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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 만성쇼크

WTR 해질녘의 늪지대

그건 지금 네가 너무 좁은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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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슬란 제1중학교, 7학년 교실.

"영원의 불" 사건으로부터 며칠 후, 교실은 학생이 좀 줄어든 것만 빼면 여느 때와 별다를 바 없었다.

이렇게, 시간이란 아무도 모르는 새에 모든 것을 무마시켜 버린다.

적어도 겉보기엔 그리 보이도록.

따르르릉!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마사 마이트너가 교실에 들어섰다.

마사

오늘은 5장, 임계 문제의 해법을 배운다.

임계점을 찾지 못할 경우, 어떡하면 찾을 수 있는가지.

웅성거리는 학생

흥... 학생을 해치면서 선생 노릇이야?

웅성거리는 학생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뻔뻔하게 계속 수업을 한대.

웅성거리는 학생

그거 들었어? 저 사람 딸은 이미 퇴학 권고 받았대.

웅성거리는 학생

눈치 있으면 빨랑 좀 꺼질 것이지...

웅성거리는 학생

교장 선생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길래...

학생들의 눈에 "마사 마이트너"는 더는 선생님이 아니라, "분쟁을 일으키고 동포를 괴롭히는 미국인"이었다.

가차없는 수군거림은 당연히 점점 커져 갔다.

마사

......

철컥.

총을 장전하는 소리.

강단에서 마사가 갑자기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교실은 음소거 버튼이라도 눌린 듯 조용해졌다.

총을 확인한 후, 마사는 총구를 시니아에게 향했다.

마사

반장, 일어나.

시니아

......

무력 앞에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마사

무섭냐?

시니아

......

여기는 학교고, 당신은 교사입니다.

교사가 학생을 해쳐선 안 됩니다.

마사

하.

그럼 학생은 교사한테 총질해도 되고? 그딴 규칙은 어디서 났대?

시니아

......

마사는 차가운 눈초리로 교실의 학생들을 스윽 훑어봤다.

그리곤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학생들

<size=50>꺄아아아아악!!</size>

딱!

시니아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어째선지 이마가 무지하게 아플 뿐 딱히 죽지도, 피를 흘리지도 않았다.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고개를 숙여 보니, 그녀의 이마를 강타한 것은 작고 하얀, 석회질의 막대기였다.

시니아

이건...?

마사

요즘은 다 디지털 칠판이라서 아쉬워.

너넨 이거 본 적도 없지?

내가 학생 시절엔 말이다, 말 안 듣는 학생은 선생님한테 분필로 응징당했어.

학생들

......

마사

난 너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 안 해.

하지만 수업 중엔 입 다물고 집중해라.

돌아온 대답은 침묵이었지만, 말한대로 마사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분필을 발사하도록 개조된 권총을 든 채, 날카로운 시선으로 교실의 학생들과 맞섰다.

아무 생각도 없는 녀석, 겁먹은 녀석, 어쨌든 아니꼬운 녀석, 분에 겨워 씩씩대는 녀석...

그런데...

한 녀석은 표정이 안 보였다.

탕!

또 분필탄 한 발이 날아갔다.

안나

악...?!

여태까지 책상 위에 엎어진 채였던 안나의 정수리에 분필이 명중했다.

화들짝 놀란 안나는 정수리를 문지르며, 망연히 고개를 들어 두리번댔다.

마사

넌 그냥 수업 듣기가 싫지?

교무실 가 있어라, 수업 끝나고 보자.

잠시후, 교무실.

낮에는 보통 사람이 없어서인지, 교무실은 쌓인 물건으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교과서를 비롯한 책, 각종 시험지, 교자재,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가 곳곳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 가운데서, 안나는 천장이나 보며 멍하니 있으려고 대충 서 있을 만한 곳을 찾았다.

안나

음...

30분 정도 남았나.

이젠 서서 자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안나는 푸념하며 벽에 퉁 기댔다.

쿵쿵쿵...

안나

...응?

쿵쿵쿵...

그러자 잡동사니 더미에서 소리가 났다.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같았다.

안나

...뭐지?

안나는 소리가 나는 잡동사니에 다가갔다.

쿵쿵쿵.

다시 한번, 그리고 이번엔 정확하게 들려 자세히 보니, 잡동사니 뒤엔 "창고" 팻말이 붙은 문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나는 문에 다가가 노크를 해봤다.

???

꺼내 주세요...

사람의 목소리였다.

안나는 황급히 문을 막는 걸 죄다 치워버리고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안에서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이 문에 기대고 있었는지 엉거주춤 넘어졌다.

안나

넌...

그날 마사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이. 마사의 딸이었다.

여자아이

......우애애앵――

말랑말랑한 몸이 안나를 꼭 껴안았다.

이걸 밀어내기엔 그렇고, 그냥 내버려 두기도 어색했다.

안나는 아이를 돌봐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녀도 아직 어린애였다.

안나

왜... 왜 울어?

여자아이

깜깜해서 무서웠어어――

안나

그럼 네 엄마한테 가서 이르면 되지, 한 성깔 하잖아.

여자아이

싫어어...

안나

너... 이렇게 징징대니까 지나가던 나쁜 놈들도 괴롭히려 드는 거야.

여자아이

쿨쩍... 아니야, 노란 머리 오빠랑 언니는 안 괴롭혀...

안나

......

이거 놔.

여자아이

싫어어어...

여자아이는 눈물과 콧물을 안나의 가슴에 막 문질러댔다.

안나

......

<color=#A9A9A9>에이 몰라, 어차피 나도 평소 깔끔 안 떠는걸.</color>

한참을 울고서야, 여자애는 간신히 잠잠해졌다.

안나

...야.

여자아이

나 부른 거야?

안나

너 말고 누가 있어.

여자아이

내 이름은 "사나"야.

안나

어, 그래. 그래서 이 안에서 뭐하고 있었어?

그 말에 사나의 눈에 또 눈물이 차올랐다.

안나

뚝!

또 울면 네 엄마 부르러 간다?

사나

히잉...

어린아이 달래는 특효약에 사나는 울먹이기만 하고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았다.

사나

엄, 엄마가, 엄마가 밖에서 놀지 말래...

안나

...그럼 안 놀면 되지.

사나

그치만 깜깜한 방에 있긴 싫어...

안나

누가 가뒀어?

사나

엄마가아...

안나

...하?

사나

따라다니지 말랬어...

안나

......

그 여자도 그러나.

사나

응...?

안나

우리 엄마도 그랬거든.

나 쬐끄만했을 적에, 엄마가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고 날 세탁기 안에 넣고 간 적 있어.

사나

...풉!

우리 엄마는 안 그랬는데.

안나

뭘 웃어, 창고에 불도 안 켜고 갇힌 게 나은 줄 알아?

사나가 입을 삐죽였다.

안나

야잇 울지 마!

사나

으응...

우리 엄만 안 놀아 줘.

안나

우리 엄마도 그랬지.

사나

나랑 같이 자 준 적도 없고.

안나

우리 엄마도.

사나

우리 엄만...

안나

아 됐어 됐어 누가 더 불쌍한가 내기라도 할 셈이야?

그리고 그만 껴안고 좀 떨어지라고!

너 무거워!

사나

응...

사나는 눈을 비비며 두 걸음 물러섰다.

사나

언니, 나랑 놀아 주러 온 거야?

안나

...아니.

교무실에 온 이유를 다시 떠올리니, 안나는 심술이 나 사나의 볼을 꼬집었다.

안나

다 네 엄마 때문이니까 너한테 화풀이할 거야.

사나

우애앵...

안나는 툴툴대며 꼬집은 볼을 좀 더 주욱 늘렸다.

안나

그 여자만 아니었음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

따르르릉!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

동시에 학생들이 우르르 내달리는 소리와 진동이 벽을 타고 전달됐다.

방과 후의 해방감은 어느 때든 여전했다.

교무실로 돌아온 마사는 자기 의자에 사나가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는 걸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마사

사나? 너 어떻게 나왔어?

사나

흥!

혹시 다치진 않았나 자세히 살폈지만 사나는 눈이 퉁퉁 부었다 가라앉은 것 외엔 멀쩡했다.

대신, 탁상에 지저분한 글씨체의 포스트잇이 마사의 눈에 띄었다.

"남의 집 애한테 설교할 시간에 니 딸이랑 좀 놀아 줘"

베슬란 제1중학교 도서관.

다시 도서관을 찾은 안나는 이번엔 책장 쪽이 아닌 도서관 관리원이 있는 자리로 향했다.

도서관 관리원

관리 규칙 제대로 읽었지?

안나

응.

도서관 관리원

벌금은... 여기. 저기 가서 카드 긁어.

안나

엑... 정가의 10배잖아?

도서관 관리원

예전 물가랑 지금 물가랑 같겠냐.

인플레이션이라고, 알아 몰라?

안나

아... 어.

<color=#A9A9A9>두 달치 용돈이 허무하게 날아가는구나.</color>

안나는 쓰린 속을 억누르며 카드 리더기에 다가갔다.

카드를 꺼내려던 그때, 누가 대뜸 손으로 카드 슬롯을 가렸다.

또 그 여자였다.

마사

이거 줄 테니 원래 책 반납해.

마사가 건넨 것은 새것인 《노변의 피크닉》, 낡은 것과 똑같은 1972년 출판본이었다.

안나

......

마사

반납 안 하면 꼰지른다.

도서관의 책을 훔친 도둑이라고.

안나

뭐야... 왜 그러는데.

마사

내가 빚지는 거 싫어한댔지?

딸내미랑 놀아 준 수고비인 셈 쳐.

안나

...넌 뭐든지 돈으로 계산해?

마사

그게 편하거든.

안나

......

마사

그래서 가져갈래, 신고당할래?

안나

......칫.

안나는 혀를 차며 책가방을 열어, 낡은 책을 꺼내고 받은 새 책을 넣었다.

마사

......

안나

이거, 내가 산 걸로 쳐.

마사

허.

그리고 안나는 낡은 《노변의 피크닉》을 들고 도서관 관리원에게 돌아갔다.

안나

가방 안에 있더라.

도서관 관리원

으이구... 다음부턴 주의해!

안나

응.

일을 해결했을 땐 이미 하교 시간이었다.

하지만 뭔가 좀 탐탁찮았다.

안나

<color=#A9A9A9>저 여자가 신경쓰여서가 아니야, 사나가 좀 불쌍해서야.</color>

안나는 곧장 떠나지 않고 도서관의 책장 사이를 거닐었다.

여기가 모스크바였다면, 이 책장들은 전부 진작에 합금제로 교체됐을 것이다. 아무렴, 낡아서 이미 한번 무게를 못 견디고 무너진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베슬란은 작은 도시라서, 건물도 처음 세워졌을 때의 소재와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는 곳이다.

목제 책장엔 흠집이 가득하고, 전기 절약이랍시고 책장 사이사이의 독서용 전등도 절반은 꺼진 상태였다.

그 침침한 등불을 통해, 안나는 이제는 좀 익숙해진 그 얼굴을 다시 찾았다.

안나

...너 말이야, 사나랑 많이 같이 있어 줘야 한다고 생각해.

딸이잖아, 네가 어디서 갑자기 픽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슬프겠어.

요즘 같은 시대는 특히 언제 사람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때잖아.

마사

......

잠깐 뜸을 들이다 고개를 돌린 마사는 아주 같잖다는 눈으로 안나를 흘겨봤다.

마사

사나 얘기냐, 네 얘기냐?

안나

무슨 소리야...?

마사

총은 네 아버지 유품이고, 책은 네 어머니 거지?

안나

......!

마사

아아 착각은 말아라, 쓸데없이 네 뒷조사라도 한 건 아니니까.

어쨌든 선생이라서 학생 인적사항은 볼 수밖에 없거든.

안나

......

마사

읽지 않는다면 갖고 있어봤자 아무 의미 없어.

안나

......

마사

총도 그래, 제대로 손질 안 하면 그냥 고철덩이다.

안나

...그냥, 이 모습 그대로 두면 된다고.

마사

세상 그 무엇도 그대로 있을 수 없어.

안나

............

마사

종이는 언젠간 색이 바래고, 총열은 녹슬기 마련이지.

너도 언제까지고 15살일 수 없어. 평생 어린애로 있을 수 있다 생각해?

안나

......그럼, 죽으면 돼.

죽으면 영원히 15살이야.

마사

허어... 죽고 싶어 그럼?

아주 못하는 말이 없네.

아 뭐, 이런 빌어먹을 시대니까 확실히 죽고 싶어하는 사람이 꽤 있긴 하지.

안나

나한테 어떻게 살라 가르치려 들지 마!

마사

나한테 엄마 노릇하는 법 가르치려 들지 마.

안나

그, 그건 그냥... 애가 귀찮게 구니까 어울려 준 거야.

마사

내가 네 엄마였다면 나 속 터져 죽었을 거다.

안나

네가 내 엄마였음 나 화병 나서 죽었을걸.

마사

푸흡!

하여간 진짜 이상한 애네.

안나

너나 잘하세요.

마사

소중한 줄 알아라, 슬픔을 이겨낼 기운이 있는 거 자체가 사치야.

안나

다 안다는 듯이 말하지 말라고.

마사

넌 네 원래 부모님한테도 그딴 식이었냐?

안나

...제대로 대화한 적 없어.

마사

아하, 그래서 아쉽다 이거구만.

안나

......

마사

사람은 아이가 생겨서 부모 노릇하는 법을 배우지,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운 뒤에 애를 가지는 게 아니야.

난 내가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기도 전에 이미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어.

안나

……

마사

인생엔 아쉬운 게 너무 많아서 어느 순간 죄다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

근데 그건 말이다, 지금 네가, 너무 좁은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야.

마사

네겐 새 가족이 생겼잖냐.

그리고 아흐민 녀석은 신기할 정도로 훌륭한 녀석이고.

안나

그래봤자 "미국놈"이랑 친구가 될 확률보단 적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은데.

마사

그야 그렇겠지...

그런데 넌 지금 여기서 이렇게 "적"이랑 수다를 떨고 있네.

안나

...너, 사나 사랑해?

마사

......

그런 건 왜 물어?

안나

다들 나한테, 행복한 가정에서 살다 불행한 사고를 당해서 불쌍하다고만 해.

당사자인 난 딱히 그렇게 느낀 적 없는데.

마사

......

안나

내가 보기에, 그 사람들은 나보다 일을 더 사랑하던걸.

마사

풉... 네가 나중에 커서 그런 인간이 될지도 모른단 뜻이네.

안나

이...!

마사

야, 내기 하나 하자.

안나

무슨 내기?

마사

네가 장래에 모험가가 된다에 걸겠어.

안나

뭐...?

마사

인류의 역사는 끝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롤러코스터야.

이 롤러코스터에 탄 승객들은 끊임없이 옷을 갈아입고, 짐가방을 바꾸고, 온갖 대화를 나눠.

내가 보기엔 말이다, 그 사람들을 저마다로 구분 짓는 특별함은 바로 그 여정 중 무얼 하느냐야.

그리고 그중 오직 모험가만이 여정 자체를 즐기려 하지.

안나

...좀 쉽게 말해.

마사

내가 네 국어 선생이 아니라서 다행이네...

......

미약한 독서용 전등이 책장 앞을 비췄고, 도저히 친구라 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앉았다.

그 둘은 함께 딱히 베스트 셀러도, 고전문학도 아닌 책을 읽었다.

마사

"500년 후, 우리가 동서로 갈라져 벌이는 이 싸움도 결국 장미 전쟁처럼 무의미해질 텐데, 대체 우리가 누구라고 이 모든 것을 끝내려 하나?"

마사

"나는 모르겠다. 지구가 인간의 독약으로 척박해지고, 공기가 오염되고, 인류가 병들어 갈 때, 사람들은 인간된 몸에 깃든 인간된 정신으로 어떻게 자유를 소중히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 최고의 재능 '사랑'을 발휘할지."

마사

"나는 모르겠다. 선악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인간성이 전부 닳아 사라질 때, 사람들은 무슨 인류의 가치를 내세우려 할지."

안나

......

안나

장미 전쟁이 뭐야?

마사

야 이... 최소한 셰익스피어 문학 정도는 읽어봐야지.

안나

내 어머니는 국어 선생이었어.

마사

......

안나

근데 무슨 정해진 운명이라도 있는 건지, 내가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 자식들은 다 우등생 못 되더라.

마사

괜찮아, 네 어머니가 널 나무라진 않을 거야.

안나

......?

왜?

마사

국어 교사까지 할 정도면 네가 문학에 젬병인 걸 진작에 눈치챘을 테니까.

안나

윽...

그럼 나 아무 재능도 없는 거야?

마사

흐음... 아, 너 총 쥐는 자세는 꽤 정석적이더라.

......

......

사나 데리고 여길 떠나기로 했다.

그럼 앞으로 연락하기 어려워지겠네?

닉네임을 정하자.

음... 그럼 넌 "라플라스"로 해. 과학의 괴물이잖아.

헷... 그럼 넌 저승의 천사 "아바돈" 해라, 딱이네.

????

기억을 몇 번이고 잃어도, 곁의 인물이 어떻게 바뀌어도, 너는 언제나 네 결정을 결코 바꾸는 법이 없구나.

과연 내 제자야.

???

당신은 그녀에 대해 좀 모르는 것 같네요.

????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사제지간이었던 시간은 인생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았거든.

친애하는 마이트너에게.

그 "백만송이 장미" 가게를 다시 찾았습니다. 레코드판을 새로 입고했다 하니 나중에 몇 개 골라서 보내드릴게요.

지금은 하루하루가 엄청 바빠요. 졸업 여행으로 여러 나라를 구경하며 즐거웠던 때가 자꾸만 떠오를 정도로요.

다양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과 물건들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들이 부딪히는, 정말 재미있는 나날이었는데.

요즘 들어 독일은 새로운 기술 혁신의 바람이 불 거라고 사람들이 공공연히 말하고 다녀요. 곧 실력자 한 명이 중직을 맡게 되는데, 이름 들어봤으려나요?

루돌프 폰 오버슈타인.

흥미 있으면 한번 접촉해 보세요.

2051년 베를린에서, 블랙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