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 저녁 기도
안젤리아 지휘관, 조사에 협력해주길 바란다.
......
강글라티 대위, 그에게서 바이탈 사인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아무 말도 안 했어?
대위가 요구하신 대로 심문했습니다만, 그가 토해낸 정보는 전부 우리가 이미 파악한 것들뿐입니다.
모니터로 실시간 중계되는 화면에, 실험체 하나가 노비코프 지휘관의 시신 위에서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얼굴에 잔뜩 피멍이 든 채 창고 바닥에 쓰러진 그는, 경동맥에 비수가 박혀 피를 뿜어냈다.
......
단순히 위협만 할 셈이었는데, 놈이 놀라 발버둥치는 바람에...
...됐다. 이미 죽은 거, 마지막 가치라도 활용하자고.
그 말씀은?
네 흔적은 깔끔하게 지우고, 누군가가 그와 치열하게 싸우다 살해한 현장으로 만들어.
아하... 안젤리아 지휘관이 살해한 것으로 현장을 꾸미란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간만에 미소를 지은 그는 스크린 앞에 서서, 그리폰 기지의 취조실 감시 카메라 화면을 지켜봤다.
비정규적인 수단으로 해킹한 것이라 화질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안젤리아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 것은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 거기서 얌전히 그러고 있어. 금방 찾으러 갈 테니까...
안젤리아...
그의 손가락이 화면 속 흐릿한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런데 그때, 갑작스런 격통이 그의 오른쪽 관자놀이에서 뇌를 가로질렀다.
쯧...
찌잉 울리는 머리를 움켜쥐니, 머리카락 아래 가려진 오른쪽 관자놀이의 신경 안정기가 느슨해진 것을 알았다.
......
또냐...
선생님... 치료가 필요합니다...
호흡 곤란까지 일으키는 그는 어딘가로 통신을 걸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사나 언니는 지금 업데이트 중입니다. 급한 용무가 있으시다면 업데이트 후 전해드리겠습니다.
사나...
내 신경 안정기에 문제가 생겼다, 선생님을 불러 줘...
알겠습니다, 실험이 끝나는 대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응...
또 무슨 일 있습니까?
내 동생... 사나는 어때?
선생님께서, 당신이 묻는다면 현재 안정된 상태이니 걱정 말라 전하라 하셨습니다.
과거를 잊지 말고, 임무를 잘 완수하라고도 전하라 하셨습니다.
그래... 알았다.
통신을 종료하고, 그는 천천히, 쓰러지듯 철제 의자에 앉았다.
지금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리폰의 취조실도, 그가 있던 심각하게 오염된 폐기 구역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고향의 자작나무 숲속에 있었고, 사나가 한 나무 아래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숲속에서 새를 찾아보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그럼 갈까, 사나?
응!
그는 추위에 볼이 빨갛게 상기된 사나의 작은 머리를 토닥여 주고, 두꺼운 장갑을 낀 손을 잡은 채 무릎까지 쌓인 눈발을 함께 한 걸음씩 걸어갔다.
사나... 반드시 너와 형의 원수를 갚아 줄게...
베슬란에서 너희를 쏴 죽였던 살인자를... 내가 갈기갈기 찢어 죽여 줄게...
...듣고 있냐, 안젤리아?
두뇌 속을 헤집는 전류 같은 고통을 참으며, 그는 화면 속에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안젤리아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깊은 밤, 그리폰 기지의 취조실.
탁자 맞은편의 취조관에게 눈을 부라리면서, 안젤리아는 눈치도 안 보고 하품을 했다.
안젤리아 지휘관, 조사에 진지하게 협력해 주길 바란다.
다 말했잖아, 난 어제 기지에 없었다고.
알리바이도 증거가 있어야 성립한다.
어제의 네 행적을 처음부터 다시 진술하도록.
......쓰읍.
어젠 아침 7시 정각에 외출해서 IOP로 갔고, 그쪽이랑 합의한 대로 거기 실험실의 인형 테스트를 거들었다고.
자세한 내용은 비밀 유지 계약이 있어서 말 못하지만.
그건 우리도 확인했다. 그리폰 기지와 IOP 사 건물의 감시 카메라 영상과 일치해.
거기 일 끝나고 대충 밤 10시쯤에 그리폰 기지로 돌아왔어.
그러니까, 안젤리아 지휘관은 어제 오전 7시 그리폰 기지를 떠나, IOP 사의 실험 업무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고 밤 10경에 기지로 복귀했다. 맞나?
어.
사건 발생 추정 시각도 전해 들었나?
오후 4시쯤에 발견했다며.
어제 오후 4시경, 그리폰 소속 전술인형이 물자 창고에서 사망한 노비코프 지휘관의 시신을 발견했다.
범행 시각 근처에 난 가까이 있지도 않았잖아.
다만 지휘관의 알리바이에 약간의 의문점이 있다.
취조관이 태블릿으로 어느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여 줬다.
안젤리아 지휘관, 당신은 어제 오전 7시부터 밤 10까지 그리폰 기지를 나와 IOP 사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럼 이, 어제 오후 2시경에 촬영된 영상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
취조관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안젤리아가 홀로 IOP 건물의 뒷문으로 나와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지는 영상이 재생됐다.
이건... 내 개인적인 일이야.
이후 당신이 이동한 구역은 감시 면적이 적어 정지 화상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취조관이 다음 영상을 재생하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오후 4시 30분경이 되어서야 IOP 사에 돌아와 밤 9시경 떠났다는 것이다.
즉, 오후 2시부터 4시 30분 사이에 당신은 IOP에서 업무 중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내 개인적인 용무라고. 내 사생활에 관해선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어.
다른 지휘관의 진술에 따르면, 당신은 노비코프 지휘관과 여러 차례 다툰 적이 있다지?
당신이 그를 죽여버리겠다고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아 그 자식이 자꾸 내 주변에다 도청기 설치해서 엿듣고 들키니까 오리발 내미니까 그렇지!
벌써 5개도 넘게 찾아냈다고!
하지만 확증이 없어서 그리폰은 그를 징계하지 않았지.
그래 XX, 수단이 참 전문적이고 깔끔하더라.
아무래도 노비코프 지휘관은 목숨까지 노려질 물건을 안 모양인데, 당신의 개인적인 일과 관계가 있나?
......
벌써 날 범인으로 단정하고 유도심문이야?
민감하게 생각하지 마라, 안젤리아 지휘관. 이건 그저 합리적인 가설과 적법한 취조 절차에 불과하다.
그 자식이 내 성질 건드린 건 맞는데, 죽은 건 나랑은 전혀 관련 없는 일이야. 그딴 놈은 귀찮은 파리나 마찬가지라고.
난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파리 목숨에 신경 쓸 시간 없어.
그 "개인적인 일"의 우선도가 대단히 높은 것으로 들리는군.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마침내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듯했다.
내 일이랑 이 사건은 전혀 관계 없어. 그리고 알리바이도 있잖아.
당신이 허점을 보충해 주지 않는 이상 그 알리바이가 완전히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안젤리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어, 저 면상을 묵사발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
......
안젤리아가 침묵하자, 취조관은 탁상의 전등을 안젤리아에게 향했다.
불쾌하게 눈부신 빛에 눈이 찡그려졌다.
협조할 의사가 없는 것 같군.
......
정말 말 못할 고충인지, 마지막 발악인지는 몰라도...
어느 쪽이든, 유감스럽지만 당신은 결백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모든 직무를 정지하고 그리폰 기지에서 대기해야 한다.
그동안 기지에서 이탈할 경우 혐의를 인정하고 도주한 것으로 간주하겠다.
......
다른 질문이 없다면, 오늘 취조는 여기까지.
복도 끝자락의 취조실 창문에서 창백한 빛이 새어나오길 벌써 8시간째.
LAMG는 여태 초조해 하며 복도를 어슬렁거렸지만, 안젤리아는 여전히 밖으로 나올 기색이 보이질 안았다.
다른 지휘관들은 모두 대충 형식적으로만 하고 나왔는데...
왜 안젤리아 지휘관님만 이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마냥...
그때, 취조실의 문이 덜컥 열렸다.
지휘관님!
LAMG...?
내가 숙소에서 대기하라 했잖아.
그치만, 지휘관님... 걱정돼서...
......
난 괜찮아 임마.
안젤리아는 여유롭게 씨익 웃었지만, LAMG는 이미 눈치챘다. 그녀가 엄청난 분노를 억누르려는 듯 주먹을 불끈 쥔 것을.
제가... 지휘관님을 난처하게 했나요?
아니.
괜한 생각하지 말고, 가자고.
조금 전, 헬리안 씨가 왔다 가시면서 전해 달라 하셨어요. 이번 살인 사건은 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요.
수도에서 특별히 전문 수사팀까지 불러서, 혐의가 있는 지휘관을 모두 직무 정지시키고 조사받게 하고 있어요.
아마... 1년 전의 그리폰 직원을 겨냥했던 연쇄 살인 사건과의 관련성을 우려하는 거겠죠.
그래서, 나더러 좀 참고 있으래?
...아마도요.
하... 그럼 뭣 좀 부탁해도 될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이걸 16LAB의 페르시카 박사한테 갖다줘.
아...
지, 지휘관님, 그게...
LAMG의 기운이 순식간에 바닥 밑으로 떨어졌다.
지휘관님이 취조실에 들어가신 지 얼마 안 지나서, 저도 외출을 금지당했어요...
통신 권한도 그리폰 내부만으로 제한돼서...
너까지? 쓰읍...
......
알았다, 일단 돌아가서 쉬도록 해.
지휘관님...
왜.
만약에... 가만히 기지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면 전부 조용히 지나가게 된다면...
그러실 건가요?
......
글쎄다.
안젤리아는 언제나처럼 LAMG에게 손을 흔들며 떠났다.
남겨진 LAMG는 문 앞을 한참 동안이나 지키며 주변에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을 몇 차례나 확인한 뒤 아직 여전히 잔뜩인 미련을 갖고 발걸음을 옮겼다.
안젤리아가 그토록 씁쓸한 표정을 짓는 걸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문 바로 뒤.
......
안젤리아는 문에 기댄 채 조용한 창밖의 야경을 바라봤다. 찌르르 우는 벌레 소리는 마치 밤의 숨소리 같았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전술 태블릿과 통신기를 켜봤지만 역시나, 모든 권한이 동결된 상태였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커피나 배달시키는 것뿐이었다.
제기랄, 이제 한 걸음만 남았는데...
안젤리아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허탈해 했다.
썰렁한 방은 매미의 울음소리가 더 우렁차게 들렸다.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버린 안젤리아는 이를 멍하니 듣다, 이것이 매미가 아니라 무언가의 진동음임을 깨달았다.
뭐지...?
귀찮아 하면서도 바닥에서 일어난 안젤리아는 식은땀이 남긴 자국을 밟고 지나, 진동음의 근원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문 옆의 늑대 무리 조각상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이전에 쇼가 준 선물이었다.
조각상의 우두머리 늑대의 눈이 조금 이상한 것을 포착한 안젤리아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고...
......
안녕.
이딴 건 또 언제...
착각 마, AK-12의 아이디어니까.
하이 안젤리아~ 오랜만이야, 놀랐어?
......
당신이 그랬잖아, 절친한 친구라도 꼭 한쪽 눈으로 감시하라고.
아니 그게 이러란... 에휴 됐다, 덕분에 외부 연락망은 생겼네.
너 지금 큰일 났다며.
그리 큰일은 아니지만, 하필이면 이런 중요한 타이밍이라서 말이지...
덧붙이자면, 내 거래 조건은 아직 유효해.
......
네 일을 계속하려면 빨리 그 곤경에서 벗어나야겠지?
약점을 찔리자, 안젤리아는 인상이 조금 구겨졌다.
......
생각해보고.
유감이네, 그럼 협상 결렬인 걸로.
꼭 내가 기분 최악일 때 귀찮게 굴어야겠냐?
그럼 어디 평소처럼 막 욕해 보시던가.
......
헹, 못하지? 내 도움이 절실할――
에라이 XX 이 X같은 XX아.
과연 안젤리아야, 부탁하는 법도 남다르다니까.
......
통신기 속 가증스런 얼굴에, 안젤리아는 자꾸 펄떡이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세상을 멸망시키고픈 충동을 참았다.
...좋아, 거래하자고.
다음날 이른 아침.
쿵쿵쿵!
거친 노크 소리가 방금 막 잠들었던 안젤리아를 깨웠다.
실례한다 안젤리아 지휘관, 취조 시간이니 따라와 주기 바란다.
...알았어, 금방 가.
안젤리아는 성질을 참으며 바로 세수를 했다.
총 수면 시간 3시간 12분, 깊은 수면 시간은 15분. 우리 안젤리아 지휘관님은 심각한 수면 부족이시네~
말 안 해도 알아.
안젤리아,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다음 지시 바란다.
거긴 이 기지의 보안 취약점이야. 사건 발생 며칠 전 거기의 감시 카메라가 한 번 망가졌었는데, 아마 범인은 거길 통해 기지로 숨어들었을 거야.
지도상으로도 노비코프 지휘관의 사망 지점이랑 꽤 가까운걸?
거기에 범인이 남긴 흔적이 없는지 찾아봐.
알았다.
안젤리아, 왜 이걸 수사팀에겐 안 말해? 이거면 혐의를 금방 벗을 수 있을 텐데.
놈들을 신용할 수가 없어.
그리고, 노비코프가 죽은 꼴도 좀――
쾅쾅쾅!
노크 소리가 한층 더 사나워졌다.
안젤리아 지휘관, 당신은 현재 직무 정지 상태다. 하던 일을 멈추고 조사에 협조해라.
아 알았다니까!
문 밖에서의 고함이 고막을 두들겨, 안젤리아가 초소형 통신기를 숨기려던 그때였다. AN-94가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안젤리아를 불렀다.
안젤리아, 신선한 침투 흔적을 발견했다.
더 이전 것과 대조해 보건대, 동일범으로 추정된다.
좋아, 계속 추적해.
94, 엄호해 줘. 놈들이 바로——
콰아앙!!
?!
갑작스런 굉음에 안젤리아도 화들짝 놀랐다.
AK-12? AN-94?
지지직...
통신기에선 노이즈만 새어나오고, 올프팩의 응답은 없었다.
이와 동시에――
인마 사람이 말하면 들어!
너는 지금 유력한 용의자다!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얌전히 절차에 따라!
......
손 안의 초소형 통신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안젤리아에게, 저 당장 문을 부술 기세인 소리는 몇 년 전 그 여름을 방불케 했다.
에이 씨,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전체 대사 보기 (173줄)
......
<color=#00CCFF>강글라티 대위, 그에게서 바이탈 사인이 사라졌습니다...</color>
결국 아무 말도 안 했어?
<color=#00CCFF>대위가 요구하신 대로 심문했습니다만, 그가 토해낸 정보는 전부 우리가 이미 파악한 것들뿐입니다.</color>
모니터로 실시간 중계되는 화면에, 실험체 하나가 노비코프 지휘관의 시신 위에서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얼굴에 잔뜩 피멍이 든 채 창고 바닥에 쓰러진 그는, 경동맥에 비수가 박혀 피를 뿜어냈다.
......
<color=#00CCFF>단순히 위협만 할 셈이었는데, 놈이 놀라 발버둥치는 바람에...</color>
...됐다. 이미 죽은 거, 마지막 가치라도 활용하자고.
<color=#00CCFF>그 말씀은?</color>
네 흔적은 깔끔하게 지우고, 누군가가 그와 치열하게 싸우다 살해한 현장으로 만들어.
<color=#00CCFF>아하... 안젤리아 지휘관이 살해한 것으로 현장을 꾸미란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color>
간만에 미소를 지은 그는 스크린 앞에 서서, 그리폰 기지의 취조실 감시 카메라 화면을 지켜봤다.
비정규적인 수단으로 해킹한 것이라 화질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안젤리아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 것은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 거기서 얌전히 그러고 있어. 금방 찾으러 갈 테니까...
안젤리아...
그의 손가락이 화면 속 흐릿한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런데 그때, 갑작스런 격통이 그의 오른쪽 관자놀이에서 뇌를 가로질렀다.
쯧...
찌잉 울리는 머리를 움켜쥐니, 머리카락 아래 가려진 오른쪽 관자놀이의 신경 안정기가 느슨해진 것을 알았다.
......
또냐...
선생님... 치료가 필요합니다...
호흡 곤란까지 일으키는 그는 어딘가로 통신을 걸었다.
선생님...!
<color=#00CCFF>죄송합니다, 사나 언니는 지금 업데이트 중입니다. 급한 용무가 있으시다면 업데이트 후 전해드리겠습니다.</color>
사나...
내 신경 안정기에 문제가 생겼다, 선생님을 불러 줘...
<color=#00CCFF>알겠습니다, 실험이 끝나는 대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color>
응...
<color=#00CCFF>또 무슨 일 있습니까?</color>
내 동생... 사나는 어때?
<color=#00CCFF>선생님께서, 당신이 묻는다면 현재 안정된 상태이니 걱정 말라 전하라 하셨습니다.</color>
<color=#00CCFF>과거를 잊지 말고, 임무를 잘 완수하라고도 전하라 하셨습니다.</color>
그래... 알았다.
통신을 종료하고, 그는 천천히, 쓰러지듯 철제 의자에 앉았다.
지금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리폰의 취조실도, 그가 있던 심각하게 오염된 폐기 구역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고향의 자작나무 숲속에 있었고, 사나가 한 나무 아래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숲속에서 새를 찾아보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그럼 갈까, 사나?
응!
그는 추위에 볼이 빨갛게 상기된 사나의 작은 머리를 토닥여 주고, 두꺼운 장갑을 낀 손을 잡은 채 무릎까지 쌓인 눈발을 함께 한 걸음씩 걸어갔다.
사나... 반드시 너와 형의 원수를 갚아 줄게...
베슬란에서 너희를 쏴 죽였던 살인자를... 내가 갈기갈기 찢어 죽여 줄게...
...듣고 있냐, 안젤리아?
두뇌 속을 헤집는 전류 같은 고통을 참으며, 그는 화면 속에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안젤리아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깊은 밤, 그리폰 기지의 취조실.
탁자 맞은편의 취조관에게 눈을 부라리면서, 안젤리아는 눈치도 안 보고 하품을 했다.
안젤리아 지휘관, 조사에 진지하게 협력해 주길 바란다.
다 말했잖아, 난 어제 기지에 없었다고.
알리바이도 증거가 있어야 성립한다.
어제의 네 행적을 처음부터 다시 진술하도록.
......쓰읍.
어젠 아침 7시 정각에 외출해서 IOP로 갔고, 그쪽이랑 합의한 대로 거기 실험실의 인형 테스트를 거들었다고.
자세한 내용은 비밀 유지 계약이 있어서 말 못하지만.
그건 우리도 확인했다. 그리폰 기지와 IOP 사 건물의 감시 카메라 영상과 일치해.
거기 일 끝나고 대충 밤 10시쯤에 그리폰 기지로 돌아왔어.
그러니까, 안젤리아 지휘관은 어제 오전 7시 그리폰 기지를 떠나, IOP 사의 실험 업무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고 밤 10경에 기지로 복귀했다. 맞나?
어.
사건 발생 추정 시각도 전해 들었나?
오후 4시쯤에 발견했다며.
어제 오후 4시경, 그리폰 소속 전술인형이 물자 창고에서 사망한 노비코프 지휘관의 시신을 발견했다.
범행 시각 근처에 난 가까이 있지도 않았잖아.
다만 지휘관의 알리바이에 약간의 의문점이 있다.
취조관이 태블릿으로 어느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여 줬다.
안젤리아 지휘관, 당신은 어제 오전 7시부터 밤 10까지 그리폰 기지를 나와 IOP 사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럼 이, 어제 오후 2시경에 촬영된 영상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
취조관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안젤리아가 홀로 IOP 건물의 뒷문으로 나와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지는 영상이 재생됐다.
이건... 내 개인적인 일이야.
이후 당신이 이동한 구역은 감시 면적이 적어 정지 화상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취조관이 다음 영상을 재생하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오후 4시 30분경이 되어서야 IOP 사에 돌아와 밤 9시경 떠났다는 것이다.
즉, 오후 2시부터 4시 30분 사이에 당신은 IOP에서 업무 중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내 개인적인 용무라고. 내 사생활에 관해선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어.
다른 지휘관의 진술에 따르면, 당신은 노비코프 지휘관과 여러 차례 다툰 적이 있다지?
당신이 그를 죽여버리겠다고 폭언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아 그 자식이 자꾸 내 주변에다 도청기 설치해서 엿듣고 들키니까 오리발 내미니까 그렇지!
벌써 5개도 넘게 찾아냈다고!
하지만 확증이 없어서 그리폰은 그를 징계하지 않았지.
그래 XX, 수단이 참 전문적이고 깔끔하더라.
아무래도 노비코프 지휘관은 목숨까지 노려질 물건을 안 모양인데, 당신의 개인적인 일과 관계가 있나?
......
벌써 날 범인으로 단정하고 유도심문이야?
민감하게 생각하지 마라, 안젤리아 지휘관. 이건 그저 합리적인 가설과 적법한 취조 절차에 불과하다.
그 자식이 내 성질 건드린 건 맞는데, 죽은 건 나랑은 전혀 관련 없는 일이야. 그딴 놈은 귀찮은 파리나 마찬가지라고.
난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파리 목숨에 신경 쓸 시간 없어.
그 "개인적인 일"의 우선도가 대단히 높은 것으로 들리는군.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마침내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듯했다.
내 일이랑 이 사건은 전혀 관계 없어. 그리고 알리바이도 있잖아.
당신이 허점을 보충해 주지 않는 이상 그 알리바이가 완전히 증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안젤리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어, 저 면상을 묵사발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
......
안젤리아가 침묵하자, 취조관은 탁상의 전등을 안젤리아에게 향했다.
불쾌하게 눈부신 빛에 눈이 찡그려졌다.
협조할 의사가 없는 것 같군.
......
정말 말 못할 고충인지, 마지막 발악인지는 몰라도...
어느 쪽이든, 유감스럽지만 당신은 결백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모든 직무를 정지하고 그리폰 기지에서 대기해야 한다.
그동안 기지에서 이탈할 경우 혐의를 인정하고 도주한 것으로 간주하겠다.
......
다른 질문이 없다면, 오늘 취조는 여기까지.
복도 끝자락의 취조실 창문에서 창백한 빛이 새어나오길 벌써 8시간째.
LAMG는 여태 초조해 하며 복도를 어슬렁거렸지만, 안젤리아는 여전히 밖으로 나올 기색이 보이질 안았다.
다른 지휘관들은 모두 대충 형식적으로만 하고 나왔는데...
왜 안젤리아 지휘관님만 이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마냥...
그때, 취조실의 문이 덜컥 열렸다.
지휘관님!
LAMG...?
내가 숙소에서 대기하라 했잖아.
그치만, 지휘관님... 걱정돼서...
......
난 괜찮아 임마.
안젤리아는 여유롭게 씨익 웃었지만, LAMG는 이미 눈치챘다. 그녀가 엄청난 분노를 억누르려는 듯 주먹을 불끈 쥔 것을.
제가... 지휘관님을 난처하게 했나요?
아니.
괜한 생각하지 말고, 가자고.
조금 전, 헬리안 씨가 왔다 가시면서 전해 달라 하셨어요. 이번 살인 사건은 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요.
수도에서 특별히 전문 수사팀까지 불러서, 혐의가 있는 지휘관을 모두 직무 정지시키고 조사받게 하고 있어요.
아마... 1년 전의 그리폰 직원을 겨냥했던 연쇄 살인 사건과의 관련성을 우려하는 거겠죠.
그래서, 나더러 좀 참고 있으래?
...아마도요.
하... 그럼 뭣 좀 부탁해도 될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이걸 16LAB의 페르시카 박사한테 갖다줘.
아...
지, 지휘관님, 그게...
LAMG의 기운이 순식간에 바닥 밑으로 떨어졌다.
지휘관님이 취조실에 들어가신 지 얼마 안 지나서, 저도 외출을 금지당했어요...
통신 권한도 그리폰 내부만으로 제한돼서...
너까지? 쓰읍...
......
알았다, 일단 돌아가서 쉬도록 해.
지휘관님...
왜.
만약에... 가만히 기지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면 전부 조용히 지나가게 된다면...
그러실 건가요?
......
글쎄다.
안젤리아는 언제나처럼 LAMG에게 손을 흔들며 떠났다.
남겨진 LAMG는 문 앞을 한참 동안이나 지키며 주변에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을 몇 차례나 확인한 뒤 아직 여전히 잔뜩인 미련을 갖고 발걸음을 옮겼다.
안젤리아가 그토록 씁쓸한 표정을 짓는 걸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문 바로 뒤.
......
안젤리아는 문에 기댄 채 조용한 창밖의 야경을 바라봤다. 찌르르 우는 벌레 소리는 마치 밤의 숨소리 같았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전술 태블릿과 통신기를 켜봤지만 역시나, 모든 권한이 동결된 상태였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커피나 배달시키는 것뿐이었다.
제기랄, 이제 한 걸음만 남았는데...
안젤리아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허탈해 했다.
썰렁한 방은 매미의 울음소리가 더 우렁차게 들렸다.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버린 안젤리아는 이를 멍하니 듣다, 이것이 매미가 아니라 무언가의 진동음임을 깨달았다.
뭐지...?
귀찮아 하면서도 바닥에서 일어난 안젤리아는 식은땀이 남긴 자국을 밟고 지나, 진동음의 근원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문 옆의 늑대 무리 조각상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이전에 쇼가 준 선물이었다.
조각상의 우두머리 늑대의 눈이 조금 이상한 것을 포착한 안젤리아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고...
......
<color=#00CCFF>안녕.</color>
이딴 건 또 언제...
<color=#00CCFF>착각 마, AK-12의 아이디어니까.</color>
<color=#00CCFF>하이 안젤리아~ 오랜만이야, 놀랐어?</color>
......
<color=#00CCFF>당신이 그랬잖아, 절친한 친구라도 꼭 한쪽 눈으로 감시하라고.</color>
아니 그게 이러란... 에휴 됐다, 덕분에 외부 연락망은 생겼네.
<color=#00CCFF>너 지금 큰일 났다며.</color>
그리 큰일은 아니지만, 하필이면 이런 중요한 타이밍이라서 말이지...
<color=#00CCFF>덧붙이자면, 내 거래 조건은 아직 유효해.</color>
......
<color=#00CCFF>네 일을 계속하려면 빨리 그 곤경에서 벗어나야겠지?</color>
약점을 찔리자, 안젤리아는 인상이 조금 구겨졌다.
......
생각해보고.
<color=#00CCFF>유감이네, 그럼 협상 결렬인 걸로.</color>
꼭 내가 기분 최악일 때 귀찮게 굴어야겠냐?
<color=#00CCFF>그럼 어디 평소처럼 막 욕해 보시던가.</color>
......
<color=#00CCFF>헹, 못하지? 내 도움이 절실할――</color>
에라이 XX 이 X같은 XX아.
<color=#00CCFF>과연 안젤리아야, 부탁하는 법도 남다르다니까.</color>
......
통신기 속 가증스런 얼굴에, 안젤리아는 자꾸 펄떡이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세상을 멸망시키고픈 충동을 참았다.
...좋아, 거래하자고.
다음날 이른 아침.
쿵쿵쿵!
거친 노크 소리가 방금 막 잠들었던 안젤리아를 깨웠다.
실례한다 안젤리아 지휘관, 취조 시간이니 따라와 주기 바란다.
...알았어, 금방 가.
안젤리아는 성질을 참으며 바로 세수를 했다.
<color=#00CCFF>총 수면 시간 3시간 12분, 깊은 수면 시간은 15분. 우리 안젤리아 지휘관님은 심각한 수면 부족이시네~</color>
말 안 해도 알아.
<color=#00CCFF>안젤리아,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다음 지시 바란다.</color>
거긴 이 기지의 보안 취약점이야. 사건 발생 며칠 전 거기의 감시 카메라가 한 번 망가졌었는데, 아마 범인은 거길 통해 기지로 숨어들었을 거야.
<color=#00CCFF>지도상으로도 노비코프 지휘관의 사망 지점이랑 꽤 가까운걸?</color>
거기에 범인이 남긴 흔적이 없는지 찾아봐.
<color=#00CCFF>알았다.</color>
<color=#00CCFF>안젤리아, 왜 이걸 수사팀에겐 안 말해? 이거면 혐의를 금방 벗을 수 있을 텐데.</color>
놈들을 신용할 수가 없어.
그리고, 노비코프가 죽은 꼴도 좀――
쾅쾅쾅!
노크 소리가 한층 더 사나워졌다.
안젤리아 지휘관, 당신은 현재 직무 정지 상태다. 하던 일을 멈추고 조사에 협조해라.
아 알았다니까!
문 밖에서의 고함이 고막을 두들겨, 안젤리아가 초소형 통신기를 숨기려던 그때였다. AN-94가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안젤리아를 불렀다.
<color=#00CCFF>안젤리아, 신선한 침투 흔적을 발견했다.</color>
<color=#00CCFF>더 이전 것과 대조해 보건대, 동일범으로 추정된다.</color>
좋아, 계속 추적해.
<color=#00CCFF>94, 엄호해 줘. 놈들이 바로——</color>
콰아앙!!
?!
갑작스런 굉음에 안젤리아도 화들짝 놀랐다.
AK-12? AN-94?
지지직...
통신기에선 노이즈만 새어나오고, 올프팩의 응답은 없었다.
이와 동시에――
인마 사람이 말하면 들어!
너는 지금 유력한 용의자다!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얌전히 절차에 따라!
......
손 안의 초소형 통신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안젤리아에게, 저 당장 문을 부술 기세인 소리는 몇 년 전 그 여름을 방불케 했다.
에이 씨,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