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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 만성쇼크

F10 하양 위의 하양

벌침은 찔리기 전까지만 무서운 거지.

-58-3-F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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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한 바람이 울부짖으며 지나는, 높다란 위치의 구름다리.

브라메드는 난간을 팔꿈치로 짚고 엎드려 탑 아래를 구경했다.

뒤에서 발소리가 났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몰리도

왠일이야, 네가 사나에 대해 조사를 안 하다니. 미들네임 바꿨니?

브라메드

보아하니 넌 그녀에 관해서 잘 아는가 보구나.

그 강력한 자매님은 어느 황새가 언제 물어오셨대?

몰리도

서탑의 모든 에너지를 35층에 집중시켰을 때.

몰리도가 가리킨 서탑은 동력이 바닥났어도 다른 층들은 아직 불이 들어온 가운데 유독 35층만 깜깜했다.

브라메드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어.

몰리도

"지옥의 문지기"의 존재는 아무나 알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브라메드는 눈을 가늘게 뜨다 금세 다시 미소를 지었다.

브라메드

그레이가 꽤 많이도 알려 줬나 봐?

그럼, 약점은 있어? 물리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다 좋으니까.

몰리도

그건 요금이 별도로 들어가는데.

브라메드

...전자전에서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돼.

그런데, 그 아가씨가 그냥 가만히 서 있는데도, 난 공격을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나질 않았어.

언제 아버님께 저런 따님이 생겼을까... 그거랑 비교하면 우리가 서탑 안의 불량품하고 무슨 차이가 있나 싶어.

몰리도

그녀는 아버님의 딸이 아니야.

브라메드

응?

몰리도

그녀는 이곳의 "근원"이지.

브라메드

무슨 뜻이야?

몰리도가 동탑 70층을 가리켰다.

몰리도

저 층이 뭐하는 곳인지 알아?

브라메드

70층... 총괄 센터였던가?

몰리도가 웃으며 브라메드의 미간을 쿡 눌렀다.

몰리도

우리의 여기야.

브라메드

...그거랑 그 사나 아가씨랑 무슨 관계인데?

몰리도

꿀벌에 비유하자면...

우리와 그녀는 일벌과 여왕벌의 관계야.

브라메드

......

브라메드는 난간에 비스듬히 기대며 무심하게 웃었다.

브라메드

하하하, 그럼 우린 앞으로 열심히 일해서 여왕님 드릴 먹이 구해와야겠네?

몰리도

우리가 먹이가 될지도 모를 일이지.

브라메드

응, 물론 그럴 수도 있지이...

브라메드

그런데 말이야 몰리도, 우리의 입장을 생각하자고. 나는 벌한테 쏘여서 얼굴 팅팅 붓기 싫거든?

몰리도

"벌침"은 언제나 찔리기 전에만 무서운 법이지.

브라메드

하, 넌 안 무섭다 이거야?

교활하게 웃는 몰리도에게, 브라메드는 살짝 눈알을 굴렸다.

몰리도

아버님에겐 단순히 말을 잘 듣는 것보다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

그런데 마침, 내 손엔 아주 귀하고 반짝이는 금가루가 있네?

브라메드

칫... "그녀"를 봤다고 아주 잘났어 진짜.

몰리도

쉬잇...

몰리도

날 도와준다면 아주 살짝, 손가락에 틈을 벌려 줄 수도 있어.

브라메드

웃기지 마, 그게 있는 이상 네가 설령 남극에 있더라도 아버님이 부르는 순간 즉시 달려와야 해.

몰리도

그게 무섭구나?

브라메드가 몸을 돌려 몰리도를 마주봤다.

브라메드

우리도 언젠가는 그곳에 가게 되겠지.

하지만 난 내 차례가 최대한 늦게 오기를 바라. 1분 1초라도 더 늦출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어.

몰리도

그럼, 만약 여기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브라메드

......

몰리도가 동탑 높은 곳을 힐끗 보더니, 브라메드의 손바닥에 누군가의 이름을 적었다.

브라메드

이건... 좀... 흥미로운걸.

몰리도

옛정을 그리워 않는 사람이 어딨겠어?

시간 얼마 안 남았으니 빨리 베팅해.

브라메드

그러니까 네 말은, 저 위의 강아지가...

몰리도는 싱긋 웃었다.

몰리도

어떡해야 하는지 안 것 같네.

아베르누스, 어딘지 모를 곳.

M4 SOPMOD II

저리 꺼져어어어!!

한 손으론 진작에 탄약이 바닥난 총을 단단히 쥐고 허공에 마구 휘두르며,

다른 손으론 빛으로 통하는 길을 찾으려고 주위를 계속 더듬으며,

SOP2는 하염없이 울부짖었다.

M4 SOPMOD II

다 꺼지라고오오!! 손 대기만 해봐, 내가 다 갈가리 찢어버릴 거야아아!!

감시 모니터 앞에서 키득대며, 브라메드는 눈뜬장님처럼 혼란스러워하는 SOP2를 감상했다.

브라메드

아이구, 불쌍하기도 하지...

솔직히, 스스로한테도 인정사정 없어서 조금 의외인 거 있지?

내 공격을 막으려고 네트워크 연결 포트에 감각까지 완전히 차단해버렸더라구.

하얀 니토

브라메드 언니, 이제 저놈을 처리합니까?

브라메드

글쎄에, 어떡할까아...

브라메드는 화면 속의 SOP2를 바라보며 짐짓 고민하는 척했다.

그리도 좋은 수가 떠올랐다는 듯 뒤돌아, 하얀 니토에게 미소를 지었다.

브라메드

아~니, 됐어. 저 불쌍한 멍멍이는 좀 더 길을 잃고 헤매게 놔두렴.

지금 쟤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아무것도 안 들려. 영원히 홀로 어둠 속에서 벌벌 떨 수밖에 없어.

하얀 니토

그 말씀은... 이 구역의 차단을 해제하는 겁니까?

브라메드가 화면에 가까이 다가가, 잔뜩 웅크린 SOP2를 쓰다듬었다.

브라메드

멍멍아, 너랑은 좀 더 오~래 놀아 주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벌써 헤어질 시간이 됐지 뭐니.

그러니 빨리 꽁무니 말고 네 친구나 찾으러 가렴, 어쩌면 늦지 않게 작별 인사할 시간이 있을지도 모른단다~

브라메드는 비웃음을 남기며 감시실 밖으로 사라졌다.

......

M4 SOPMOD II

......

RO는... 안젤리아 찾았을까...

넘어졌다 일어선 SOP2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느껴지지 않았다.

M4 SOPMOD II

M4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AR-15는... 지휘관 주위를 빙빙 돌고 있으려나...

............

모두랑... 얘기하고 싶은데...

그럼에도 오한이 들었다.

브라메드가 만들어낸 환각이 무서웠다. 비록 이성이 그게 전부 거짓임을 말해 줬지만, 너무나도 생생한 느낌이어서 무서워 참을 수가 없었다.

M4 SOPMOD II

......무서워...

그럼에도 SOP2는 두 발을 움직여, 어딘지도 모를 방향으로 나아갔다.

M4 SOPMOD II

나... 지금 아무것도 안 보이고, 내가 말하는 것도 안 들려...

그래도... 꼭 찾아낼 거야... 꼭 찾아서, 함께 안젤리아를 구해낼 거야...

그러자고 약속했잖아, RO...

통각까지 차단했음에도 SOP2는 여전히 몸이 무겁고 삐그덕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감각이 없어도 걸음을 내딛는 그 자체가 고문이었다.

M4 SOPMOD II

그러니까... 빨리 가야지...

안젤리아랑... AR-15랑... RO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마치 자신이 아닌 것만 같은 소체를 질질 끌며, SOP2는 힘겹게 어둠 속을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