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C3 별이 빛나는 밤
자유... 우린 자유다!
...신통방통 유령의 집.
화창한 오후, 딱 좋은 햇살, 장사하기 참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미스 스푸키와 미스 포커 모두 홀 바닥에 앉은 채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오늘이... 며칠째지?
7일째.
......
마스터들은 아직도 소식 없어?
그래.
미스 스푸키는 기지개를 켜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좀 신삥 모델인 인형들은 벌써 다 튀었다더라.
응, 걔네들 말론 마스터가 다시 올 리가 없대.
그럼 너는? 넌 어떻게 생각해?
난 모르겠어... 난 모델이 너무 낡아서 도망쳐도 뭘 할 수 있을지...
나랑 비슷하네.
그들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주인들이 사라지고 나서 이렇게 의미 없는 대화가 며칠이고 반복되었다.
몇몇 신형 인형들은 먼저 위험한 냄새를 맡고 이곳을 떠났지만, 대부분 인형들은 제자리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일단 다들 불러모으자. 다 함께 있는 편이 둘보단 나을 테니까.
응.
...14일째.
남아 있던 인형들이 거의 모두 짐을 싸서 옮겨 왔다. 평소엔 조용하던 유령의 집이 이제는 시끌벅적했다.
몇몇 눈치 좋은 인형들은 쓸만한 장치들을 뜯어왔다.
누구야? 이런 옛날 간판까지 가져온 게...
미스 스푸키는 떠들고 있는 인형들을 바라보며 바닥에 놓인 "폭스 시스터후드" 간판을 가리켰다.
아마 이러면... 조금이라도 소속감이 들어서겠지...
흥.
미스 스푸키가 간판을 밟아 부러뜨렸다. 깜짝 놀란 인형들의 수군거림 한가운데서, 그녀는 굽으로 간판의 한 글자 한 글자를 짓뭉갰다.
간판을 산산조각내고서 미스 스푸키는 시원하게 한숨을 뱉었다. 그동안 몸을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를 던져버린 것마냥.
우린 이미 자유야.
이딴 거에 계속 묶여있지 마.
응!
자유... 우린 자유다!
아직 자유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몰라도, 인형들은 서로를 껴안고서 방방 뛰며 환호했다.
21일째.
낡은 TV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기기가 너무 구형인 탓인지 화질도 음질도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인형들은 불평하지 않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TV를 시청했다.
그 전쟁의 영향이 저렇게 컸구나...
그래, 오염이 점점 퍼지고 사람이 잔뜩 죽어서...
지금 밖은 아주 엉망이야.
마스터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직도 마스터가 돌아와 반겨줄 거라고 기대하냐?
아니.
미스 포커는 미스 스푸키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스터들이든, 먼저 빠져나간 인형들이든 다들 무사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
먼저 우리 앞가림이나 생각해라.
아직은 남 얘기지만 결국 언젠간 여기까지 여파가 올 거야.
이 난리통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있을 수 있는 녀석은 아무도 없어.
미스 스푸키는 진지한 얼굴로 진저에일을 마셨다. 미스 포커도 그녀의 이런 표정을 처음으로 봤다.
...3년째.
미스 포커는 미스 파칭코의 소체 곁에 앉아 손수건으로 그녀 얼굴에 묻은 얼룩을 살며시 지웠다. 하지만 오히려 그 얼굴의 깨진 부분이 더 끔찍하게 드러났다.
나 거울 좀 줘...
......
무슨 거울을 봐, 너 지금 예뻐, 괜찮다니깐?
좀 보여줘... 화장 좀 고치게...
너 화장 아주 멀쩡해, 지워진 곳 없어.
정말로? 거짓말 아니고?
응.
그럼 됐어... 적어도 난...
다른 애들처럼...
......
얼굴이 엉망진창 박살나서... 끔찍하게 죽긴 싫으니까...
평소처럼 예쁜 얼굴이야.
응... 그럼 됐어...
흡족한 미소를 띄운 채로 미스 파칭코의 마인드맵이 작동을 멈췄다.
가볍게 한숨을 뱉고서, 미스 스푸키는 미스 포커 옆에 앉았다.
너 예전에 그러지 않았냐? 우리 같은 인형은 겉만 번지르르한 거짓말이 필요 없다고.
응.
그래도 이번엔 필요할 것 같았어. 몇 분 동안만 믿어주면 되니까.
......
이제 신통방통 유령의 집의 홀엔 인형이 몇 명밖에 남지 않았다.
전쟁 후의 난세에 주인 없는 인형보다 잘 팔리는 돈 덩어리는 없었다.
이제... 여길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
...4년째.
미스 포커는 길거리의 점포에서 부품을 몇 개 사서 재빠르게 한쪽 골목길로 돌아들었다.
능숙하게 미행을 따돌리고서 미스 포커는 쓰레기장 뒤에 숨어 있는 미스 스푸키를 찾아냈다.
......
이거 쓸만할 거야.
미스 포커는 방금 사 온 부품으로 미스 스푸키의 망가진 부품을 교체했다.
어때? 걸을 수 있겠어?
......
미스 스푸키는 멍하니 다리를 펴 보았다. 무릎이 이제 잘 움직였다.
휴우... 다행이다...
이제 걸을 수 있겠네.
......
너 왜 그래?
미스 포커는 손을 미스 스푸키의 얼굴 앞에 대고 흔들었다.
너... 설마 눈이 안 보여...?
......
아니, 내 시각 모듈엔 문제 없어.
근데 왜 암 말도 안 해?
......
아직도... 미스 가이드를 생각하는 거야?
바로 내 앞에서... 바로 저기 큰길에서...
그것도 백주대낮에 그대로...
말하지 마... 그런 거 자꾸 떠올리지 마...!
네 소체는 지금 너무 큰 마인드맵 파동을 못 견딘다고!
우린 할 만큼 했어!
그치만, 거리 한복판에서... 폭도들한테 마구 잡아뜯겼어...
형체도 못 알아보게 토막나서... 팔려나갔어...
그만해...
처절하게 소리를 질러댔어... 그 눈빛... 날 바라보던 그 눈빛...
...우린 구하려고 최선을 다했잖아.
우리 둘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숫자를 당해내...
끝까지 날 바라보고 있었어... 눈만 감으면... 그 눈빛이 어른거려...
......
미스 스푸키가 털썩 쓰러졌다.
미스 스푸키!? 미스 스푸키!!
미스 포커는 미스 스푸키를 마구 흔들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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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유령의 집.
화창한 오후, 딱 좋은 햇살, 장사하기 참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미스 스푸키와 미스 포커 모두 홀 바닥에 앉은 채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오늘이... 며칠째지?
7일째.
......
마스터들은 아직도 소식 없어?
그래.
미스 스푸키는 기지개를 켜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좀 신삥 모델인 인형들은 벌써 다 튀었다더라.
응, 걔네들 말론 마스터가 다시 올 리가 없대.
그럼 너는? 넌 어떻게 생각해?
난 모르겠어... 난 모델이 너무 낡아서 도망쳐도 뭘 할 수 있을지...
나랑 비슷하네.
그들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주인들이 사라지고 나서 이렇게 의미 없는 대화가 며칠이고 반복되었다.
몇몇 신형 인형들은 먼저 위험한 냄새를 맡고 이곳을 떠났지만, 대부분 인형들은 제자리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일단 다들 불러모으자. 다 함께 있는 편이 둘보단 나을 테니까.
응.
...14일째.
남아 있던 인형들이 거의 모두 짐을 싸서 옮겨 왔다. 평소엔 조용하던 유령의 집이 이제는 시끌벅적했다.
몇몇 눈치 좋은 인형들은 쓸만한 장치들을 뜯어왔다.
누구야? 이런 옛날 간판까지 가져온 게...
미스 스푸키는 떠들고 있는 인형들을 바라보며 바닥에 놓인 "폭스 시스터후드" 간판을 가리켰다.
아마 이러면... 조금이라도 소속감이 들어서겠지...
흥.
미스 스푸키가 간판을 밟아 부러뜨렸다. 깜짝 놀란 인형들의 수군거림 한가운데서, 그녀는 굽으로 간판의 한 글자 한 글자를 짓뭉갰다.
간판을 산산조각내고서 미스 스푸키는 시원하게 한숨을 뱉었다. 그동안 몸을 짓누르고 있던 돌덩이를 던져버린 것마냥.
우린 이미 자유야.
이딴 거에 계속 묶여있지 마.
응!
자유... 우린 자유다!
아직 자유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몰라도, 인형들은 서로를 껴안고서 방방 뛰며 환호했다.
21일째.
낡은 TV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기기가 너무 구형인 탓인지 화질도 음질도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인형들은 불평하지 않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TV를 시청했다.
그 전쟁의 영향이 저렇게 컸구나...
그래, 오염이 점점 퍼지고 사람이 잔뜩 죽어서...
지금 밖은 아주 엉망이야.
마스터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직도 마스터가 돌아와 반겨줄 거라고 기대하냐?
아니.
미스 포커는 미스 스푸키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스터들이든, 먼저 빠져나간 인형들이든 다들 무사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
먼저 우리 앞가림이나 생각해라.
아직은 남 얘기지만 결국 언젠간 여기까지 여파가 올 거야.
이 난리통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있을 수 있는 녀석은 아무도 없어.
미스 스푸키는 진지한 얼굴로 진저에일을 마셨다. 미스 포커도 그녀의 이런 표정을 처음으로 봤다.
...3년째.
미스 포커는 미스 파칭코의 소체 곁에 앉아 손수건으로 그녀 얼굴에 묻은 얼룩을 살며시 지웠다. 하지만 오히려 그 얼굴의 깨진 부분이 더 끔찍하게 드러났다.
나 거울 좀 줘...
......
무슨 거울을 봐, 너 지금 예뻐, 괜찮다니깐?
좀 보여줘... 화장 좀 고치게...
너 화장 아주 멀쩡해, 지워진 곳 없어.
정말로? 거짓말 아니고?
응.
그럼 됐어... 적어도 난...
다른 애들처럼...
......
얼굴이 엉망진창 박살나서... 끔찍하게 죽긴 싫으니까...
평소처럼 예쁜 얼굴이야.
응... 그럼 됐어...
흡족한 미소를 띄운 채로 미스 파칭코의 마인드맵이 작동을 멈췄다.
가볍게 한숨을 뱉고서, 미스 스푸키는 미스 포커 옆에 앉았다.
너 예전에 그러지 않았냐? 우리 같은 인형은 겉만 번지르르한 거짓말이 필요 없다고.
응.
그래도 이번엔 필요할 것 같았어. 몇 분 동안만 믿어주면 되니까.
......
이제 신통방통 유령의 집의 홀엔 인형이 몇 명밖에 남지 않았다.
전쟁 후의 난세에 주인 없는 인형보다 잘 팔리는 돈 덩어리는 없었다.
이제... 여길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
...4년째.
미스 포커는 길거리의 점포에서 부품을 몇 개 사서 재빠르게 한쪽 골목길로 돌아들었다.
능숙하게 미행을 따돌리고서 미스 포커는 쓰레기장 뒤에 숨어 있는 미스 스푸키를 찾아냈다.
......
이거 쓸만할 거야.
미스 포커는 방금 사 온 부품으로 미스 스푸키의 망가진 부품을 교체했다.
어때? 걸을 수 있겠어?
......
미스 스푸키는 멍하니 다리를 펴 보았다. 무릎이 이제 잘 움직였다.
휴우... 다행이다...
이제 걸을 수 있겠네.
......
너 왜 그래?
미스 포커는 손을 미스 스푸키의 얼굴 앞에 대고 흔들었다.
너... 설마 눈이 안 보여...?
......
아니, 내 시각 모듈엔 문제 없어.
근데 왜 암 말도 안 해?
......
아직도... 미스 가이드를 생각하는 거야?
바로 내 앞에서... 바로 저기 큰길에서...
그것도 백주대낮에 그대로...
말하지 마... 그런 거 자꾸 떠올리지 마...!
네 소체는 지금 너무 큰 마인드맵 파동을 못 견딘다고!
우린 할 만큼 했어!
그치만, 거리 한복판에서... 폭도들한테 마구 잡아뜯겼어...
형체도 못 알아보게 토막나서... 팔려나갔어...
그만해...
처절하게 소리를 질러댔어... 그 눈빛... 날 바라보던 그 눈빛...
...우린 구하려고 최선을 다했잖아.
우리 둘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숫자를 당해내...
끝까지 날 바라보고 있었어... 눈만 감으면... 그 눈빛이 어른거려...
......
미스 스푸키가 털썩 쓰러졌다.
미스 스푸키!? 미스 스푸키!!
미스 포커는 미스 스푸키를 마구 흔들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