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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5 · 사로스 주기

노획

나는 어제의 사람과 내일의 도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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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1년 케찰코아틀 작전 당시, "죽음의 바다".

건물과 연결된 관로의 출구.

초연이 자욱한 밖은 아직도 포화가 교차했다.

이를 배경으로, 아마리스는 침착하게 견착한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고꾸라진 것은 적 병사였다.

아마리스

A12 포인트 클리어.

엘리아나

<color=#00CCFF>수신.</color>

아마리스

엘리아나, 무리야. 더는 전진 못해.

아마리스

...엘리아나? 이봐, 내 말 들려?

타앙!

너머에서 총탄 한 발이 날아오자 아마리스는 바로 몸을 굴렸고, 총탄은 벽을 스치고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이는 그저 전조였다. 이윽고 더 많은 화력이 그녀의 위치로 쏟아져, 벽과 바닥 가리지 않고 무수한 탄흔을 그렸다.

설상가상으로, 건물 외부에서 헬리콥터의 로터 소리까지 들렸다.

아마리스는 급히 위치를 변경하고, 틈새 사이로 적의 숫자를 가늠했다.

아마리스

......치잇.

엘리아나, 적이 최소 6개 부대가 몰려오고 있어! 저것들 다 놈들의 정예일 거 아니야!

엘리아나

<color=#00CCFF>버텨라.</color>

아마리스

어떻게!

GPS는 먹통이지, 탄약은 거의 다 떨어졌지, 지원은 안 오지, 아무것도 없다고! 아무것도 없이 어떻게 싸워!

엘리아나

<color=#00CCFF>이 수밖에 없어, 놈들이 합류하기 전에 돌파해 "사형수"를 붙잡아야만 해!</color>

엄폐물 뒤에 겨우 몸을 숨긴 아마리스에게 그 말은 절망 그 자체였다.

아마리스

무리야... 우리의 쥐똥만한 화력으로 저걸 어떻게 뚫어?!

엘리아나

<color=#00CCFF>...포기하지 마!</color>

아마리스

제기랄!

위성 통신이 안 끊어졌으면 지휘관도 진작에 퇴각 명령을 내렸을 거야!

엘리아나

<color=#00CCFF>반응 속도를 7% 높이고, 유효 사격 명중률도 1.5% 상승시킨다면...</color>

아마리스

네 소체 성능 2배로 올려도 무리야!

아마리스

유라! 나 대신 저 미치광이 좀 말려 봐!

유라! ...유라?

통신기에서 대답이 없었다.

아마리스

유라? 대답해 유라! 유라 언니!

"서광" 시스템에서 유라의 이름이 회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것이 [말소]로 변하는 것도 똑똑히 보았다.

아마리스

<size=50>엘리아나!!!</size>

너 지금 정신 어따 뒀어, 유라랑 같이 있었잖아!!

엘리아나

<color=#00CCFF>반드시 돌파해야 해...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만 해...!</color>

<color=#00CCFF>서광 팀, 돌격한다! 절대 물러서지 마라!!</color>

엘리아나가 총을 들고 번개처럼 돌진했다.

엘리아나

<color=#00CCFF>아마리스, 엄호!</color>

<color=#00CCFF>아마리스?</color>

......

회전하는 포탄이 허공을 가로질러 돌풍을 몰고 날아들었다.

찰나의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고, 이명이 맹렬하게 귓가를 때렸다.

엘리아나는 지금도 그 순간, 중앙 홀 바깥으로 보인 시뻘겋게 물든 하늘을 기억한다.

그리고, 눈부신 하얀 섬광도.

......

............

베를린, 그리폰 임시 기지의 지휘실.

지휘관

......

그리고 너희는 아무 지원도 없이 그 방에 접근했다고?

엘리아나

네, 마지막에 저는 그 방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작전에 실패했습니다.

방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지휘관

...엘리아나.

엘리아나가 지휘관의 복잡한 표정을 바라봤다.

지휘관

솔직하게 털어놔 줘서 정말 고맙다.

네 정보는 나에게, 그리고 우리 그리폰에게 아주 중요한 정보야.

엘리아나

"사형수" 때문입니까?

지휘관

그 "사형수"란 자가 누군지, 거기서 뭘 했는지는 모르지만...

"죽음의 바다"와, 그곳의 부유하는 건물에 대해서는... 그래, 잘 알고 있지.

그 건물은 지금은 "아베르누스"란 이름으로 불리워.

엘리아나

...그렇다면 "사형수"도 여전히 살아있을 확률이 매우 높겠군요.

지휘관

모스크바는 아마 그점을 염두에 두고 너를 우리에게 보냈을 거야.

엘리아나

즉... 임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짝 고개를 들고 눈을 감은 엘리나아의 얼굴은 어째선지 희비가 뒤섞인 듯한 표정이었다.

지휘관은 그런 엘리아나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지휘관

네가 충성을 바치던 대상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아도 돼.

계기가 어떻든, 네가 그리폰에 오게 되어 나는 정말 기뻐.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은, 너의 시대로부터 13년이나 지났지만 세상엔 여전히 어둠이 드리워 있고, 서광은 도래하지 않았다는 거야.

우리의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네 빛도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지.

새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와 함께 싸워 줄 수 있을까?

엘리아나는 가볍게 쥔 주먹을 가슴에 얹고, 숙연한 얼굴로 답했다.

엘리아나

기꺼이.

그리폰을 위해, 새로운 세상을 위해... 도래할 서광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지휘관

지휘관은 엘리아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아나

...대신,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휘관

무엇이지?

엘리아나

페르시카 연구원이 저의 상태를 말했겠죠?

지휘관

아, 기반 설정에 있다는 프로그램 말이구나.

엘리아나

네... 제가 말씀드렸던 "군번줄"...

그것이 제게 내린 마지막 명령은 "배신자 숙청"입니다.

지휘관

배신자라니, 누구? 어디 있는데?

엘리아나

염려 마십시오, 이미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저의 일입니다.

그러니 이 일을 제 손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십시오.

지휘관

......

지휘관은 잠시 고민했다.

지휘관

네 의지가 그렇다면... 알았어, 허가할게.

사모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벌써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천장과 방이었다.

사모

......?

셰릴은 침대 옆에 쪼그려서 젖은 수건으로 아주 성심성의껏 사모의 몸을 닦아 주고 있었다.

셰릴

아, 깼어?

어때, 어디 불편한 덴 없고?

사모

...꿈이네.

사모는 다시 눈을 감았다.

셰릴

...케이블 꽂아 뒀잖아, 당장 눈 떠.

다시 눈을 감았다 떠도 여전히 익숙한 천장과 방.

하지만 매번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던 셰릴이 지금은 다정하기 그지없는 얼굴이니, 사모가 어리둥절한 것도 당연했다.

사모

......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어?

세릴이 똑같이 생긴 탄피 2개를 사모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사모

뭐야?

셰릴

...기억 안 나?

사모

아아 그거... 적당한 데다 버리라고 안 했어?

셰릴의 텐션이 확 떨어지면서 엄청 서운한 목소리로 툴툴댔다.

셰릴

진짜... 진짜 기억 안 나? 나한텐 엄청 중요한 일인데...

왠지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를 뒤로, 셰릴은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셰릴

언니...

나... 눈이 안 보여...

그 모습을 본 사모의 마인드맵 깊숙이에서 불현듯 어린애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흐릿한 얼굴의 아이들이 나타나,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 울며 달라붙었다.

신경이 곤두선 병사들은 울음을 그치지 않는 그들 사이를 매정하게 지나치며, 그저 대피시키기만 할 뿐 아무도 그들 중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눈물 콧물 범벅이지만, 어째선지 혼자서 구석을 더듬는 아이를.

■■■■년 ■■월 ■■일 ■■시, ■■■에서 진행됐던 작전명 ■■■.

그날, ■■는 한 교실... 아니, 교실이었던 방에 있었다.

그녀의 손은 얼굴이 흐릿한 어린아이에게 단단히 붙들려 있고, 아이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려 하지 않는 듯했다.

???

언니, 나 두고 가면 안 돼...

■■

안 두고 가.

밖으로 나가려면 우리 차례가 아직 좀 멀어서 기다려야 하니까, 우선 네 이름 알려 줄래?

셰릴

내 이름... 난 셰릴...

■■

셰릴이라, 예쁜 이름이네~ 기억해 둘게.

셰릴

근데 왜 언니는 이름 안 알려 줘...?

■■

언니 이름은 남이 알면 안 되는 거라서.

셰릴

왜?

■■

으음... 복잡한 어른의 사정이라고나 할까, 셰릴한텐 설명하기가 좀 어렵겠는걸.

셰릴

어... 그럼 있잖아, 나 눈이 나으면 어떻게 언니를 보러 가?

■■

으응? 이걸 어쩌나... 그러면 말이지...

■■가 난처해하며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수류탄, 섬광탄, 대검... 어느 것도 어린아이에게 줄 만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는 자신이 쏘고 바닥에 떨어진 탄피 하나를 주워 훅 불고 슥슥 먼지를 닦았다.

■■

이걸 줄게.

셰릴

이게 뭐야? 차가운 막대기 같아...

■■

이건 내가 엄청 자주 쓰는 물건이야.

셰릴

그렇구나! 알았어, 소중히 간직할게!

......

셰릴

뭐야, 왜 또 멍때려? 진짜 기억 안 나?

사모

내가 마인드맵이 좀 혼란스러워서...

셰릴

그럼 내가 문제 몇 개 낼 테니까 맞춰 봐!

사모

...그러지 뭐.

셰릴

나를 처음 만났던 날의 날씨는?

사모

그게 아마... 맑은 날이었나?

셰릴

정답!

그럼 다음 문제, 그때 내가 입었던 옷의 색깔은?

사모

어... 좀 어두운 색이었던가?

셰릴

맞아맞아, 난 그때 복숭아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어!

사모

전혀 안 어두운 색인데...

셰릴

그럼 마지막 문제, 날 만난 곳은 어디?

사모

......교실.

그 대답에 셰릴이 감격에 벅차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사모의 손을 덥석 잡았다.

셰릴

기억하는구나... 기억하는구나 언니!

14년 전 12월 1일에, 엄청 추워서 싸락눈 내리던 날이었어!

그때 난 베를린 시립 초등학교에서 수업 중이었는데, 갑자기 나쁜 놈들이 쳐들어와서 난장판이 되는 바람에 기절했다 깨어나니까 눈이 안 보였는데...

사모

............

셰릴

그때... 그때 언니가 날 구해줬어.

사모

............

셰릴

언니...

셰릴이 여전히 사모의 손을 잡고서 검지를 앞으로 펴 사격 파지법을 흉내냈다.

셰릴

이건 기억나? 그때 내가 자꾸 우니까 언니가 나 달래려고 이렇게 내 손 잡고 총 쏘는 법 가르쳐 줬잖아.

이렇게 내 손 잡고, 같이 방아쇠 당겨보던 감각이 아직도 내 손가락에 선명해.

사모

"내"가 너한테 사격법을 가르쳐 줬다고...?

사모는 붙잡힌 자신의 손을 뽑아 눈 앞에 펴보며 되물었다.

셰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몰라도...

언니가 이런 꼴이 된 거 보니까... 엄청 속상하다...

사모

......

셰릴

그, 그래도 이렇게 언니랑 다시 만나게 돼서 얼마나 기쁜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우연이――

아니지, 세상에 우연이란 없어! 이건 분명 운명이야! 운명이 우릴 다시 이어 준 거야!

사모

...사실, 하나 고백할 게 있어.

셰릴

응?

사모

네가 주문한 원래 인형... 그거 아직 그 가게에 있어.

포장할 때 내가 나로 슬쩍 바꿔치기한 거야.

셰릴

<size=50>아 XX 그럴 줄 알았어!!</size>

순간 폭발한 셰릴이 쓰으읍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힘겹게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차라리 울상인 게 나을 정도로 밉상이었다.

셰릴

괘... 괜찮아 언니... 신경 안 써...

그, 그동안 언니를 보관해 준 값이라 치지 뭐...

사모

그때 참 통도 크게 질렀길래, 돈 많은 호구인 줄 알았는데 말이지...

셰릴

쓰으읍... 진정하자 진정해애애...

셰릴은 사모를 닦고 난 수건과 구정물을 들고 방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사모는 시선을 다시 익숙한 천장으로 향했다.

사모

눈이 안 보인다던 여자애... 그건 누구의 기억이지...

그리고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