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 바람에 흩날리다
LAMG, 못 사준 술은 다음 생에 갚을게.
......
강글라티 대위, 목표가 예정 좌표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군 보병이 다음 계획을 묻습니다.
그년은 어디 갔지?
모르겠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지금 취조실로 돌아왔어야 하는데, 현재 취조실의 카메라에 잡히지 않습니다. 취조관도 보이지 않습니다.
......
오늘 취조 시간이 연기된 걸까요? 아직 숙소에서 대기 중이거나?
절대 호락호락 당할 년이 아니지...
지금처럼 소극적이어야 하는 처지를 그년은 제일 싫어해. 분명 주도권을 되찾으러 할 거야.
그럼, 어떻게?
아마, 취조실로 압송하러 간 경비원에게 저항하고 기지를 탈출하려 하겠지.
매복 중인 소대를 이동해 안젤리아 지휘관의 숙소 밖에서 흔적을 찾아라.
예.
강글라티 대위가 목표를 잘 파악하고 있어 다행입니다.
......
잠시 후 방을 나온 실험체는 홀로 생각에 잠겼다.
그러게... 왜 내가 이렇게 잘 아는 거지...?
그리폰 기지 어딘가의 조용한 복도.
LAMG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안젤리아의 숙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외출 금지가 이렇게 귀찮을 줄이야, 보드카도 잠깐 나가서 사오면 되는데...
카페에 남은 게 있어서 다행이야.
LAMG의 손에 들린 커피는 모락모락 나는 김에 은은한 보드카의 향이 섞여 있었다.
지휘관님이 기운내셨으면 좋겠다.
눈앞에 지금 안젤리아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 같자, LAMG는 괜한 조바심에 걸음을 서둘렀다.
위풍당당하던 그리폰의 에이스 지휘관이, 영문 모를 누명에 권한도 전부 뺏기고 좁은 방에 갇힌 모습.
짖궃은 운명의 장난에 자기 신세를 한탄할 뿐인 그녀가 걱정됐다.
......
이제 모퉁이만 돌면 안젤리아의 숙소. LAMG는 속력을 높여 뜀걸음으로 그 익숙한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LAMG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안의 불이 꺼진 채로 살짝 열린 안젤리아의 방 문이었다.
지휘관님?
반사적으로 한손으로 장전 손잡이를 당겼지만, 지금 자신은 탄약도 압수당한 상태임이 떠올랐다.
할 수 없이 한 손에는 커피잔, 다른 손에는 비수를 들고, 조심스레 문을 열어 방 안으로 진입했다.
방에는 어제 보았던 경비원들이 현관에 기절한 채로 쓰러져 있었다.
어리둥절해 하며 LAMG가 방을 둘러보자, 마침 경비원 한 명을 밟고 몸을 뒤지는 안젤리아가 보였다.
응? LAMG?
......지휘관님?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보면 알잖아.
녀석들 때려눕히고 쓸만한 거 모아다 여길 탈출하려고.
......
아무튼 마침 잘 왔어, 이제 네 차례야.
경비원들에게서 강탈한 권총과 전기충격봉을 챙긴 안젤리아는 문 앞에서 얼이 빠진 LAMG에게 몸을 돌렸다.
네? 제, 제 차례라뇨?!
형식적 절차니까 걱정 마, 안 그럼 날 그냥 보내줬다고 놈들이 널 괴롭힐 거야.
잠깐만요!
뭔데?
당신이 가버리면 전 어떡하고요?!
다른 지휘관이 오겠지.
...싫어요, 당신과 함께 갈래요.
......
안젤리아가 코앞까지 다가와 사납게 노려봤지만, LAMG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대로 그리폰에서 이탈하면 어찌 되는진 알아?
보나마나 불법 인형이 돼서 수배도 당하겠죠. 상관없어요.
......
LAMG는 온 정신을 집중해, 안젤리아의 거동을 경계하며 언제라도 날아올 기습에 대비했다.
그녀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안젤리아를 따라가기로.
......
......
그래, 알았어. 따라오고 싶음 따라와.
하지만 그 전에 먼저 그리폰의 식별 신호부터 꺼. 안 그럼 계속 추적당할 거다.
감사합니다! 그건 어떡하면 되나요?
레벨 2 플랫폼으로 들어가. 서둘러.
네.
LAMG은 바로 의식을 레벨 2 플랫폼으로 가라앉혔다.
그리고요?
네 마인드맵의 모든 권한을 내게 개방해.
했어요! 그런데 식별 신호 관련으론 안 보이는데요?
삐이——
대답을 듣기도 전에, LAMG의 마인드맵 공간이 시뻘건 경고색으로 물들었다.
고급 검색 엔진 가동. "안젤리아 지휘관"에 관련된 모든 데이터 선출.
잠깐만요! 신호를 끄는 게 아니었어요?! 왜――
당황하며 조작을 중단시키려 했지만, 모든 권한이 안젤리아에게 개방된 탓에 그녀가 모든 관련 기억파편을 꺼내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부 선택하고 완전 삭제.
안 돼!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기억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보며, LAMG는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왜 이러는 거예요! 안젤리아!!
넌 우수하고 정의심도 강한 녀석이야. 너는 빛의 길을 걸어야지, 나를 따라 어둠에 빠져선 안 돼.
안 돼요, 제발! 삭제를 멈춰요! 제발...
미안해.
그냥... 기지에서 얌전히 있으면 다 조용히 지나갈 텐데...
왜 이러는 거예요...
......
삶이 결국 덧없을 운명이라면, 몸부림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네...?
술은 다음 생에 사 줄게.
마지막 기억파편까지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LAMG의 마인드맵은 자동 리부트에 들어갔다.
LAMG의 의식도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
잠시후, 그리폰 기지 인근의 야외 훈련장.
지휘관 제복을 벗어던진 안젤리아는 숙소 계단에서 뛰어내려, 기억을 더듬어 감시 카메라를 피하고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나무가 우거진 야외 훈련장을 통과해 탈출할 계획이었다.
......
AK-12, 교전에서 이탈했어?
저쪽이 전혀 싸울 마음이 없더라구.
다만 놈들이 무언가를 버리고 떠났다.
합류할 좌표를 불러.
알았다.
펄펄 끓는 듯한 피가 혈관을 난폭하게 질주했다.
안젤리아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서야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몇 년이나 쫓았던 유령선의 궤적이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으니, 마침내 녹슨 노를 저을 때가 왔을... 터였다.
지휘관님?
......
우와, 진짜 지휘관이네?
한참은 지나야 다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밖의 암초가 나타났다.
너네 여기서 뭐하냐?
저어... 그날의 임무를 복기 중이었어요.
......
임무 실패해서 M4가 얼마나 침울해 했는지 알아? 그래서 그날 상황을 재현해서 다른 좋은 수가 없었을까 복습하는 중이었어.
네... 그리폰의 동료들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임무를 완수하는 방법이요.
덤으로 말하자면 벌써 5번째입니다.
그리폰 인형들의 역할을 맡은 더미는 내가 다 산산조각냈지롱!
그러냐, 알았으니까 모의훈련 그만하고 기지로 돌아가.
네. 그런데... 지휘관님, 지금 어디 가세요?
너흰 알 거 없어.
얼레, 제복도 안 입었네?
그리고 그 부관 녀석은 왜 안 보여? 안 그래도 걔네 소대의 작전 기록 빌리고 싶었는데.
가서 직접 달라 해.
안젤리아는 툭 쏘아붙이고 자리를 떠났고, M16A1는 눈살을 찌푸리며 LAMG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띠링.
새로운 메시지 수신 알림음.
......
LAMG는 멍한 눈빛으로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앉았다.
전원이 꺼졌었나? 충전을 깜빡했나?
그렇지, 방금 메시지가 온 것 같았다.
익명의 메시지...
"안젤리아 지휘관이 어디 가는 건지 알아?"
......
안젤리아 지휘관... 그게 누구지?
LAMG는 어리둥절해 하며 답장을 보내다 무심코 손 옆에 놓인 커피잔을 엎질렀다.
아차!
식은지 오래인 커피는 씁쓸한 커피향과 코를 찌르는 알코올향으로 LAMG의 옷을 적셨다.
어...? 왜 커피에서 술 냄새가...
LAMG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호기심에 한 방울 찍어 맛을 봤다.
으에, 맛 이상해... 그런데... 왠지 그리운 느낌...
M16는 통신기를 집어넣고, M4에게 소리 낮춰 말했다.
M4, 지휘관이 좀 이상해. 아무래도 억지로 기지 밖으로 나간 것 같아.
네...? 그럼 어떡하죠?
어떡하긴, 붙잡아야지. 이대로 가버리게 놔두면 돌이킬 수 없는 일로 번질 거야.
...네.
SOP2, 먼저 가서 지휘관님을 멈춰 세워 주세요. AR-15와 저도 뒤따라 갈게요. 퇴로 차단은 M16 언니에게 맡길게요.
응!
......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날렵하게 질주한 SOP2는 금방 안젤리아를 따라잡아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지휘관 잡았~다! 어디 가? 나도 같이 갈래!
아오 깜짝이야... 너랑은 상관 없는 개인적인 일이니까 빨랑 기지로 돌아가 이 멍멍아.
우왕 지휘관 화났당~ 어떡하지 M4?
지휘관님, 현재 저희 모두 행동이 제한된 상태잖아요.
M4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안젤리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 기지를 무단 이탈하시면 문책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
안젤리아는 길을 가로막은 M4A1과 AR-15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럼, 선택해.
네...? 선택이라뇨?
네트워크 켜셔 지금 뭐가 보이나 말해.
어... 기지 쪽에 아군 신호가 엄청 활발해요, 몇 개 소대가 출동해서... 각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요.
여기서 제일 가까운 건 몇명이지?
5인 소대 1개가 접근 중이네요... 약 5분 뒤에 도착할 거예요.
좋아, 그럼 그 녀석들을 목표로 지정해서 오기 전에 섬멸해.
네?! 하지만 그들은...!
당장 선택해라, M4.
날 따르거나, 거역하거나.
어, 어째서죠? 이해할 수 없어요...
빨리 선택이나 해.
......
오, 거의 다 왔다!
산비탈길 아래의 숲에서 잎사귀가 격하게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M4?
...죄송해요, 지휘관님. 그럴 순 없어요.
M4A1이 확실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자, 안젤리아는 오히려 홀가분한 듯이 웃었다.
좋아, 너는 네 선택을 관철했구나.
지휘관님...?
이젠 그렇게 부르지 마, 더는 너희 AR팀의 지휘관이 아니니까.
언젠가 너희한테 더 어울리는 녀석이 나타나서 너희를 밝은 미래로 이끌어 줄 거다. 난 내 길을 갈 거야.
무슨 소리야! 가지 말라니까!
지휘관...
......
역시 이해 못하겠어요... 대체 왜...
타타탕!
깔끔하고 냉정한 총성이 끼어들었다.
어...? 그리폰 소대의 신호가 사라졌어요!
시간 됐네, 강제 명령 가동.
엣――
전원 휴면 모드로 전환.
......
강글라티 대위, 안젤리아의 흔적을 따라 추적 중입니다.
인형은 몇 명이나 데리고 있지?
아직 확인되지 않지만, 방금 그리폰 전술인형 1개 소대가 기습받아 몇 초만에 반격도 못하고 전멸했습니다.
......
실력 있는 것들을 데리고 있군.
이제 어떻게 합니까?
내가 명령하기 전까진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 추적해라.
예.
......
안젤리아의 강제 명령에 AR팀은 그 자리에서 휴면 모드에 빠졌다.
하지만 M16A1은 멀쩡하게 서서, 투지로 눈을 불태우며 안젤리아를 마주봤다.
그들이 꽂아 둔 비장의 수가 바로 너였구나.
지휘관, 미안하지만 함께 돌아가 줘야겠어.
......
마음을 굳힌 M16A1은 조정간을 돌리고 안젤리아를 겨눴다.
하지만 곧바로 어디선가 일점사가 날아와, 나무 뒤로 몸을 굴려 피해야만 했다.
전장의 상황은 참 변화무쌍하다니까, 이젠 그리폰 애들을 박살내고 지휘관을 구해야 한다니.
넌 여전히 쓸데없이 말이 많고 말이다.
안젤리아, 이쪽으로 철수하자. 내가 엄호하겠다.
대치하는 틈을 타, 안젤리아는 울프팩과 합류해 숲의 가장자리까지 물러났다.
지휘관을 잡아! 최대한 다치게 하지 말고!
네!
뒤쫓아온 그리폰 인형들이 가세한 탓에 날아드는 총탄이 더욱 매서워졌다.
그리고 M16A1의 지휘로 울프팩의 화망을 뚫고 안젤리아에게 접근하는 인형도 점점 늘어났다.
그리폰 부대와 거리를 벌릴 수가 없다. 지름길로 따돌릴까, 아니면...?
...흩어져. 내가 미끼가 될 테니 각개 격파해.
알았다.
그래도 네 부하였는데 매정해라~
AK-12의 느긋한 농담이 멀어지고 금방, 쉬지 않고 내달리는 안젤리아의 귀에 그리폰 인형들의 비명이 수시로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 달렸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좁다란 길을 따라, 그저 미친 듯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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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글라티 대위, 목표가 예정 좌표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군 보병이 다음 계획을 묻습니다.
그년은 어디 갔지?
모르겠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지금 취조실로 돌아왔어야 하는데, 현재 취조실의 카메라에 잡히지 않습니다. 취조관도 보이지 않습니다.
......
오늘 취조 시간이 연기된 걸까요? 아직 숙소에서 대기 중이거나?
절대 호락호락 당할 년이 아니지...
지금처럼 소극적이어야 하는 처지를 그년은 제일 싫어해. 분명 주도권을 되찾으러 할 거야.
그럼, 어떻게?
아마, 취조실로 압송하러 간 경비원에게 저항하고 기지를 탈출하려 하겠지.
매복 중인 소대를 이동해 안젤리아 지휘관의 숙소 밖에서 흔적을 찾아라.
예.
강글라티 대위가 목표를 잘 파악하고 있어 다행입니다.
......
잠시 후 방을 나온 실험체는 홀로 생각에 잠겼다.
그러게... 왜 내가 이렇게 잘 아는 거지...?
그리폰 기지 어딘가의 조용한 복도.
LAMG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안젤리아의 숙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외출 금지가 이렇게 귀찮을 줄이야, 보드카도 잠깐 나가서 사오면 되는데...
카페에 남은 게 있어서 다행이야.
LAMG의 손에 들린 커피는 모락모락 나는 김에 은은한 보드카의 향이 섞여 있었다.
지휘관님이 기운내셨으면 좋겠다.
눈앞에 지금 안젤리아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 같자, LAMG는 괜한 조바심에 걸음을 서둘렀다.
위풍당당하던 그리폰의 에이스 지휘관이, 영문 모를 누명에 권한도 전부 뺏기고 좁은 방에 갇힌 모습.
짖궃은 운명의 장난에 자기 신세를 한탄할 뿐인 그녀가 걱정됐다.
......
이제 모퉁이만 돌면 안젤리아의 숙소. LAMG는 속력을 높여 뜀걸음으로 그 익숙한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LAMG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안의 불이 꺼진 채로 살짝 열린 안젤리아의 방 문이었다.
지휘관님?
반사적으로 한손으로 장전 손잡이를 당겼지만, 지금 자신은 탄약도 압수당한 상태임이 떠올랐다.
할 수 없이 한 손에는 커피잔, 다른 손에는 비수를 들고, 조심스레 문을 열어 방 안으로 진입했다.
방에는 어제 보았던 경비원들이 현관에 기절한 채로 쓰러져 있었다.
어리둥절해 하며 LAMG가 방을 둘러보자, 마침 경비원 한 명을 밟고 몸을 뒤지는 안젤리아가 보였다.
응? LAMG?
......지휘관님?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보면 알잖아.
녀석들 때려눕히고 쓸만한 거 모아다 여길 탈출하려고.
......
아무튼 마침 잘 왔어, 이제 네 차례야.
경비원들에게서 강탈한 권총과 전기충격봉을 챙긴 안젤리아는 문 앞에서 얼이 빠진 LAMG에게 몸을 돌렸다.
네? 제, 제 차례라뇨?!
형식적 절차니까 걱정 마, 안 그럼 날 그냥 보내줬다고 놈들이 널 괴롭힐 거야.
잠깐만요!
뭔데?
당신이 가버리면 전 어떡하고요?!
다른 지휘관이 오겠지.
...싫어요, 당신과 함께 갈래요.
......
안젤리아가 코앞까지 다가와 사납게 노려봤지만, LAMG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대로 그리폰에서 이탈하면 어찌 되는진 알아?
보나마나 불법 인형이 돼서 수배도 당하겠죠. 상관없어요.
......
LAMG는 온 정신을 집중해, 안젤리아의 거동을 경계하며 언제라도 날아올 기습에 대비했다.
그녀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안젤리아를 따라가기로.
......
......
그래, 알았어. 따라오고 싶음 따라와.
하지만 그 전에 먼저 그리폰의 식별 신호부터 꺼. 안 그럼 계속 추적당할 거다.
감사합니다! 그건 어떡하면 되나요?
레벨 2 플랫폼으로 들어가. 서둘러.
네.
LAMG은 바로 의식을 레벨 2 플랫폼으로 가라앉혔다.
그리고요?
<color=#00CCFF>네 마인드맵의 모든 권한을 내게 개방해.</color>
했어요! 그런데 식별 신호 관련으론 안 보이는데요?
삐이——
대답을 듣기도 전에, LAMG의 마인드맵 공간이 시뻘건 경고색으로 물들었다.
<color=#00CCFF>고급 검색 엔진 가동. "안젤리아 지휘관"에 관련된 모든 데이터 선출.</color>
잠깐만요! 신호를 끄는 게 아니었어요?! 왜――
당황하며 조작을 중단시키려 했지만, 모든 권한이 안젤리아에게 개방된 탓에 그녀가 모든 관련 기억파편을 꺼내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color=#00CCFF>전부 선택하고 완전 삭제.</color>
안 돼!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기억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보며, LAMG는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왜 이러는 거예요! 안젤리아!!
<color=#00CCFF>넌 우수하고 정의심도 강한 녀석이야. 너는 빛의 길을 걸어야지, 나를 따라 어둠에 빠져선 안 돼.</color>
안 돼요, 제발! 삭제를 멈춰요! 제발...
<color=#00CCFF>미안해.</color>
그냥... 기지에서 얌전히 있으면 다 조용히 지나갈 텐데...
왜 이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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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삶이 결국 덧없을 운명이라면, 몸부림엔 무슨 의미가 있을까?</color>
네...?
<color=#00CCFF>술은 다음 생에 사 줄게.</color>
마지막 기억파편까지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LAMG의 마인드맵은 자동 리부트에 들어갔다.
LAMG의 의식도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
잠시후, 그리폰 기지 인근의 야외 훈련장.
지휘관 제복을 벗어던진 안젤리아는 숙소 계단에서 뛰어내려, 기억을 더듬어 감시 카메라를 피하고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나무가 우거진 야외 훈련장을 통과해 탈출할 계획이었다.
......
AK-12, 교전에서 이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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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00CCFF>다만 놈들이 무언가를 버리고 떠났다.</color>
합류할 좌표를 불러.
<color=#00CCFF>알았다.</color>
펄펄 끓는 듯한 피가 혈관을 난폭하게 질주했다.
안젤리아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서야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몇 년이나 쫓았던 유령선의 궤적이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으니, 마침내 녹슨 노를 저을 때가 왔을... 터였다.
지휘관님?
......
우와, 진짜 지휘관이네?
한참은 지나야 다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밖의 암초가 나타났다.
너네 여기서 뭐하냐?
저어... 그날의 임무를 복기 중이었어요.
......
임무 실패해서 M4가 얼마나 침울해 했는지 알아? 그래서 그날 상황을 재현해서 다른 좋은 수가 없었을까 복습하는 중이었어.
네... 그리폰의 동료들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임무를 완수하는 방법이요.
덤으로 말하자면 벌써 5번째입니다.
그리폰 인형들의 역할을 맡은 더미는 내가 다 산산조각냈지롱!
그러냐, 알았으니까 모의훈련 그만하고 기지로 돌아가.
네. 그런데... 지휘관님, 지금 어디 가세요?
너흰 알 거 없어.
얼레, 제복도 안 입었네?
그리고 그 부관 녀석은 왜 안 보여? 안 그래도 걔네 소대의 작전 기록 빌리고 싶었는데.
가서 직접 달라 해.
안젤리아는 툭 쏘아붙이고 자리를 떠났고, M16A1는 눈살을 찌푸리며 LAMG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띠링.
새로운 메시지 수신 알림음.
......
LAMG는 멍한 눈빛으로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앉았다.
전원이 꺼졌었나? 충전을 깜빡했나?
그렇지, 방금 메시지가 온 것 같았다.
익명의 메시지...
"안젤리아 지휘관이 어디 가는 건지 알아?"
......
안젤리아 지휘관... 그게 누구지?
LAMG는 어리둥절해 하며 답장을 보내다 무심코 손 옆에 놓인 커피잔을 엎질렀다.
아차!
식은지 오래인 커피는 씁쓸한 커피향과 코를 찌르는 알코올향으로 LAMG의 옷을 적셨다.
어...? 왜 커피에서 술 냄새가...
LAMG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호기심에 한 방울 찍어 맛을 봤다.
으에, 맛 이상해... 그런데... 왠지 그리운 느낌...
M16는 통신기를 집어넣고, M4에게 소리 낮춰 말했다.
M4, 지휘관이 좀 이상해. 아무래도 억지로 기지 밖으로 나간 것 같아.
네...? 그럼 어떡하죠?
어떡하긴, 붙잡아야지. 이대로 가버리게 놔두면 돌이킬 수 없는 일로 번질 거야.
...네.
SOP2, 먼저 가서 지휘관님을 멈춰 세워 주세요. AR-15와 저도 뒤따라 갈게요. 퇴로 차단은 M16 언니에게 맡길게요.
응!
......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날렵하게 질주한 SOP2는 금방 안젤리아를 따라잡아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지휘관 잡았~다! 어디 가? 나도 같이 갈래!
아오 깜짝이야... 너랑은 상관 없는 개인적인 일이니까 빨랑 기지로 돌아가 이 멍멍아.
우왕 지휘관 화났당~ 어떡하지 M4?
지휘관님, 현재 저희 모두 행동이 제한된 상태잖아요.
M4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안젤리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 기지를 무단 이탈하시면 문책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
안젤리아는 길을 가로막은 M4A1과 AR-15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럼, 선택해.
네...? 선택이라뇨?
네트워크 켜셔 지금 뭐가 보이나 말해.
어... 기지 쪽에 아군 신호가 엄청 활발해요, 몇 개 소대가 출동해서... 각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요.
여기서 제일 가까운 건 몇명이지?
5인 소대 1개가 접근 중이네요... 약 5분 뒤에 도착할 거예요.
좋아, 그럼 그 녀석들을 목표로 지정해서 오기 전에 섬멸해.
네?! 하지만 그들은...!
당장 선택해라, M4.
날 따르거나, 거역하거나.
어, 어째서죠? 이해할 수 없어요...
빨리 선택이나 해.
......
오, 거의 다 왔다!
산비탈길 아래의 숲에서 잎사귀가 격하게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M4?
...죄송해요, 지휘관님. 그럴 순 없어요.
M4A1이 확실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자, 안젤리아는 오히려 홀가분한 듯이 웃었다.
좋아, 너는 네 선택을 관철했구나.
지휘관님...?
이젠 그렇게 부르지 마, 더는 너희 AR팀의 지휘관이 아니니까.
언젠가 너희한테 더 어울리는 녀석이 나타나서 너희를 밝은 미래로 이끌어 줄 거다. 난 내 길을 갈 거야.
무슨 소리야! 가지 말라니까!
지휘관...
......
역시 이해 못하겠어요... 대체 왜...
타타탕!
깔끔하고 냉정한 총성이 끼어들었다.
어...? 그리폰 소대의 신호가 사라졌어요!
시간 됐네, 강제 명령 가동.
엣――
전원 휴면 모드로 전환.
......
강글라티 대위, 안젤리아의 흔적을 따라 추적 중입니다.
인형은 몇 명이나 데리고 있지?
아직 확인되지 않지만, 방금 그리폰 전술인형 1개 소대가 기습받아 몇 초만에 반격도 못하고 전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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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있는 것들을 데리고 있군.
이제 어떻게 합니까?
내가 명령하기 전까진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 추적해라.
예.
......
안젤리아의 강제 명령에 AR팀은 그 자리에서 휴면 모드에 빠졌다.
하지만 M16A1은 멀쩡하게 서서, 투지로 눈을 불태우며 안젤리아를 마주봤다.
그들이 꽂아 둔 비장의 수가 바로 너였구나.
지휘관, 미안하지만 함께 돌아가 줘야겠어.
......
마음을 굳힌 M16A1은 조정간을 돌리고 안젤리아를 겨눴다.
하지만 곧바로 어디선가 일점사가 날아와, 나무 뒤로 몸을 굴려 피해야만 했다.
전장의 상황은 참 변화무쌍하다니까, 이젠 그리폰 애들을 박살내고 지휘관을 구해야 한다니.
넌 여전히 쓸데없이 말이 많고 말이다.
안젤리아, 이쪽으로 철수하자. 내가 엄호하겠다.
대치하는 틈을 타, 안젤리아는 울프팩과 합류해 숲의 가장자리까지 물러났다.
지휘관을 잡아! 최대한 다치게 하지 말고!
네!
뒤쫓아온 그리폰 인형들이 가세한 탓에 날아드는 총탄이 더욱 매서워졌다.
그리고 M16A1의 지휘로 울프팩의 화망을 뚫고 안젤리아에게 접근하는 인형도 점점 늘어났다.
그리폰 부대와 거리를 벌릴 수가 없다. 지름길로 따돌릴까, 아니면...?
...흩어져. 내가 미끼가 될 테니 각개 격파해.
알았다.
그래도 네 부하였는데 매정해라~
AK-12의 느긋한 농담이 멀어지고 금방, 쉬지 않고 내달리는 안젤리아의 귀에 그리폰 인형들의 비명이 수시로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 달렸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좁다란 길을 따라, 그저 미친 듯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