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쇼크
EP.14 · 만성쇼크

F4 화가의 어머니

지옥의 문지기

-58-3-F4

1 / 92
전체 대사 보기 (90줄)

아베르누스 서탑, 외부 플랫폼 구역.

서탑 입구에서 니토들이 차례대로 걸어나와, 초연으로 자욱한 플랫폼을 가로질러, 아직도 타들어가는 더는 무엇인지도 모를 파편을 넘어, 동탑으로 향했다.

플랫폼의 한 켠에는 아키텍트와 게이저가 쓰러져 있었다. 팔다리도 잘리고, 두 눈은 빛을 잃은 채로.

그리고 나르시스는 이 잔해를 내려다보며 오만방자하게 웃었다.

나르시스

뭐해, 일어나! 일어나라고 그리폰의 똥개들아! 더 놀자니까!

걷어차인 게이저는 그대로 날아가 시꺼멓게 타버린 비행기의 잔해에 부딪혀 먼지구름을 일으켰다.

나르시스

왜 안 움직여! 이렇게 약골이었어?

이 쓸모없는 쓰레기들!

떠오른 부유검이 수술칼처럼 아키텍트의 잔해에 떨어져, 아직 남은 생체모방형 피부가 조각조각 벗겨지고 금속 골격과 부품을 드러냈다.

나르시스

캬하하하핫! 어디 더 건방 떨어봐! 더 저항해 보라고!

아무런 반응도 없건만, 나르시스는 점점 더 흥분해 부유검을 세차게 마구 휘두르며 난자했다.

그러다 어색한 쇠붙이의 마찰음이 났다. 부유검 한 자루가 어딘가에 낀 모양이었다.

나르시스

――엉?

아키텍트의 잔해는 이미 원형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유난히 견고하게 만들어진 생체모방형 골격 때문인지 부유검 한 자루가 척추 틈새에 끼어, 나르시스가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꿈쩍도 않았다.

나르시스

이이 빌어먹을 쓰레기가아아!!

캬아아아아악!!!

그녀는 분노로 발광하며 플랫폼의 구석에 웅크려 있던 니토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르시스

너어어! 와서 이거 뽑아아!

검은 니토

아... 네!

지명당한 검은 니토는 벌벌 떨면서 다가와, 아키텍트의 척추에 박힌 채 진동하는 부유검을 잡았다.

하지만 온 힘을 쥐어짜내서 당겨 봐도 뽑혀지질 않았다.

검은 니토

죄송, 죄송합니다, 나르시스 언니, 뽑히지――

나르시스

너도 쓰레기야!

나르시스가 버럭 화를 내자, 부유검들이 회오리처럼 돌풍을 일으키며 플랫폼을 휩쓸어 장비와 잔해가 날아가고 미처 반응하지 못한 니토들 몇 명이 산 채로 토막 났다.

제때 반응한 이들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벌벌 떨었고, 서탑 입구의 니토들은 밖으로 나가야 할지 주저했다.

그러던 그때, 바람을 가르던 부유검들이 허공에서 정지했다.

나르시스

뭐야?! 또 뭔데!!

허공에 멈춘 부유검들은 나르시스가 더 길길이 날뛰어도 꿈쩍도 하질 않았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항상 위풍을 떨치던 부유검 몇 자루가 나르시스의 휘둥그레진 눈앞에서 가루처럼 바스라져 바닥에 떨어졌다.

나르시스

......!

동탑 밖의 니토들이 일제히 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우아한 자태가 엉망이 된 플랫폼 위를 밟았다.

네메아란

나르시스, 쓰레기를 늘리지 말거라.

나르시스

흥... 실컷 놀게 해 주면 어디 덧나?

아수라장인 플랫폼을 스윽 훑어본 네메아란은 위압적인 침묵으로 답헀다.

눈에 뵈는 게 없던 나르시스도, 이 때만큼은 어린애처럼 입을 삐죽이며 아직도 몇 자루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부유검을 모아 뒤로 숨겼다.

네메아란

네게 새 임무를 내리마.

나르시스

뭔데, 숨어있는 그리폰 버러지들 잡는 거?

네메아란

아니.

지금부터 너는 이 플랫폼 위를 한시도 벗어나지 않으며 지켜야 한다.

나르시스

뭐어? 재미없어!

네메아란

아버님의 뜻이다.

하지만 걱정 마려무나, 금방 또 손님들이 찾아올 테니. 그때 실컷 놀거라.

나르시스

오...! 얼마나 와?!

네메아란

그건 모르지. 한 명일 수도 있고, 한 무리일 수도 있고.

나르시스

얼마나 오든 소용없어! 내가 다 죽여버릴 거야!

네메아란

그래, 마음껏 즐기렴. 생쥐도 죽기 직전이 가장 재미있으니.

그리고 그들이 발악하는 시간을 늘릴지 말지도 다 네게 달렸단다.

나르시스

좋아아!!!

여길 잘 지키면 아버님이 칭찬해 준대?!

나르시스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지만...

네메아란은 여느 때처럼 무미건조했다.

네메아란

일이 끝나면 알게 될 거다.

이와 동시에, 플랫폼 위의 모든 니토들에게 컨셔스 파노라마로 새로운 지시가 내려졌다.

네메아란

<color=#00CCFF>모두 동탑 로비에서 대기해라.</color>

그러자 모두 손에 있던 걸 내려놓고 동탑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나르시스

어? 뭐야, 다 어디 가?

대답이 없자 나르시스가 고개를 돌리니, 네메아란마저 이미 서탑 입구에 가 있었다.

나르시스

나... 혼자인가...

......

서탑 35층, 중앙통제실.

12층 통제실

<color=#00CCFF>애슐리 언니, 12층 에너지 공급선 연결했습니다.</color>

......

14층 통제실

<color=#00CCFF>애슐리 언니, 14층 공급선 아직 조정 중입니다. 약 3분 후 연결 예상합니다.</color>

......

34개 각 층이 에너지 공급선 연결 진도를 보고했지만, 19층만 조용했다.

애슐리

19층?

19층 통제실

<color=#00CCFF>애슐리 언니... 그들이 곧 무르익습니다, 지금 에너지 공급을 변경하면 안 됩니다.</color>

<color=#00CCFF>이번에 수치가 굉장한 개체가 셋이나 나왔어요! 8시간만 기다리면——</color>

애슐리

......

그냥... 명령대로 해...

19층 통제실

<color=#00CCFF>제발——</color>

통신 너머로 액체가 튀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 비슷한 목소리가 사근사근하게 답했다.

19층 통제실

<color=#00CCFF>애슐리 언니, 19층 에너지 공급선 조정하겠습니다. 8분 소요 예상합니다.</color>

......

애슐리

알았다. 연결 후 이 층의 모든 인원은 동탑 로비에서 대기한다.

때마침 네메아란이 중앙통제실로 들어왔고, 애슐리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니터에는 서탑의 입체 구조도에 34개의 에너지 공급선을 나타내는 굵다란 선들이 구불구불 각 층을 통과해 35층으로 이어진 것이 비쳤다.

애슐리

네메아란 언니, 서탑의 모든 생산 라인의 에너지 공급을 35층으로 돌렸습니다.

선로도 이미 개방되어, 요구 충전량 도달까지 120분 예상됩니다.

내메아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별다른 반응이 없자, 애슐리는 조심스레 눈치를 보며 살며시 입을 열었다.

애슐리

다만... 34개의 에너지 공급선을 동시에 연결한다면 서탑 전체의 생산 라인에 과부하가 우려됩니다. 이후 정비하기가...

네메아란

최단 시간은 얼마나 걸리지?

질의를 불허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애슐리는 목소리를 낮췄다.

애슐리

최대 부하로 가동한다면... 30분 예상됩니다, 허나 그리 할 경우 생산 라인 전체가 완전히 망가질――

네메아란

그리 해라.

애슐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바로 제어판에 다가가 버튼 몇 개를 눌렀다.

그러자 화면 속 충전 진행도가 빠르게 상승했고, 에너지 파이프는 더욱 환하게 빛났다. 이윽고 서탑 35층은 마치 항성처럼 반짝였고, 과부하로 인한 진동음이 중앙통제실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시스템

<color=#FFFF00>경보. 7번 선로에 이상 발생.</color>

7층의 에너지 파이프가 어두워졌다.

시스템

<color=#FFFF00>경보. 16번 선로에 이상 발생.</color>

16층의 에너지 파이프도 어두워졌다.

시스템

<color=#FFFF00>경보――</color>

애슐리는 경보기를 그냥 꺼버렸다.

네메아란은 차가운 시선으로 계속해서 불이 꺼지는 서탑의 파이프를 바라봤다.

네메아란

틸, 서탑으로 오거라.

<color=#00CCFF>예.</color>

삐이...

네메아란이 통신을 받았다.

윌리엄?

<color=#00CCFF>두 시간 더 연장해.</color>

네메아란

알겠습니다.

윌리엄?

<color=#00CCFF>그리고... "지옥의 문지기"의 가동을 허락한다.</color>

네메아란

...예.

삐익.

통신 종료.

네메아란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네메아란

30분 후, "지옥의 문지기"를 가동하거라.

애슐리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