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0 해질녘
RO! SOP2!
아베르누스, 안젤리아의 방 바깥.
안젤리아 씨!
RO635가 허둥대며 달리다, 돌연 나타난 잠에서 덜 깬 듯한 모습과 부딪혔다.
RO...!
SOP2! 너...?!
바로 움직이는 게 기적일 정도로 소체가 걸레짝인 SOP2였다.
헤헤... RO 찾았~다...
SOP2...
미안해, 미안해... 내가 구하러 가겠다 했는데...
에헤헤... 나도 그년한테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모르겠어...
그냥, 정신 차리고 보니까 밖에 앉아 있고, AR-15가 통신으로 막 버럭버럭대더라구...
AR-15가? 뭐래? 난 안젤리아 씨와 연락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AR-15한테 신경을 못 썼어.
폭격기가 곧 여길 불바다로 만들 거니까, 너 찾아서 빨랑 빠져나오래.
응, 그럼 얼른 안젤리아 씨도――
...RO.
SOP2가 자신을 내려놓으려는 RO635를 말렸다.
안젤리아는... 갔어...
......
그럴 리 없어, 십몇 분 전만 해도 나랑――
AR-15가... 철완의 신호가 사라졌대...
......
RO635는 SOP2를 살며시 바닥에 내려놨다.
...직접 확인하고 올게.
RO...
RO635가 다급하게 안젤리아의 방으로 달려가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비좁은 방에는 은색 장치 하나만이 바닥에 조용히 넘어져 있을 뿐이었다.
침묵이 엄습했다.
안젤리아 씨...
RO... 나 졸려... 좀 잘게...
뭣, SOP2?!
바닥에 앉아 있던 SOP2는 졸린 눈으로 씨익 웃더니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RO635는 다시 헐레벌떡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안젤리아의 방을 한 번 더 뒤돌아 보았다.
그녀의 뜨거운 시선에 대답해 주는 건 바닥의 차가운 "철완"뿐이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RO635는 SOP2를 어깨에 붙이고 밖으로 향했다.
아베르누스 동탑, 옥상 부근.
여기는 서광팀... 유적 시뮬레이션 구역에서, 엘리아나의 소체를 발견...
...마인드맵이 융해됐지만 소체는 괜찮아. 회수할게.
그럼, 이제 네가 작전 총지휘다.
응... 엘리아나의 임무를 마저 완수할게.
전원, 아베르누스에서 철수한다.
Fe56은 민들레를 보호하며 먼저 철수하고, 서광은 모두의 철수를 확인한 다음에 이탈할게.
잠깐 기다려, RO와 SOP2랑 아직 연락이 안 돼.
그 둘도 철수 지시는 받은 걸로 확인돼.
내가 그들과 합류하겠어.
기각이야. 너는 민들레팀과 함께 댄들라이를 호위해야 해.
......
알았지? 작전팀 전원, 즉시 아베르누스에서 철수한다.
통신 종료.
AR-15는 고개를 내밀어, 위를 올려다봤다. 저 끝없이 위로 휘감겨 오르는 복도가 순간 저승길처럼 보여, 그녀는 인상을 팍 쓰며 발을 동동 굴렀다.
통신 받아 SOP2... 아까까지만 해도 연결됐잖아! 왜 또 대답이 없어?!
됐으니까 꾸물대지 말고 빨리 철수하자고!
지시는 받았대잖아? 네 가족을 믿어, 언제 어느 때든 네 앞으로 반드시 달려올 거야.
......
아 시간 없다고! 빨리 움직여!
HK416은 UMP45를 떠밀어 앞장세우고, 움직이려 하지 않는 AR-15와 축 늘어진 G11을 질질 끌며 아베르누스 탑 바깥으로 향했다.
죽음의 바다 인근, 엘모 호.
엘마와 SCR의 중계로, 전술 지도에 무로메츠 작전팀 각 소대의 이동 궤적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지휘관이 주시하는 모든 반점들은 커다란 아베르누스에 대비되어 더더욱 작아 보였다.
지휘관, 민들레팀이 아베르누스에서 이탈해 안전지대에 도달했습니다. 20분 후 엘모 호로 복귀 예상됩니다.
Fe56팀은 5분 후 아베르누스에서 철수 예정입니다.
그래... 위험하니 더 서두르라 해.
지휘관은 초조한 눈으로 카운트다운을 힐끗 바라봤다. 폭격이 시작되기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예.
다만 AR-15가 안전지대에 남아 RO635, SOP2와 합류한 후 엘모 호로 복귀하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
RO한테서 연락은?
SCR이 그녀도 철수 지시를 받은 것은 확인했습니다.
......
지휘관은 다시 전술 지도로 눈을 돌렸다. 이 지도에서 반짝이며 움직이는 반점들, 그리고 빛을 잃고 탑 안에 머물러 있는 반점들도 여럿이었다.
죽음의 바다의 끝자락.
AR-15가 고집을 부린 끝에 기어코 멈춰 서서 아베르누스 쪽을 바라봤다. Fe56과 서광은 이미 모두 철수했고, 남은 것은...
머리 위로 지나는 우렁찬 엔진음. "루슬란 2세"였다.
안 돼...
AR-15가 절망감에 중얼거려도 시간은 질퍽하게 굳는 느낌만 들 뿐, 천천히 계속 흘렀다.
이윽고 루슬란 2세는 파멸의 씨앗을 투하했고, 저곳에 영원히 우뚝 서 있을 것만 같았던 아베르누스에 떨어졌다.
콰아아앙!!
분화하는 화산처럼 피어난 파멸의 꽃은 아베르누스를 천천히 침몰시켰다.
지옥의 종말 같은 광경을 향해, AR-15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질렀다. 하지만 자신의 소리도,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행여 그녀가 저 파멸의 무도회로 몸을 던지려 들진 않을까, UMP45는 급히 그녀를 붙잡아 바닥에 눌렀다.
......
SOP2!! RO!!
진정하라고 좀!
파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불길은 화산재처럼 높이 피어올라, 아베르누스의 몸뚱이를 모조리 집어삼켰다.
저 마지막 희망까지 불타 버리는 광경이, AR-15의 눈에 그대로 비쳤다.
...15――!
RO?! SOP2!!
그런데 불길에 무너지는 아베르누스를 배경으로, 두 익숙한 얼굴이 AR-15의 시야에 나타났다.
하하... 안 늦었지?
RO! SOP2!
SOP2는 자동 휴면 모드야, 소체가 꼴이 말이 아니어서...
그래도 마인드맵은 문제 없어.
응...
......
AR-15와 함께, RO635는 SOP2를 엘모 호로 복귀하는 지프차에 태웠다.
뒤로 활활 타오르는 아베르누스의 잔해를 바라보는 그녀는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
안젤리아는 갔어.
응... 결국... 구하지 못했어.
그래도 최선은 다했잖아.
......
가자, 돌아가야지.
지프차가 "죽음의 바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해, 타오르는 아베르누스의 모습은 백미러에서 점점 작아졌다.
구사일생한 일행은 따뜻한 지프차 안에 서로 몸을 기댄 채,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RO635는 계속, 끝까지 백미러를 응시했다. 그리고 아베르누스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 순간, 마침내 눈물이 메마른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만성쇼크 END】
【만성쇼크 END】
전체 대사 보기 (88줄)
아베르누스, 안젤리아의 방 바깥.
안젤리아 씨!
RO635가 허둥대며 달리다, 돌연 나타난 잠에서 덜 깬 듯한 모습과 부딪혔다.
RO...!
SOP2! 너...?!
바로 움직이는 게 기적일 정도로 소체가 걸레짝인 SOP2였다.
헤헤... RO 찾았~다...
SOP2...
미안해, 미안해... 내가 구하러 가겠다 했는데...
에헤헤... 나도 그년한테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모르겠어...
그냥, 정신 차리고 보니까 밖에 앉아 있고, AR-15가 통신으로 막 버럭버럭대더라구...
AR-15가? 뭐래? 난 안젤리아 씨와 연락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AR-15한테 신경을 못 썼어.
폭격기가 곧 여길 불바다로 만들 거니까, 너 찾아서 빨랑 빠져나오래.
응, 그럼 얼른 안젤리아 씨도――
...RO.
SOP2가 자신을 내려놓으려는 RO635를 말렸다.
안젤리아는... 갔어...
......
그럴 리 없어, 십몇 분 전만 해도 나랑――
AR-15가... 철완의 신호가 사라졌대...
......
RO635는 SOP2를 살며시 바닥에 내려놨다.
...직접 확인하고 올게.
RO...
RO635가 다급하게 안젤리아의 방으로 달려가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비좁은 방에는 은색 장치 하나만이 바닥에 조용히 넘어져 있을 뿐이었다.
침묵이 엄습했다.
안젤리아 씨...
RO... 나 졸려... 좀 잘게...
뭣, SOP2?!
바닥에 앉아 있던 SOP2는 졸린 눈으로 씨익 웃더니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RO635는 다시 헐레벌떡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안젤리아의 방을 한 번 더 뒤돌아 보았다.
그녀의 뜨거운 시선에 대답해 주는 건 바닥의 차가운 "철완"뿐이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RO635는 SOP2를 어깨에 붙이고 밖으로 향했다.
아베르누스 동탑, 옥상 부근.
<color=#00CCFF>여기는 서광팀... 유적 시뮬레이션 구역에서, 엘리아나의 소체를 발견...</color>
<color=#00CCFF>...마인드맵이 융해됐지만 소체는 괜찮아. 회수할게.</color>
<color=#00CCFF>그럼, 이제 네가 작전 총지휘다.</color>
<color=#00CCFF>응... 엘리아나의 임무를 마저 완수할게.</color>
<color=#00CCFF>전원, 아베르누스에서 철수한다.</color>
<color=#00CCFF>Fe56은 민들레를 보호하며 먼저 철수하고, 서광은 모두의 철수를 확인한 다음에 이탈할게.</color>
잠깐 기다려, RO와 SOP2랑 아직 연락이 안 돼.
<color=#00CCFF>그 둘도 철수 지시는 받은 걸로 확인돼.</color>
내가 그들과 합류하겠어.
<color=#00CCFF>기각이야. 너는 민들레팀과 함께 댄들라이를 호위해야 해.</color>
......
<color=#00CCFF>알았지? 작전팀 전원, 즉시 아베르누스에서 철수한다.</color>
통신 종료.
AR-15는 고개를 내밀어, 위를 올려다봤다. 저 끝없이 위로 휘감겨 오르는 복도가 순간 저승길처럼 보여, 그녀는 인상을 팍 쓰며 발을 동동 굴렀다.
통신 받아 SOP2... 아까까지만 해도 연결됐잖아! 왜 또 대답이 없어?!
됐으니까 꾸물대지 말고 빨리 철수하자고!
지시는 받았대잖아? 네 가족을 믿어, 언제 어느 때든 네 앞으로 반드시 달려올 거야.
......
아 시간 없다고! 빨리 움직여!
HK416은 UMP45를 떠밀어 앞장세우고, 움직이려 하지 않는 AR-15와 축 늘어진 G11을 질질 끌며 아베르누스 탑 바깥으로 향했다.
죽음의 바다 인근, 엘모 호.
엘마와 SCR의 중계로, 전술 지도에 무로메츠 작전팀 각 소대의 이동 궤적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지휘관이 주시하는 모든 반점들은 커다란 아베르누스에 대비되어 더더욱 작아 보였다.
지휘관, 민들레팀이 아베르누스에서 이탈해 안전지대에 도달했습니다. 20분 후 엘모 호로 복귀 예상됩니다.
Fe56팀은 5분 후 아베르누스에서 철수 예정입니다.
그래... 위험하니 더 서두르라 해.
지휘관은 초조한 눈으로 카운트다운을 힐끗 바라봤다. 폭격이 시작되기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예.
다만 AR-15가 안전지대에 남아 RO635, SOP2와 합류한 후 엘모 호로 복귀하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
RO한테서 연락은?
SCR이 그녀도 철수 지시를 받은 것은 확인했습니다.
......
지휘관은 다시 전술 지도로 눈을 돌렸다. 이 지도에서 반짝이며 움직이는 반점들, 그리고 빛을 잃고 탑 안에 머물러 있는 반점들도 여럿이었다.
죽음의 바다의 끝자락.
AR-15가 고집을 부린 끝에 기어코 멈춰 서서 아베르누스 쪽을 바라봤다. Fe56과 서광은 이미 모두 철수했고, 남은 것은...
머리 위로 지나는 우렁찬 엔진음. "루슬란 2세"였다.
안 돼...
AR-15가 절망감에 중얼거려도 시간은 질퍽하게 굳는 느낌만 들 뿐, 천천히 계속 흘렀다.
이윽고 루슬란 2세는 파멸의 씨앗을 투하했고, 저곳에 영원히 우뚝 서 있을 것만 같았던 아베르누스에 떨어졌다.
콰아아앙!!
분화하는 화산처럼 피어난 파멸의 꽃은 아베르누스를 천천히 침몰시켰다.
지옥의 종말 같은 광경을 향해, AR-15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질렀다. 하지만 자신의 소리도,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행여 그녀가 저 파멸의 무도회로 몸을 던지려 들진 않을까, UMP45는 급히 그녀를 붙잡아 바닥에 눌렀다.
......
<size=50>SOP2!! RO!!</size>
진정하라고 좀!
파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불길은 화산재처럼 높이 피어올라, 아베르누스의 몸뚱이를 모조리 집어삼켰다.
저 마지막 희망까지 불타 버리는 광경이, AR-15의 눈에 그대로 비쳤다.
<size=25>...15――!</size>
RO?! SOP2!!
그런데 불길에 무너지는 아베르누스를 배경으로, 두 익숙한 얼굴이 AR-15의 시야에 나타났다.
하하... 안 늦었지?
RO! SOP2!
SOP2는 자동 휴면 모드야, 소체가 꼴이 말이 아니어서...
그래도 마인드맵은 문제 없어.
응...
......
AR-15와 함께, RO635는 SOP2를 엘모 호로 복귀하는 지프차에 태웠다.
뒤로 활활 타오르는 아베르누스의 잔해를 바라보는 그녀는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
안젤리아는 갔어.
응... 결국... 구하지 못했어.
그래도 최선은 다했잖아.
......
가자, 돌아가야지.
지프차가 "죽음의 바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해, 타오르는 아베르누스의 모습은 백미러에서 점점 작아졌다.
구사일생한 일행은 따뜻한 지프차 안에 서로 몸을 기댄 채,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RO635는 계속, 끝까지 백미러를 응시했다. 그리고 아베르누스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 순간, 마침내 눈물이 메마른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만성쇼크 END】
【만성쇼크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