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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 세로변형

24 차 안의 낙서

나는 의사요, 사람을 구하는 게 내 본분이지.

-54-O-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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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교차하는 총성과 섬광은 어두운 열차를 끝이 보이지 않는 공포의 회랑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그 사이를, 매기가 엘마의 손을 붙잡고 지나고 또 지났다.

엘마

정말 캐서린을 두고 갈 거야...?

적어도 마인드맵 코어만이라도...

엘마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매기가 그럴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잡아당기며 서두르는 탓에 엘마는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다.

그런 매기는 딱 잘라 말했다.

매기

1초라도 꾸물거렸다간 너도 버리고 간다.

엘마

......

삐이——

통신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류드밀라

<color=#00CCFF>F02호차까지 얼마나 더 걸리지?</color>

매기

40초!

...아니 30초면 돼!

류드밀라

<color=#00CCFF>그럼 다른 질문 있나?</color>

매기

거기서 기다리기만 하면 돼?

류드밀라

<color=#00CCFF>그래, 지금 구조대가 오는 중이다.</color>

매기

그럼 질문 없어.

엘마

......

너는 이제 위험한 일을 하러 가는 거지?

류드밀라

<color=#00CCFF>...그래,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color>

엘마

나한텐 아무것도 설명 안 해 줘?

류드밀라

<color=#00CCFF>......</color>

<color=#00CCFF>미안하다, 흄 박사의 정보는 군사 기밀이야.</color>

엘마

...내 마인드맵에 백업할래?

"서머 가든"이 뭔지 알잖아.

류드밀라

<color=#00CCFF>필요 없어.</color>

<color=#00CCFF>나는 군 소속 인형이니까.</color>

통신은 잠시 조용해졌다.

류드밀라

<color=#00CCFF>앞으로 10초.</color>

엘마

...류드밀라는 본명이야?

류드밀라

<color=#00CCFF>......내가 스스로 지은 이름이야.</color>

삑.

말을 마친 류드밀라는 통신을 종료했다.

문 바깥으로 주륵주륵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쉬었다.

"Я" 교관

후회되나?

류드밀라

<color=#66CDAA>넌 정말 농담에 소질이 없다니까.</color>

"Я" 교관

지금 전선의 지휘자는 너다. 이기든 지든, 다 네가 선택한 일이다.

류드밀라

<color=#66CDAA>"우리"의 선택이지, "Я" 교관.</color>

<color=#66CDAA>우리는 둘이서 한 몸이니까.</color>

......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1호 객차.

피난 온 생존자들까지 받으니, 안 그래도 좁던 객차는 더욱 비좁아졌다.

게다가 문 앞에서 그 소동까지 있었으니, 사람들은 확실하게 먼저 왔던 이들과 나중에 들어온 이들, 두 무리로 나뉘었다. 닥터 루고사를 가운데에 둔 그들은 서로를 원수처럼 흘겨볼 뿐이었다.

닥터 루고사

......

반면, 두 저기압단 사이의 닥터 루고사는 매우 침착했다.

닥터 루고사

환부 소독.

루카스

네.

그는 지금 테이블 위에 눕힌 소녀에게 온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 소녀는 피부 곳곳에 규소화 증상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

우려되는 점이라면, 열악한 환경에 원래부터 허약한 그녀의 체질이 더해져 복사감염증보다 합병증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더 높다는 것이었다.

닥터 루고사

......

옆의 루카스는 수건으로 닥터 루고사의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닦아 주었다.

콰――앙!

창밖의 불빛이 흔들리고 굳게 닫힌 문 너머로 굉음이 들려오자, 차량 안의 모두가 움찔했다.

저 저승사자들은 지금도 열차칸을 하나씩 하나씩 소탕하고 있었다.

비싸게 차려입은 여인

...저기요, 그렇게 고생해서 그 애를 구한다고 당신한테 무슨 이득이 있어요?

덜덜 떠는 사람들 사이의 한 여인이, 닥터 루고사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닥터 루고사

......

다가오는 암운에도, 닥터 루고사의 손과 목소리는 전혀 흔들림 없었다.

닥터 루고사

이 아이의 가족은 그대들 중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은 인형이오.

그리고 그는 지금 밖에서 이 열차의 비상 설비를 고치고 있지.

로시타

으으...

닥터 루고사

그가 포기하지 않는데 무슨 이유로 내가 포기하겠소?

비싸게 차려입은 여인

인형이잖아요, 우릴 지키는 게 본분이잖아요.

닥터 루고사

나는 의사요, 사람을 구하는 게 내 본분이지.

한 차례 더 신음하던 로시타의 호흡이 점차 안정되었다.

루고사는 손등으로 그녀의 체온을 재본 뒤에야 마침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퉁——

그와 동시에 여태까지 깜깜하던 차량이 밝아졌고, 이 갑작스런 빛에 사람들의 머리 위를 짓누르던 먹구름이 활짝 개었다.

방금까지 근심으로 가득하던 그들은 눈에 띄게 밝아진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닥터 루고사

보시게들, 포기하지 마시오.

닥터 루고사의 중후한 목소리가 사람들을 북돋웠다.

닥터 루고사

...곧 여명이 밝아올 테니.

그리고 나지막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루고사는 로시타에게 담요를 덮어 주었다.

나머지를 부탁하오, 교관 선생.

이븐 대위는 앞에 쓰러진 시체를 내려다보며 눈썹을 씰룩였다.

눈을 부릅뜬 다니엘의 시신은,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이렇게 죽으리라곤 상상도 못한 듯했다.

이븐 대위

시체는 이대로 유기한다.

도적 패거리의 내분을 눈앞에서 보다니 오늘은 재수도 없군, 쯧쯧쯧...

병사A

예.

멀리서 점점 불길에 휩싸여 가는 열차를 바라보며, 이븐 대위는 통신기를 들었다.

삐이...

통신 연결.

이븐 대위

현재 21량 소탕 완료.

속행하나?

타레우스

<color=#00CCFF>계속해, 더 빨리.</color>

<color=#00CCFF>너무 느려.</color>

이븐 대위

그렇다면 중화기 사용을 허가 바란다.

타레우스

<color=#00CCFF>허가할게, 먼저 내가 이 목표를 처리한 뒤에.</color>

타레우스의 차갑고 기계적인 목소리는 질문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이븐 대위

알았다.

삑.

통신 종료.

병사

대위님...?

이븐 대위

좀 더 대기한다.

이븐 대위는 통신기를 부관에게 넘기고, 뒷짐을 진 채 열차를 바라봤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홱 들었다.

비가 그친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