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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5 · 사로스 주기

금환

널 내 신작의 주인공으로 정했단 말이야... 주인공은 지면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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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1년 케찰코아틀 작전 당시, "죽음의 바다".

뭍에 좌초돼 아가미가 말라붙은 물고기의 뻐끔거림처럼, 땅으로 추락해 죽어가는 새의 울음처럼, 죽기 직전의 마지막 숨결은 소리 없는 비명이었다.

유라

엘리아나... 어째서...

이해가 안 돼... 싫어... 엘리아나...!

엘리아나

......

엘리아나는 표정 변화 없이 총구를 들었다.

탕!

엘리아나

...작별이다, 유라.

먼저 가 있어.

유라

......

엘리아나

네 차례야, 올리비아.

올리비아

이것이 명령이라면...

엘리아나

아니, 숙명이야. 서광 팀으로서, 우리의 숙명.

올리비아

......언젠가 후회할 거야, 엘리아나.

눈물 한 방울이 시야를 가렸다.

타앙!

............

사모는 소파에 누운 채, 탄피 2개를 만지작거렸다.

셰릴은 그 옆에서 잡동사니를 정리하면서, 뭐라도 쓸 만한 게 있나 찾는 중이었다.

사모

...셰릴.

너, 뒤통수 다친 적 있지 않아? 이쪽에 말이야.

셰릴

뭐어?

셰릴은 살짝 성질을 내며 고개를 돌렸다.

셰릴

언니라지만 진짜 매너가 없네, 나 머리에 문제 있냐고 돌려 까는 거지? 지금 내가 얼마나 열심히 언니가 살아남을 방법을 대신 찾아 주고 있는데!

사모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셰릴

그럼 뭔데!

사모

다친 적 있나 없나부터 대답해.

세릴이 입을 삐죽 내밀고 뒤통수를 더듬다, 문득 깨달은 듯 소리를 냈다.

셰릴

앗, 생각났다. 나 그때 뭔가에 이쪽을 맞아서 충격으로 눈이 안 보이는 거였댔어.

사모

응, 널 봤을 때 후두부랑 목덜미가 완전 피투성이였거든.

셰릴

그, 그럼 또 기억났구나!

사모

...그런 셈이지.

셰릴

더 있어? 다른 건?

탄피 하나가 사모의 손에서 배로 떨어졌다. 아직 손 위의 탄피는 14년에 가까운 세월에도 여전히 은은한 광택을 뽐냈다.

사모

...그날, 그 학교에서 널 봤을 때.

하늘에선 싸락눈이 내리고, 바닥도 미끄러워서 학교 복도에 미끄럼 방지 매트가 잔뜩 깔려 있었어.

셰릴

응! 애들이 자꾸 미끄러져서 다치니까 깔았어!

사모

마침 네 복숭아색 치마가 그 매트랑 비슷한 색이었지. 널 발견했을 때, 넌 매트 끄트머리에 엎어져 바닥을 더듬고 있었어.

셰릴

언니이...

사모

나중엔 "내" 품에 안겨서 손끝으로 총을 만져보면서 쏘는 법도 가르쳐 달라 졸랐고.

셰릴

응 응! 한참을 졸라서 겨우 언니가 권총 만져보게 해 줬어!

사모

......

셰릴

훌쩍... 역시 언니 맞구나...

사모가 몸을 살짝 틀었고, 배 위의 탄피는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사모

셰릴, 내가 누군지 지금 생각났어.

셰릴

유라 언니!

사모

미안해, 난 유라가 아니야.

셰릴

......엑...?

그 부정에 셰릴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뒷걸음질쳤다.

셰릴

아니야... 그럴 리가... 농담이지...?

사모

...미안해.

셰릴

잠깐... 혼자 있게 해 줘.

사모

......

잠시 후, 조금은 진정이 됐는지 셰릴이 다시 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탄피를 줍고는 슬픈 눈으로 그걸 살폈다.

셰릴

유라 언니가 준 거랑... 똑같은데...

사모

같은 팀이었으니까. 무장은 달라도 같은 규격의 탄약으로 통일해서 썼어.

아무튼... 정말 미안해.

셰릴

네가... 네가 유라 언니가 아니라면...

그럼, 유라 언니는... 그럼...

사모

...죽었어.

사모

각자의 마지막 순간이 담긴 기억도 정리했어. "유라"의 기억은 엘리아나의 총성으로 끝난 것도 확인했고.

셰릴 눈동자 속의 빛은 풍전등화처럼 흔들렸다.

셰릴

...있잖아, 너까지 포함해서 8명이 네 마인드맵 코어 안에 있댔지?

그, 그럼 유라 언니한테 잠깐 나와서 나랑 얘기해 달라고 하면 안 될까?

셰릴

다 나은 눈으로... 유라 언니 얼굴을 직접 보고 싶었는데...

사모

...정말 미안해.

이 안의 "그들"은 전부... 파편화된 기억의 집합에 불과해.

인간이 말하는 강령술이나 빙의 같은 게 아니야.

비디오 테이프, 동영상 파일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 다른 사람의 삶이야.

내가 유라의 기억을 끄집어내더라도, 나는 유라가 되지 않아.

그러니 유라의 이야기를 이어나가 줄 수도, 유라처럼 말해 줄 수도 없어.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셰릴

......

사모

유라는 다신 돌아오지 않아. 그만 잊도록 해.

뻐끔거리는 셰릴의 입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사모는 충전량을 힐끔 확인하곤 그대로 소파에서 일어났다.

사모

충전 다 됐다. 그만 갈게.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신세 많이 졌어.

충전 케이블을 감고, 모자를 푹 눌러 쓴 사모는 현관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 광경을, 셰릴은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셰릴

사모...

사모

몸조심해, 셰릴.

현관문은 천천히 닫혀, 사모의 모습을――

가리기 전에 셰릴이 문을 쾅 박차고 달려나와, 사모의 등을 와락 껴안았다.

셰릴

아 몰라! 네 이름이 뭐든 상관없어! 너는 내가 내 돈 주고 산 고물 인형이야!

사모

......

셰릴이 사모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셰릴

그러니까...! 네가 유라 언니가 아니더라도 널 지키고 싶어.

언니가 내게 용기를 줬던 것처럼, 나도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 주고 싶어!

알았어!? 네가 유라 언니가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사모

......

사모는 등이 셰릴의 눈물로 흠뻑 젖은 것이 느껴졌다.

셰릴

그리고... 널 내 신작의 주인공으로 정했단 말이야... 주인공은 지면 안 되잖아, 내가 도와줄 테니까...

사모

고맙지만 소용 없대도.

셰릴

쿨쩍... 아니, 있어. 지금 절묘한 계획이 번뜩였거든.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현재의 그리폰 기지도 조금은 조용해지는 시기가 있으니...

바로 지금처럼 밤이 깊을 무렵이다.

시계가 12시 정각을 가리키자, 일부 인형들은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했다.

물론 다른 몇몇은 이런 시간임에도 외출할 준비를 했다.

엘리아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웬 불청객이 그녀의 숙소 문 앞을 가로막았다.

댄들라이

안녕, SCAR-L. 아니, 엘리아나 중사님이라 부를까?

이런 시간에 일하러 가려고? 과연 전설의 인형이네.

엘리아나

......

댄들라이

그런데 유감이야, 요즘 인형들은 전설도 못 알아봐서. 네 부대원들이 방금 지휘관에게 몰려가서 널 고발하더라고.

어찌나 눈물 펑펑 쏟으면서 징징대던지, 옆에서 보던 나까지 다 마음이 아파지더라니까.

댄들라이

설마 13년의 세월을 넘어 현대에 깨어난 전설의 인형이 독불장군이라니.

엘리아나

그 이야기라면 이미 알고 있다.

엘리아나는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고,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이곤 떠나려 했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로 포기할 댄들라이가 아니었다.

댄들라이

하지만 난 마인드맵 연산 속도가 128kb/s인 인형들과는 달리, 너에게 아주 흥미가 있어.

엘리아나

...전혀 다른 시스템이라서?

댄들라이

그렇긴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야.

지휘관을 인질로 잡는 모습부터 지금까지, 네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지켜봤어.

엘리아나

그렇게 하루 종일 날 관찰한 결론은?

댄들라이

네 "속"을 전혀 알 수가 없어, 엘리아나 중사님.

엘리아나

멋대로 들여다보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

댄들라이

쌀쌀맞기는. 그럼 나랑 거래할래?

엘리아나

난 군인이지 상인이 아니다.

댄들라이

내가 얼마나 값을 후하게 쳐주는데. 못 믿겠음 AR-15에게 물어봐.

엘리아나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댄들라이

그냥, 네 기반 설정을 열어서 보고 싶을 뿐이야. 내게 아주 잠시 권한을――

엘리아나

지휘관이 보냈어? 날 떠보려고?

댄들라이

그렇다면 이렇게 부탁도 안 했지.

그리고, 상급자 몰래 나쁜 짓해보고 싶지 않아? 재밌어.

엘리아나

레인저의 충성심을 시험하지 마라.

댄들라이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말고. 대신 다른 인형의 기반 설정 보여 줄게. 관심 있는 애 있어?

댄들라이

네 부대원들은 어때? 걔네가 널 어찌 평가하는지 궁금하지 않아? 덤으로 우리 AR-15 것도 보여 줄 수 있는데.

엘리아나

......

엘리아나는 고민도 않고 화상 통신용 태블릿을 꺼내, 지휘관의 연락처를 띄우곤 손가락을 호출 버튼 위로 올렸다.

엘리아나

그럼 내친김에 지휘관도 같이 보도록 부르는 건 어떨까?

댄들라이

어휴, 낡은 것들은 어찌 다들 이리 꽉 막혔는지... 알았어, 그만하면 되잖아.

댄들라이는 결국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뒤돌아 사라졌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후, 엘리아나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곤 숙소의 문을 잠그고 발을 옮겼다.

하지만 이번에도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했다. 또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와 그녀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엘리아나

......

다만 이 상대는 바로 입을 열지 않고, 조심스레 암호화 통신 채널로 엘리아나를 초대했다.

AR15

<color=#00CCFF>잠깐 얘기 좀 할까?</color>

엘리아나

<color=#00CCFF>무슨 볼일이지?</color>

AR15

<color=#00CCFF>"죽음의 바다"에 대해서 네가 아는대로 더 자세하게 말해 줘.</color>

엘리아나

<color=#00CCFF>...왜 지휘관과 함께였을 때 묻지 않고?</color>

AR15

<color=#00CCFF>너도 봤잖아, 지휘관은 지금 너무 바빠. 그리고 내 동료들이, 아직 거기 있어. 그러니 꼭 알아야겠어.</color>

엘리아나

<color=#00CCFF>레인저의 충성심을 시험하지 마라.</color>

AR15

<color=#00CCFF>......</color>

AR15

<color=#00CCFF>내 가족들의 목숨이 걸렸어. 이 일은 나도 알 권리가 있다고.</color>

엘리아나

<color=#00CCFF>그렇더라도 네가 지휘관보다 먼저, 더 많이 알 권리는 없다.</color>

암호화 통신 채널이 종료됐다.

AR15

칫...

엘리아나

이제 가도 되겠지?

AR15

...마음대로.

잠시 후, 마침내 기지의 입구에 다다른 엘리아나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번엔 5명이었다.

SCR, 컨텐더, M26 MASS, M60과 M249 SAW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아나

...그리폰의 인형들은 다 한밤중에 불쑥 얼굴을 들이미는 게 관습이야?

M26MASS

네가 또 가출하려 한다고 댄들라이가 알려 줬거든. 3차 대전 참전용사님이 현대 교통법 잘 모를 수도 있으니 잘 좀 지켜봐 달라더라.

엘리아나

더는 나를 대장으로 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M249SAW

확실히 헬리안 씨한테 건의를 올리긴 했지... 하지만 그건 내일 지휘관이 결정할 일인걸. 아직은 너 우리 대장 맞아.

컨텐더

내일 지휘관께서 팀을 해산하겠다 하시기만 해봐, 그땐 너 같은 거 신경도 안 써.

엘리아나

......

엘리아나

...이건 내 개인적인 일이다.

SCR

완전무장하고 한밤중에 몰래 나가는 게 어떻게 개인적인 일이야?

M60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갈 거면 빨랑빨랑 움직여, 또 누가 와서 캐물으면 설명하기 귀찮아진다고.

엘리아나

......

잠시 후, 심야의 베를린 주택지.

번호판 없는 수송 차량이 천천히 길가에 멈췄다.

컨텐더

...그래서, 작전 계획은?

엘리아나

없어. 바로 돌입한다.

SCR

엑, 뭐? 무장하고 민가로 돌입한다고?!

이렇게 당당하게?

엘리아나

불만 있음 무턱대고 따라오질 말았어야지.

M26MASS

그럼 지금이라도 뭘 하러 왔는지 말해 줄래?

엘리아나

...몇 년 넘게 생사불명이었던 동생과 대화를 나누러.

M60

우와, 너 동생 있었어?

...여기에? 왜?

아니 그보다, 대화라면 그냥 통신으로 해도 되잖어어어?!

엘리아나는 더 이상의 대꾸도 거부하고 수송 차량에서 뛰어내려 곧장 아파트로 향했다.

컨텐더

이래서 따라오지 말자는 거였는데...

저 녀석은 진짜...!

M26MASS

일단은 비공식인 셈 치고 침투 작전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그냥 정문으로 들어가는 건 좀... 얼레, 엘리아나는?

M249SAW

이미 저쪽에서 수도관 타고 등반 중이야.

M26MASS

벌써...?

M249SAW

특전사잖아, 우리랑은 보이는 길도 다른 거지.

SCR

...쫓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