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판매용 카드
인간은 다 그래, 항상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바라 마지않지.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9호 식당차.
난장판 속에서 부스럭부스럭 인기척이 났다.
들키지 않았음을 확인하자, 매기가 그나마 멀쩡한 간식 카트를 밀면서 구석에서 나왔다.
육포, 아님 초콜릿?
다른 구석에 숨어 있던 캐서린이 그 소리를 듣곤 고개를 빼꼼 내밀어 윽박질렀다.
지금 그게 목에 넘어가!?
아님 뭐 어쩔 건데?
매기는 어깨를 으쓱하며 너덜너덜해진 소파에 털썩 앉고는, 과자 봉지 하나를 뜯곤 극락에라도 온 것마냥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단지 쑥대밭이 된 식당차여서 어울리지 않을 뿐.
한편 엘마도 매기의 뒤에서 건드리면 다 들이받아 버리겠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 살벌한 눈빛에, 캐서린은 께름칙한 표정으로 매기가 가져온 카트에서 올리브 한 통을 집었다.
...얘 그냥 넘겨 버리는 게 어때?
그러고 뭐, 저 군바리들한테 총 맞아 죽자고?
그게 당사자 앞에서 할 말이야?
아 우리가 이렇게 숨 죽이고 있어도 저놈들이 열차칸을 하나씩 정성들여 박살내고 있잖아!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어? 엉!? 왜 우린 1호차로 안 간 건데!
덩치가 클수록 한 방에 당하기 쉬워.
코끼리 말고 개미 사냥한단 사람 본 적 있냐?
......?
그거야 코끼리가 개미보다 돈이 되니까 그런 거지!
매기는 그냥 시선을 돌렸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체력과 정신력을 아끼고...
두 손 모아 우리 교관 나리가 대박 치길 기도하는 것뿐이야.
그 사람한테 걸기엔...
배가 너무 작지 않아?
좀만 파도쳐도 뒤집힐 정도로 쬐끄만 배.
언제는 안 그랬냐?
우리가 이딴 해적질이나 하면서 언제 큰 배 탄 적이 있던가?
그건 그렇네... 항상 목숨 걸거나 목숨 걸러 가거나였지.
항상 변화를 따라잡아야 했던 것이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일이었고.
안전을 추구하고 있을 때만이 유일하게 안전했지.
캐서린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었다.
엣휴 내 팔자야...
이게 다 주인 잘못 만난 탓이야.
첫 단추가 안 좋으면 평생 고생해.
...둘의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어?
몰라도 돼.
......
그럼 흄 박사에 대해서 아는 거 전부 말해 줘.
그만한 돈은 있고?
...류드밀라 앞으로 외상.
오? 걔한테 화 풀렸어?
우리 둘만의 일이야, 돌아오면 확실하게 물어볼 거야.
그러니까 일단 네가 아는 것만이라도 다 얘기해 줘.
후우...
매기는 한숨을 뱉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 사람을 잘 몰라. 단골도 아니었는걸.
날 찾아온 것도 뭘 사러가 아니라 팔러 온 거였어.
그때, 그는 여기다 인형 관련 기술을 하나 매달아 두고 갔지.
상품 설명도 괴상해서 아주 똑똑히 기억해.
"인형에 관한 과학, 인형을 연구 대상으로."
좀 흥미가 생겨서 대충 넘겨 봤지.
그녀는 잠시 기억을 되짚었다.
그러니까, 뭐랬더라아...
"단순히 강력한 전투기계를 만들려 한다면, 인간의 형상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인형에게 있어 물리적 성능보다 더욱 뛰어난 것은 인간성의 승화여야 한다."
아 맞아맞아 그거.
그 연구란 게 대체 뭐야?
낸들 알아? 난 사회 공학자지 진짜 공학자는 아니라고.
다만 내가 알기로는... 그 연구에서 실험체가 된 인형들은 말이지...
모두 미쳐버려서 마인드맵이 융해되는 최후를 맞았다더라.
그 사람이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것처럼 말하네.
맞는 말 아니야?
...난 그 사람을 내 "엄마"라 생각했어.
아무렴, 인간은 역할극을 엄청 좋아하걸랑.
우리 주인은 자길 "아가씨"라 불러 달랬지.
귀족도, 부자도 아니었으면서.
부를 때마다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어.
인간은 다 그래, 항상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바라 마지않지.
인간을 본뜬 우리도 똑같지만 말이야.
그럼 난 "엄마"가 없단 거야?
풋...
내 말은, "네 스스로를 알라"고 이 아가씨야.
......
매기가 자세를 바꿔 앉으며 말을 계속했다.
넌 인형이야. 인간과의 관계는 아무리 포장한들 본질은 주종관계에 지나지 않아.
우리의 목숨이,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운명이 그들 손에 달렸어.
그래서 인간들끼리의 관계를 우리한테까지 적용해선 안 돼.
너랑 그 사람이 서로를 뭐라 불렀는진 내 알 바 아니지만, 거기에 현혹되지 말란 거야.
넌 그저 "펫"에 불과해.
난... 그 사람의 딸이 아니야?
아니지.
......
그럼 난 바보야?
......
쿠웅.
멀쩡해 보이던 매기가 갑자기 픽 쓰러졌다.
?!!
캐서린이 헐레벌떡 달려와,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매기의 몸을 가까스로 받아냈다.
아오 얘 또 뻗었네 그러게 내가――
......?
아니야... 그 여자 짓이다!
매기가 위험해! 얼른 들어가서 구해주자!
말 안 해도 알아!
아오오오 이래서 내가 패러데우스 같은 사이비한테 마인드맵 개조 맡기면 안 된다고 했는데...
캐서린의 품에 안긴 매기는 깊이 잠든 것처럼 보였다.
다만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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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간 열차 "미래호", F09호 식당차.
난장판 속에서 부스럭부스럭 인기척이 났다.
들키지 않았음을 확인하자, 매기가 그나마 멀쩡한 간식 카트를 밀면서 구석에서 나왔다.
육포, 아님 초콜릿?
다른 구석에 숨어 있던 캐서린이 그 소리를 듣곤 고개를 빼꼼 내밀어 윽박질렀다.
지금 그게 목에 넘어가!?
아님 뭐 어쩔 건데?
매기는 어깨를 으쓱하며 너덜너덜해진 소파에 털썩 앉고는, 과자 봉지 하나를 뜯곤 극락에라도 온 것마냥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단지 쑥대밭이 된 식당차여서 어울리지 않을 뿐.
한편 엘마도 매기의 뒤에서 건드리면 다 들이받아 버리겠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 살벌한 눈빛에, 캐서린은 께름칙한 표정으로 매기가 가져온 카트에서 올리브 한 통을 집었다.
...얘 그냥 넘겨 버리는 게 어때?
그러고 뭐, 저 군바리들한테 총 맞아 죽자고?
그게 당사자 앞에서 할 말이야?
아 우리가 이렇게 숨 죽이고 있어도 저놈들이 열차칸을 하나씩 정성들여 박살내고 있잖아!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어? 엉!? 왜 우린 1호차로 안 간 건데!
덩치가 클수록 한 방에 당하기 쉬워.
코끼리 말고 개미 사냥한단 사람 본 적 있냐?
......?
그거야 코끼리가 개미보다 돈이 되니까 그런 거지!
매기는 그냥 시선을 돌렸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체력과 정신력을 아끼고...
두 손 모아 우리 교관 나리가 대박 치길 기도하는 것뿐이야.
그 사람한테 걸기엔...
배가 너무 작지 않아?
좀만 파도쳐도 뒤집힐 정도로 쬐끄만 배.
언제는 안 그랬냐?
우리가 이딴 해적질이나 하면서 언제 큰 배 탄 적이 있던가?
그건 그렇네... 항상 목숨 걸거나 목숨 걸러 가거나였지.
항상 변화를 따라잡아야 했던 것이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일이었고.
안전을 추구하고 있을 때만이 유일하게 안전했지.
캐서린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었다.
엣휴 내 팔자야...
이게 다 주인 잘못 만난 탓이야.
첫 단추가 안 좋으면 평생 고생해.
...둘의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어?
몰라도 돼.
......
그럼 흄 박사에 대해서 아는 거 전부 말해 줘.
그만한 돈은 있고?
...류드밀라 앞으로 외상.
오? 걔한테 화 풀렸어?
우리 둘만의 일이야, 돌아오면 확실하게 물어볼 거야.
그러니까 일단 네가 아는 것만이라도 다 얘기해 줘.
후우...
매기는 한숨을 뱉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 사람을 잘 몰라. 단골도 아니었는걸.
날 찾아온 것도 뭘 사러가 아니라 팔러 온 거였어.
그때, 그는 여기다 인형 관련 기술을 하나 매달아 두고 갔지.
상품 설명도 괴상해서 아주 똑똑히 기억해.
"인형에 관한 과학, 인형을 연구 대상으로."
좀 흥미가 생겨서 대충 넘겨 봤지.
그녀는 잠시 기억을 되짚었다.
그러니까, 뭐랬더라아...
"단순히 강력한 전투기계를 만들려 한다면, 인간의 형상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인형에게 있어 물리적 성능보다 더욱 뛰어난 것은 인간성의 승화여야 한다."
아 맞아맞아 그거.
그 연구란 게 대체 뭐야?
낸들 알아? 난 사회 공학자지 진짜 공학자는 아니라고.
다만 내가 알기로는... 그 연구에서 실험체가 된 인형들은 말이지...
모두 미쳐버려서 마인드맵이 융해되는 최후를 맞았다더라.
그 사람이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것처럼 말하네.
맞는 말 아니야?
...난 그 사람을 내 "엄마"라 생각했어.
아무렴, 인간은 역할극을 엄청 좋아하걸랑.
우리 주인은 자길 "아가씨"라 불러 달랬지.
귀족도, 부자도 아니었으면서.
부를 때마다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어.
인간은 다 그래, 항상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바라 마지않지.
인간을 본뜬 우리도 똑같지만 말이야.
그럼 난 "엄마"가 없단 거야?
풋...
내 말은, "네 스스로를 알라"고 이 아가씨야.
......
매기가 자세를 바꿔 앉으며 말을 계속했다.
넌 인형이야. 인간과의 관계는 아무리 포장한들 본질은 주종관계에 지나지 않아.
우리의 목숨이, 우리의 미래가, 우리의 운명이 그들 손에 달렸어.
그래서 인간들끼리의 관계를 우리한테까지 적용해선 안 돼.
너랑 그 사람이 서로를 뭐라 불렀는진 내 알 바 아니지만, 거기에 현혹되지 말란 거야.
넌 그저 "펫"에 불과해.
난... 그 사람의 딸이 아니야?
아니지.
......
그럼 난 바보야?
......
쿠웅.
멀쩡해 보이던 매기가 갑자기 픽 쓰러졌다.
?!!
캐서린이 헐레벌떡 달려와,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매기의 몸을 가까스로 받아냈다.
아오 얘 또 뻗었네 그러게 내가――
......?
아니야... 그 여자 짓이다!
매기가 위험해! 얼른 들어가서 구해주자!
말 안 해도 알아!
아오오오 이래서 내가 패러데우스 같은 사이비한테 마인드맵 개조 맡기면 안 된다고 했는데...
캐서린의 품에 안긴 매기는 깊이 잠든 것처럼 보였다.
다만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