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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 세로변형

35-N1 환상 즉흥곡

내가 재능이 없는 게 아니고 운이 안 따라준다니까?

-54-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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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로프의 관할 구역, 어느 술집.

신참을 환영하는 파티가 뜨겁게 열리고 있었다. 다니엘은 양복 주름을 펴고서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로 걸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신참을 환영하는 보르 브 자코녜의 작은 파티 같지만, 다니엘은 알고 있었다.

이것은 신참에게 주는 첫 번째 찬스다. 이 파티에서 누구의 라인에 탈지 빨리 골라야 한다.

다니엘

......

다니엘은 긴장으로 타는 목을 샴페인으로 축이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류바 할멈 말고도 조직의 간부들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

다니엘의 시선은 그들 사이를 오갔지만, 몇 마디 말만 가지고는 과연 누가 튼튼한 동아줄인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다니엘이 고민하고 있던 중, 사람들 사이에서 약간 독특해 보이는 남자가 눈길을 끌었다.

다니엘

<color=#A9A9A9>다가가기 힘든 사람 같은데.</color>

<color=#A9A9A9>...가서 가볍게 인사라도 해볼까?</color>

그 남자는 바 카운터에 기대서 손에 든 와인잔을 살살 흔들고 있었다.

캐주얼하게 입은 도적단원들 사이에서 그의 정장 차림은 고전적이지만 촌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어두운 불빛 아래서도 얼마나 비싼 원단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묘하게도,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지만, 멈춰서서 그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니엘은 귀를 쫑긋 세워 사람들이 그를 "니콜라스"라고 부르는 것을 확인했다.

다니엘

반갑습니다, 니콜라스 씨.

다니엘

이번에 새로 입단한 다니엘입니다. 혹시 몇 마디 여쭈어봐도 괜찮을까요?

니콜라스

...다니엘이라고?

다니엘

예.

니콜라스는 술잔을 내려놓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니콜라스

뭔 일인데?

다니엘

......

다니엘은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니콜라스는 여타 단원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평범한 단원들을 대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다니엘

제가 입단한 지가 얼마 안 돼서 아직 진로를 망설이고 있습니다.

혹시 니콜라스 씨께서 가르침을 주신다면 참으로 영광이겠습니다.

니콜라스

......

니콜라스는 히죽 웃고, 정장 안쪽 주머니에서 시가 케이스를 꺼내 한 개비의 머리를 잘랐다.

다니엘은 바로 공손하게 라이터를 켜서 시가에 불을 천천히 붙였다.

니콜라스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다니엘

니콜라스 씨께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다 좋습니다.

니콜라스

좋아.

마침 내가 새로운 사업을 계획 중이거든.

니콜라스는 시가의 첫 향기를 천천히 빨아들였다.

니콜라스

내일 내 사무실에 와라.

다니엘

감사합니다.

흥미롭다는 듯 입가에 웃음을 걸치고서, 니콜라스는 다니엘에게 명함을 건네고 파티장에서 사라졌다.

다니엘은 고개 숙여 명함을 보았다.

"니콜라스 바실리예비치"

다니엘

......

세상에, 소문으로만 듣던 사하로프 씨의 양아들이잖아...?

희열에 빠진 다니엘은, 설마 이것이 그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선택이 될 줄은 아직 꿈에도 몰랐다.

...3개월 후, 이른 아침.

보르 브 자코녜의 7번 창고.

니콜라스의 명령대로 다니엘은 소형 트레일러를 울리카리바 도로변에 세웠다.

다니엘

......

니콜라스 씨, 정말 이렇게 하실 겁니까?

니콜라스

지금 나를 의심해?

다니엘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건데, 이건 류바 할멈이 그 사장에게 남겨둔 화물이라고...

니콜라스

나도 알아, 하지만 그 사장은 이미 딴 나라에 피난 가서 다신 안 올 거라고.

창고에서 썩힐 바엔 그냥 필요한 사람한테 팔아버리자는 거지.

드르륵... 니콜라스가 창고 문을 열었다.

다니엘은 망설임 가득한 눈빛으로 창고 안의 총기와 탄약 상자들을 훑고는, 니콜라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니콜라스

뭘 멍 때리고 있어? 짐 옮기러 온 거 아니었냐?

다니엘

......

다니엘은 화물 상자를 하나씩 트레일러에 실었다.

다니엘이 의욕이 없는 것을 눈치챈 듯, 니콜라스가 곁으로 다가왔다.

니콜라스

이번 건 처리하면, 류바 할멈한테 너 간부로 올려달라고 신청할게.

다니엘

감사합니다, 니콜라스 씨.

니콜라스

누가 뭐라 해도 이제 넌 내 심복이니까.

니콜라스는 다니엘을 다독이고 담배를 피러 갔다.

니콜라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다니엘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 뜨거운 신참 환영회에서 겨우 3개월 지났건만, 거기서 니콜라스가 영입한 신참 일곱 명 중 남은 건 다니엘뿐이었다.

세 명은 몇 번이나 부상당한 끝에 조직을 나갔고, 두 명은 니콜라스와 다른 패거리의 보스가 하찮은 이유로 벌인 총격전에서 숨졌다.

한 명은 니콜라스 대신 덤터기를 썼다가 결국 못 견디고 자살했고, 마지막 한 명은 니콜라스가 접선 시간을 헷갈려서 경찰에 체포되었다.

최근에야 다니엘은 니콜라스가 조직에서 어떻게 불리는지를 알게 됐다. "애물단지" 니콜라스.

다니엘

<color=#A9A9A9>니콜라스 씨... 당신이 진짜 무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무엇보다 운이 너무 없습니다...</color>

<color=#A9A9A9>진심으로 당신을 동정하는 바이지만...</color>

<color=#A9A9A9>저도 좀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겠습니다...</color>

마지막 화물까지 실은 뒤 다니엘은 무거운 마음으로 트럭의 시동을 걸었다.

...다음 날.

류바 할멈의 사무실 밖.

다니엘은 문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치열한 다툼 소리가 두꺼운 벽과 문을 뚫고 나와서 그에게도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들렸다.

다니엘

<color=#A9A9A9>이번에도 역시나, 창고에 4년 넘게 방치됐던 화물을 팔아넘겼더니 바로 원래 물주가 돌아왔어.</color>

<color=#A9A9A9>매번 이런 식이야...</color>

다니엘은 또 한숨을 푹 쉬었다.

쾅——!

니콜라스가 문을 박차고서 나왔다.

니콜라스

XX 몇 번을 말하냐고! 내가 재능이 없는 게 아니고 운이 안 따라준다니까?

밑의 애들이 일을 X나 못하거나 XX 뒤통수를 맞거나 둘 중 하나라고!

제발 일 잘하는 애들 좀 붙여줘 봐, 그러기만 하면 나도 대박 칠 수 있다고!

류바 할멈

......

니콜라스

또또또 그 X같은 눈! 그딴 식으로 꼬라보지 말라고!

니콜라스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복도 위의 멋진 장식품들을 깨부쉈다.

류바 할멈은 휠체어에 앉아 그 광경을 무덤덤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다니엘

니콜라스 씨...

류바 할멈

내버려 둬.

니콜라스

나 안 해 XX! 내가 X같아서 나간다!

똑똑히 지켜봐!

내가 무조건 큰 거 한 건 해서 그 콧대를 아작내 줄 테니까!

니콜라스는 마구 짖어대며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류바 할멈은 손짓으로 부하에게 휠체어를 밀라고 지시했다.

그러다 머뭇거리던 다니엘이 류바 할멈을 멈춰세웠다.

다니엘

죄송합니다, 류바 할멈. 한 가지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류바 할멈

말해.

다니엘

그 화물 말씀입니다만...

제가 니콜라스 씨의 지시를 무시하고 화물을 상대방 쪽 창고로 옮기지 않았습니다.

류바 할멈

......

류바 할멈이 고개를 들어 다니엘을 보았다.

다니엘

규칙 위반이라는 것은 알지만, 할멈의 허락 없이 화물을 빼돌리는 게 더 잘못된 짓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멋대로 물건 인도 기한을 미뤘습니다. 화물은 아직 13번 창고 안에 있습니다.

류바 할멈

잘했구나.

다니엘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물은 이따가 원래 창고로 되돌려 놓을 거고, 거래측에도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류바 할멈은 고개를 끄덕이고 복도를 지나서 나갔다.

싱거운 반응이었지만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음은 확실했다.

...1년 후, 사하로프의 관할 구역. 술집.

신참 환영 파티가 뜨겁게 진행 중이었다. 다니엘은 바 카운터에 기대어 담배 연기를 뱉으며, 이따금씩 주변의 들떠 있는 신참들을 훑어보며 목표물을 탐색했다.

최근 이 구역에는 "밀수왕"이라는 신성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류바 할멈이 그 인물을 이번 파티에 특별 초대한 것이다.

다니엘

......

<color=#A9A9A9>벌써 15분 지났군...</color>

<color=#A9A9A9>아무리 밀수왕이 끗발 좀 날린다 해도, 이렇게 겁도 없이 류바 할멈의 초대에 지각하는 놈은 처음 본다...</color>

끼이익——

파티가 시작되고 15분은 지났을 그때, 술집의 문이 열렸다.

다니엘

<color=#A9A9A9>대단한 간덩이군, 지각하고서도 엉덩이를 들이밀다니. 류바 할멈이 시간 안 지키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 것도 모르는 건가...</color>

다니엘은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으려 자세를 고치고 문 쪽을 주시했다.

정장에 가죽구두, 깔끔한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가 술집으로 들어왔다. 그를 본 다른 도적단원 모두가 입이 딱 벌어졌다.

다니엘

저... 저거!

경악을 금치 못하는 들러리들을 무시하고, 그 인물은 여유롭게 계단을 내려와 류바 할멈이 앉은 자리로 똑바로 향했다.

류바 할멈

......

니콜라스

오랜만에 뵙습니다, 류바 할멈.

니콜라스가 위풍당당하게 류바 할멈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손에는 메추리알만한 보석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니콜라스

제가 바로 그 "밀수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