨져 사방에 유리조각이었다.
그 때문에, 식당차는 온갖 술이 뒤섞인 알코올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앗.
수잔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바닥의 작동이 정지된 인형과 잡동사니에 발이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준비실까지 나아갔다.
직원 전용 사물함은 어렵잖게 찾아내었지만, 이미 잔뜩 찌그러져 간신히 형체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온힘을 다해 사물함의 문을 억지로 열어 젖힌 수잔나는 가까스로 안에 든 긴급 구조 통신기를 꺼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곧장 긴급 구조 요청 채널에 연결했다.
삐이...
삐이...
신호 송수신 램프는 깜빡였지만, 받는 사람은 없었다.
유일했던 희망이 또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이대로 끝이라니 안 된다고...
아직 복권으로 500 크레딧 이상 당첨돼본 적도 없단 말이야...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삐삑——
여기는 포즈난.
현재 상황을 보고하라.
긴급 구조 요청합니다...
여기는 EN440-13M 열차...
저는 열차 승무원 인형 수잔나입니다. 현재 좌표 위도 52.2495, 경도 19.0118입니다.
EN440-13M 열차?
네! 위도 52.2495, 경도 19――
지지지직...
뚝.
돌연 통신이 중단됐다.
......망할 레드조오오온!!!
화낼 기운도 빠져버린 수잔나는 손에서 통신기를 놓았다.
흐윽... 어제 그냥 연차낼걸...
안에 누가 있습니까?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그때, 투박한 인형의 목소리가 준비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아무래도 저 인형은 수잔나가 안에 갇힌 줄 안 모양이었다.
수잔나가 정신을 다잡고 고개를 들어보니, 식당차로 왔던 철도 작업부 인형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마침 잘 왔어요, 저기에 손이 안 닿는데 좀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수잔나는 억지로 기운을 짜내, 스위치의 위치를 찾아 조난 위치 발신기(ELT)를 켰다. 그리고 이어서 응급 구조 키트가 어디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던... 그때였다.
가, 감, 감염자다!
17호차에 감염자가 있어!
패닉에 빠진 목소리가 식당차의 반대편에서 들려왔고, 어수선한 사람들의 발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마치 연못에 돌멩이가 떨어져 물결이 퍼지듯, 당황하는 목소리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마, 말도 안 돼!
도망쳐! 다른 차로 가라고!
어떻게 감염자가 열차에 오른 거야!?
그런데, 폴이 돌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쏜살같이 내달렸다.
로시타!
폴의 거구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자, 수잔나는 또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또 무슨 일이야아... 감염자는 또 뭔데...
살려줘... 나... 나 정신 나갈 거 같아...
수잔나는 이젠 아예 현기증까지 났다.
그런데, 그 불안감을 뚫고 몇 가닥의 자연적이지 않은 불빛이 열차 안을 비추었다.
어...? 저기 봐! 등불이다! 등불이라고! 누가 왔어!
어...?
수잔나도 고개를 돌렸다.
철로에서 대략 몇백m 떨어진 수풀 사이로, 눈부시게 환한 빛을 뿜는 서치라이트가 이쪽을 비추고 있었다.
구조대다!
구조대가 왔어!!
수잔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마 다가온 승객이 기다리다 못해 그녀의 어깨를 찰싹 치지 않았다면, 계속 그렇게 사고가 정지된 채 멍하니 있을 뻔했다.
이봐요 승무원 아가씨! 정신 차리고 얼른 방독면 가져와요!
저기 봐요, 누가 우릴 구해주러 왔어요! 빨리 가자고요!
구조대가 벌써...? 방금 막 발신기를 켠 참인데...?
즈, 즉시 확인하겠습니다!
수잔나는 떨리는 손으로 고출력 손전등을 찾아 사물함 아래를 더듬었다.
승객들은 행여 저 불빛이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초조한 눈빛으로 그녀와 저 맞은편의 불빛을 자꾸만 번갈아 보았다.
간신히 손이 닿은 비상도구함에서 고출력 손전등을 꺼내든 수잔나는 곧장 창가로 달려가, 수풀을 향해 구조 요청 신호를 보냈다.
...정말 우리를 구하러 온 걸까?
그 자리의 생존자들 모두가 묻고 싶은 말이었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답신을 기다리는 1분 1초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수백 년처럼 느껴진 기다림 끝에, 수풀에서 서치라이트가 깜빡였다.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저 신호는 구조 요청에 대한 응답이 분명했다.
...구조대다! 구조대가 왔어요!
우리 이제 살았어요!
아아... 나 드디어 퇴근한다...
......
대륙간 열차 "미래호", 피해가 크지 않은 F02 객차.
으윽...
아직도 이명이 가시지 않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니콜라스는 좌석 밑에서 기어나왔다.
일어나고서도 한동안 휘청거린 그는 간신히 균형 감각을 되찾고 주위를 확인했다.
뭐냐 진짜... 누가 뒤통수 후려깐 줄 알았네...
아수라장이 된 차량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도적단원들도 하나둘씩 욕설을 중얼대며 깨어났다.
정신을 차린 다니엘은 마찬가지로 바닥에 쓰러진 류바 할멈을 부축했고, 할멈은 침착함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매우 험악했다.
다니엘 씨...
방금 그거 뭐였냐...?
갑자기 죄다 붕 뜬 걸로 봐선 열차가 급정거라도 한 거 같아요.
철로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어... 아무래도 더 심각한 일인 거 같은데요.
다니엘도 차량의 상황을 대강 훑어본 후, 류바 할멈에게 보고했다.
뭔 일인진 몰라도 이 객차가 튼튼한 덕분에 우린 무사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다른 차에 있던 녀석들과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야! 방금 확인했는데 다른 차량들 죄다 박살나서 레드존의 공기가 그대로 안으로 들어오고 있어!
젠장, 전력이 나가서 정화 장치도 꺼졌다고...
방독면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진정해라.
류바 할멈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삐익.
그때, 때마침 통신기가 소리를 냈다.
......!
받아.
류바 할멈의 명에 다니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통신을 연결했다.
여깄습니다.
"시그너스"에서 안부 전해드립니다.
그 목소리에 류바 할멈의 통신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도 더욱 험악해졌다.
...네놈들이었냐.
우리, 전에도 꽤 여러 번 협력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두 팔 벌려 환영할 친구들이 오늘은 매너가 영 꽝이구먼.
네, 다시 협력하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이걸로 빚 갚은 셈 치려는 거야?
설마요, 한때 손잡았던 파트너를 어찌 버리겠습니까.
다만 지금은 조금 더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몇 년간 도와주신 것처럼 말입니다.
류바 할멈의 눈이 가늘어졌다.
모든 것은... 신소련의 미래를 위해서.
……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9호 식당차.
수잔나는 헐레벌떡 준비실로 돌아가 긴급 방호 키트들을 꺼냈다.
수는 충분하니 침착하게 차례대로 받아 가세요!
여전히 비가 내리는 저 밖으로 당장에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여기는 레드존이었다.
사이즈 맞출 필요 없으니까 그냥 바닥에다 다 던져요!
앗, 잠시만요! 새치기하시면――
시간 없어요! 이러다 또 강도들이 들이닥치면 어떡해요!?
수잔나는 초조함을 다스리려고 깊게 심호흡하면서, 가까이 있는 남자아이의 방독면 끈을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승객들의 요구대로 긴급 방호 키트를 전부 바닥에 뿌려버리고 비상 출구의 스위치 커버를 열었다.
구조대가 가까이 있어도 안전에 주의하십――
문 열지 마!
――?!
갑작스런 고함에 수잔나도 승객들도 화들짝 놀랐다.
혹시나 싶어 조마조마하며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빨리 문 닫아!! 당장!!
하지만——
그 잠깐의 실랑이 사이에 한 여성은 자신의 아이를 안고 비상 출구로 뛰어내렸다.
게다가 수잔나의 시야에는 이미 빗속으로 뛰어든 승객들이 여럿이었다.
그들은 다급한 마음에 뒤에서 부르짖는 류드밀라의 외침이 전혀 들리지 않았고,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수풀 저편의 서치라이트를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수잔나가 머뭇거리는 사이에도 승객들은 우르르 비상 출구로 몰려들고 있었다.
타앙!!
타타탕!!
총탄 몇 발이 수잔나의 뺨을 스치고 비상 출구의 문틀에 박혔다.
류드밀라 교——
저건 구조대가 아니야!
류드밀라의 위협사격에 몰려들었던 승객들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수잔나는 어쩔 수 없이 비상 출구를 닫았다.
하지만 그들 모두 저 서치라이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먼저 나간 행운아들이 희망을 찾아 달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여기요! 여기요!
우리 여기 있어요!
타――앙!!
살았다는 흥분감에 도취된 남성이 빛이 보이는 방향을 향해 약 200m 가까이 달려나왔을 때쯤, 어디선가 날아든 저격소총탄 한 발이 그의 미간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죽다 살았다는 환희에 젖어 해맑게 웃던 얼굴 그대로, 그는 뒤로 쓰러져 진흙탕을 뒹굴었다.
타앙! 타앙! 타앙!
그리고 연달아 울려 퍼지는 총성과 함께, 열차 밖으로 달려나왔던 생존자들은 차례차례 쓰러졌다.
웃기지도 않는 운명의 장난이었다.
......
당측, 지정 좌표에 도달.
봉쇄 명령 이행 중.
......
다음 지시를 기다리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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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입니다.
모스크바에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대류간 열차 EN440-13M "미래호"가 현지 시간 18시 50분 바르샤바 역을 출발한 후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내무부, 교통부는 현재 긴급 경보를 발령해 전 노선이 교통 관제에 들어갔습니다. 관제 해제 시간은 발표되는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한 손이 리모컨을 눌러 다음 채널로 돌렸다.
――도 기자 섀도리스가 긴급 속보를 전해드립니다.
포즈난 동쪽에 위치한 레드존에서, 대륙간 열차가 의문의 공격을 받아 탈선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태로 대륙간 열차 EN440-13M "미래호"의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세관 및 국경 보안국 대변인은 이미 안전 조사팀이 현장으로 출동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
다시 리모컨을 눌러 다음 채널로 돌렸다.
속보입니다. 레드존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생명선 바르샤바 - 포즈난 구간에서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열차가 운행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나 아직 사상자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지 철도사 대변인은 극한 환경, 내지는 인적 재해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2062년 포즈난 철도 사고 이후 시베리아 생명선의 가장 심각한 사고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
삑.
손은 다시 리모컨을 들어, 뉴스로 온통 시끄러운 텔레비전을 껐다.
전등도 켜지 않아 어두웠던 방은 텔레비전마저 꺼지자 완전히 어둠에 잠겼다.
독일 베를린, 그리폰 임시 기지.
어둠 속에 있던 자가 숨을 들이마셨다.
그 즉시, 옆에 있던 두 인형들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절도 있는 경례와 새단장한 모습으로, 두 인형은 비범한 기품을 뽐냈다.
지휘관, 명령을 내려 주세요.
우리가 얼마 만큼 회복됐지?
페르시카 씨의 정비 덕분에 전력 회복 수준이 약 15%에 도달했습니다.
툭... 툭...
지휘관은 의자의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없이 앞의 전자 스크린을 주시했다.
그 화면에는 "의미불명"인 정보 몇 줄이 띄워져 있었다.
"새벽별 추락, 저녁별 추락."
"EN440-13M 미래호 열차가 소속 불명의 무장 집단에게 습격받음."
밤별, 지원 요청."
"좌표 - 위도 52.2495, 경도 19.0118."
...이클립스 작전 수정이다. 너희는 즉시 레드존으로 출발해 "밤별"을 지원하고, "대공"을 인수한다.
네.
알겠어요.
툭.
두드리던 소리가 멈추고, 지휘관을 눈을 떠 의자를 돌렸다.
출발.
......
쏴아아...
문득, 축축한 느낌이 코 안에 가득했다.
눈물...?
...아니야, 나처럼 성능 떨어지는 서비스 인형은 표정이 하나뿐인걸...
적당히 훌쩍여 보아도 여전히 표준적인 미소만 지어지는 수잔나가 천천히 눈을 떴다.
차가운 감촉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니,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흐린 밤하늘이었다.
아아... 비가 내리는구나...
바르샤바 - 포즈난 구간, 아무도 맨몸으로 발을 들이지 않을 레드존.
대륙간 열차 "미래호"는 초연에 휩싸여 궤도를 이탈했다.
그리고 수잔나는 파손된 차량의 연결구에 진흙투성이인 채로 쓰러져 있었다.
......
쏴아아...
빗방울은 그녀의 얼굴과 몸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수잔나는 삐걱이는 몸으로 힘겹게 일어나, 망연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수잔나의 머리 위로, 엄청난 힘이 객차를 찢어 낸 끔찍한 틈새 사이로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하늘도 무심하게, 빗물은 여전히 미소가 걸린 수잔나의 얼굴에 떨어져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정신 차려 수잔나.
떠올랐다. 그녀는 보르 브 자코녜에게 여기까지 끌려와, F02호 차량의 문을 열으라 협박당했다.
하지만 문의 식별 코드가 바뀌었다 밝히자 그들은 그녀를 이 자리에 그대로 버렸고, 그리고...
지금은 슬퍼할 시간 없어, 수잔나... 직장을 지켜야지...
승객들... 생존자를 찾아야 해...
열차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게 공격받아 탈선해, 이젠 성한 곳이 없었다.
지금 최우선인 건 긴급 구조 통신기를 찾는 것... 그 다음 생존자가 있다면 보호하고...
손으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더듬으면서, 수잔나는 다리를 절뚝이며 나아갔다.
......
대륙간 열차 "미래호", 끔찍하게 파손된 F03호 객차.
......
아무리 장갑 열차라지만, 그 거대한 충격은 민간용이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끔찍한 몰골로 비틀리고 찢겨진 차량에 생존자가 있을 리 만무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수잔나에게 무력감이 엄습해 걸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어둠 속에서 주륵주륵 내리는 빗줄기는 여기저기 난 틈새를 통해 들어와, 열차 안에 아직 남은 희미한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였다.
대륙간 열차 "미래호", 심각하게 파손된 F04호 객차.
여기도 생존자는 없나...
...안 돼, 포기하면 안 돼. 비상 통신 매뉴얼은 식당차의 준비실에 있을 거야...
승무원 인형으로서, 수잔나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직무를 이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처참하게 비틀린 차량은 바닥마저 찌그러져, 가로지르는 것조차 지금 그녀에겐 고역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는 하늘의 빗줄기는 그녀가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다양한 각도로 기울었다.
......
대륙간 열차 "미래호", 의외로 손상이 가벼운 편인 F09 식당차.
식당차의 문은 여전히 열 수는 없었지만, 이미 충격으로 심하게 찌그러져 그럴 필요도 없었다.
수잔나가 가볍게 밀자, 문짝은 그냥 떨어져 나갔다.
딸깍.
수잔나가 옆을 더듬어, 차량의 비상 조명을 켰다.
아무래도 이 차량의 비상용 내장 전원은 아직 살아있는 것 같았다.
으윽...
다소 눈부신 불빛이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났다.
충격의 진원지에서 거리가 조금 있었던 덕분인 듯했다.
......다행이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만 식당차의 내부는 마치 천지가 뒤집힌 듯 혼돈 그 자체였다.
선반 위에 가지런히 진열됐던 술병들은 전부 깨져 사방에 유리조각이었다.
그 때문에, 식당차는 온갖 술이 뒤섞인 알코올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앗.
수잔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바닥의 작동이 정지된 인형과 잡동사니에 발이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준비실까지 나아갔다.
직원 전용 사물함은 어렵잖게 찾아내었지만, 이미 잔뜩 찌그러져 간신히 형체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온힘을 다해 사물함의 문을 억지로 열어 젖힌 수잔나는 가까스로 안에 든 긴급 구조 통신기를 꺼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곧장 긴급 구조 요청 채널에 연결했다.
삐이...
삐이...
신호 송수신 램프는 깜빡였지만, 받는 사람은 없었다.
유일했던 희망이 또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이대로 끝이라니 안 된다고...
아직 복권으로 500 크레딧 이상 당첨돼본 적도 없단 말이야...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삐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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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현재 상황을 보고하라.</color>
긴급 구조 요청합니다...
여기는 EN440-13M 열차...
저는 열차 승무원 인형 수잔나입니다. 현재 좌표 위도 52.2495, 경도 19.0118입니다.
<color=#00CCFF>EN440-13M 열차?</color>
네! 위도 52.2495, 경도 19――
<color=#00CCFF>지지지직...</color>
뚝.
돌연 통신이 중단됐다.
......망할 레드조오오온!!!
화낼 기운도 빠져버린 수잔나는 손에서 통신기를 놓았다.
흐윽... 어제 그냥 연차낼걸...
안에 누가 있습니까?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그때, 투박한 인형의 목소리가 준비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아무래도 저 인형은 수잔나가 안에 갇힌 줄 안 모양이었다.
수잔나가 정신을 다잡고 고개를 들어보니, 식당차로 왔던 철도 작업부 인형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마침 잘 왔어요, 저기에 손이 안 닿는데 좀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수잔나는 억지로 기운을 짜내, 스위치의 위치를 찾아 조난 위치 발신기(ELT)를 켰다. 그리고 이어서 응급 구조 키트가 어디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던... 그때였다.
가, 감, 감염자다!
17호차에 감염자가 있어!
패닉에 빠진 목소리가 식당차의 반대편에서 들려왔고, 어수선한 사람들의 발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마치 연못에 돌멩이가 떨어져 물결이 퍼지듯, 당황하는 목소리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마, 말도 안 돼!
도망쳐! 다른 차로 가라고!
어떻게 감염자가 열차에 오른 거야!?
그런데, 폴이 돌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쏜살같이 내달렸다.
로시타!
폴의 거구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자, 수잔나는 또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또 무슨 일이야아... 감염자는 또 뭔데...
살려줘... 나... 나 정신 나갈 거 같아...
수잔나는 이젠 아예 현기증까지 났다.
그런데, 그 불안감을 뚫고 몇 가닥의 자연적이지 않은 불빛이 열차 안을 비추었다.
어...? 저기 봐! 등불이다! 등불이라고! 누가 왔어!
어...?
수잔나도 고개를 돌렸다.
철로에서 대략 몇백m 떨어진 수풀 사이로, 눈부시게 환한 빛을 뿜는 서치라이트가 이쪽을 비추고 있었다.
구조대다!
구조대가 왔어!!
수잔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마 다가온 승객이 기다리다 못해 그녀의 어깨를 찰싹 치지 않았다면, 계속 그렇게 사고가 정지된 채 멍하니 있을 뻔했다.
이봐요 승무원 아가씨! 정신 차리고 얼른 방독면 가져와요!
저기 봐요, 누가 우릴 구해주러 왔어요! 빨리 가자고요!
구조대가 벌써...? 방금 막 발신기를 켠 참인데...?
즈, 즉시 확인하겠습니다!
수잔나는 떨리는 손으로 고출력 손전등을 찾아 사물함 아래를 더듬었다.
승객들은 행여 저 불빛이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초조한 눈빛으로 그녀와 저 맞은편의 불빛을 자꾸만 번갈아 보았다.
간신히 손이 닿은 비상도구함에서 고출력 손전등을 꺼내든 수잔나는 곧장 창가로 달려가, 수풀을 향해 구조 요청 신호를 보냈다.
...정말 우리를 구하러 온 걸까?
그 자리의 생존자들 모두가 묻고 싶은 말이었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답신을 기다리는 1분 1초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수백 년처럼 느껴진 기다림 끝에, 수풀에서 서치라이트가 깜빡였다.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저 신호는 구조 요청에 대한 응답이 분명했다.
...구조대다! 구조대가 왔어요!
우리 이제 살았어요!
아아... 나 드디어 퇴근한다...
......
대륙간 열차 "미래호", 피해가 크지 않은 F02 객차.
으윽...
아직도 이명이 가시지 않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니콜라스는 좌석 밑에서 기어나왔다.
일어나고서도 한동안 휘청거린 그는 간신히 균형 감각을 되찾고 주위를 확인했다.
뭐냐 진짜... 누가 뒤통수 후려깐 줄 알았네...
아수라장이 된 차량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도적단원들도 하나둘씩 욕설을 중얼대며 깨어났다.
정신을 차린 다니엘은 마찬가지로 바닥에 쓰러진 류바 할멈을 부축했고, 할멈은 침착함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매우 험악했다.
다니엘 씨...
방금 그거 뭐였냐...?
갑자기 죄다 붕 뜬 걸로 봐선 열차가 급정거라도 한 거 같아요.
철로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어... 아무래도 더 심각한 일인 거 같은데요.
다니엘도 차량의 상황을 대강 훑어본 후, 류바 할멈에게 보고했다.
뭔 일인진 몰라도 이 객차가 튼튼한 덕분에 우린 무사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다른 차에 있던 녀석들과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야! 방금 확인했는데 다른 차량들 죄다 박살나서 레드존의 공기가 그대로 안으로 들어오고 있어!
젠장, 전력이 나가서 정화 장치도 꺼졌다고...
방독면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진정해라.
류바 할멈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삐익.
그때, 때마침 통신기가 소리를 냈다.
......!
받아.
류바 할멈의 명에 다니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통신을 연결했다.
여깄습니다.
<color=#00CCFF>"시그너스"에서 안부 전해드립니다.</color>
그 목소리에 류바 할멈의 통신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도 더욱 험악해졌다.
...네놈들이었냐.
우리, 전에도 꽤 여러 번 협력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두 팔 벌려 환영할 친구들이 오늘은 매너가 영 꽝이구먼.
<color=#00CCFF>네, 다시 협력하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color>
이걸로 빚 갚은 셈 치려는 거야?
<color=#00CCFF>설마요, 한때 손잡았던 파트너를 어찌 버리겠습니까.</color>
<color=#00CCFF>다만 지금은 조금 더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몇 년간 도와주신 것처럼 말입니다.</color>
류바 할멈의 눈이 가늘어졌다.
<color=#00CCFF>모든 것은... 신소련의 미래를 위해서.</color>
……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9호 식당차.
수잔나는 헐레벌떡 준비실로 돌아가 긴급 방호 키트들을 꺼냈다.
수는 충분하니 침착하게 차례대로 받아 가세요!
여전히 비가 내리는 저 밖으로 당장에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여기는 레드존이었다.
사이즈 맞출 필요 없으니까 그냥 바닥에다 다 던져요!
앗, 잠시만요! 새치기하시면――
시간 없어요! 이러다 또 강도들이 들이닥치면 어떡해요!?
수잔나는 초조함을 다스리려고 깊게 심호흡하면서, 가까이 있는 남자아이의 방독면 끈을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승객들의 요구대로 긴급 방호 키트를 전부 바닥에 뿌려버리고 비상 출구의 스위치 커버를 열었다.
구조대가 가까이 있어도 안전에 주의하십――
<size=50>문 열지 마!</size>
――?!
갑작스런 고함에 수잔나도 승객들도 화들짝 놀랐다.
혹시나 싶어 조마조마하며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빨리 문 닫아!! 당장!!
하지만——
그 잠깐의 실랑이 사이에 한 여성은 자신의 아이를 안고 비상 출구로 뛰어내렸다.
게다가 수잔나의 시야에는 이미 빗속으로 뛰어든 승객들이 여럿이었다.
그들은 다급한 마음에 뒤에서 부르짖는 류드밀라의 외침이 전혀 들리지 않았고,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수풀 저편의 서치라이트를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수잔나가 머뭇거리는 사이에도 승객들은 우르르 비상 출구로 몰려들고 있었다.
타앙!!
타타탕!!
총탄 몇 발이 수잔나의 뺨을 스치고 비상 출구의 문틀에 박혔다.
류드밀라 교——
저건 구조대가 아니야!
류드밀라의 위협사격에 몰려들었던 승객들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수잔나는 어쩔 수 없이 비상 출구를 닫았다.
하지만 그들 모두 저 서치라이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먼저 나간 행운아들이 희망을 찾아 달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여기요! 여기요!
우리 여기 있어요!
타――앙!!
살았다는 흥분감에 도취된 남성이 빛이 보이는 방향을 향해 약 200m 가까이 달려나왔을 때쯤, 어디선가 날아든 저격소총탄 한 발이 그의 미간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죽다 살았다는 환희에 젖어 해맑게 웃던 얼굴 그대로, 그는 뒤로 쓰러져 진흙탕을 뒹굴었다.
타앙! 타앙! 타앙!
그리고 연달아 울려 퍼지는 총성과 함께, 열차 밖으로 달려나왔던 생존자들은 차례차례 쓰러졌다.
웃기지도 않는 운명의 장난이었다.
......
당측, 지정 좌표에 도달.
봉쇄 명령 이행 중.
<color=#00CCFF>......</color>
다음 지시를 기다리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