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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 만성쇼크

WTR 황야 북쪽

당신은 자신의 조국을 위해 싸울 건가요?

-58-1-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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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블랙웰에게.

잘 지내나? 홉킨스에서 함께 샌드위치를 먹던 시절이 참 그리운걸.

그때의 난 참 어리석고 순진했지. 시간이라면 차고 넘친다 여겼는데, 눈 떠보니 이렇게 베슬란에 와 있다니.

여긴 겨울이 빌어먹게 추운 도시야, 내 성격이 각박해질 정도로 추워. 그래, 누가 날 이리 평하는 걸 넌 상상도 못하겠지.

"각박하다"... 참 신선한 단어야.

사나의 알레르기도 갈수록 발작이 심해지고 있어... 내가 "어머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대충 이런 걸 보고 운명이라 하려나?

그런데, 좀 재밌는 일이 있었어. 한 학생을 만났는데, 음... 사나보다도 나를 닮았더라고.

머리색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이 녀석은 우리랑 같은 부류의 인간이란 느낌이 들어.

기회가 되면 또 연락할게. 다시 볼 수 있기를.

2047년 베슬란에서, 마이트너가.

2047년 겨울. 모든 이들의 화제는 전황에 쏠려 있었다.

세상은 가는 곳곳마다 쇠와 피의 비린내로 진동했다.

베슬란의 혹한마저도 사람들의 들끓는 가슴을 식히지 못했다.

베슬란 제1중학교.

교실 안의 남학생

아니 거기서 그대로 꼴박하는 게 말이 돼?! 전선에서 지휘한다는 장군들은 다 똥별인가!?

내가 가서 지휘해도 그거보단 잘하겠다!

교실 안의 남학생

어떻게 거기서 질 수가 있냐고오... 첩보전 이전에 정찰도 안 하나?

어휴 짜증나!

서 있는 여학생

듣기로는 미국의 스파이가 우리 군부대에 침투해서 그랬대...

신간 신문을 둘러싼 학생들은 전쟁 보도 코너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중 열정적으로 갑론을박을 벌이던 여학생이 때마침 교실로 들어온 "시니아"를 보자 바로 다가갔다.

서 있는 여학생

아, 시니아!

빨리 와서 이것 좀 봐, 전선 소식 새로 나왔어!

시니아는 한숨을 쉬었다.

시니아

후우...

보나마나 나쁜 소식이겠지.

서 있는 여학생

딱 맞췄네.

...어떻게 알았어?

시니아

좋은 소식이면 학교에서 막 방송으로 난리쳤을 테니까.

서 있는 여학생

하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아~

그럼 나도 전선 가서 도왔을 텐데!

아, 그나저나 그거 들었어? 요즘 여기저기에 사관 학교가 잔뜩 생겼대, 전술지휘 속성반도 있다더라.

시니아

3개월이면 바로 자대 배치 받는 그런 거?

그거도 우선은 11학년부터 돼야 할걸.

서 있는 여학생

그건 그렇지.

근데... 어디가 전선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잘못하면 여기가 전선이 될 수도 있어.

시니아

에이 재수없는 소리 마, 그리고 그렇게 돼도 우리가 이길 수 있어!

둘은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서 있는 여학생

응! 우리가 이길 거야!

시니아

아참, 어제 숙제는 다 했어?

서 있는 여학생

............

서 있는 여학생

깜빡했다!

쿠즈민 쌤 엄청 무서운데! 안나! 안나 너 숙제 다 했어? 나 좀 보여 주라!

안나

......

"안나"라는 이름의 여학생은 책상 위에 엎어진 채로 고개만 들어, 피곤해 죽겠단 눈으로 자신의 어깨를 잡고 막 흔드는 학우를 바라보기만 했다.

서 있는 여학생

자는 척하지 말고오 안나아 숙제 보여 달라구우――

안나

......

안나는 대꾸조차 안 했다.

그 차가운 눈빛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얼굴도 누가 보면 그냥 멍때리는 걸로 오해하기 십상인 무표정이었다.

그런 그녀를 흔들다 지친 여학생은 설득을 포기하고 안나의 가방에 냅다 손을 집어넣었다.

찰싹!

안나

...내 물건 건들지 마!

가방의 주인은 함부로 속을 뒤지는 손을 쳐냈다.

서 있는 여학생

<size=50>아야!</size>

여학생은 냉큼 손을 뺐지만, 엉겁결에 속에서 책 한 권을 끄집어내고 말았다.

책은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런데, 교과서도 공책도 아니었다.

시니아

...《노변의 피크닉》?

몇 년이나 버려진 폐가의 벽지가 연상될 정도로 누렇게 변색된, 아주 오래된 책이었다.

겉표지는 접착제가 거의 떨어지기 직전에 가장자리는 쭈글쭈글해서 언제라도 분해될 것처럼 보였다.

시니아는 허리를 숙여, 그 고전 SF 소설을 잔뜩 화난 얼굴의 안나에게 건넸다.

시니아

안나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작품을 좋아해?

이 판본은 소장 가치도 있는 좋은 거네.

하지만 이렇게 가방에 막 넣고 다니면 금방 닳아버릴 거야.

안나

......

시니아

우리 집에 변색지에 좋은 약이 있는데.

내가 수선해 줄까?

안나

...됐어.

안나는 툭 쏘아붙이곤 시니아의 손에서 《노변의 피크닉》 책을 낚아채, 책에 묻은 먼지를 조심스레 닦고 도로 가방에 넣었다.

그리곤 다시 머리를 두 팔에 파묻어 취침 모드로 돌아갔다.

서 있는 여학생

......?

야, 너 뭐하잔——

한바탕 할 기세인 여학생을 시니아가 어깨를 토닥여 말리며 멋쩍게 웃었다.

시니아

내 거 빌려줄게, 내 책상에 있어.

안나는 전학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어색할 거야.

전학생이니까 친절하게 대해 줘야지.

서 있는 여학생

...그래.

근데 너도 말이야, 어떻게 성질이란 게 없냐?

뭐어 하긴 그런 성격이니까 반장을 하는 거겠네, 나라면 절대 못해. 진심 불가능.

여학생은 시니아를 동정하며 조용히 그녀의 책상으로 향했다.

한편, 시니아는 곤히 자는 듯한 안나를 보며 가볍게 숨을 마셨다.

시니아

후우...

날 무시해도 상관없지만... 숙제는 제출해야지.

안나

......

안나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학생으로서 중요한 학업이니 시니아도 몇 마디 더 붙이고 싶었지만, 상대의 성질을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기에 머릿속으로 말을 다듬던...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그녀를 불렀다.

???

저기, 네가 7학년 1반 반장 시니아 양 맞니?

시니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웬 햇빛처럼 산뜻한 금발에 키도 훤칠한 남학생이 있었다.

시니아

아... 네에... 그쪽은...?

아흐민

10학년 3반, 아흐민이라고 해. 안나의 큰오빠야.

시니아

아아, 아흐민 선배. 반가워요.

여긴 무슨 일이세요?

아흐민은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아흐민

하하, 안나가 숙제를 깜빡하고 집에 두고 갔길래.

어제 그렇게 열심히 해놓고선 챙기는 걸 잊었더라고.

시니아는 아흐민이 건네는 공책을 받으며 안나를 힐끗 살폈다.

여전히 책상 위에 엎어진 그대로였다.

정확히는 그냥 자는 척이었지만.

그런 안나를 보며, 아흐민도 머쓱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아흐민

대신 사과할게, 얘가 어제 엄청 늦게 잤거든.

시니아

...괜찮아요.

아흐민은 안나에게 다가가 살며시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흐민

수업 끝나면 집에 같이 가자. 내가 마중올 테니까.

오늘 엄마가 네가 좋아하는 보르시랑 소고기배추말이 해 주신대, 식으면 맛 없을 거야.

동생이 계속 듣는 척도 안 하자, 아흐민은 잠시 뜸을 들였다.

아흐민

...요즘 람잔이 매일 경비단에 가더라. 며칠 전에 걔가 헛소리한 건 내가 단단히 혼냈어.

안나는 머리에서 손을 툭 쳐내고, 자세를 바꿔 다른 쪽 팔에 머리를 기댔다.

아흐민

그럼 집에 같이 가는 거다?

잠깐 머뭇하다, 그는 시니아에게 고개를 돌리고 상냥하게 웃었다.

아흐민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거든. 잘 좀 부탁할게.

시니아

물론이죠.

아흐민

...의사 표현을 잘 안 하기도 하고.

시니아

낯선 환경이니까요. 우리 반 애들은 다 착하고 활기차니까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아흐민

양해해줘서 고마워.

아흐민을 눈으로 배웅한 뒤, 시니아는 걷은 숙제를 정리했다.

시니아

후우... 이걸로 전부네.

......

학교 교무실.

평소대로라면 문 밖에서도 쿠즈민 선생님이 수다를 떠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어째선지 오늘 교무실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시니아가 반에서 걷은 숙제를 올려놓는 책상도, 이상하리만치 깔끔한 것이 선생님의 평소 행실과는 영 딴판이었다.

단순히 지금 교무실에 도스토옙스키 문학집을 읽고 있는 러시아어 선생님밖에 없어서는 아닌 듯했다.

시니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혹시 쿠즈민 선생님 어디 가셨는지 아세요? 오늘 수업도 자습으로 바꾸셔서요.

이 시간엔 항상 교무실에 계시는데, 무슨 일 있나요?

러시아어 선생님

아... 시니아구나.

숙제는 놔두렴, 새 선생님이 오시면 볼 거야.

시니아

새 선생님이요...? 쿠즈민 선생님은요?

러시아어 선생님

......하아.

중년 여성인 러시아어 선생님은 안타까워하는 한숨을 푹 쉬며 안경을 벗어 안경 닦이로 천천히 렌즈를 닦았다.

러시아어 선생님

...쿠즈민 선생님의 형이 순국했단다.

모두를 위한 희생으로 훈장도 수여됐대요.

그래서 쿠즈민 선생님도 형을 따라 피와 의지로 조국에 보답하겠다고 하셨단다.

무사히 돌아오시길 기도해 주렴.

시니아

......

2045년부터 이런 일은 흔했다.

허나 이렇게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것은...

시니아

......무사히, 돌아오시길...

러시아어 선생님

아아 그렇지, 최근 들어서 이 근처로 이사 오는 외국인들이 점점 느는 추세거든? 그러니 너희 반에도 등하굣길 조심하라 당부해 주려무나.

경비단이 있지만 그들이 24시간 내내 순찰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니.

늦게까지 너무 오래 밖에서 놀지 말고, 최대한 모여서 다니렴.

시니아

...네, 반에 전달할게요.

잠시 후, 시니아는 교무실을 뒤로했다.

문을 닫을 때, 그녀의 눈은 절로 쿠즈민 선생님의 자리로 향했다.

텅 빈 책상에 숙제 공책 한 더미만 덩그러니 놓인 그곳을.

이런 시대에 이런 일은 너무나도 흔하다.

전쟁이 어디에나 있으니까.

한 사람, 한 사람씩 휘감고서, 앞으로 기어나가는 전쟁이.

......

쿠즈민 선생님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 것은 얼마 안 돼서였다.

그의 시신은 교장 선생님이 인계받아, 학교 근처의 교회에서 간단하게나마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위대하신 성모상 아래, 조용히 잠든 관 하나.

자애로운 신부 앞에, 장례복을 입고 나란히 선 숙연한 학생들.

신부

이분이 생전 좋아했던 것을 놓아도 됩니다.

검은 베일을 쓴 학생

...쿠즈민 선생님은, 이 빵을 엄청 좋아하셨어요.

크라스노셀스키 빵 한 봉지가 관 속에 살며시 놓였다.

이윽고 소금을 뿌릴 때, 손이 떨리고 몸이 떨렸다.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뵌 게 일주일도 채 안 된 것 같았는데.

시니아

......

시니아는 그 학우를 부축하고, 어깨를 토닥이며 다독여 주었다.

시니아

선생님이 가장 사랑하신 것은 이 땅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단지, 고향의 천국으로 돌아가시는 것일 뿐입니다.

시니아는 흑갈색의 알갱이가 가득 담긴 작은 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 그 흙을 관 안에 뿌렸다.

시니아

이건 저희 학교 운동장의 흙입니다.

세월이 흘러 우리가 어디로 가게 되어도, 쿠즈민 선생님은 저희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남을 것입니다.

신부가 관을 덮을 때, 마침내 조문객들 사이에서 통곡이 터져 나왔다.

낮게 깔린 노랫소리는 그 슬픔을 위로하는 듯했다.

셀 수도 없이 들은, 조국의 국가.

떠나보내는 전사들을 위한 최고의 순장품이었다.

키 큰 남자학생

...납득 못해.

키 작은 남자학생

거기의 장교가 선생님을 찾았을 땐 불타 죽으면서까지도 우리 학교 휘장을 꼭 쥐고 계셨대...

키 큰 남자학생

다 그놈들 때문이야, 그놈들이... 그놈들이 우릴 팔아넘겼어.

선생님도 그래서 돌아가신 거야...

검은 베일을 쓴 학생

훌쩍... 나도... 나도 납득이 안 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전부 너무 갑자기 일어나서...

키 큰 남자학생

......복수해야 해.

키 작은 남자학생

<size=50>당연히 복수해야지!</size>

키 큰 남자학생

선생님이 전선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우리만 뒤에서 가만히 있어!

시니아

진정해. 우리는 학생이야, 지금 우리가 뭘 할 수 있다고 그래.

키 큰 남자학생

<size=50>나도 알아 제기랄!!</size>

키 작은 남자학생

두고봐, 우리 졸업할 때까지 어디 잘 살아남아 보라 해!

키 큰 남자학생

아니! 졸업 안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키 작은 남자학생

뭐? 너 그거 설마...

키 큰 남자학생

맞아, 너도 초대받았어?

키 작은 남자학생

응... 근데 좀 고민된달까...

시니아

일단 모두 돌아가자, 오후에 수업 또 있잖아.

선생님이 항상 말씀하셨잖아,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서 다 우수생으로 졸업하는 거 보는 게 제일 큰 소원이라고.

키 큰 남자학생

...칫.

시니아도 같이 한숨을 쉬었다.

다음날, 베슬란 제1중학교.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학생들은 아직도 어제의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교실 분위기는 무거웠다. 심지어는 아직도 검은 베일을 쓴 학생도 꽤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수업은 본디 쿠즈민 선생님의 수업이었으니까.

그런데,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교실로 들어온 사람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깡마른 몸매에 시큰둥한 표정, 흑발의 천연 곱슬머리. 캐주얼한 커버롤을 입은 이 여성은 퇴폐적인 분위기를 유감없이 풍겨댔다.

???

후우... 자기소개부터 할까, 내가 너희 대리 교사다.

그 여성은 교실 안을 스윽 훑어보곤, 하품을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

흐아암... 마사 마이트너다.

돌아온 것은 침묵이었다.

그녀의 러시아어가 매우 서툴러서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억양에서 출신지가 짐작되기 때문이었다.

검은 베일을 쓴 학생

...미국인이네?

왜 하필 미국인이야?

우람한 몸집의 학생

이런 때에? 정말 교사로 온 거 맞아?

검은 베일을 쓴 학생

스파이 아니야?

웅성거림은 이내 소란이 되었다.

도저히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지만...

마사는 그냥 눈을 까뒤집었다.

마사

왜, 내 러시아어 실력에 불만 있냐?

근데 내가 가르치는 건 기초 물리라서 말이다, 국어가 아니라.

학생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마사

그래 너.

성난 얼굴로 일어난 학생은 덩치가 곰처럼 우람했다.

우람한 몸집의 학생

양키년이 무슨 자격으로 쿠즈민 선생님의 자릴 꿰찼냐!

마사

좋은 질문이네.

우선 "꿰차다"란 정당하지 않은 수단으로 차지하다란 뜻이다, 여기에 쓰기 올바른 단어가 아니야.

가서 국어나 더 배우고 와.

일어난 학생

<size=50>이게!!!</size>

마사

참고로 내 시범 채용 기간은 3개월이다.

클레임 걸 거면 어서 가서 해, 안 그래도 니네 학교 봉급이랑 교직원 대우가 형편없어서 벌써부터 기분 잡쳤으니까.

마사는 차갑게 말을 덧붙였다.

이에 다른 비쩍 마른 체격의 학생도 벌떡 일어섰다.

마르고 키큰 남학생

너가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할 자격 없어! 미국으로 썩 꺼지라고!

마사

자격? 내가 그럼 물리 수업을 내 머릿속에 든 걸로 가르치지 국적으로 가르치냐?

깡마른 학생은 책상을 쾅 내리쳤다.

그리고는 씩씩대며 교실 문을 열고 사라져 버렸다.

마사는 이번에도 그냥 눈을 흘기기만 했다.

마사

여기 반장 누구야?

학생들 일부의 시선이 시니아를 향해...

할 수 없이 일어나야만 했다.

마사

저 녀석 이름 적어 둬라, 무단 조퇴니까 벌점이야.

시니아

......

마사

다른 질문?

일어난 학생

벌점 실컷 매기시든가.

곰 같은 학생도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곤 그대로 교실을 나갔다.

마사

갈 사람 더 있냐?

교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마사

니들 생각이 뭐든 여기선 내가 너희를 가르치는 입장이다.

그리고 기회는 소중히 해라, 나 정도 되는 물리 선생은 보기 힘들다고.

시니아는 계속 선 채로 비어버린 책상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결심한 듯 여전히 서서 손을 들었고, 마사도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니아

마사 선생님이라셨죠?

선생님은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쿠즈민 선생님은 저희에게 지식을 가르쳐 주시기만 한 게 아니라 마음가짐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쿠즈민 선생님은 조국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당신은요? 당신은 조국을 위해 싸우실 건가요?

마사

하... 난 내 목숨이 너무너무 소중해서 말이다, 더러운 기회주의자놈들한텐 안 팔아.

시니아

......

따르르릉——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착신음도 들렸다.

삐빅.

시니아는 조심스레 휴대폰의 화면을 켜보았다.

익명 통신

<color=#00CCFF>영원의 불꽃이 곧 타오릅니다. 우리와 함께하겠습니까?</col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