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지붕으로 나가는 문
패러데우스, 이제 지옥으로 떨어질 때다.
"서머 가든".
사삭... 사삭...
오후의 따뜻한 바람이 정원 안의 나무에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고 서로 스쳐 마음이 편해지는 소리가 났다.
엘마는 바람과 함께, 기나긴 관목의 아치를 지났다.
아치 끝으로 하얀 대리석 조각상이 어렴풋이 보였다.
마치 여신의 모습 같은...
끼이익...
굳게 닫혔던 문은 더 이상 잠겨 있지 않았고, 가볍게 살짝 밀자 너무나도 쉽게 활짝 열렸다.
엘마는 그 여신상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여신이 돌아보았다. 여신은 엘마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이였다.
......
엘마.
네가 왜 여기 있어?
벌써 잊었어?
네가 나한테 열쇠를 줬잖아. "류드밀라"라 이름 지은 열쇠를.
백업 안 한다더니...
...여기에 물건을 뒀어.
그럼 나중에 가지러 올 거야?
...미안해.
그 말 듣기 싫어! 제일 싫어!
질리도록 들었단 말이야... 다 나한테 미안하대.
모두 자아를 가졌는데...
다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왜 나만...
왜 항상 나만 잊어버리는데!
왜 나만 항상 헤매고 다니는데!
나만 항상 바보처럼, 남의 꽁무니만 따라다니고...!
미워! 네가 미워!
......
엘마는 관목 아치로 달렸다.
휘이이――
서머 가든의 바람은 더는 상냥하게 뺨을 어루만지지 않았다.
점점 거세지고, 난폭해져...
휘몰아치는 돌풍이 되었다.
엘마!
류드밀라는 엘마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서머 가든이 점점 무너져 내렸다.
집은 폐허가 되었다.
그리고 그 폐허 속에서 석고상들이 솟아올랐다.
......
엘마, 위험해.
......
엘마, 위험해.
――위험해!
엘마!
......
그녀는 손을 뻗었다.
햇빛이 자신의 새하얀 팔을 비추는 것을 보았다.
팔은, 점점 사라졌다.
멀리, 서머 가든의 끝에서, 폭풍 같은 파동이 조용한 정원을 갈아엎었다.
쿠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풀밭도, 수풀도, 전부 망가져 갔다.
...그래, 나 화 풀렸어.
너희가 미운 게 아니야.
난... 그냥 나 자신이 미워.
이렇게 너희를 잊어버리는 내가 미워...
콰앙!!
서머 가든의 문이 다시 닫혔다.
아무리 해가 뜨고 달이 져도.
아무리 계절이 바뀌어도.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흘러,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난 반드시 여기로 다시 돌아올 거야.
다시 너희를 기억해낼 거야.
......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2호 객차
...통신 확인.
여기는 "엘모 호" 선행 부대.
타입 불명의 니토 1체를 발견, 무력화 처리하였습니다.
독일 정부가 보낸 구조대도 곧 도착할 거다.
민간인 생존자들의 수를 확인하고 인수인계 준비해.
인수인계가 끝나면 복귀하도록.
네.
삐빅.
Kar98K는 통신을 종료하고, 뒤에 있는 동료에게 고개를 돌렸다.
리엔필드?
리엔필드는 무릎을 굽혀 작은 소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이름을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엘마예요.
저를 그리폰에 데려가 주세요.
리엔필드와 Kar98K는 서로 마주보고 어리둥절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기억이 안 나요.
...응? 어라? 왜 내가 그런 말을...?
그럼 저희와 함께 그리폰에 돌아가겠습니까?
...네.
엘마는 손을 내밀어 리엔필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인형들을 따라 열차에서 내렸다.
숲을 불태우던 불길은 이미 꺼진지 오래였고, 지평선 너머로 동이 트며 나아갈 길을 밝혀 주었다.
그때 뭔가 떠오른 듯, 엘마는 고개를 숙이곤 중얼댔다.
뭔가 중요한 걸 잊어버린 것 같아...
......
독일 베를린, 임시 지휘소.
삐빅.
지휘관은 통신과 모니터를 끄고 일어나 뒤로 돌았다.
어떻게 됐어요...?
문앞에는 AR-15가 서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그 잠수함 기지를 벗어나고, M4A1이 떠난 뒤로, AR-15가 이토록 침착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을 확인했어.
"이고르" 계획 최종 단계 돌입이야.
드디어...
매우 침착하던 AR-15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바로 긴 숨을 내쉬었다.
...가서 준비하겠습니다.
그녀는 약 2초 정도 문과 씨름해 열고서 곧장 사라졌다.
......
그런 AR-15를 말없이 지켜본 지휘관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검지와 엄지로 콧등을 문지르며 눈을 감았다.
'이제 끝이다, 패러데우스.'
'이제 지옥으로 떨어질 때다.'
전체 대사 보기 (65줄)
"서머 가든".
사삭... 사삭...
오후의 따뜻한 바람이 정원 안의 나무에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고 서로 스쳐 마음이 편해지는 소리가 났다.
엘마는 바람과 함께, 기나긴 관목의 아치를 지났다.
아치 끝으로 하얀 대리석 조각상이 어렴풋이 보였다.
마치 여신의 모습 같은...
끼이익...
굳게 닫혔던 문은 더 이상 잠겨 있지 않았고, 가볍게 살짝 밀자 너무나도 쉽게 활짝 열렸다.
엘마는 그 여신상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여신이 돌아보았다. 여신은 엘마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이였다.
......
엘마.
네가 왜 여기 있어?
벌써 잊었어?
네가 나한테 열쇠를 줬잖아. "류드밀라"라 이름 지은 열쇠를.
백업 안 한다더니...
...여기에 물건을 뒀어.
그럼 나중에 가지러 올 거야?
...미안해.
그 말 듣기 싫어! 제일 싫어!
질리도록 들었단 말이야... 다 나한테 미안하대.
모두 자아를 가졌는데...
다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왜 나만...
왜 항상 나만 잊어버리는데!
왜 나만 항상 헤매고 다니는데!
나만 항상 바보처럼, 남의 꽁무니만 따라다니고...!
미워! 네가 미워!
......
엘마는 관목 아치로 달렸다.
휘이이――
서머 가든의 바람은 더는 상냥하게 뺨을 어루만지지 않았다.
점점 거세지고, 난폭해져...
휘몰아치는 돌풍이 되었다.
엘마!
류드밀라는 엘마를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서머 가든이 점점 무너져 내렸다.
집은 폐허가 되었다.
그리고 그 폐허 속에서 석고상들이 솟아올랐다.
......
엘마, 위험해.
......
엘마, 위험해.
――위험해!
엘마!
......
그녀는 손을 뻗었다.
햇빛이 자신의 새하얀 팔을 비추는 것을 보았다.
팔은, 점점 사라졌다.
멀리, 서머 가든의 끝에서, 폭풍 같은 파동이 조용한 정원을 갈아엎었다.
쿠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풀밭도, 수풀도, 전부 망가져 갔다.
...그래, 나 화 풀렸어.
너희가 미운 게 아니야.
난... 그냥 나 자신이 미워.
이렇게 너희를 잊어버리는 내가 미워...
콰앙!!
서머 가든의 문이 다시 닫혔다.
아무리 해가 뜨고 달이 져도.
아무리 계절이 바뀌어도.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흘러,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난 반드시 여기로 다시 돌아올 거야.
다시 너희를 기억해낼 거야.
......
대륙간 열차 "미래호", F02호 객차
...통신 확인.
여기는 "엘모 호" 선행 부대.
타입 불명의 니토 1체를 발견, 무력화 처리하였습니다.
<color=#00CCFF>독일 정부가 보낸 구조대도 곧 도착할 거다.</color>
<color=#00CCFF>민간인 생존자들의 수를 확인하고 인수인계 준비해.</color>
<color=#00CCFF>인수인계가 끝나면 복귀하도록.</color>
네.
삐빅.
Kar98K는 통신을 종료하고, 뒤에 있는 동료에게 고개를 돌렸다.
리엔필드?
리엔필드는 무릎을 굽혀 작은 소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이름을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엘마예요.
저를 그리폰에 데려가 주세요.
리엔필드와 Kar98K는 서로 마주보고 어리둥절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기억이 안 나요.
...응? 어라? 왜 내가 그런 말을...?
그럼 저희와 함께 그리폰에 돌아가겠습니까?
...네.
엘마는 손을 내밀어 리엔필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인형들을 따라 열차에서 내렸다.
숲을 불태우던 불길은 이미 꺼진지 오래였고, 지평선 너머로 동이 트며 나아갈 길을 밝혀 주었다.
그때 뭔가 떠오른 듯, 엘마는 고개를 숙이곤 중얼댔다.
뭔가 중요한 걸 잊어버린 것 같아...
......
독일 베를린, 임시 지휘소.
삐빅.
지휘관은 통신과 모니터를 끄고 일어나 뒤로 돌았다.
어떻게 됐어요...?
문앞에는 AR-15가 서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그 잠수함 기지를 벗어나고, M4A1이 떠난 뒤로, AR-15가 이토록 침착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을 확인했어.
"이고르" 계획 최종 단계 돌입이야.
드디어...
매우 침착하던 AR-15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바로 긴 숨을 내쉬었다.
...가서 준비하겠습니다.
그녀는 약 2초 정도 문과 씨름해 열고서 곧장 사라졌다.
......
그런 AR-15를 말없이 지켜본 지휘관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검지와 엄지로 콧등을 문지르며 눈을 감았다.
'이제 끝이다, 패러데우스.'
'이제 지옥으로 떨어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