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로변형
EP.13.9 · 세로변형

35-C2 문 리버

도태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인형은 그딴 껍데기뿐인 말에 기댈 수 없어.

-54-K-2

1 / 233
전체 대사 보기 (223줄)

...신통방통 유령의 집.

아직 영업 시간이 되지 않아 썰렁한 홀엔 촛불도 꺼져있었다.

미스 스푸키는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술잔에 든 싸구려 알코올을 흔들었다.

미스 스푸키

...방금 내가 말해준 거 다 외웠어?

미스 포커

응, 다시 확인할까?

미스 스푸키

아니, 됐어.

미스 스푸키가 술을 꿀꺽 삼키니, 화끈한 술 기운이 입 안에 퍼졌다.

미스 스푸키

유령의 집이니까, 조금은 해프닝도 있어야 더 위험한 매력이 생긴다고...

미스 포커

알았어, 네 움직임을 주의하면서 호흡 맞출게.

미스 스푸키

그래, 부탁할게, 미스 포커.

미스 스푸키는 술잔을 잘 숨겨놓고 문으로 휘청거리며 걸어가 촛불을 켰다.

미스 스푸키

아참.

미스 포커

또 뭐 주의사항 있어?

미스 스푸키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돌렸다.

미스 스푸키

나 술 마신 거 마스터한테 말하지 마.

미스 포커

......

알았어.

끼익——

미스 스푸키는 분장하러 갔고, 미스 포커는 어둠 속에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오늘의 손님을 조용히 기다렸다.

몇 분 후, 정문이 다시 열렸다.

미스 스푸키의 안내를 받으며 한 슬퍼 보이는 여인이 촛불이 일렁거리는 홀 안에 들어왔다.

미스 스푸키

여기 앉으세요, 사모님.

속상한 여인

......

미스 스푸키는 눈빛으로 미스 포커에게 준비하라는 신호를 슬쩍 보냈다.

속상한 여인

여기... 정말 죽은 사람과 대화할 수 있나요?

미스 스푸키

그렇고 말고요.

속상한 여인

어떻게 하면 되나요?

미스 스푸키

검지를 이 포인터에 올려놓으세요.

여인은 손가락을 눈물 모양의 포인터에 올렸고, 미스 스푸키도 손가락을 올렸다.

미스 스푸키는 포인터를 중앙으로 옮겨 위저 보드의 모든 숫자와 철자가 보이게 했다.

미스 스푸키

준비되셨나요?

속상한 여인

시작하세요...

미스 스푸키

그럼, 지금부터 점을 치겠습니다.

미스 스푸키

방 안을 떠도는 망령들아,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내 부름에 답하여라...

미스 포커

......

지시를 듣자 미스 포커는 손 안의 카드를 던졌다——

쉭... 흔들리던 촛불이 꺼졌다.

속상한 여인

꺄앗!

미스 스푸키

무서워하지 마세요, 사모님은 정신을 집중해서 함께 기도하세요.

공손하게 기도해야 답을 내려줍니다.

속상한 여인

아... 알겠어요...

미스 스푸키

방 안을 떠도는 망령들아, 이 여자가 사랑하는 이가 종적을 감추었다. 그녀의 질문을 들어다오...

질문하시죠, 사모님.

속상한 여인

제 애인이 어디에 있는지 부디 알려주십시오.

드르륵... 드르륵...

포인터가 위저 보드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철자가 하나씩 모이며 답이 뚜렷하게 나왔다.

속상한 여인

"NOT THAT FAR"?

미스 스푸키

즉 사모님의 애인분은 아직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겁니다.

속상한 여인

그럼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죠?

미스 스푸키

위저 보드에 공손하게 질문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의 신통력으론 질문을 3개까지밖에 해드릴 수 없습니다.

속상한 여인

네...

그럼 그이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드르륵... 드르륵...

포인터가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W A I T"

속상한 여인

저는 이미 기다리다 지쳤어요...

그이가 정말로 돌아올까요?

이젠 그이 마음속에 제가 남아있긴 한지도 모르겠는데...

드르륵... 드르륵...

포인터가 천천히 움직여 대답을 가리켰다.

"YES"

긍정적인 답변이었다.

속상한 여인

그런가요...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는데도, 이 여인은 전혀 위로받은 느낌이 없이 들어올 때처럼 우울한 모습이었다.

미스 스푸키는 미스 포커에게 눈치를 보냈다.

미스 스푸키

사모님, 지금 이 방 안의 망령들이 사모님께 더 전할 메시지가 있는 게 느껴집니다.

속상한 여인

...뭔데요?

미스 포커

......

미스 포커는 다시 자신이 나설 때라는 것을 알아챘다.

미스 스푸키는 이 단계의 결정권을 완전히 그녀에게 맡겼었다. 즉 무슨 대답을 줄지는 그녀가 정한다.

미스 포커는 눈물을 흘리는 여인의 옆얼굴을 보고 또 자기 손 옆의 카드로 시선을 돌렸다...

슈우——

미스 스푸키

아, 망령들이 마지막 계시를 보냈습니다.

트럼프 카드 한 장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서서히 속도가 줄더니, 마지막엔 여인의 머리 위에서 팔랑팔랑 떨어졌다.

카드는 한 마리 나비처럼 여인 앞에 내려 앉았다.

속상한 여인

다이아몬드의 Q?

미스 스푸키

......

사모님, 다이아Q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속상한 여인

몰라요, 트럼프 카드 한 장에 무슨 이야기가 있는데요?

미스 스푸키

이 다이아Q에 그려진 여성은 라헬이라고 합니다, 젊고 부지런하고 아리따운 여성이었죠.

속상한 여인

그러니까 망령은 저 보고... 라헬처럼 되라는 건가요?

미스 스푸키

끝까지 들어주세요.

라헬에겐 진실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라헬의 아버지는 라헬과 결혼하고 싶으면 7년간 자기 밑에서 일하라는 요구를 했죠.

7년이 지난 뒤 라헬의 아버지는 말을 번복해서, 7일 후 결혼을 허락하겠지만 또 7년을 일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라헬의 연인은 이를 받아들여, 라헬을 아내로 맞고 다시 7년 동안 일했답니다.

속상한 여인

......

참 행복하겠어요, 그토록 변치 않고 사랑해 주는 연인이 있어서.

미스 스푸키

전해지는 이야기론 이 라헬의 연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제 생각엔 아마 그도 망설였던 때가 있었을 겁니다.

라헬은 자신의 연인을 믿고 그가 스스로 결정하기까지 기다려 준 거죠.

속상한 여인

네...

어두웠던 그녀의 눈동자에 조금씩 빛이 돌아왔다.

속상한 여인

알겠어요. 그에게 시간을 좀 더 주겠어요.

미스 스푸키

네, 그럼 함께 의식을 마쳐 볼까요?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어 고맙다, 이제 너희의 세계로 돌아가거라...

드르륵... 드르륵...

포인터가 천천히 "GOOD BYE"로 움직였다.

...몇 분 후, 미스 스푸키는 손님을 떠나 보내고 귀신의 집 안에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미스 포커도 그늘에서 나와 미스 스푸키와 같은 자세로 차가운 바닥에 앉았다.

미스 스푸키

히야, 또 한 건 처리했다.

너 재능 있네, 방금 엄청 잘했어. 그 아줌마 나가서 복채를 아주 두툼하게 쥐여주더라.

미스 포커

......

미스 스푸키는 숨겨 놨던 술잔을 꺼내 기분 좋게 들이켰다.

미스 스푸키

캬~ 시원하다!

미스 스푸키

......

너 왜 아무 말도 없냐?

미스 포커

아까 왜 라헬 이야기의 결말은 말 안 해줬어?

미스 스푸키

아... 그럴 필요 없으니까. 인간은 그냥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해.

돈 내러 온 손님이니까 기분 좋게 달래줘야지.

미스 포커

......

알았어, 명심할게.

미스 포커는 진지하게 메모를 했다.

미스 스푸키

뭘 그리 열심히 하냐, 그럴 것까진 없다고.

미스 포커

바로 그 점이 이해가 안 가.

미스 스푸키

으음?

미스 포커

우린 마스터의 인형이고, 언제든지 도태될 위험이 있잖아. 너는 안 무서워?

미스 스푸키

버려지는 걸 안 무서워할 인형이 어디 있겠냐.

미스 포커

그럼 왜...

미스 포커는 미스 스푸키가 손에 든 술잔에 눈길을 주었다.

미스 스푸키

아, 이거 말이야? 알고 싶으면 한 모금 마셔 보는 게 어때?

미스 스푸키의 웃는 얼굴이 싸구려 알코올 위로 위험하고도 매혹적으로 비쳐 보였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미스 포커는 술잔에 손을 내밀었다...

......

미스 포커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깊은 밤 중이었다.

몸은 수복 캡슐 안에 누워있고, 마인드맵은 마치 망치로 흠씬 두들겨맞는 느낌이었다.

미스 포커

......

미스 파칭코

어, 너 깼어?

미스 포커

나... 얼마나 잤어?

미스 파칭코

한 다섯에서 여덟 시간 정도?

미스 포커

......

미스 파칭코

괜찮아, 미스 스푸키가 마스터한테 보고해놨어, 일하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머리를 부딪혔다고.

미스 포커

마스터가 뭐라 안 했어?

미스 파칭코

응, 뭐라 했으면 지금 넌 중고시장에서 눈을 떴겠지.

미스 포커

......

화장을 지우던 미스 파칭코가 손 동작을 갑자기 멈추더니, 미스 포커의 수복 캡슐 옆에 앉았다.

미스 파칭코

야, 룸메이트의 정을 봐서 한가지 주의사항 알려줄게.

미스 포커

뭔데?

미스 파칭코

미스 스푸키를 너무 믿지는 마.

미스 포커

......

왜?

미스 포커는 어리둥절하며 미스 파칭코의 떼다 만 속눈썹을 멍하니 봤다.

미스 파칭코

왜냐고? 당연히 그 녀석은 믿을 수가 없으니까.

미스 포커

같이 일해보니 실력은 믿을 만해 보이던데.

미스 파칭코

그럼 넌 왜 쓰러져서 여기 실려왔는데?

미스 포커

그건 내가...

미스 포커는 미스 스푸키의 당부가 떠올라 입을 다물었다.

미스 파칭코는 숙소 안의 다른 인형들을 둘러보고선 슬쩍 미스 포커의 귓가로 다가왔다.

미스 파칭코

너... 미스 스푸키의 비밀을 알아?

미스 포커

무슨 비밀?

미스 파칭코

이 방 안을 봐봐, 마스터 밑에서 일하는 인형들이 거의 다 모여있지?

하지만 미스 스푸키는 한 번도 여기에 나타난 적이 없어.

미스 포커

걔는... 신통방통 유령의 집에서 사는 것 같더라, 왔다갔다하기 귀찮아서 그러겠지.

미스 파칭코

저기 미스 가이드를 봐, 쟤는 여기서 일터까지 왕복 3시간이나 걸려, 그런데도 여기에 살잖아.

왜 미스 스푸키 혼자만 고작 15분 거리가 귀찮아서 거기에 살까?

미스 포커

......

미스 포커가 말이 없자, 미스 파칭코는 아직 가짜 속눈썹이 달려있는 눈꺼풀을 깜박거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미스 파칭코

너도 알다시피 이 방에 있는 인형은 자주 물갈이돼.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다고...

미스 포커

그건 알아.

<color=#A9A9A9>엄청 잘 알지...</color>

미스 파칭코

그런데 미스 스푸키는 그런 점에서 전혀 근심걱정이 없고 마스터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잖아...

한번 머리를 굴려 봐, 대체 뭘로 그렇게 신뢰를 받는 걸까?

미스 포커

우리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줘서?

미스 파칭코

푸훗.

화장을 지우다 만 얼굴로, 미스 파칭코는 턱을 들고 과장스럽게 웃었다.

미스 파칭코

정말 순진하구나, 미스 포커.

미스 포커

내가 뭐...

미스 파칭코

그게 바로 미스 스푸키의 비밀이야, 바로 그녀 방 안에 있지.

대체 뭘로 주인의 신뢰를 얻어서... 그렇게 특별한 대우를 받는 걸까?

미스 포커

......

미스 파칭코

알고 싶지 않아? 마스터한테 버림받지 않는 비결을...

미스 포커

우린 마스터의 인형이고, 언제든지 도태될 위험이 있잖아. 너는 안 무서워?

미스 스푸키

버려지는 걸 안 무서워할 인형이 어디 있겠냐.

미스 포커

그럼 왜...

미스 스푸키

아, 이거 말이야? 알고 싶으면 한 모금 마셔 보는 게 어때?

미스 포커

...알고 싶어.

미스 파칭코의 우스꽝스러운 반화장 얼굴을 정면으로 주시하며 미스 포커는 되뇌었다.

미스 포커

알고 싶어...

버림받는 건 싫어...

...며칠 후, 신통방통 유령의 집.

하루의 영업을 마치고 미스 스푸키와 미스 포커는 홀 청소를 마쳤다.

미스 스푸키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 보자고, 미스 포커.

미스 스푸키는 여느 날처럼 문을 열고 미스 포커를 배웅했다.

미스 포커

......

그래, 미스 스푸키. 내일 봐.

...얼마 후, 문 밖에 웅크려서 상황을 살피던 미스 포커가 창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다.

미스 포커

......

<size=25>미스 스푸키?</size>

조용한 홀 안엔 아무 기척도 없었다.

미스 스푸키가 없는 걸 확인하고, 미스 포커는 살금살금 계단을 타고 2층의 방으로 향했다.

...미스 스푸키의 침실이었다.

도어락의 보안 수준은 말도 안 되게 낮았다. 미스 포커는 트럼프 카드 한 장만으로 손쉽게 문을 땄다.

침실 안엔 간단하고 꼭 필요한 가구만 있었다, 별로 크지 않은 침대, 나무 의자, 작은 냉장고, 낮은 테이블.

그 외에는 바닥에 잔뜩 뒹굴고 있는 술병뿐이었다...

미스 포커

......

미스 포커는 미스 스푸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큰대자로 침대 위에 드러누워 휴면 중인 것 같았다.

한참 망설인 끝에 미스 포커는 용기를 내어 문을 열어 미스 스푸키의 침대 옆에 앉았다.

미스 포커

미스 스푸키... 허락 없이 방에 들어와서 미안해...

하지만 물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아서 그래. 계속 쌓아두고 있으면 일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아서...

미스 스푸키

......

미스 스푸키는 깨어날 생각이 없었다.

미스 포커

미스 스푸키? 잠깐 일어나 봐...

미스 포커가 그녀의 얼굴을 찰싹 쳐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항상 재빠르던 미스 스푸키가 이토록 반응이 없자 미스 포커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상대의 마인드맵 상태를 검사했더니, 미스 스푸키는 기능이 정지된 상태였다.

미스 포커

어떻게 된 거야...!? 미스 스푸키! 정신 차려!

지금 바로 수복캡슐에 데려다 줄게...

미스 포커는 반응이 전혀 없는 미스 스푸키의 팔을 끙끙거리며 어깨에 걸고, 그녀를 부축해서 힘겹게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기다란 계단 앞에서, 미스 포커는 미스 스푸키의 무게를 가늠하고는 고민에 빠졌다.

미스 포커

미안, 미스 스푸키, 도저히 업고 갈 수가 없네...

수복 캡슐까지 가려면 이럴 수밖에...

미스 포커는 미스 스푸키를 조심조심 계단 위에 내려놓고, 급소 부위를 받친 채로 천천히 계단 아래로 끌었다...

쿵, 쿵, 쿵...

게단을 한 칸씩 내려갈 때마다 미스 스푸키의 소체에서 경쾌한 소리가 났다.

미스 스푸키

......

미스 스푸키

...응?

지금 뭐 하는 거야!?

미스 포커

깼어!? 다행이다, 미스 스푸키. 안 깨어나는 줄 알았다고...

미스 포커가 기뻐서 손을 놓았다. 미스 스푸키는 그대로 계단을 타고 1층 바닥까지 굴러떨어졌다.

쿠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소체가 겨우겨우 멈췄다.

미스 스푸키

......

미스 스푸키

너 지금 나 담구려고 한 거지...

미스 포커

아니야! 네 마인드맵이 다운돼 있길래... 어디 고장이라도 났나 싶어서 수복 캡슐에 데려가려고...

미스 스푸키

그럼 내가 다운된 건 어떻게 발견한 건데?

미스 스푸키는 그 자리에서 양반다리로 앉아, 아직 얼얼한 뒤통수를 문지르며 당황하는 미스 포커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봤다.

미스 포커

......

함부로 네 방에 들어갔어, 미안.

미스 스푸키

퇴근도 했는데 무슨 용무로 내 방에 방문하셨을까?

미스 포커는 조용히 미스 스푸키의 옆에 앉았다.

미스 포커

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미스 스푸키

어디보자, 어디서 무슨 소문이라도 들었나 보지?

미스 포커

...응.

미스 스푸키

일단 술 한 잔만 갖다줘. 계단에서 굴렀더니 온 삭신이 쑤신다.

미스 포커는 미안해하며 바로 술을 한 잔 따라 왔다.

미스 스푸키

말해 봐, 뭐가 궁금한데?

미스 포커

......

전에 한번 물어봤었잖아, 마스터들한테 버려지지 않을까 안 무섭냐고.

미스 스푸키가 계속 신뢰받는 비결을 알고 싶어...

미스 스푸키

하아? 그건 이미 봤잖아.

미스 포커

언제?

미스 스푸키

방금 말이야. 나 마인드맵이 다운됐었잖아?

그때 마스터의 임무를 처리하고 있었거든. 근데 연산량이 너무 커서 잠깐 뻗은 거야.

무슨 임무냐고 묻는다면... 그건 말해줄 수 없고.

미스 포커

알았어...

미스 스푸키는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키고 시원하게 숨을 내뱉었다. 공기 중에 화끈한 알코올 냄새가 풍겼다.

미스 스푸키

이게 그 소문 무성한 나의 비밀이야.

팍 식지 않냐?

미스 포커

미스 스푸키.

미스 스푸키

으흥?

미스 포커

나랑 거래하자.

미스 스푸키

어엉? 그런 수작은 또 언제 배웠어?

미스 포커

상대를 관찰하고 약점을 찾아내어, 가성비가 가장 높은 방법으로 급소를 찌른다.

네가 가르쳐 준 거잖아.

미스 스푸키

...어디 계속 말해봐.

미스 포커

마스터가 너한테 개인 숙소를 준 건 너의 소체를 지키기 위해서지?

임무 중일 때 소체를 신경쓸 수가 없으니까...

미스 스푸키

그렇지.

미스 포커

하지만 개인실이 있어도 나 같은 녀석이 방에 들어오면 똑같이 위험하잖아...

미스 스푸키

그래서?

미스 포커

그래서...

미스 포커

나를 고용해서 너의 소체를 지키게 해줘.

손안의 빈 컵을 흔들면서 미스 스푸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미스 스푸키

내가 어떻게 널 믿지?

너도 날 해치우려고 이러는 거면?

미스 포커

난 네가 필요해. 네가 없으면 난 마스터한테 바로 버려질 테니까.

미스 스푸키

널 구해준 은혜를 갚고 싶다고 말하나 싶었는데...

미스 포커

우린 그런 위로받고 싶어서 찾아오는 아줌마들이랑 다르잖아.

도태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인형은 그딴 껍데기뿐인 말에 기댈 수 없어.

결국 그 듣기 좋은 말에 감춰진 추하고 지저분한 현실을 보게 될 테니까.

미스 스푸키

그래서 처음부터 겉의 솜사탕은 치워버리고 알맹이인 폭탄부터 보여주시겠다?

미스 포커

미스 스푸키한테도 꽤 이득인 장사라고 보는데.

미스 포커

그냥 예전하고 똑같아, 나한테 돈을 더 줄 필요도 없이 너는 안전해질 수 있어.

미스 스푸키

확실히 그렇네.

미스 스푸키는 웃으며 술병과 다른 술잔을 꺼내서 술 두 잔을 가득 채웠다.

미스 스푸키

아주 맘에 들었어. 우리의 즐거운 거래를 기념하는 뜻으로 같이 한 잔씩 마시자고.

미스 포커

......

미스 포커는 잔 두 개를 냉큼 가져가더니 가차없이 쏟아버렸다.

미스 스푸키

야! 너 무슨 짓이야!

미스 포커

방금 대충 검사해 봤는데, 너 알코올 내성이 너무 낮아, 술을 너무 자주 마시면 소체에 안 좋다고.

미스 스푸키

아니... 술빨을 받아야 팍팍 작업모드로 들어간다고!

미스 포커

응,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그러니까 앞으로 음주는 임무를 끝냈을 때만.

미스 스푸키

너 마귀할멈이냐!?

미스 포커는 표정 없이 진저에일을 두 잔 따라서 그중 한 잔을 미스 스푸키에게 건넸다.

미스 포커

이게 네 술보다 훨씬 맛있으니까 이걸로 해.

미스 스푸키

......

나 아까 거래 무르고 싶은데.

미스 포커

이미 늦었다구.

미스 포커는 자기의 잔을 미스 스푸키의 잔에 부딪치고, 진저에일을 단숨에 비웠다.

미스 포커

캬~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