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W2 클라리넷 협주곡
평생 굶을 걱정 없는 소위 '금수저'들 중에 자신 같은 잡것의 생사를 신경 써줄 사람은 과연 있기나 할까?
일주일 후, 보르 브 자코녜의 임시 거점.
글레프는 옆에 있는 총기 탄약의 점검을 마치고, 일어서서 테이블 중앙에 올려져 있는 술집 건물 모형을 주시했다.
지시사항은 다 전달했어? 다들 자신의 임무를 명심하고 있지?
그래, 이미 여러번 확인했어.
발레리야는 어두운 문가에서 천천히 다가와 차가운 두 손으로 남편의 넥타이를 고쳐 매주었다.
당신이 시킨 대로 기관단총에 전부 소음기를 달았어. 신발도 다 부드러운 재질로 신겼으니까, 나무 바닥에서도 아무 소리 안 날 거야.
도끼는 가져왔어?
발레리야가 문 옆의 소파를 가리켰다. 초승달 같은 하얀 빛이 구멍난 검은 가죽 위에 누워서 서슬 퍼런 기운을 내뿜었다.
글레프는 미소 짓고 도끼를 들어 날을 한번 훑고선 등 뒤에 둘러멨다.
손모가지 써는 덴 이것보다 안성맞춤인 게 없지.
"수석 금융가"도 분명 선물에 만족할 거야... 안 그래, 우리 사랑스런 바네사?
......
글레프는 호탕하게 웃으며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미리 지시를 받은 부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 밤은 적의 피로 목을 축이자!
출발한다!
......
한 겨울, 시가지엔 아직 밤의 기운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길가의 "루뱐카"란 이름의 작은 술집도 그중 일부였다.
하지만 이 평범해 보이는 술집을 신소련의 정계 인사들이 자주 찾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곳은 그들이 마음 놓고 업무로 쌓인 피로를 푸는 천국이자, 오늘 글레프의 사냥터였다.
동이 틀 무렵, 검은 옷의 행인 두 명이 루뱐카 술집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신분증을——
탕!
탕!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두 경비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쓰러졌다.
검은 옷들이 루뱐카의 정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타타타타탕——!
마치 사전에 연습이라도 한 듯이, 검은 옷은 주저없이 바 카운터 쪽에 총알을 퍼부었다.
얼마 후, 술집의 세 곳 문에서 동시에 쳐들어온 여섯 명은 1층 중앙에 다시 모였다.
밖의 경비원은 전부 다 죽였어. 1층은 정리 끝났지만, 목표는 못 찾았어.
좋아, 너희는 여길 잘 정리하고 있어, 2층은 나한테 맡기고.
글레프는 흉악하게 웃으며 발레리야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 바닥에 떨어져 깨진 샹들리에를 넘어 피 묻은 황금색 그림을 밟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루뱐카 술집의 어느 방.
미약하고 흔들리는 촛불 밑에 한 유력 정치인이 팔베개를 한 채 소파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살며시 올라간 입꼬리만 봐도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그를 바닥에 걷어차, 반쯤 벗겨진 뒤통수를 바닥에 찧었다.
아흐... 씨X 누구야...!?
정치인은 머리를 문지르며 소파를 짚고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술냄새가 진동하는 트림을 연이어 해대며 비몽사몽 중이었다.
글레프가 씨익 웃으며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차가운 쇳덩이가 이마에 닿고, 강중유의 냄새와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를 인식하고서야 정치인은 정신을 차렸다.
너너, 너 뭐야!? 내가 누군진 알아!?
글레프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한 나라를 주무르는 높으신 분이 자신 같은 일개 KGB 요원을 기억은 할까?
이 사람뿐만 아니라 평생 굶을 걱정 없는 소위 "금수저"들 중에 자신 같은 잡것의 생사를 신경 써줄 사람은 과연 있기나 할까?
도, 돈이라면 말해! 얼마든지 줄 테니까! 내 목숨을 걸고 약속...
필요 없습니다, 아저씨. 저는 그냥 "수석 금융가" 어르신 대신 안부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안녕히 주무시라고.
탕!
총성이 울리고 정치인은 피웅덩이 한가운데 쓰러졌다.
글레프는 만족하며 총을 내리고 정치인의 오른손을 들었다. 기억 속 모습 그대로, 그의 오른손 약지에는 신분과 지위를 상징하는 루비 반지가 끼어있었다.
글레프는 히죽 웃으며 등 뒤의 도끼를 뽑았고...
은빛이 어둠 속에서 번뜩하더니 반지가 손가락에서 빠져나와 나무 장판 위에서 두 바퀴 구르고선 글레프의 발치에 멈췄다.
글레프가 1층에 돌아왔을 때 발레리야와 다른 네명은 이미 가솔린을 술집 구석구석에 뿌려놓은 상태였다.
발레리야는 글레프에게 눈빛으로 질문을 던졌다. 글레프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은 거리로 나가 사전에 준비한 검정색 밴의 시동을 걸었다.
떠나기 전에 글레프는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연기를 마시고 뱉으면서 루뱐카 술집을 마지막으로 훑어본 후, 쓰레기를 버리듯 담배 꽁초를 깨진 유리창 안에 던졌다.
퍼엉!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배경으로, 검정색 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시가지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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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보르 브 자코녜의 임시 거점.
글레프는 옆에 있는 총기 탄약의 점검을 마치고, 일어서서 테이블 중앙에 올려져 있는 술집 건물 모형을 주시했다.
지시사항은 다 전달했어? 다들 자신의 임무를 명심하고 있지?
그래, 이미 여러번 확인했어.
발레리야는 어두운 문가에서 천천히 다가와 차가운 두 손으로 남편의 넥타이를 고쳐 매주었다.
당신이 시킨 대로 기관단총에 전부 소음기를 달았어. 신발도 다 부드러운 재질로 신겼으니까, 나무 바닥에서도 아무 소리 안 날 거야.
도끼는 가져왔어?
발레리야가 문 옆의 소파를 가리켰다. 초승달 같은 하얀 빛이 구멍난 검은 가죽 위에 누워서 서슬 퍼런 기운을 내뿜었다.
글레프는 미소 짓고 도끼를 들어 날을 한번 훑고선 등 뒤에 둘러멨다.
손모가지 써는 덴 이것보다 안성맞춤인 게 없지.
"수석 금융가"도 분명 선물에 만족할 거야... 안 그래, 우리 사랑스런 바네사?
......
글레프는 호탕하게 웃으며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미리 지시를 받은 부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 밤은 적의 피로 목을 축이자!
<size=50>출발한다!</size>
......
한 겨울, 시가지엔 아직 밤의 기운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길가의 "루뱐카"란 이름의 작은 술집도 그중 일부였다.
하지만 이 평범해 보이는 술집을 신소련의 정계 인사들이 자주 찾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곳은 그들이 마음 놓고 업무로 쌓인 피로를 푸는 천국이자, 오늘 글레프의 사냥터였다.
동이 틀 무렵, 검은 옷의 행인 두 명이 루뱐카 술집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신분증을——
탕!
탕!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두 경비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쓰러졌다.
검은 옷들이 루뱐카의 정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타타타타탕——!
마치 사전에 연습이라도 한 듯이, 검은 옷은 주저없이 바 카운터 쪽에 총알을 퍼부었다.
얼마 후, 술집의 세 곳 문에서 동시에 쳐들어온 여섯 명은 1층 중앙에 다시 모였다.
밖의 경비원은 전부 다 죽였어. 1층은 정리 끝났지만, 목표는 못 찾았어.
좋아, 너희는 여길 잘 정리하고 있어, 2층은 나한테 맡기고.
글레프는 흉악하게 웃으며 발레리야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 바닥에 떨어져 깨진 샹들리에를 넘어 피 묻은 황금색 그림을 밟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루뱐카 술집의 어느 방.
미약하고 흔들리는 촛불 밑에 한 유력 정치인이 팔베개를 한 채 소파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살며시 올라간 입꼬리만 봐도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그를 바닥에 걷어차, 반쯤 벗겨진 뒤통수를 바닥에 찧었다.
아흐... 씨X 누구야...!?
정치인은 머리를 문지르며 소파를 짚고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술냄새가 진동하는 트림을 연이어 해대며 비몽사몽 중이었다.
글레프가 씨익 웃으며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차가운 쇳덩이가 이마에 닿고, 강중유의 냄새와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를 인식하고서야 정치인은 정신을 차렸다.
너너, 너 뭐야!? 내가 누군진 알아!?
글레프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한 나라를 주무르는 높으신 분이 자신 같은 일개 KGB 요원을 기억은 할까?
이 사람뿐만 아니라 평생 굶을 걱정 없는 소위 "금수저"들 중에 자신 같은 잡것의 생사를 신경 써줄 사람은 과연 있기나 할까?
도, 돈이라면 말해! 얼마든지 줄 테니까! 내 목숨을 걸고 약속...
필요 없습니다, 아저씨. 저는 그냥 "수석 금융가" 어르신 대신 안부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안녕히 주무시라고.
탕!
총성이 울리고 정치인은 피웅덩이 한가운데 쓰러졌다.
글레프는 만족하며 총을 내리고 정치인의 오른손을 들었다. 기억 속 모습 그대로, 그의 오른손 약지에는 신분과 지위를 상징하는 루비 반지가 끼어있었다.
글레프는 히죽 웃으며 등 뒤의 도끼를 뽑았고...
은빛이 어둠 속에서 번뜩하더니 반지가 손가락에서 빠져나와 나무 장판 위에서 두 바퀴 구르고선 글레프의 발치에 멈췄다.
글레프가 1층에 돌아왔을 때 발레리야와 다른 네명은 이미 가솔린을 술집 구석구석에 뿌려놓은 상태였다.
발레리야는 글레프에게 눈빛으로 질문을 던졌다. 글레프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은 거리로 나가 사전에 준비한 검정색 밴의 시동을 걸었다.
떠나기 전에 글레프는 고개를 숙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연기를 마시고 뱉으면서 루뱐카 술집을 마지막으로 훑어본 후, 쓰레기를 버리듯 담배 꽁초를 깨진 유리창 안에 던졌다.
퍼엉!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배경으로, 검정색 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시가지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