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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 · 만성쇼크

F14 기사, 사신과 악마

평지에 빙산

-58-3-F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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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르누스 동탑, 나선 계단.

엘리아나와 서광팀은 현재 잠시 제자리서 대기 중이었다.

천둥을 동반한 빗줄기가 이 지대를 세차게 헹궜다.

창문을 두들기는 소리도 마치 귀신의 난동 같았다.

엘리아나

...민들레? Fe56? 응답해라.

무로메츠 회의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엘리아나

머큐리, 지원 바란다. 다른 팀들과 통신이 닿질 않는다.

머큐리마저 먹통이었다, 통신 채널 전체가 기이한 침묵에 빠져 노이즈조차 들리지 않았다.

SCR

대장, 그냥 밑으로 내려갈까?

Fe56이 아래에서 소탕하면서 올라오고 있잖아, 내려가면 금방 합류하게 될 거야.

엘리아나

아니, 연락이 두절됐을 땐 제자리서 대기하는 게 상책이야.

이 층에 뭐가 있는지 조사해 보자.

어쩌면 우리가 제대로 찾아왔을 수도 있어.

SCR

알았어.

질서정연한 발소리가 계단에서 메아리치니, 어느 정도 안심이 되는 듯했다.

??

선생님.

엘리아나

......

그런데 그때, 발소리에 묻혀도 이상하지 않을 아주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 엘리아나가 신경을 곤두세웠다.

정보에 없는 마인드맵 공격 능력자인 걸까?

??

선생님.

엘리아나

......

빠르게 마인드맵을 검사했지만, 해킹 정황은 없었다.

엘리아나

잠깐 정지. 너희 지금 뭔가 감지한 것 없어?

SCR

엥, 무슨 일인데?

컨텐더

없어...

M82A1

저도 이상 없습니다.

엘리아나

......

??

선생님.

엘리아나

...이게 안 들려?

고개를 돌리자, 곁의 대원들이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

오직 칠흑 같은 통로뿐이었다.

엘리아나

......

소리는 저 통로 끝에서 들려왔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물의 소리였다.

엘리아나

비내리는 소리인가?

??

선생님, 나 여기 있어.

시야 끝에서 하얀 점이 나타났다.

엘리아나는 천천히 다가가 보았다.

하얀 점은 점점 커져...

그것은... 얼음.

아니, 빙산이었다.

풍덩!

엘리아나는 차가운 호숫물에 감싸여 시야도 흐릿해졌다.

온갖 의식이 뒤섞인, 차가운 호수.

물 그 자체가 물고기 떼처럼 그들의 모습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하지만 틈새 사이로 새어나오는 그들의 빛을 가릴 수는 없었다.

시야가 흐려졌어도, 엘리아나는 목소리의 주인이 보였다.

안나

선생님...이야?

여기, 아무것도 안 보여...

엘리아나

<color=#A9A9A9>이 소녀...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야.</color>

엘리아나

...안나 빅토르브나 최?

짐작 가는 이름을 조심스레 꺼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의심스러웠다. 안젤리아가 이렇게 어릴 리가 없는데.

이건 대체 누구지?

안나

...너, 선생님이 아니네.

엘리아나

......

"죽음의 바다" 인근, 엘모 호.

AR15

<color=#00CCFF>여기는 민들레, 방금 몰리도와 교전하다 상대가 도주했어.</color>

<color=#00CCFF>댄들라이는 불가항력적인 영향을 받아서 아베르누스의 지휘 중추로 가겠다고 고집 부리고 있고.</color>

<color=#00CCFF>서광, Fe56, 응답 좀 해 봐.</color>

저지

<color=#00CCFF>여기는 Fe56. 현재 동탑 아래서부터 청소하며 등반 중이다.</color>

AR15

<color=#00CCFF>서광은? 서광, 응답해.</color>

SCR

<color=#00CCFF>...서광 수신.</color>

AR15

<color=#00CCFF>SCR? 엘리아나는 어쩌고 네가 나와?</color>

SCR

<color=#00CCFF>대장의 신호가 갑자기 사라져서, 지금 찾는 중이야...</color>

AR15

<color=#00CCFF>......</color>

SCR

<color=#00CCFF>찾기 전까진 내가 서광팀을 맡을게.</color>

AR15

<color=#00CCFF>알았어.</color>

AR18

엘리아나와 댄들라이는... 어쩌면 같은 것에 영향받는 걸지도 모르겠다.

엘마

응, 서광팀의 위치에서 이상한 에너지의 흐름을 발견했어.

위치 몇 군데 보내 줄게... 됐다.

가서 뭔지 확인해 봐.

SCR

<color=#00CCFF>지휘관, 여기는 서광팀.</color>

<color=#00CCFF>머큐리에게 전달받은 지점들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color>

SCR이 가리킨 방향을 향한 카메라가 이상한 장치를 화면에 비췄다.

아래의 네모난 장치는 특이할 것 없었지만, 그 위에 안치된 은은하게 빛을 발하며 여러 갈래로 뻗은 나뭇가지 형상의 구조물이 두드러졌다.

SCR

<color=#00CCFF>전파 교란이 심각한 곳마다 이 장치가 있었어요.</color>

<color=#00CCFF>교란이 더 심해지는 게 이 장치와 관계가 있는지 분석 중이에요.</color>

AR15

<color=#00CCFF>이 장치, 이쪽에도 있어.</color>

<color=#00CCFF>댄들라이는 이걸 해킹하려다 영향을 받은 것 같아.</color>

AR18

그렇다면... 민들레팀, 댄들라이를 지휘 중추까지 호위하도록. 서광팀은 현 임무 속행.

SCR

<color=#00CCFF>수신.</color>

아베르누스 동탑, 패러데우스의 지휘 중추.

문을 부수는 굉음에 뒤이어 AR-15와 HK416이 지휘실에 돌입했다.

HK416

진입!

AR15

따라가!

타타탕!

총알 세례에 마지막 추격병들까지 쓰러졌고, 민들레팀은 지휘 센터에 무사 진입했다.

AR15

다들 부상 없지?

HK416

물론.

UMP45

평소대로지.

G11

안 다쳤어...

댄들라이

AR-15.

AR15

댄들라이?

어느샌가 댄들라이는 정신이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이상한 장치 앞에 서서, AR-15에게 가리켰다.

댄들라이

이 안에 의식의 파동이 느껴져.

HK416

그럼 이게 패러데우스의 마인드맵 서버 같은 거야?

UMP45

아니, 그리 간단한 게 아니야... 이걸 저장 매체로 보기엔 니토 10명의 의식도 못 담을걸.

댄들라이

이건 매개체에 불과해.

더 많은 것에 연결되어 있어.

컨셔스 파노라마에 나타난 무수한 실들이, 한 방향으로 뻗어나가서... 바닥이 안 보이는 호수처럼...

동시에 얼어붙은 빙산 같기도...

HK416

또 저러네...

댄들라이

아까, 나는 그 호수의 바닥에 가보려 했어.

AR15

......

하지만 들어가는 걸 허락받지 못했다고?

댄들라이

응, 상대가 내 방문을 거절했어.

그리고, 호수의 수면에서 엘리아나를 봤어. 그녀는 호수의 바닥으로 들어갔어.

댄들라이

다시 들어가서 그들을 도울게. 우리에게도 소중한 기회야.

AR15

그럼 갔다 와, 여긴 우리가 지킬 테니까.

때마침 감시 카메라의 화면을 통해 지휘실을 향해 패러데우스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AR15

UMP45는 댄들라이한테서 눈 떼지 말고, 나랑 HK416이 길목을 틀어막을 테니 G11은 뒤에서 원거리 지원.

댄들라이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수비한다.

UMP45

흐음... 이거라면 수비만이 아니라 공격도 할 수 있겠는걸?

UMP45가 패러데우스의 지휘 센터 설비를 해킹해,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지휘 신호를 끊어버렸다.

UMP45

쟤네도 한 번쯤 아무 신호도 없이 헤매는 기분을 느껴봐야지.

같은 시각, 벌침 제어 센터.

사나가 눈을 떴다.

사나

네메아란, 적이 왔어.

네메아란

...그래.

사나

교수는 지금 어디 있어?

네메아란

마지막 수술을 준비 중이란다.

사나

...알았어.

함께 싸우는 건 오랜만이네.

네메아란

그래.

사나는 마른 꽃 한 송이를 손으로 감쌌다.

사나

이 꽃, 이름이 뭐야?

네메아란

음?

사나

이 꽃의 이름.

네메아란

마르가리타.

사나

...예쁜 이름이네.

네메아란

모스크바의 여자애들도 아주 좋아하는 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