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C1 짐노페디
너 아는 거 포커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그냥 미스 포커라고 부를게.
......
깨어나고서 173일째.
그녀는 트럼프 카드 모서리로 곰팡이가 낀 하얀 벽을 긁어 홈을 팠다. 가루가 그녀의 손가락에 떨어졌다가 시멘트 바닥에 흘러내렸다..
......
다 긁고서 그녀는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다.
벽 밑에서부터 자기 키 높이까지 촘촘이 새긴 홈들.
연습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기계적으로 카드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녀의 하루 스케줄은 철저히 고정되어 있어, 각 시간별로 수행할 과업에 약간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았다.
촤르륵——
트럼프 카드 한 뭉치가 날개짓하는 나비처럼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손 안에서 팔랑거렸다.
마스터, 준비됐어요.
테이블 맞은편에 인공지능의 홀로그램이 나타나 무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AI는 손패를 집중해서 보는 것 같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AI는——
그녀의 트집을 잡기 위한 존재다.
이게 마지막 테스트다, 통과하면 실전에 나가도 돼.
오늘의 AI는 전면적인 업그레이드를 받았고, 최근 활약하는 타짜의 전술을 학습해서 이전과 수준이 완전히 다르니까 방심하지 말도록.
네.
그럼 시작.
제584회 테스트, 시작.
슈슉——
딜러가 팔랑이는 나비를 쪼개서 AI와 그녀 앞에 나눠주었다.
AI 앞의 공개 카드는 다이아몬드의 A, 그녀가 받은 공개 카드는 클럽의 K였다.
베팅, 300만.
......
이 게임의 앤티는 3천, 단번에 베팅한 300만은 절대 적은 수가 아니었다. 그만큼 AI에게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덮은 카드를 봤다, 스페이드의 K, 즉 K 페어였다.
만약 상대가 가진 패가 A 페어라면...
폴드.
오픈.
AI가 자신의 덮은 카드를 열었다——
클럽의 3.
K 페어에 전혀 비교가 안 되는 패였다.
......
다음.
그녀는 고개를 들어 AI를 쳐다보았다. AI도 차가운 눈빛을 돌려줬다. AI의 눈에선 어떠한 빈틈도 찾을 수 었었다.
상대의 생각을 전혀 읽을 수 없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시간은 천천히 흘러, 어느새 수많은 칩이 그녀 곁에서 AI쪽으로 옮겨가 있었다.
그녀는 약간 초조해졌다. 원래 가진 타짜 기술을 쓰든 AI의 전술을 흉내내든 모조리 파훼당했다.
이제는 더 이상 쓸 수단이 없었다.
......
자신의 손패를 슬쩍 보고 AI의 공개 카드를 훑었다.
패배.
두 글자가 그녀의 마인드맵을 맴돌았다.
끝입니다.
AI가 카드를 오픈했다.
하트의 A.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
촤르륵... 이제 칩이 몽땅 사라졌다.
......
AI는 사라지고, 냉랭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실패했네.
죄송합니다. 연습을 게을리한 탓입니다.
내일부터 다시 원래 훈련 일정으로 돌아가.
네.
......
다음엔 반드시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마스터.
......
깨어나고서 231일째.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곰팡이가 자란 하얀 벽에 카드 모서리로 홈을 하나 더 파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오늘 자신을 증명할 기회가 다시 주어졌다.
마스터, 준비됐어요.
......
조용한 지하실에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혼자 카드를 셔플했다. 그녀의 손바닥 사이에서 나비가 다시 날갯짓했다.
오늘은 연습 안 해도 돼.
......
그녀는 가슴이 철렁해 손 안의 카드를 바닥에 쏟았다.
왜죠...
끼이이——
지하실의 철창문이 열렸다.
나와, 다른 일이 생겼으니까.
......
여태껏 나서 보지 못한 출구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기대로 빛나는 게 아니라 두려움으로 어두웠다.
답답한 공기 속에 그녀는 무거운 걸음을 옮기며 출구로 향했다.
......
마스터는 벽에 기대고 있었다. 손에 쥔 담배 끝에서 미약한 불빛이 반짝였다.
자, 이거요.
......
로비 쪽을 바라보니, 거기엔 회수업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값어치를 가늠하고 있었다.
마스터, 제게 한 번만 기회를...
말했지, 마스터가 아니라 캐서린 아가씨라 부르라고.
죄송해요, 캐서린 아가씨.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세요.
넌 이미 할 만큼 했어.
다시 한번 그 AI랑 승부하게 해주세요, 이번엔 이길 자신이 있어요.
......
캐서린 아가씨는 대답해주지 않고, 그저 연민을 띤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뱉을 뿐이었다.
견적 나왔습니다, 보시겠습니까?
네.
...좋아요, 이 값에 팔게요.
그럼 이 인형은 데려가겠습니다.
회수 직원이 사슬 달린 초커와 마인드맵 복원 툴을 꺼내자, 그녀는 공포에 질려 다시 캐서린 아가씨에게 매달렸다.
제발요,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저번 때부터 연습량을 늘렸어요, 아직 심리전의 연마는 부족할지 몰라도 타짜 기술만큼은 엄청 숙달됐다고요...
......
캐서린 아가씨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의 능력하곤 상관 없어, 그냥 네가 쓸모 없어진 것뿐이야.
무슨 뜻인데요?
종이 카드 게임 도박은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어, 도박꾼들이 다 온라인으로 터를 옮겼거든.
신분 숨기기에 편하고, 돈의 흐름을 숨기기도 쉬우니까.
......
그러니까, 네가 그동안 연습한 기술은 이젠 다 쓸모없다는 거야.
네가 여기에 있을 존재 가치도 없어졌고.
철컥. 차가운 초커가 그녀의 목에 채워졌다. 그녀는 겁에 질린 채 현관으로 끌려갔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짧은 말 몇 마디로 자신이 출고되고부터 지금까지 했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거지?
타짜 기술밖에 모르는 인형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잠깐만요, 캐서린 아가씨.
뭔데, 미스 스푸키.
날씬한 여성이 가벼운 걸음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전에 제가 매기 아가씨께 부탁해서 전달드린 얘기 기억하세요? 제가 파트너 인형을 구하고 있다는 거요.
설마 쟤가 맘에 들어?
쟤가 포커를 엄청 잘 친다면서요? 그럼 카드로 기믹을 작동시키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거나...
이 정도 간단한 일쯤은 할 수 있지 않겠어요?
흠...
파트너가 있으면 "유령의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손님 수도 배로 늘 거고, 수익도 크게 늘어날 거고...
그래 그래, 그런 멘트는 투자자 구슬릴 때나 치라고.
그럼 저 인형을 데려가도록 해. 매기한텐 내가 전해줄 테니까.
고맙습니다, 캐서린 아가씨.
"미스 스푸키"라고 하는 인형은 마스터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됐으니까 얘 목줄을 풀어주세요.
캐서린 씨, 그럼 거래는 취소하시겠습니까?
미안해요, 다음에 다시 부를게요. 물론 출장 비용은 지불하죠.
찰칵. 초커가 풀렸다.
목에 자유가 돌아왔다. 고작 몇 초뿐이었지만 그녀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알려주기엔 충분했다.
가자고, 미스 포커. 네가 새로 배울 물건이 잔뜩이라고.
미스 포커...?
응, 너 아는 거 포커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그냥 미스 포커라고 부를게.
알았어.
난 미스 포커야.
하하.
그걸 또 진지 빨기는.
익살스럽게 웃는 미스 스푸키를 따라서 새로운 방으로 향하는 길에,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나 지금 이름이 생긴 거구나...
미스 포커는 항상 둔감했다.
미스 스푸키가 왜 자신을 구해줬는지도 한참이 지나서야 눈치챌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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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나고서 173일째.
그녀는 트럼프 카드 모서리로 곰팡이가 낀 하얀 벽을 긁어 홈을 팠다. 가루가 그녀의 손가락에 떨어졌다가 시멘트 바닥에 흘러내렸다..
......
다 긁고서 그녀는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다.
벽 밑에서부터 자기 키 높이까지 촘촘이 새긴 홈들.
연습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기계적으로 카드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녀의 하루 스케줄은 철저히 고정되어 있어, 각 시간별로 수행할 과업에 약간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았다.
촤르륵——
트럼프 카드 한 뭉치가 날개짓하는 나비처럼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손 안에서 팔랑거렸다.
마스터, 준비됐어요.
테이블 맞은편에 인공지능의 홀로그램이 나타나 무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AI는 손패를 집중해서 보는 것 같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AI는——
그녀의 트집을 잡기 위한 존재다.
<color=#00CCFF>이게 마지막 테스트다, 통과하면 실전에 나가도 돼.</color>
<color=#00CCFF>오늘의 AI는 전면적인 업그레이드를 받았고, 최근 활약하는 타짜의 전술을 학습해서 이전과 수준이 완전히 다르니까 방심하지 말도록.</color>
네.
<color=#00CCFF>그럼 시작.</color>
제584회 테스트, 시작.
슈슉——
딜러가 팔랑이는 나비를 쪼개서 AI와 그녀 앞에 나눠주었다.
AI 앞의 공개 카드는 다이아몬드의 A, 그녀가 받은 공개 카드는 클럽의 K였다.
<color=#00CCFF>베팅, 300만.</color>
......
이 게임의 앤티는 3천, 단번에 베팅한 300만은 절대 적은 수가 아니었다. 그만큼 AI에게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덮은 카드를 봤다, 스페이드의 K, 즉 K 페어였다.
만약 상대가 가진 패가 A 페어라면...
폴드.
<color=#00CCFF>오픈.</color>
AI가 자신의 덮은 카드를 열었다——
클럽의 3.
K 페어에 전혀 비교가 안 되는 패였다.
......
<color=#00CCFF>다음.</color>
그녀는 고개를 들어 AI를 쳐다보았다. AI도 차가운 눈빛을 돌려줬다. AI의 눈에선 어떠한 빈틈도 찾을 수 었었다.
상대의 생각을 전혀 읽을 수 없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시간은 천천히 흘러, 어느새 수많은 칩이 그녀 곁에서 AI쪽으로 옮겨가 있었다.
그녀는 약간 초조해졌다. 원래 가진 타짜 기술을 쓰든 AI의 전술을 흉내내든 모조리 파훼당했다.
이제는 더 이상 쓸 수단이 없었다.
......
자신의 손패를 슬쩍 보고 AI의 공개 카드를 훑었다.
패배.
두 글자가 그녀의 마인드맵을 맴돌았다.
<color=#00CCFF>끝입니다.</color>
AI가 카드를 오픈했다.
하트의 A.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
촤르륵... 이제 칩이 몽땅 사라졌다.
......
AI는 사라지고, 냉랭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color=#00CCFF>실패했네.</color>
죄송합니다. 연습을 게을리한 탓입니다.
<color=#00CCFF>내일부터 다시 원래 훈련 일정으로 돌아가.</color>
네.
......
다음엔 반드시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마스터.
......
깨어나고서 231일째.
그녀는 진지한 눈빛으로 곰팡이가 자란 하얀 벽에 카드 모서리로 홈을 하나 더 파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오늘 자신을 증명할 기회가 다시 주어졌다.
마스터, 준비됐어요.
......
조용한 지하실에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혼자 카드를 셔플했다. 그녀의 손바닥 사이에서 나비가 다시 날갯짓했다.
<color=#00CCFF>오늘은 연습 안 해도 돼.</color>
......
그녀는 가슴이 철렁해 손 안의 카드를 바닥에 쏟았다.
왜죠...
끼이이——
지하실의 철창문이 열렸다.
<color=#00CCFF>나와, 다른 일이 생겼으니까.</color>
......
여태껏 나서 보지 못한 출구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기대로 빛나는 게 아니라 두려움으로 어두웠다.
답답한 공기 속에 그녀는 무거운 걸음을 옮기며 출구로 향했다.
......
마스터는 벽에 기대고 있었다. 손에 쥔 담배 끝에서 미약한 불빛이 반짝였다.
자, 이거요.
......
로비 쪽을 바라보니, 거기엔 회수업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값어치를 가늠하고 있었다.
마스터, 제게 한 번만 기회를...
말했지, 마스터가 아니라 캐서린 아가씨라 부르라고.
죄송해요, 캐서린 아가씨.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세요.
넌 이미 할 만큼 했어.
다시 한번 그 AI랑 승부하게 해주세요, 이번엔 이길 자신이 있어요.
......
캐서린 아가씨는 대답해주지 않고, 그저 연민을 띤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뱉을 뿐이었다.
견적 나왔습니다, 보시겠습니까?
네.
...좋아요, 이 값에 팔게요.
그럼 이 인형은 데려가겠습니다.
회수 직원이 사슬 달린 초커와 마인드맵 복원 툴을 꺼내자, 그녀는 공포에 질려 다시 캐서린 아가씨에게 매달렸다.
제발요,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저번 때부터 연습량을 늘렸어요, 아직 심리전의 연마는 부족할지 몰라도 타짜 기술만큼은 엄청 숙달됐다고요...
......
캐서린 아가씨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의 능력하곤 상관 없어, 그냥 네가 쓸모 없어진 것뿐이야.
무슨 뜻인데요?
종이 카드 게임 도박은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어, 도박꾼들이 다 온라인으로 터를 옮겼거든.
신분 숨기기에 편하고, 돈의 흐름을 숨기기도 쉬우니까.
......
그러니까, 네가 그동안 연습한 기술은 이젠 다 쓸모없다는 거야.
네가 여기에 있을 존재 가치도 없어졌고.
철컥. 차가운 초커가 그녀의 목에 채워졌다. 그녀는 겁에 질린 채 현관으로 끌려갔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짧은 말 몇 마디로 자신이 출고되고부터 지금까지 했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거지?
타짜 기술밖에 모르는 인형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잠깐만요, 캐서린 아가씨.
뭔데, 미스 스푸키.
날씬한 여성이 가벼운 걸음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전에 제가 매기 아가씨께 부탁해서 전달드린 얘기 기억하세요? 제가 파트너 인형을 구하고 있다는 거요.
설마 쟤가 맘에 들어?
쟤가 포커를 엄청 잘 친다면서요? 그럼 카드로 기믹을 작동시키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거나...
이 정도 간단한 일쯤은 할 수 있지 않겠어요?
흠...
파트너가 있으면 "유령의 집"에서 받을 수 있는 손님 수도 배로 늘 거고, 수익도 크게 늘어날 거고...
그래 그래, 그런 멘트는 투자자 구슬릴 때나 치라고.
그럼 저 인형을 데려가도록 해. 매기한텐 내가 전해줄 테니까.
고맙습니다, 캐서린 아가씨.
"미스 스푸키"라고 하는 인형은 마스터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됐으니까 얘 목줄을 풀어주세요.
캐서린 씨, 그럼 거래는 취소하시겠습니까?
미안해요, 다음에 다시 부를게요. 물론 출장 비용은 지불하죠.
찰칵. 초커가 풀렸다.
목에 자유가 돌아왔다. 고작 몇 초뿐이었지만 그녀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알려주기엔 충분했다.
가자고, 미스 포커. 네가 새로 배울 물건이 잔뜩이라고.
미스 포커...?
응, 너 아는 거 포커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그냥 미스 포커라고 부를게.
알았어.
난 미스 포커야.
하하.
그걸 또 진지 빨기는.
익살스럽게 웃는 미스 스푸키를 따라서 새로운 방으로 향하는 길에,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color=#A9A9A9>나 지금 이름이 생긴 거구나...</color>
미스 포커는 항상 둔감했다.
미스 스푸키가 왜 자신을 구해줬는지도 한참이 지나서야 눈치챌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