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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 세로변형

35-N2 스프링 소나타

연못의 물고기를 싹 다 잡아버리면 돈 버는 건 잠시뿐이야.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면 지속가능한 계획이 필요해.

-54-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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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전, 어느 자선 행사.

화려한 연회복을 입은 사람들이 테이블 사이를 오고가며 서로 잔을 부딪치고 담소를 나누었다.

그 안에 녹아든 니콜라스는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였다.

사회자

...이 자리를 찾아주신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 자선 경매 코너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 니콜라스도 대충 분위기에 맞춰 박수를 치면서, 사람들 중에서 노릴만한 목표를 찾고 있었다.

사회자

첫번째 경매품은 타치라 미술관에서 제공한 아르히프 쿠인지의 명화 [드네프르의 달밤]입니다.

큐레이터 매기 씨는 이 명화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여백의 미를 살린 화폭 안에, 푸른 밤하늘 아래 강물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푸른색으로 반짝이고, 보름달 주위의 구름도 차분한 푸른색으로, 적절한 유백이 공간의 고요함을 강조하여...

니콜라스

......

사회자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을 이어가는 중, 니콜라스의 샴페인 잔은 한참 동안 줄지 않고 그대로였다.

오랜 시간 고민하던 니콜라스는, 이윽고 굳어 있던 표정을 서서히 풀며 그 밑에 감춰둔 음흉한 미소를 드러냈다.

니콜라스

조직에서 나와서 들은 최고의 소식이군.

...연회장 바깥 사람들이 북적이는 복도.

타치라 미술관의 큐레이터 매기는 명화에 흥미를 가진 빈객과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니콜라스는 손에 든 샴페인 잔을 흔들며, 우연히 만난 척 매기 곁에 다가갔다.

니콜라스

[드네프르의 달밤], 소문이 끊긴 지 오래였던 이 명화를 여기서 보게 되다니 정말로 기쁘군요.

매기

예, 저희 타치라 미술관도 방방곡곡 수소문을 한 끝에 고생해서 겨우 찾아낸 거랍니다.

잠깐, 그쪽 성함이...?

니콜라스

니콜라스 바실리예비치라고 합니다, 니콜라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매기

반가워요, 니콜라스 씨. 지금 안에서 그 그림의 경매가 진행 중이니까, 흥미가 있으시면 놓치지 마세요.

니콜라스

저 그림에 확실히 흥미가 많지만, 아쉽게도 경매에 참여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건 위조품이니까요.

매기

......

매기 주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하지만 매기는 계속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했다.

매기

어머나, 농담이 심하시군요. 이 작품은 전문가의 심층 감정을 거쳤습니다. 절대 위조품일 리가 없어요.

니콜라스

하지만 저도 제 말을 증명할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다.

매기

하하,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여러분. 니콜라스 씨, 그 증거를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매기는 여유를 부리며 니콜라스에게 자리를 옮기자는 눈치를 주었고, 니콜라스도 더 입을 열지 않고 함께 이동했다.

...연회장 건물 밖.

다른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매기가 걸음을 멈췄다.

매기

니콜라스 씨, 누구의 초대를 받아 참석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 오해를 부르는 말씀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타치라 미술관은 위조품을 일절 취급하지 않습니다.

니콜라스

아하, 그러십니까?

니콜라스는 하찮다는 듯이 웃었다.

니콜라스

저 그림의 진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옛날 저희 아버지의 서재에 걸려 있었죠. 나중에 저희 영감님이 질렸다면서 해외의 한 수집가에게 파셨습니다.

제가 알기론 아직도 그 수집가의 응접실에 걸려 있을 겁니다.

매기

......

그랬군요.

매기는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우호적인 미소를 지었다.

매기

설마 전문가의 전면적인 검증을 거쳤는데도 이런 실수가 발생하다니...

니콜라스

전문가가 뒷돈을 엄청 먹었나 보죠.

매기

......

니콜라스 씨의 혜안에 감사를 표해야겠군요, 니콜라스 씨 아니었으면 저까지 속아넘어갈 뻔했어요.

니콜라스

그래서요?

매기

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진품과 완전히 똑같다고 했으니, 위조품이라도 사서 손해 볼 건 없겠죠.

이렇게 합시다, 니콜라스 씨. 저 그림의 낙찰가의 2할을 드리겠습니다, 감정 비용이라 치고요.

니콜라스

2할?

니콜라스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매기는 웃음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어금니를 깨물었다.

매기

...하긴, 고작 2할로 니콜라스 씨에 대한 감사를 전할 순 없겠죠.

5할, 더는 안 돼요. 저희 미술관도 마진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니콜라스

아니 아니 아니.

니콜라스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니콜라스

실례입니다만, 당신은 시야가 너무 좁군요, 매기 씨.

매기

그럼 니콜라스 씨의 고명한 의견을 들려주시죠.

니콜라스

이후 타치라 미술관의 모든 그림 작품을 제가 감정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 사회의 규칙에 관한 것도 제가 처리하지요.

저희 아버지의 인맥으로 타치라 미술관의 진실성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그 보수로 작품 판매액의 5할만 받도록 하지요.

니콜라스가 벽에 기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매기가 미소를 지었다.

매기

......

그럼 상부상조하며 잘해 봅시다, 니콜라스 씨.

매기는 설마 이것이 그녀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선택이 될 줄은 아직 꿈에도 몰랐다.

...8개월 후, 어느 세이프하우스.

매기와 캐서린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옆에서 큄비가 짜증을 내며 장부를 두들겼다.

큄비

마스터! 그 자식 대체 뭐예요!?

하는 일마다 말아먹으면서 뭐가 잘났다고 수익 절반을 꼬박꼬박 떼가요!?

캐서린

...어쩌겠냐, 녀석한테 약점이 잡혀 있는데.

큄비

그냥 확 떼어내면 안 돼요?

매기

내가 안 해봤겠냐? 아주 찰거머리가 따로 없다니까...

그러다 매기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캐서린

뭐야, 매기?

매기

중대한 포인트를 깨달았어.

큄비

뭔데요?

매기

그 자식 지금은 한량 짓이나 하고 있지만, 부유한 집안을 빽으로 두고 있단 말이야...

캐서린

그래서?

매기는 위험한 웃음소리를 냈다.

매기

연못의 물고기를 싹 다 잡아버리면 돈 버는 건 잠시뿐이야.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면 지속가능한 계획이 필요해.

캐서린

너 설마...

매기

어쩌면 이건 상류사회의 문턱을 넘을 기회일 수도 있어...

오래도록 울적했던 세이프하우스 안에 다시 활기찬 웃음소리가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