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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 만성쇼크

F7 인간의 아들

어서 오렴, 사나.

-58-3-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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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슐리

"지옥의 문지기", 가동합니다.

아베르누스 동탑, 로비.

동탑의 정문을 열고 들어온 틸이 천천히 여신상에 다가갔다.

몰리도

...나르시스랑 네메아란 빼면 다 모였네.

시작하자.

곧이어 의식이 시작되었고, 잔잔한 기도 소리가 은은히 메아리쳤다.

몰리도

나를 거쳐 번뇌의 성으로,

나를 거쳐 극락의 탑으로,

나를 거쳐 버림받은 자들 사이로 갈지어니.

정의로 창조주는 움직이시어,

전능하신 힘과 지고하신 지혜,

원초의 사랑으로 우리를 만드셨도다.

몰리도

나 이전에 태어난 것 없었으며,

나 영원히 존재하리.

검은 니토

여기에 들어서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하얀 니토

여기에 들어서는 자, 모든 의구심을 버려라,

흑/백 니토

여기에 들어서는 자, 모든 두려움을——

쿠웅——!

쿠웅——!

쿠웅——!

머리 위에서 굉음이 들렸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소리.

니토들은 무심코 입을 다물었다.

몰리도

왜 멈춰?

계속해.

검은 니토

아... 네...

검은 니토

여기에 들어서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하얀 니토

여기에 들어서는 자, 모든 의구심을 버려라,

......

서탑 19층의 생산 라인.

에너지 공급이 끊어지자, 아직 샘플 상자 안에 누워 개조받기를 기다리던 소녀들이 불안함에 하나둘씩 몸을 일으켰다.

우는 목소리

뭐지...? 어두워졌어...

떨리는 목소리

추워... 온몸이 아파...

기쁜 목소리

아, 이 파이프 아직 따뜻해... 저리 가, 이건 내 거야!

함께 만들어져 똑같은 얼굴인 소녀들이 아직 온기가 남은 에너지 공급선에 달려들어, 식어 가는 온기를 게걸스럽게 탐했다.

분노한 목소리

내 거라고! 나 혼자 쓰기에도 부족해! 너흰 그냥 죽어!

다른 이들보다 건강해 보이는 검은 옷의 소녀가 달려들어, 손으로 "동지"의 심장을 꿰뚫었다.

슬픈 목소리

싫어... 누가 나 좀 구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날렵한 소녀가 달려들어, 손톱으로 두려움에 떠는 소녀의 목을 베었다.

식어 가는 에너지 연결구 앞에 검은 옷의 소녀들의 시체가 겹겹이 쌓이고, 바닥이 피로 흥건해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돌려진 더 많은 에너지가 35층으로 흘렀다.

동탑 로비.

하늘에서 내리는 빛이 여신상을 거룩하게 비췄다.

몰리도

신전은 마굴로 변하고, 천칭은 죄악으로 물들어 피를 채우는 제단이 되었도다.

브라메드

복수의 여신은 보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갈라, 자신의 심장을 두드리며 날카롭게 외치노라.

......

서탑, 31층 생산 라인.

빛은 희미해졌다.

멍한 여자아이

언니... 제가 선택받았나요...?

검은 니토

...눈 뜨지 마.

멍한 여자아이

이게 아버님의 뜻이라면――

검은 니토

질문하지 마.

멍한 여자아이

어... 발에 뭔가 채였어요... 부드러운 게...

검은 니토

...봉제인형이야.

말하지 마.

샘플 분해 캡슐 안에는 10개는 족히 넘는 "봉제인형"들이 구석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시 빛이 드리울 리 없는 어둠을 뒤로하고, 분해 캡슐의 에너지 파이프는 변경된 루트를 따라 초록색 빛을 한 점씩 35층으로 보냈다.

동탑 로비.

기도 소리가 점차 웅장해져 가는 만큼,

천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굉음도 갈수록 소름끼쳐 갔다.

콰앙!

굉음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기도 소리도 계속되니, 마치 무간지옥 속에서 천사들이 예배를 올리는 듯한 기괴한 광경이었다.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 올바른 길을 잃으니,

천국에서 지옥으로 이끌려 내려간다.

그대 태어났을 때 나는 아직 세상을 떠나지 않았으나,

그대 받은 고통 나의 기억에서 지워졌나니.

......

서탑 2층, 재료 선별 센터.

40명이 넘는 소녀들이 눈을 감은 채 무엇인지도 모를 액체가 담긴 수조 안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입수구로부터는 미량의 붕괴 입자가 섞여 나와 수조 안에 퍼져, 소녀들의 체내로 스며들었다.

이따금씩 괴로워하는 신음을 냈지만, 소녀들은 참았다. 선별을 통과하지 못하면 기다리는 것은 플랫폼 아래서 입을 벌린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행이니까.

그런데, 갑자기 에너지 공급이 끊겼다.

소녀들은 놀라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렸다.

소녀

무슨 일이지?

이에 대답하듯 입수구에서 눈에 보일 정도의 붕괴 입자가 쏟아졌고, 수조는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푸른 눈의 소녀

이, 이쪽으로! 내 손을 잡아!

소녀

꺄아아아아악!!!

소녀들은 아비규환에 빠져 수조 끝으로 몰려들었다.

몸싸움에서 밀려나 깊숙이 빠져버린 이들은 금세 축 늘어져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농도의 붕괴 입자가 소녀들의 피부를 빠르게 규소화시켰고, 점점 더 많은 소녀들이 생기를 잃고 펄펄 끓는 수면에 둥둥 떠올랐다.

가까스로 빠져나와 목숨을 부지한 소녀들은 "동지"들을 신경쓸 겨를도 없이 마구 문을 두들기며 애원했다.

푸른 눈의 소녀

살려 주세요! 문을 열어 주세요!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붕괴 입자를 가득 머금은 수증기가 선별실을 가득 채우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푸른 눈동자의 소녀는 자신의 코와 입을 움켜쥔 채, 몸에 힘이 빠지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문을 붙잡고 늘어지다 서서히 미끄러졌다.

잠시 후 수조가 뒤집혀, 끓는 물과 실내의 모두를 배수구로 뱉어냈다.

그리고 배수구가 철컥 열려, 그들을 더 아래층의 제련 센터로 떨어뜨렸다.

제련 센터의 기계들은 "재료"를 자동 선별 및 제련해 추출한 에너지를 파이프를 통해 35층으로 보냈다.

......

35층, 기밀 시험실.

탑 전체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주입돼, 이곳의 모든 기구가 파열했다.

유리 수조는 이미 산산조각나 바닥에 흩어졌고, 온몸이 흠뻑 젖은 하얀 머리의 소녀만이 홀로 눈을 감은 채 어둠 속에 서 있었다.

??

............

소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축축한 유리조각을 즈려밟으며 어둠 속으로 더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소녀가 36층을 지날 때, 모든 실험 샘플들은 쪼그라든 채였다.

소녀가 37층을 지날 때, 하얀 니토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소녀가 38층을 지날 때, 고밀도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희소 재료들이 전부 바닥을 드러낸 채였다.

......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네메아란의 앞에 도달했다.

??

네메아란, 왜 나를 벌써 깨웠어?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텐데...

엄마가 나를 불렀어?

네메아란

...아베르누스가 널 필요로 해서란다.

어서 돌아오려무나, 사나.

사나

......

동탑 로비.

몰리도

우리는 함께하리라. 천국도 지옥도 아닌 곳에서, 저주도 축복도 받지 아니하매. 나는 죽지도 아니하고, 살아있지도 아니하다.

거룩한 햇빛 아래의 여신상에게 니토들은 모두 경건히 머리를 조아렸다.

형용키 어려운 위압감이 모든 니토들의 컨셔스 파노라마에서 솟아올랐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발소리가, 이 자리의 모두의 귀를 매 걸음마다 밟는 듯했다.

몰리도

사랑이 우리를 함께 살게 하시어,

사랑이 우리를 함께 죽게 하리라.

발소리가 멈췄다.

니토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 "이끌리는" 느낌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네메아란과, 난생 처음 보는 자매.

이 무시무시한 위압감의 근원은 바로 저 낯선 소녀였다.

몰리도

오늘 기도에 늦었군요.

네메아란.

네메아란은 주위를 한 바퀴 훑어보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메아란

이 자매가 바로 "지옥의 문지기"다.

모두,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사나 아가씨"라 부르거라.

그 자리의 니토들은 모두 의아해 했다.

여태까지 본 적 없었던 모습, 여태까지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