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쇼크
EP.14 · 만성쇼크

SSE01 플랫폼

무엇이 보이니?

-58-S1-1

1 / 70
전체 대사 보기 (55줄)

퉁 퉁!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렸다.

잠시 후 미약한 전기 노이즈와 함께 화면이 밝아졌고, 배경 소음도 뚜렷하게 들렸다.

드리머

아~ 아 아~ 이 고물딱지 켜긴 거 맞아?

하나 둘 삼 넷 오~ 그리폰 쓰레기들, 제 말 들리십니까~

퉁 퉁 퉁!

드리머는 계속 장난치며 촬영기를 두드렸다.

디스트로이어

아 그만 두드려! 녹화 시작했다고!

지금부터 우리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증언으로 제출된단 말이야!

알케미스트의 목소리

너희 둘 다 비키기나 해, 뒤의 플랫폼이 안 보이잖아.

얼른 여기 작업 끝내고 들어가자, 탑 안에 좋은 물건들 구경하러 가야지.

드리머

어머나 미안해라~

그럼 시작하세요, 저지 대장님♪

저지

......

크흠, 모두 주목.

지휘관. Fe56C팀, 기록을 시작하겠다.

저지

현재 지점, 아베르누스 플랫폼.

임무 진도, 고위 니토 나르시스를 포함한 플랫폼 위 모든 적 병력을 제압했다. 서광팀은 동탑 내부로 진입해 정보 수집 작업의 준비를 마쳤다.

......

저지

SSE(민감 현장 정보 발굴) 개시.

삐이——

돋보기를 터치해 민감 정보를 발굴합니다<cg>-300,300<cg>300,0<cg>480,-150<cg>-480,-120

......

아베르누스의 플랫폼 주변은 아직도 약한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포탄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부러진 칼날, 장갑판, 탄피, 팔다리 등, 하얀 "파편"들이 즐비했다.

여전히 타오르는 불꽃은 이 한밤중을 눈부시게 밝히고 있었고,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냄새가 끔찍하게 고약했다.

전복되어 타오르는 수송차량의 운전석에서 반쯤 삐져나온 하얀 병사는 아무래도 도망치려는 듯했지만, 온 몸이 시꺼멓게 탄 채로 창문틀에 걸려서 무의미했다.

디스트로이어의 목소리

저건... D팀 헬리콥터네!?

멀지 않은 곳에 부대 마크가 덧칠된 헬리콥터가 땅에 쳐박혀 있었고, 부러진 꼬리 날개는 어딨는지 보이지 않았다.

디스트로이어의 목소리

푸하하 인트루더 녀석 헬기가 붕괴 복사에 망가져서 추락했구나하하 1년 내내 놀려먹어야지히히――

알케미스트의 목소리

그래, 그렇게 계속 비 맞고 있어. 내가 나중에 영정 사진 예쁜 걸로 골라 줄게.

디스트로이어의 목소리

야!

가느다란 빗줄기는 상공의 고농도 붕괴 입자를 머금은 구름으로부터 떨어지는 것.

마찬가지로 붕괴 입자를 머금은 비는 아무리 철혈의 인형이어도 오래 노출돼서 좋을 것 하나 없었다.

카메라가 조금 흔들리더니, 초점이 더 멀리로 맞춰졌다.

......

초소탑은 아직 건재했지만,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관제등이 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땅 위에 응고된 초록색 붕괴액 결정이 검은 바위의 표면에 들러붙은 풍경이 더해지니, 실로 기묘했다.

디스트로이어의 목소리

오, 시야 많이 나아졌다! 저기 좀——

알케미스트의 목소리

별로 안 나아졌거든? 비도 그치려면 아직 멀었어.

어서 다른 데로 가자.

아베르누스 플랫폼의 가장자리.

아베르누스는 외부 초소와의 긴밀한 연락을 위한 다수의 비행기를 보유했고, 그렇기에 이 에이프런도 중요한 구역에 속했다.

에이프런은 전체적으로 금속 프레임으로 만들어지고, 위에 하얀 가이드라인이 촘촘하게 네모칸을 그려 비행기 거치 구역을 나누는 모양새였다.

그 규모로 미루어 보건대, 유사 시 수십 대의 비행기를 동시에 수용 가능할 것으로 짐작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멀쩡한 비행기가 몇 대 안 남았고, 나머지는 모조리 파괴된 상태였다.

포로들도 모두 무장 해체된 채로 에이프런의 한구석에 웅크려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

드리머의 목소리

아아 맞아, 저기 저 비행기 두대는 이륙하기 전에 우리가 해킹했지?

여기 이건 내가 직접 터뜨렸고. 문짝 다 날아간 것 좀 봐, 이히히~

드리머가 가리킨 방향에 널브러진 비행기의 잔해가, 돌연 삐그덕이며 흔들렸다.

디스트로이어

어? 저거 왜 움직여?

저지

니토다! 엄폐!

카메라가 격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예상했던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

균형을 잃은 시소처럼, 이미 걸레짝인 비행기는 쿵 쓰러졌다.

그 뒤에서 거대한 총기를 움켜쥔 검은 니토의 팔이 튀어나왔다.

만신창이인 몸으로 비행기 잔해를 기어올라, 마구잡이로 방아쇠를 당겼지만...

딸깍... 딸깍... 딸깍...

드리머

어머...? 우리 귀여운 친구, 몸이 말을 안 듣나 봐~?

만신창이인 검은 니토

벌레를... 박멸한다...

언니...의... 명령을...

타타탕!

알케미스트의 점사에, 몸부림치던 니토는 침묵했다.

그리고 바닥에 좀 더 흩뿌려진 유리조각이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를 비췄다.

알케미스트

쳇, 끈질기기는.

아무래도 숨은 생쥐가 더 있는 모양이야, 플랫폼 한 번 더 검사해야겠어.

플랫폼 한 켠에 쌓인 다양한 물자 상자는 아무래도 미처 운반 못하고 남겨진 것 같았다.

그리고 계단 다른 쪽에 아주 살짝 열린 철문이 보였다.

그런데 이 철문에 대뜸 디스트로이어가 종종걸음으로 다가가더니, 힘을 너무 주고 밀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디스트로이어

아이씨 야 드리머! 이거 잠겼다며!

저지의 목소리

쯧... 현장을 훼손하지 마라.

아래로 이어지는 건가? 플랫폼의 검사를 마치면 한 번 내려가 봐야겠군.

......

이 평범해 보이는 수송차량은 표면에 탄흔이 한가득이어서, 격전 중 엄폐물로 쓰인 것이 분명했다.

일부 화물은 마저 차에 싣지 못했는지, 종이 상자 하나는 강한 충격에 찢어져 안의 하얀 여신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채였다.

조각상은 손에 하얀 우담화를 쥐고,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그리고 어째선지 눈에 익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디스트로이어의 목소리

패러데우스는 이딴 걸로 인간들을 현혹한 거야?

알케미스트

인간이란 기댈 곳이 없으면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 들거든.

이거, 붕괴 입자 농도가 꽤 진한걸? 차 안에 더 진한 것도 감지돼.

알케미스트가 상자 한 줄을 칼로 긋자, 수많은 구체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저지의 목소리

정보와 검출되는 복사 레벨로 판단하건대, 이건 패러데우스가 생산한 "이아손의 상자"란 물건이다. 그런데, 정보에 따르면 이건 은은한 빛을 발해야 하는데...

알케미스트

공의 크기가 정보보다 더 작아졌네? 휴대하기 편하겠어.

...왜 안 빛나는지 알겠다.

알케미스트가 강제로 하나를 열어보니, "상자"의 안이 텅 비어있었다.

저지의 목소리

현장에 남겨진 흔적상, 패러데우스가 파기한 것 같군. 그런데 왜 운반하거나 버리지 않았지?

디스트로이어의 목소리

그냥 쓰레기 더미인데 더 볼 게 뭐가 있겠어, 빨리 딴 데 보러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