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5 조각상에 대한 은유
네가 동요한다면 얼마나 멋진 광경일까.
아베르누스 서탑, 외부 플랫폼 구역.
포성이 점차 뜸해지자, 만신창이인 전장과 곳곳에 널브러진 주검들이 들어났다.
나르시스는 두 다리가 절단된 와중에도 여전히 악을 쓰며 부유검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남은 무기는 더는 없었다.
죽여버릴 거야...! 버러지들... 잡아서 다 죽여버릴 거야아아...!
......
드리머는 나르시스의 머리를 가차없이 짓밟으며 잔인하게 미소지었다.
그래? 그런데 지금 버러지꼴인 건 누굴까?
으극...! 죽어! 죽일 거야!! 다 죽여버릴 거야아아!!
작작 짖어대, 귀가 다 아프다!
아악으극——
드리머는 아주 즐기는 표정으로 천천히 발에 힘을 주어 나르시스의 얼굴을 바닥에 파묻었다.
두 다리를 잃고 이젠 시야까지 빼앗긴 나르시스는 두려움에 비명을 내질렀지만, 목구멍에 걸려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그만 놀고 저승으로 보내버리는 게 어떨까 하는데.
그래~ 아직 일이 안 끝났으니 하는 수 없지 뭐.
디스트로이어, 처리해.
어.
디스트로이어가 바들바들 떠는 나르시스를 겨눴다.
시... 싫어...
마지막 순간이지만, 나르시스의 머릿속에 주마등 따윈 없었다.
즐거운 추억도, 소중한 이의 위로도 없고, 오로지 적적한 어둠뿐이었다.
한심한 눈물이 바닥을 적셨다.
싫어... 죽기 싫어어...
그 느낌, 저승 가서도 잘 기억하렴. 그게 바로 쓰레기로 죽는 느낌이란다.
아니야... 난 쓰레기가 아니야...! 난――
두 녀석들 몫이나 먹어.
퍼엉!
저지, 아키텍트와 게이저를 회수했다.
알았다, D팀도 집결했다.
서탑 내에 화력 포인트랄 만한 것이 얼마 남지 않았어서 수고를 덜었습니다.
시시하게 말이야!
......
우리의 임무를 잊지 마라.
저지가 무로메츠 공용 채널을 열었다.
여기는 Fe56. D팀이 서탑의 대외 화력 포인트를 전부 철거했고, C팀은 지금부터 플랫폼 위의 잔당을 청소하겠다.
플랫폼 위 풍향은 남풍, 7시 방향에 붕괴 입자 농도가 가장 높다. 우천으로 은폐에 용이하므로 시뮬레이션 플랜 B에 따라 동탑으로 접근 가능하다.
서광, 수신. 움직인다.
아베르누스 동탑, 로비.
폭우가 여전히 쏟아지는 가운데, 빗소리와 포성이 뒤섞여 빠른 템포를 이루었다.
B팀, 북문 폭파 성공.
A팀 전진한다, B팀 엄호.
퍼엉!
문이 거칠게 열렸다.
타타타탕!
서광팀은 빠르게 돌입하며 화망을 펼쳤고,
미처 철수하지 못한 니토들은 지푸라기처럼 쓰러졌다.
좌측 클리어.
우측 클리어.
......
M82A1이 말없이 동쪽 계단의 모퉁이를 주시하더니――
타앙!
니토 하나가 힘없이 고꾸라졌다.
매복 없음.
현위치서 경계.
대원들에게 제자리서 대기 지시를 내리고, 엘리아나는 총을 들고 홀로 로비 깊숙이로 들어갔다.
적막해진 로비에는 검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운명에 저항하는 듯한 머리 없는 여신상만 보였다.
지도상 여기가 예배당인 것 같군.
대장, 계속 전진할까?
기다려, B팀이 먼저 진입한다.
라저.
엘리아나가 수신호로 대원들을 불렀고, B팀은 지휘하는 SCR를 선두로 로비에 들어섰다.
클리어. B팀, 2층으로.
M82A1, 엄호.
예.
어두운 복도를 따라, B팀은 신속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A팀과 M82A1은 그 뒤를 바짝 따랐다.
새로운 층에 도달하자, SCR은 상황 확인 지시를 내렸다.
클리어!
클리어~
구역 안전 확인, 계속 전진.
A팀, 따라간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뒤이어 무언가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
엘리아나는 즉각 지시를 내려 대형을 축소하고 주위를 경계했다.
...M60의 신호가 사라졌어.
알아.
상대는 초고속에, 아마도 냉병기를 다루는 암살자.
고위 니토 "틸".
엘리아나는 속으로 판단하며 밀집 대형에서 홀로 나와 어둠에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예상대로, 암살자가 다시 어둠 속에서 습격해 왔다.
M82A1.
Ready.
이미 준비되어 있던 저격탄이 곧장 날아갔고, 암살자는 탄환을 막기 위해 손목을 꺾어야만 했다.
엘리아나도 바로 빈틈을 노려 암살자를 향해 사격을 가했다.
......
하얀 암살자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엘리아나는 뒤쫓지 않고, 손을 들어 모두에게 제자리서 경계하도록 지시했다.
쉬익!
아니나 다를까, 칼날이 다시 한 번 어둠을 가르며 뭉쳐 있는 서광팀에게 닥쳐왔다.
엘리아나의 지휘를 받으며, 서광팀은 이번엔 깔끔하게 산개하며 반격을 퍼부었다.
틸은 검을 휘두르며 총탄을 모조리 튕겨내며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맞받아치기만 해선 불리해져. 반격한다.
응!
적이 하나가 아닙니다.
......
대장, M249가 안 보여...
어느새?! 분명 방금까지...
침착해라.
위치 확인.
신호 오프라인입니다.
......
브라메드다.
전원, 3분마다 상황 확인하며 전진한다.
여전히 냉철한 엘리아나의 지시를 따라, 서광팀은 로비 더 깊숙이로 나아갔다.
어머나... 이번엔 상대가 만만찮네.
내 공격이 먹히질 않는다니.
......
틸은 조용히 몸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럼 더 쓸모 있는 데로 가시지.
성내지 말구우, 다른 수도 시도해 봐야지?
쉿, 온다.
틸의 뒷모습이 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브라메드는 잠깐 멍하니 있다 나른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아베르누스 동탑, 4층.
클리어!
클리어!
적 없음!
깔끔하게 배치를 마치고, 엘리아나는 M82A1의 엄호를 받으며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나선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는 불길하게 물결쳤다.
하지만 위아래 두 층 전부 적의 낌새도 나지 않아, 엘리아나는 잠시 총구를 내렸다.
클리어.
......히힛.
그때, 기이한 비웃음에 엘리아나가 다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
대장? 왜 그래?
......
엘리아나는 침착하게 통신 대신 수신호로 대원들에게 경계 태세 지시를 내렸다.
아아... 넌 저들과 다르구나.
......
숨기는 게 잔뜩이야... 어머, 그것도 다 슬픈 이야기뿐이네...
......
널 보니 시가 하나 생각나는걸...
"기원전의 우린 너무 어렸고,"
"기원후엔 너무 늙었네."
엘리아나가 고개를 홱 돌린 뒤에,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백발의 여인이 있었다.
브리핑에서 본 "브라메드"의 정보와 일치했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
"참으로 아름다웠던 그 미소를."
브라메드... 언제 나를 레벨 2 플랫폼으로 끌고 온 거지?
눈치챘어?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넌 이제부터 계속 여기 있을 텐데.
그러는 너는?
그야 당연히 네 곁에 있어 줄게, 혼자 있으면 얼마나 외롭겠니?
흠, 예상보다 해킹이 빠르군.
어라, 전혀 안 당황하는 눈치다?
10초.
응?
3——
2——
1——
타타타탕!
브라메드가 몸을 숨긴 곳으로 맹렬한 총알 세례가 쏟아져, 그녀는 황급히 다른 엄폐물로 피했다.
동시에 엘리아나도 다시 눈을 뜨고 브라메드를 향해 제압 사격을 가했다.
너어... 보기보다 훨씬 성가시구나?
살짝 더 흥미가 생겼어.
널 동요하게 만들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질지 말이야.
M26, 놈과 거리를 유지해.
알았어!
M26-MASS는 재빨리 난간을 넘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윗층을 향한 제압 사격은 계속되었지만...
쉬익!
칼날이 다시 번쩍였고,
브라메드의 모습이 사라졌다.
......
아이 참, 내가 실수하는 날도 다 있네...
틸은 부상을 입은 브라메드를 바닥에 내려놨다.
철수해라, 여긴 내게 맡기고.
철수? 너 혼자서는 여길 못 지킬 텐데?
우리는 시간을 끌으란 명령만 받았다. 그런 일쯤, 나 혼자서 할 수 있어.
하하, 이리도 순진무구하다니... 그레이가 너를 참 곱게도 키웠구나.
틸의 안색이 폭풍우 직전의 하늘처럼 변했다.
하지만 브라메드는 이를 못본 척하며 계속 입을 놀렸다.
그러고 보니, "그때"랑 지금 상황이 꽤 비슷하네에...
.....
그레이는... 이런 적을 혼자서 둘이나 상대한 건가?
맞아, 처음엔 제법 주고받고 하면서 선전했지.
그런데 부상 때문에 갈수록 움직임이 느려졌고...
놈들은 피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그만.
아아 미안, 아직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단 걸 깜빡했네.
......
그래서 방금 뭐랬더라? 철수하자고?
이런 상황에서 시시하게 날 도발하려 하지 마라.
난 철수하겠다. 따라올지 말지 알아서 해라.
그 말대로, 틸은 검을 검집에 꽂고 떠나려 했다.
그런데 브라메드가 틸을 가로막더니, 그녀의 냉철한 얼굴을 응시하다 이를 악물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렇게까지 하긴 싫었는데.
......
보이니?
바로 그날, 바로 그때.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
떨어질 때, 혼자여서 엄청 무서웠겠지?
......
분명 무서웠을 텐데, 계속 너를 위로했지... 여신상의 칼에 꽂힐 때까지...
......못했어... 구하지 못했어... 내가, 쓰레기라서... 따라잡지...
괜찮아, 복수하면 돼. 저기 봐, 지금 원수들이 바로 저기 있잖아...?
원수... 복수를... 죽여버리겠어...
그래, 죽여버려.
네 목숨을 걸고, 녀석들한테도 그레이가 겪었을 고통을 맛보여 주는 거야!
틸은 점점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에 잠겨, 덩굴에 휘감겨 질식해 가듯이.
조용해졌습니다.
퇴각한 걸까?
경계 늦추지 말고 계속 전진한다.
돌연 번뜩인 칼날.
그 찰나의 섬광에 인형 몇 명이 놀라 뒷걸음질쳤다.
......
......
여러 발의 총알이 틸의 잔상을 쫓았지만, 한 발도 맞추지 못했다.
...심상찮군.
아까보다 훨씬 빨라!
임무 목표 조정, 고위 니토 "틸"을 섬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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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르누스 서탑, 외부 플랫폼 구역.
포성이 점차 뜸해지자, 만신창이인 전장과 곳곳에 널브러진 주검들이 들어났다.
나르시스는 두 다리가 절단된 와중에도 여전히 악을 쓰며 부유검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남은 무기는 더는 없었다.
죽여버릴 거야...! 버러지들... 잡아서 다 죽여버릴 거야아아...!
......
드리머는 나르시스의 머리를 가차없이 짓밟으며 잔인하게 미소지었다.
그래? 그런데 지금 버러지꼴인 건 누굴까?
으극...! 죽어! 죽일 거야!! 다 죽여버릴 거야아아!!
작작 짖어대, 귀가 다 아프다!
아악으극——
드리머는 아주 즐기는 표정으로 천천히 발에 힘을 주어 나르시스의 얼굴을 바닥에 파묻었다.
두 다리를 잃고 이젠 시야까지 빼앗긴 나르시스는 두려움에 비명을 내질렀지만, 목구멍에 걸려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그만 놀고 저승으로 보내버리는 게 어떨까 하는데.
그래~ 아직 일이 안 끝났으니 하는 수 없지 뭐.
디스트로이어, 처리해.
어.
디스트로이어가 바들바들 떠는 나르시스를 겨눴다.
시... 싫어...
마지막 순간이지만, 나르시스의 머릿속에 주마등 따윈 없었다.
즐거운 추억도, 소중한 이의 위로도 없고, 오로지 적적한 어둠뿐이었다.
한심한 눈물이 바닥을 적셨다.
싫어... 죽기 싫어어...
그 느낌, 저승 가서도 잘 기억하렴. 그게 바로 쓰레기로 죽는 느낌이란다.
아니야... 난 쓰레기가 아니야...! 난――
두 녀석들 몫이나 먹어.
퍼엉!
저지, 아키텍트와 게이저를 회수했다.
알았다, D팀도 집결했다.
서탑 내에 화력 포인트랄 만한 것이 얼마 남지 않았어서 수고를 덜었습니다.
시시하게 말이야!
......
우리의 임무를 잊지 마라.
저지가 무로메츠 공용 채널을 열었다.
여기는 Fe56. D팀이 서탑의 대외 화력 포인트를 전부 철거했고, C팀은 지금부터 플랫폼 위의 잔당을 청소하겠다.
플랫폼 위 풍향은 남풍, 7시 방향에 붕괴 입자 농도가 가장 높다. 우천으로 은폐에 용이하므로 시뮬레이션 플랜 B에 따라 동탑으로 접근 가능하다.
<color=#00CCFF>서광, 수신. 움직인다.</color>
아베르누스 동탑, 로비.
폭우가 여전히 쏟아지는 가운데, 빗소리와 포성이 뒤섞여 빠른 템포를 이루었다.
B팀, 북문 폭파 성공.
A팀 전진한다, B팀 엄호.
퍼엉!
문이 거칠게 열렸다.
타타타탕!
서광팀은 빠르게 돌입하며 화망을 펼쳤고,
미처 철수하지 못한 니토들은 지푸라기처럼 쓰러졌다.
좌측 클리어.
우측 클리어.
......
M82A1이 말없이 동쪽 계단의 모퉁이를 주시하더니――
타앙!
니토 하나가 힘없이 고꾸라졌다.
매복 없음.
현위치서 경계.
대원들에게 제자리서 대기 지시를 내리고, 엘리아나는 총을 들고 홀로 로비 깊숙이로 들어갔다.
적막해진 로비에는 검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운명에 저항하는 듯한 머리 없는 여신상만 보였다.
지도상 여기가 예배당인 것 같군.
대장, 계속 전진할까?
기다려, B팀이 먼저 진입한다.
라저.
엘리아나가 수신호로 대원들을 불렀고, B팀은 지휘하는 SCR를 선두로 로비에 들어섰다.
클리어. B팀, 2층으로.
M82A1, 엄호.
예.
어두운 복도를 따라, B팀은 신속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A팀과 M82A1은 그 뒤를 바짝 따랐다.
새로운 층에 도달하자, SCR은 상황 확인 지시를 내렸다.
클리어!
클리어~
구역 안전 확인, 계속 전진.
A팀, 따라간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뒤이어 무언가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
엘리아나는 즉각 지시를 내려 대형을 축소하고 주위를 경계했다.
...M60의 신호가 사라졌어.
알아.
상대는 초고속에, 아마도 냉병기를 다루는 암살자.
고위 니토 "틸".
엘리아나는 속으로 판단하며 밀집 대형에서 홀로 나와 어둠에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예상대로, 암살자가 다시 어둠 속에서 습격해 왔다.
M82A1.
Ready.
이미 준비되어 있던 저격탄이 곧장 날아갔고, 암살자는 탄환을 막기 위해 손목을 꺾어야만 했다.
엘리아나도 바로 빈틈을 노려 암살자를 향해 사격을 가했다.
......
하얀 암살자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엘리아나는 뒤쫓지 않고, 손을 들어 모두에게 제자리서 경계하도록 지시했다.
쉬익!
아니나 다를까, 칼날이 다시 한 번 어둠을 가르며 뭉쳐 있는 서광팀에게 닥쳐왔다.
엘리아나의 지휘를 받으며, 서광팀은 이번엔 깔끔하게 산개하며 반격을 퍼부었다.
틸은 검을 휘두르며 총탄을 모조리 튕겨내며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맞받아치기만 해선 불리해져. 반격한다.
응!
적이 하나가 아닙니다.
......
대장, M249가 안 보여...
어느새?! 분명 방금까지...
침착해라.
위치 확인.
신호 오프라인입니다.
......
브라메드다.
전원, 3분마다 상황 확인하며 전진한다.
여전히 냉철한 엘리아나의 지시를 따라, 서광팀은 로비 더 깊숙이로 나아갔다.
어머나... 이번엔 상대가 만만찮네.
내 공격이 먹히질 않는다니.
......
틸은 조용히 몸에 묻은 피를 닦았다.
그럼 더 쓸모 있는 데로 가시지.
성내지 말구우, 다른 수도 시도해 봐야지?
쉿, 온다.
틸의 뒷모습이 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브라메드는 잠깐 멍하니 있다 나른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아베르누스 동탑, 4층.
클리어!
클리어!
적 없음!
깔끔하게 배치를 마치고, 엘리아나는 M82A1의 엄호를 받으며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나선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는 불길하게 물결쳤다.
하지만 위아래 두 층 전부 적의 낌새도 나지 않아, 엘리아나는 잠시 총구를 내렸다.
클리어.
......히힛.
그때, 기이한 비웃음에 엘리아나가 다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
대장? 왜 그래?
......
엘리아나는 침착하게 통신 대신 수신호로 대원들에게 경계 태세 지시를 내렸다.
아아... 넌 저들과 다르구나.
......
숨기는 게 잔뜩이야... 어머, 그것도 다 슬픈 이야기뿐이네...
......
널 보니 시가 하나 생각나는걸...
"기원전의 우린 너무 어렸고,"
"기원후엔 너무 늙었네."
엘리아나가 고개를 홱 돌린 뒤에,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백발의 여인이 있었다.
브리핑에서 본 "브라메드"의 정보와 일치했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
"참으로 아름다웠던 그 미소를."
브라메드... 언제 나를 레벨 2 플랫폼으로 끌고 온 거지?
눈치챘어?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넌 이제부터 계속 여기 있을 텐데.
그러는 너는?
그야 당연히 네 곁에 있어 줄게, 혼자 있으면 얼마나 외롭겠니?
흠, 예상보다 해킹이 빠르군.
어라, 전혀 안 당황하는 눈치다?
10초.
응?
3——
2——
1——
타타타탕!
브라메드가 몸을 숨긴 곳으로 맹렬한 총알 세례가 쏟아져, 그녀는 황급히 다른 엄폐물로 피했다.
동시에 엘리아나도 다시 눈을 뜨고 브라메드를 향해 제압 사격을 가했다.
너어... 보기보다 훨씬 성가시구나?
살짝 더 흥미가 생겼어.
널 동요하게 만들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질지 말이야.
M26, 놈과 거리를 유지해.
알았어!
M26-MASS는 재빨리 난간을 넘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윗층을 향한 제압 사격은 계속되었지만...
쉬익!
칼날이 다시 번쩍였고,
브라메드의 모습이 사라졌다.
......
아이 참, 내가 실수하는 날도 다 있네...
틸은 부상을 입은 브라메드를 바닥에 내려놨다.
철수해라, 여긴 내게 맡기고.
철수? 너 혼자서는 여길 못 지킬 텐데?
우리는 시간을 끌으란 명령만 받았다. 그런 일쯤, 나 혼자서 할 수 있어.
하하, 이리도 순진무구하다니... 그레이가 너를 참 곱게도 키웠구나.
틸의 안색이 폭풍우 직전의 하늘처럼 변했다.
하지만 브라메드는 이를 못본 척하며 계속 입을 놀렸다.
그러고 보니, "그때"랑 지금 상황이 꽤 비슷하네에...
.....
그레이는... 이런 적을 혼자서 둘이나 상대한 건가?
맞아, 처음엔 제법 주고받고 하면서 선전했지.
그런데 부상 때문에 갈수록 움직임이 느려졌고...
놈들은 피냄새를 맡은 하이에나처럼――
그만.
아아 미안, 아직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단 걸 깜빡했네.
......
그래서 방금 뭐랬더라? 철수하자고?
이런 상황에서 시시하게 날 도발하려 하지 마라.
난 철수하겠다. 따라올지 말지 알아서 해라.
그 말대로, 틸은 검을 검집에 꽂고 떠나려 했다.
그런데 브라메드가 틸을 가로막더니, 그녀의 냉철한 얼굴을 응시하다 이를 악물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렇게까지 하긴 싫었는데.
......
보이니?
바로 그날, 바로 그때.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
떨어질 때, 혼자여서 엄청 무서웠겠지?
......
분명 무서웠을 텐데, 계속 너를 위로했지... 여신상의 칼에 꽂힐 때까지...
......못했어... 구하지 못했어... 내가, 쓰레기라서... 따라잡지...
괜찮아, 복수하면 돼. 저기 봐, 지금 원수들이 바로 저기 있잖아...?
원수... 복수를... 죽여버리겠어...
그래, 죽여버려.
네 목숨을 걸고, 녀석들한테도 그레이가 겪었을 고통을 맛보여 주는 거야!
틸은 점점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물에 잠겨, 덩굴에 휘감겨 질식해 가듯이.
조용해졌습니다.
퇴각한 걸까?
경계 늦추지 말고 계속 전진한다.
돌연 번뜩인 칼날.
그 찰나의 섬광에 인형 몇 명이 놀라 뒷걸음질쳤다.
......
......
여러 발의 총알이 틸의 잔상을 쫓았지만, 한 발도 맞추지 못했다.
...심상찮군.
아까보다 훨씬 빨라!
임무 목표 조정, 고위 니토 "틸"을 섬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