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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 만성쇼크

WTR 너도밤나무 숲Ⅰ

항상 규칙 밖의 예외가 존재한다.

-58-1-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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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보기 (212줄)

......

베슬란 제1중학교.

또 눈이 내린다.

뱉는 입김이 하얗게 얼어붙을 만큼 추운 날.

시니아는 종종걸음으로 교실에 와 문을 열었다.

매일 등교 시간보다 10분 일찍 오는 것은 자신이 반장임을 자각하기 위함.

하지만 오늘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교실이 텅 비어 자신의 숨소리만 들리는데도 시니아는 놀라지 않았다.

시니아

......

모두, 마음을 정했구나.

나지막이 읊조리며 그녀는 휴대폰을 꺼냈다.

시니아

<color=#00CCFF>위치에 도착. 목표는 아직 나타나지 않음.</color>

삐익.

영원의 불 작전 멤버

<color=#00CCFF>알았다. 계획대로 움직인다.</color>

<color=#00CCFF>오늘, 우리는 그 죄인들을 철저히 심판한다.</color>

두근... 두근... 두근...

가슴이 고동쳤다. 그녀가 이런 일에 참여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고,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앞으로 벌어질 일들의 시뮬레이션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시니아

......

마사가 들어오면, 내가 대들어서 그걸 핑계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간다...

나오자마자 바로 앞문을 잠그고...

그녀가 반응하기 전에 뒷문도 잠그고...

그런 다음 메시지를 발송한다...

그걸로... 끝...

영원의 불 작전 멤버

<color=#00CCFF>그래,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겨라.</color>

시니아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영원의 불 작전 멤버

<color=#00CCFF>...피에는 피로.</color>

마침내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시니아는 반사적으로 폰을 책상 서랍 안으로 던져 넣으며 고개를 들었다.

시니아

마사 선생님 안녕하――

안나

응?

들어온 사람은 마사 마이트너가 아니었다.

시니아

<size=50>안나?!</size>

안나

......?

시니아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니아

너 왜 왔어!?

안나

...수업.

시니아

아... 하... 하지만...

안나는 시니아를 지나쳐 곧장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고는 책가방을 책상 서랍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바로 책상 위로 엎어졌다.

시니아가 그녀에게 황급히 다가갔다.

시니아

빨리 교실 밖으로 나가.

안나

...? 오늘 쉬는 날이었나?

명백히 모르는 눈치이자, 시니아는 목소리를 낮췄다.

시니아

<size=25>너 영원의 불 작전 통지 못 받았어?</size>

안나

영... 뭐? 무슨 소리야?

시니아

......!

너, 가족 중에 경비단원 있다며. 그 사람에게 물어보던가...

아, 아무튼, 오늘은 어서 돌아가!

"경비단"이란 말에 안나는 미간을 찡그렸다.

안나

그딴 사람 몰라.

시니아

......

석연찮은 반응에 시니아는 순간 뭐라 더 둘러대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혀, 허둥지둥 안나의 책가방에 손을 뻗었다.

시니아

아무튼... 아무튼 여기 있으면 안 돼!

빨리 돌아――?!

시니아가 자신의 가방을 붙잡자, 안나의 표정이 돌변하더니 그녀를 확 밀쳤다.

안나

<size=50>가방 만지지 마!</size>

너무 늦었다.

교실 문이 다시 열렸다.

마사

...허.

시니아

......!

마사가 책 몇 권을 옆구리에 끼고,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컵을 들고서 어슬렁어슬렁 교실로 들어온 것이었다.

아주 잠시 두 학생들과 시선을 교환한 그녀는 썰렁한 교실을 스윽 훑어봤다.

마사

나머진 다 결석이냐?

아 뭐 맘대로 하라지, 내 시급 깎이는 것도 아닌데.

너희야말로 헐값에 개인 교습받는 셈이니까 운 좋은 줄 알아라.

시니아

......

안나

......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니아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고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마사

어디 보자, 오늘은 결정 구조에서부터 시작할까...

......

......

삐빅.

시니아

<color=#00CCFF>목표 출현. 하지만 안나가... 우리 학우도 교실에 있어.</color>

영원의 불 작전 멤버

<color=#00CCFF>데리고 같이 나가.</color>

시니아

<color=#00CCFF>얘는 아무것도 몰라, 수업도 시작해서 어려워.</color>

영원의 불 작전 멤버

<color=#00CCFF>칫... 그럼 이따 어디에라도 숨어.</color>

<color=#00CCFF>몸 숨길 만한 게 있는 구석으로.</color>

시니아

<color=#00CCFF>무슨 뜻이야...?</color>

영원의 불 작전 멤버

<color=#00CCFF>양키랑 최대한 멀리 떨어지라고.</color>

시니아

<color=#00CCFF>...알았어.</color>

시니아는 책상 밑으로 조심조심 버튼을 눌러 메시지를 보내면서, 혹시나 마사의 눈길이 자신을 향하진 않는지 눈치를 봤다.

단상 위에선 마사가 수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단상 아래선 안나가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었다.

교탁을 경계선으로, 교실은 마치 분단된 두 세계처럼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못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니아는 평생 이토록 식은땀을 흘린 적이 없었다.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고, 긴장감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마사

물질과 성질의 관계는 물리 화학, 소재과학 및 분자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지.

그리고 결정질과 비결정질 사이에 "준결정질"이란 물질이 있듯, 항상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걸 발견하고 특성을 탐구할 수는 있지만, 그반대로는 불가능――

시니아는 시계를 슬쩍 확인하고 창밖을 바라봤다.

멀리 보이는 운동장엔 신나게 달리는 여자아이 한 명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째깍.

째깍.

디지털 시계인데도 시니아의 머릿속엔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슬쩍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니, 그 여자아이마저도 사라지고 없었다.

얼어붙는 겨울바람이 조용해진 교내에 살벌한 기운을 몰고 왔다.

......

시니아

대체 언제...

콰앙!!!

복도 쪽에서 굉음이 터졌다.

쿵!

누가 교실 정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마사

......

타앙!

총알 한 발이 강단에 날아와 박혀, 서랍에 손을 넣으려던 마사를 멈췄다.

교실로 들이닥친 사람은 완전무장했음에도 고작 열 서너 살 남짓인 티가 확연한 소년이었다.

그 소년은 총을 들고 당당하게 강단 위로 올라, 총구를 마사의 정수리에 댔다.

열서너 살쯤인 소년

<size=50>지옥에나 떨어져라, 양키년!</size>

머리에 총이 겨눠진 상황인데도, 마사는 피식 웃기만 했다.

마사

풋, 쏘게? 저기 쟤네 둘은 어쩌려고?

열서너 살쯤인 소년

...같은 편은 쏘지 않아.

마사

아아~ 같은 펴~언~?

마사는 교실의 두 학생들을 보며 경멸 어린 미소를 지었다.

눈앞의 이 완전무장한 소년이 어떤 녀석인지 감을 잡은 것이었다.

마사

베슬란 경비단이냐?

소년은 살짝 기겁했다.

열서너 살쯤인 소년

그, 그걸 어떻게 알아!

소년의 총을 쥔 손가락이 발작적으로 떨렸고, 마사의 머리를 누르는 총구에 힘이 더해졌다.

방아쇠에 검지를 걸고 이마에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아마 자기 나이의 반절도 안 될 이 소년을 똑똑히 응시하며, 마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사

아무리 민병대라지만, 수준이 고작 이 따위였다니... 상상도 못했네.

퍽!

열서너 살쯤인 소년

꼼짝 말라고!

"목표"가 딱 봐도 얌전히 굴질 않자, 소년은 눈을 질끈 감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알은 천장에 맞았다.

단 1초만에 마사와 소년의 입장이 역전됐다.

소년은 바닥에 내팽개쳐져 짓눌렸고, 그가 쥐고 있던 총은 마사의 손에 들어갔다.

마사

파지법도 제대로 안 익히고 총 들고 다니냐?

너 같은 건 전장에 나가 봤자 노획할 거 없나 뒤져볼 시체 하나 더밖에 안 돼.

소년은 눈을 부릅뜨고 마구 몸부림쳤지만, 그뿐이었다.

움직여지는 것이라곤 목뿐이었다.

다급해진 소년은 강단 아래 교실의 소녀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열서너 살쯤인 소년

시니아... <size=50>시니아! 왜 보기만 해!</size>

갑작스레 이름을 불린 시니아는 화들짝 놀랐다.

그녀의 눈빛은 두려움과 당혹감, 긴장감으로 혼란스러웠다.

열서너 살쯤인 소년

<size=50>빨리 도와줘! 빨리!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size>

시니아

......

마사

풋... 한심하긴.

마사는 총으로 소년의 머리를 툭툭 쳤다.

마사

뭐냐, 그렇게 폼 잡고 싶었냐? 자기가 죽을 수도 있단 생각은 안 했어?

그렇게 전장 나가서 총알받이 하고 싶어?

그럼 어디 지금 바로 소원 이뤄 주랴?

철컥.

총을 장전하는 소리.

시니아, 마사, 그리고 제압당한 소년도 모두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향했다.

안나

...그거 놔.

안나의 손에 MP443 한 자루가 쥐여있었다.

시니아

안나...? 너, 너 그 총 어디서 났어?!

설마... 그래서 누가 네 가방 만지지 못하게 한 거였어...?

마사

아이고야...

베슬란이 이렇게 흉흉한 데였나?

그냥 중학교 물리 선생도 아주 특전사는 돼야 하나 원...

이건 좀 열받는데.

탕!

안나의 위협에도 아랑곳않고, 마사는 그대로 바닥의 소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소년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지 못한 듯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0.5초 후, 검붉은 피가 바지에 꽃처럼 번짐과 동시에 격통이 뇌를 찌르자, 그제서야 소년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열서너 살쯤인 소년

<size=60>끄아아아아아악!!!</size>

안나

쯧, 소리는 우렁차네.

마사

스친 거 가지고 엄살은.

마사는 일어나 소년이 다리를 부여잡고 뒹굴도록 놔두고, 손목을 풀며 시니아와 안나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쥔 권총에서 피어오르는 초연의 냄새는 시니아의 코를 선명하게 자극했다.

시니아

아... 아, 안나! 빨리 쏴!

안나

......

시니아

<size=50>안나!</size>

안나

...닥쳐.

나한테 명령하지 마!

시니아

――!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안절부절못하던 시니아는 안나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손을 덥석 붙잡곤 방아쇠를 당겼다.

――틱.

그런데, 분명 공이가 경쾌한 금속음을 냈는데도 총은 격발되지 않았다.

안나

이, 내 총에 손대지 마!

이 광경에 마사는 권총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시니아와 안나의 촌극을 구경했다.

마사

너희 그냥 눈치 챙기는 게 어때? 대충 밧줄 같은 거 찾아다 서로 묶어서 말이야.

시니아

......

안나

.....

마사

아님 꼭 누가 도와줘야――

우당탕!

그때, 복도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타앙!

마사는 일말의 주저 없이 총구를 돌려 문을 향해 한 발을 쐈다.

비명 지르는 소년

<size=50>으아악!!</size>

마침 문 앞에 나타나 교실 안으로 발을 디디려던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다만 혼자는 아니었어서, 뒤따라온 동료가 냅다 총을 들어 마구잡이로 갈겼지만 교실 안으로 무작정 들어오려 하진 않았다.

탕! 탕! 탕!

소년의 동료

<size=50>**년이!! 빌어먹을!!</size>

물론 마사는 저 욕설에 총성으로 대답했다.

마사

쯧...

내가 러시아어 좀만 더 잘했어도 맛깔나게 욕해 줬을 텐데 말이지.

그리고 잔탄수를 가늠하던 마사의 눈이 안나와 그녀 손에 들린 MP443에 꽂혔다.

마사

...그런 거 보고 뭐라더라.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마사가 안나의 발을 툭 걸어 넘어뜨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동시에 손날로 안나의 손목을 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툭.

MP443이 마사의 손에 떨어졌다.

마사

얼씨구, 총알은 빵빵하게도 넣어 뒀네.

안나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쿵 쓰러졌다.

하지만 곧장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

안나

<size=50>내 총이야!</size>

마사

그래?

마사는 피식 비웃으며 답했다.

마사

수업도 제대로 안 듣지, 총도 제대로 쓸 줄도 모르지...

안나

너어...!

마사는 손 안의 MP443을 빠르고 능숙하게 분해했다 재결합한 뒤,

그대로 총을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마사

벌점 대신이다.

그리고, 누가 선생님을 총으로 위협하냐? 정신 차려.

안나

<size=50>돌려줘!</size>

항의했지만, 무시당했다.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사는 교실 안을 빠르게 훑었다.

타앙!

그러다 휙 뒤돌아, 교실 문을 향해 한 발 더 쏘았다.

문 밖의 무장청년

<size=50>윽!</size>

고개를 힐끔 내밀어 상황을 살피려던 청년은 하마터면 얼굴에 총을 맞을 뻔해, 거북이처럼 냉큼 목을 집어넣곤 얌전히 지원을 불렀다.

이를 본 마사는 강단의 서랍에서 오래된 신문지로 포장된 무언가를 꺼내, 문 밖으로 힘껏 던졌다.

마사

쯧... 각도가 살짝 안 좋네.

그녀는 중얼거리며 총도 들었다.

이윽고 총알이 또 한 발 총구를 떠나, 문 밖으로 날아간 목표에 명중했다.

그러자 그 작은 물건이 사방으로 연기를 뿜어내더니――

안나

앗?!

시니아

꺄아악!

대비도 없이 눈부신 섬광과 폭음에 당한 안나와 시니아는 눈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에 얼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눈도 안 보이고 귀도 먹먹해졌지만, 시니아는 마사가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소음, 총성, 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경비단원들의 비명을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

안나

거... 거기 서...! 내 총 돌려줘...!

안나는 눈물이 뚝뚝 흐르는 두 눈을 억지로 뜨고서, 겨우 조금 회복된 시각으로 비틀거리면서도 마사의 뒤를 쫓으려 했다.

시니아가 덥석 안나의 소매를 붙잡았다.

시니아

안 돼 안나! 오늘 경비단이 학교에서 "영원의 불" 작전을 실행해!

다들 총도 가지고 있어, 함부로 뛰어다니다간 총 맞을 거야!

안나

저 자식이 내 총을 가져갔다고!

안나는 시니아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안나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건데... 그걸...!

뺏어가게 둘 거 같아!?

충혈된 눈의 멈추지 않는 눈물을 훔치고, 안나는 마사를 쫓아 달려나갔다.

......

학교 건물 앞, 완전무장한 경비단 멤버들이 문앞을 지키며, 모기 한 마리 지나가게 두지 않을 기세를 뿜었다.

쨍그랑!

갑자기 머리 위쪽에서 유리가 깨지자, 그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계 태세로 빠르게 진형을 펼쳤다.

쿠웅!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그저 한 중년 남성의 시체가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그대로인 그 시체는 학교의 연구원, 미국 출신 메이트슨 바이런 교수였다.

그의 시체에 성한 구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죽을 때까지 얼마나 잔인하게 고문받았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적습이 아닌 것을 확인한 단원들은 총을 내리며 위층에다 욕을 퍼부었다.

경비단원

<size=50>야 이 XXXX야 학교 부수지 말라고!</size>

그때, 건물 안쪽에서 다른 발소리가 들렸다.

안나

......

안나가 터벅터벅 밖으로 나오는 것을 발견한 단원들은 총을 다시 들어 안나의 머리를 겨눴다.

안나

이봐, MP443 든 여자 봤어?

경비단원

......?

너 몇 학년이야?

안나

칫... 이쪽으로 안 왔나.

안나는 바로 몸을 돌렸다.

타앙!

총알이 안나의 발치에 떨어졌다.

경비단원

얌마! 내가 묻잖아!

안나

......

안나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무시했다.

자기 목숨보다 그 권총을 되찾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경비단원은 욕설을 뱉으며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

놔둬, 쟤 외국인 아니야.

경비단원

응?

아, 람잔. 아는 녀석이야?

람잔

전에 말했지, 우리 아버지가 어디서 주워온 꼬맹이.

걔가 쟤야. 어찌나 고집불통인지.

경비단원

에휴... 알았다.

대신 네가 가서 쟤 좀 끌고 오던지 해, 지금 학교 안을 돌아다녔다간 총 맞기 십상이라고.

람잔

냅둬, 내 알 바 아니야.

"람잔"은 아무것도 아닌마냥 휘파람을 불다, 이내 인상을 팍 쓰며 고개를 돌렸다.

람잔

....에라이, 아버지랑 형 얼굴을 봐서라도 해야지 뭐.

가볍게 푸념하며, 람잔은 안나를 뒤쫓아갔다.

......

운동장 근처.

안나가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그 뒤를 람잔은 질색이란 얼굴로 쫓는 중이었다.

안나

그 여자 어떻게 발이 그렇게 빠른 거야...

람잔

야 꼬맹이!

안나

......!

람잔

니 싸돌아다니다 어디서 픽 죽어도 상관없긴 한데!

오늘은 안 되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정문까지 데려다 줄 테니까 집으로 가!

안나

......

안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못 들은 척하며, 계속 운동장으로 달렸다.

람잔

<size=50>아 X 너 거기 서라고!</size>

안나

......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람잔

아오 진짜 이게 꼭 맞아야 말을 듣――

타앙——

어디선가 들려온 총성에, 람잔은 흠칫하며 허리춤의 총을 살폈다.

람잔

...내 거 아니네. 누가 쏜――

람잔

아 얌마 너 또 어디 가!

안나는 총성이 들려온 방향으로 달음박질쳤다.

방금 그건 MP443의 총성이었다.

다른 게 아닌, 자신의 MP443.

전력질주하는 안나는 길모퉁이에 다다랐다.

여기만 돌면 탁 트인 운동장이었다.

그런데, 눈에 들어온 광경에 안나는 동공이 수축했다.

마사는 거기 있었다. 지금 그녀는 왼팔로 예닐곱 살 정도인 여자애를 단단히 감싸고, 오른손에는 안나의 MP443으로 경비단원들을 겨누고 있었다.

하지만 안나가 경악한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다.

안나

오빠!!

아흐민

......

마사의 앞을 아흐민이 가로막아, 경비단원들에게 반쯤 포위된 상태로 대치 중이었다. 그가 맨몸으로 시꺼먼 총구들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안나는 더더욱 고민할 새도 없이 곧장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