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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5 · 사로스 주기

고리

사진에는 아홉 명이 찍혀있고, 유라는 사모 바로 옆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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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주택지, 일련의 소동으로 아수라장이 된 셰릴의 집.

컨텐더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걸레짝이 된 잔해 더미 속에서 인간 소녀를 쑤욱 끄집어냈다.

셰릴

<size=50>이거 놔! 당장 안 놔!?</size>

셰릴이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쳤지만, 인형 앞의 인간 소녀는 코끼리 앞의 개미나 마찬가지였다.

컨텐더

진정하십시오 아가씨, 그러다 다치십니다.

셰릴

너네! 이거 주거지 무단 침입이야!

M26MASS

어어, 그게 그러니까...

우린 대장의 이산가족 상봉을 도와주려고 따라온 거거든?

너랑 얘기를 좀 하고 싶대서 고생고생해서 올라왔어.

너 맞지? 엘리아나의 동생이란 사람이.

셰릴

<size=50>누가 그딴 녀석 동생이야!!</size>

M26MASS

우와 성격 고약한 게 완전 붕어빵이다.

대장 동생 씨,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 정말 미안하지만 그래도 네 언니 말이라도 좀 들어――

M249가 대뜸 집 안의 전등을 전부 켰다.

M60

...대장 어딨어?

M26MASS

어라, 방금까지 우리랑 같이 청소 로봇들 상대하지 않았어?

컨텐더

SCR도 사라졌다!

인형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셰릴이 컨텐더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냅다 현관문을 틀어막았다.

셰릴

포기하시지! 경찰한테 신고했으니까 콩밥 먹을 준비나 하셔!

컨텐더

그런데 문은 왜 막으시는...?

셰릴

몰라서 물어? 너희 못 나가게 하려는 거지!

M26MASS

저기, 미안하지만 우린 그냥 먼저 튀어 나간 우리 대장 쫓아 왔을 뿐이거든?

잡으려면 걔를 잡으러 가는 게...

셰릴

어쨌든 한패구만 뭐! 할 말은 경찰서 가서 마저 해!

M26MASS

에이 가족끼리 그러지 말구우~

셰릴

<size=50>그딴 놈이랑 가족 아니라니까!!</size>

M26MASS

......아니야? 엘리아나의 동생 아니라고?

셰릴

우웨에엑 죽어도 동생 안 해!

자기 동생들 모조리 죽인 놈이 무슨 얼어죽을 언니야!

컨텐더

......

M26MASS

......?

M60

......!

............

그리폰 임시 기지의 지휘실.

헬리안이 계획서 뭉치를 지휘관에게 건넸다.

헬리안

내일의 스케줄입니다만, 확인은 내일 하시고 오늘은 이만 쉬시죠.

지휘관

예... 그래야겠습니다, 헬리안 씨도 오늘은 일찍――?

지휘관이 태블릿을 끄고,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허리를 펴던 그때였다.

통신기가 불길하게 다급한 수신음을 내었다.

보안관

<color=#00CCFF>늦은 밤 실례합니다, 주식회사 "그리폰 피자" 맞습니까?</color>

지휘관

어... 네.

보안관

<color=#00CCFF>귀사 소속의 인형들이 주거지 불법 침입 및 재물손괴죄로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연락을 받으신 지금부터 6시간 내로 베를린 경찰서로 출두하시어 관련 수속을 밟으시기 바랍니다. 출두하지 않으실 경우의 결과에 경찰서는 일절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color>

지휘관

............<size=50>네에?!?!!</size>

얼마 후, 베를린 경찰서 앞.

수속을 끝마친 지휘관과 헬리안이 뒷목을 부여잡고 경찰서 밖으로 나올 때까지, 인형들은 새빨개진 얼굴로 길가에 쪼르르 서서 기다렸다.

M26MASS

지, 지휘관! 우리 진짜 감쪽같이 속아버렸어! 우리 팀 대장 꼭 좀 믿을 만한 사람으로 바꿔 줘!

컨텐더

저희를 따돌리려는 뻔한 함정이었는데... 면목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를 어떻게 그리폰에 둘 수가 있죠?

사실상 공개 망신을 당한 인형들은 곧장 지휘관에게 달려와 앞다퉈 엘리아나를 고발했다.

지휘관

돌아간 뒤에 얘기하자, 이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헬리안

지휘관, 솔직히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경력의 중요 인물이라도 그녀를 이렇게 내버려둬선 안 됩니다.

헬리안도 엘리아나의 행동에 상당히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휘관

...엘리아나가 제게 털어놓은 바 대로라면, 그녀는 지금 과거와 결별하고자 하려는 겁니다.

저는 그녀에게 그럴 기회를 주겠다 약속했습니다. 그래야만 안심하고 나아갈 미래를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그녀의 해명을 들은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휘관은 한숨을 푹 쉬었다.

지휘관

다만... 지금은 그녀가 어디 있는지부터 파악해야겠군요.

그 시각, 베를린 어딘가의 도로변.

그곳에서 아주 오랫동안 정차 중인 검은 자동차 안에서, 길 건너편의 상황을 계속 감시하던 남자가 마침내 학수고대하던 연락을 받았다.

삐이.

통신 연결.

J

제발 좋은 소식이라고 해, 지금 차 기름 바닥나기 직전이니까!

K

<color=#00CCFF>그래, 찾았다.</color>

<color=#00CCFF>조금 전 들어온 경찰의 신고 기록에 의심 목표가 확인됐다. 특징도 부합해.</color>

J

엥, 경찰한테서?

K

<color=#00CCFF>아직 통화 도중이니까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공유하지.</color>

<color=#00CCFF>그래도 대략적인 현재 위치는 특정했어.</color>

J

어딘데?

K

<color=#00CCFF>네가 가장 가까운 위치여서 차의 내비게이션에 전송했다.</color>

<color=#00CCFF>그 인형 찾아내기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설명할 필욘 없겠지?</color>

J

알아, 안다고. 바로 출발할게.

K

<color=#00CCFF>젠장... 지금 국장님까지 나서려 한다.</color>

<color=#00CCFF>우리가 먼저 그 인형을 찾아내야 해, 서둘러!</color>

삑.

통신 종료.

J가 어깨를 풀며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니 과연, 좌표는 그의 현재 위치에서 꽤 가까웠다.

더는 밍기적댈 이유가 없었다. J는 곧장 액셀을 끝까지 밟아, 전속력으로 차를 몰았다.

경찰이 인형들을 모두 끌고 나가니 요란했던 "무대"도 고요해져, 바닥엔 그 혼란했던 흔적만 남았다.

셰릴은 긴장이 풀렸는지, 긴 한숨을 내뱉으며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셰릴

겨우 쫓아냈네...... 아!

누웠던 셰릴이 벌떡 일어나 창가로 달려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거리에는 소란에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과 떠나는 경찰차만 보일 뿐, 그 익숙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셰릴

무사히 도망쳤겠지...?

셰릴이 다시 한숨을 쉬며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뻗었다. 그런데, 만져져야 할 것이 없었다.

셰릴

어, 뭐야? 분명 여기에...

맞다, 사모가 탄피를 가져갔지!

셰릴

내가 여태까지 소중하게 간직한 유라 언니의 기념품을...!

보물처럼 아끼던 부적이 보이질 않자, 셰릴은 발을 동동 구르며 이미 아수라장인 집을 샅샅이 뒤졌다.

셰릴

아, 어쩌면 침실에다 뒀을지도!

그 생각이 들자 그나마 밖보단 멀쩡한 침실로 들이닥친 셰릴은 침대의 머리맡에 놓인 사진을 보곤 내심 안도하는 한숨을 쉬었다.

꾸깃꾸깃 주름지고 테두리가 다 헤진 사진은 원래 주인이 자주 주머니에 넣었다 꺼냈다 한 흔적이 선명했다.

아주 오래전의 이 단체 사진에서 모습을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단 3명뿐이고, 원주인인 사모의 말에 의하면 "더는 기밀일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셰릴

......

여기에, 유라 언니가 있을까...

사진을 집어 든 셰릴이 사진 속의 얼굴 하나 하나를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뒷면에는 마커펜으로 휘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앞으론 탄피처럼 더러운 거 말고 이걸 부적으로 삼아."

셰릴

사모...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해... 돌아와서 이 사진의 누가 유라 언니인지 알려 줘... 안 그럼... 두고봐아아...! 지옥 끝까지 쫓아갈 테니까...!

험한 말을 내뱉는 소녀의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은, 뺨을 타고 카펫으로 떨어져 바닥에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