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천당
"소위 천국이란 것은 사람들의 상상에 불과하다. 네가 믿는 모습이 천당의 모습이 된다."
...서머가든 대궁전 밖.
앞만 보고 밤길을 내달리던 엘마는 어느샌가 대궁전 문 앞까지 와 있었다.
엘마는 출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때 니달리가 나타나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0호 아가씨, 왜 그리 속상한 표정이신지요?
난 0호 아가씨가 아니야.
난 엘마야.
네, 엘마 아가씨.
나 여기서 나갈래.
엘마 아가씨, 대궁전이 작동하기 시작한 이상 다시 멈추기 전까지는 나가실 수 없습니다.
몰라, 아무튼 당장 나갈 거야.
생떼를 부리는 엘마를 보면서, 니달리는 싱긋 웃고는 능숙하게 꿀물과 디저트를 꺼냈다.
갈 길이 아직 멀답니다. 단것 좀 드시면서 쉬시지요.
...너 눈치 좀 있다? 네 얼굴을 봐서 조금만 먹고 갈게.
니달리는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완벽하고 상냥한 미소를.
엘마 아가씨, 아가씨는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나요?
......
지휘관을 위해서...
억울함에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엘마는 달콤한 꿀물을 내려놓았다.
난 한참 동안을 홀로 떠돌아다녔어. 그러다 동료가 잔뜩 생기고 목표도 생겼어.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까 아무래도 날 기대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나 봐.
니달리는 여전히 변치 않는 미소를 유지했다.
그럼 엘마 아가씨는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원래는... 지휘관을 구해내고 모두를 구하고 싶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냥 여기서 나가서 다시 떠돌이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
이젠 아무도 날 좋아해 줄 필요 없어. 싫어하고 싶으면 맘껏 싫어하라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엘마는 갈수록 심하게 울음을 터뜨렸다.
니달리는 손수건을 꺼내 부드럽게 엘마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엘마 아가씨.
속상하시다면 같이 못된 장난이라도 칠까요?
아니면 아예 화끈하게 이 세상을 멸망시키는 건 어떠세요?
...어?
소중한 사람이 없다면 이 세상 따위 아무 의미도 없지 않을까요?
혼자서는 도저히 견디기 힘든 아픔이라면, 모든 사람이 아픔을 나눠받으면 훨씬 편해지는 것 아닐까요?
아예 전부 지워버리는 건 어떠세요?
......
엘마 아가씨, 아가씨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엘마는 잔뜩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그런 생각 안 해.
그런가요? 참 아쉽네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엘마 아가씨도 계셨는데.
......
너도 내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전 상관 없답니다, 엘마 아가씨.
......
지금 여기 있는 니달리는 그저 어느 한 시점의 니달리일 뿐이랍니다.
인간이든 인형이든, 지금 이 순간에는 그저 이 순간의 감정만을 표현할 수 있어요.
니달리는 허리를 숙여 접시를 집었다. 엘마의 눈에는 그 모습이 마치 겹쳐진 영화 필름처럼 죽 이어진 잔상을 남겼다.
이 데이터, 혹은 기억들은 엘마 아가씨 눈에는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이시겠지요.
그러니 엘마 아가씨가 세상을 구원하려 하시든 파괴하려 하시든 저는 응원한답니다.
......
그럼 원래의 니달리는?
...그녀는 엘마 아가씨처럼 아주 중요한 기억을 잃어버렸답니다.
하지만 정말로 잊어버린 엘마 아가씨와 다르게 현실의 니달리는 잊어버린 척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저 평범한 하녀를 연기하고 있지요.
너는 기억해?
저야 당연히 기억하죠. 하지만 이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왜?
만약 어떤 사람이 평생 동안 괴로운 일을 딱 한 번만 겪었다고 쳐요.
그럼 그 사람은 그 기억을 머리에 새겨두고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죠.
하지만 살면서 수천수만 번의 고통을 겪는다면,
그 사람은 고통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사랑도 증오도 잃게 돼요.
남는 것은 마비된 감각뿐.
......
그러니 엘마 아가씨, 잊어버린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랍니다.
......
넌 대체 누구야?
한번 맞혀 보실래요?
......
살짝 힌트를 드릴까요?
오늘은 사람도 사건도 너무 많이 봤어.
지금은 머리가 안 돌아가.
그럼 그냥 정답을 알려...
엘마아——!!!
바쁜 발소리.
레네트의 발소리가 등 뒤에서 다가오더니, 엘마는 옆으로 확 끌려갔다.
...니달리가 누군지 알겠어.
...왜 따라왔어?
내가 널 데려왔으니까 책임을 져야지.
그럼 나 여기서 나가게 해.
알아, 지금 나갈 방법을 찾고 있어.
다 너 때문이야!
...맞아, 다 나 때문이야.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너랑 같이 안 다닐 거야.
AR-18한테 돌아갈래.
...미안해.
뭐라고? 안 들려!
미안해!
흥.
니달리는 조용히 두 사람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저 어디에나 있는 상냥하고 완벽한 하녀인 것처럼.
방금 하던 말 계속해.
니달리가 누군지 알 것 같아.
이론상 박사는 자신 곁에 본인이 만든 인형밖에 두지 않아.
하지만 단 한 사람 예외가 있지.
......
자기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인간.
그리고 그 인간은 박사를 모시지 않고 우리를 위해 봉사했지.
......
캐서린.
너는 캐서린 폰지야.
미소를 머금은 니달리의 완벽한 자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팍에 달린 이름표는 '니달리'에서 '캐서린 폰지'로 조용히 변했다.
과연 9호 아가씨로군요.
어떻게... 헤어 스타일은 그렇다 쳐도 어떻게 성격까지 그렇게 확 바뀐 거야?
그럼 두 분께 더 익숙한 모습으로 바꾸도록 하죠...
가상 서머 가든의 가장 좋은 점이 이미지 체인지가 자유롭다는 거잖아요?
더 젊고 활발한... 앵커 포인트의 기억 속에서 봤던 인물.
눈앞의 하녀가 그 인물로 변했다.
두 분은 아주 많은 일들을 잊어버리셨죠.
하지만 전 그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그럼 지금 여기서 일어난 일은 대체 뭐야?
무슨 일이든 한 방에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죠.
그래서 흄 박사도 엘마 아가씨를 하나만 만들지 않았답니다.
......
흄 박사와 폭스 시스터후드의 관계는 이제 알고 있어. 그런데 너는 왜 서머 가든에 남아있는 거야?
그건 정말로 긴 이야기랍니다.
캐서린은 구석의 테이블로 걸어가 엘마와 레네트에게 의자를 내주었다.
매기가 세상을 떠난 뒤 흄 박사는 그녀의 유언을 지켰어요.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하던 저를 데리고 모스크바로 갔죠.
모스크바에서 그는 몇몇 비밀 기구에서 일했어요.
그가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진 모르지만, 아무튼 시간이 꽤 지나면서 그가 몸담던 기구는 전부 무너졌고 그는 자유의 몸이 되었죠.
참 신기하죠? 이 세상이 아무리 뒤틀리고 변모해도 흄 박사만은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어요.
엄마는 이미 영생에 엄청 가까웠어...
네, 그는 계속 그의 "파일럿고래" 프로젝트를 이어갔죠.
언젠가 한 번 그에게 "파일럿고래" 프로젝트가 대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 그는 대답했죠. 이건 인류의 미래다, 진정한 "영생"이라고.
인간은 왜 영생을 추구하는 거야?
인형이신 두 분은 인간에게 있어 영생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를 수 있겠죠.
영원한 생명은 인류에게 있어선 진정한 기적이에요.
제가 그 말을 들었을 땐 얼마나 기뻤는지...
너도 그 기적을 원하는 거야?
네.
그는 제게 약속했어요. 그의 연구가 성공하면 매기도 돌아올 수 있다고.
......
......
하지만... 그는 실패했어요.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셀 수도 없이.
진정으로 재능을 타고난 인간을 보고서야 저는 그가... 그저 행운아였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캐서린은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남들이 꿈도 꾸지 못할 행운을 가졌지만, 그 정도 재능의 소유자가 가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행운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자신의 연구를 공유하기로 했어요.
《인류 지성 연구》...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고 나서야 저는 그가 무슨 연구를 했던 건지 깨달았죠...
하지만 그는 그것의 성공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눈을 감을 수 있었어요.
네 이야기엔 온통 "파일럿고래"에 대한 것밖에 없잖아. 우리는?
당신들이요?
우리는 그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야.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돼? 그 사람이 뭔가 정해둔 거 없었어?
...제 말 전달이 잘 안 됐나요?
그 사람은 자기가 몰두하는 것 외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아가씨들이 뭘 신경쓰는지 같은 걸 그 인간이 생각이나 해봤겠어요?
......
그는... 유산을 전혀 남기지 않았어요.
"파일럿고래" 프로젝트 말고는 아무 계획도 없었죠.
자매든, 친구든, 그 자신에 대해서든.
그는 "GRCh38"에서 탄생한 "샘"을 두 눈으로 목격했고, 그것을 본 순간 자신의 사명이 끝났다고 여긴 거예요.
...그래서?
그래서 우리 같은 남겨진 것들은
그에겐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어요.
그 누가 됐든 그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요소였죠.
...스스로 부활할 생각도 없었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혼돈이에요.
무수한 사람들이 온갖 고생을 하며 답을 찾아헤매다가, 결국엔 이 세상 누구도 그 답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웃기지 않나요?
...그러니까 그 사람은 자신이 남긴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거지?
멋대로 존재하든 말든, 누가 훔쳐가든 말든 아무 상관 없고,
심지어 우리가 어떻게 되든, 자신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었다는 거지?
네, 그는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요.
자기 자신마저도.
......
그럼 너는 무엇 때문에 우리를 이곳으로 부른 거야?
...저요?
저는 그저 프로 사기꾼의 본분을 다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게 무슨 뜻이야?
"호프콘" 프로젝트는 사실 정말로 실현 가능해요.
정말로 실현 가능한 걸 사기라고 부를 수 있어?
증명할 수는 있지만 영원히 도달할 수는 없는 진실.
이보다 더한 사기가 있을까요?
인간의 사고 회로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
그래서 너도 내가 그 국왕 폐하인지 뭔지랑 하나가 되길 바라?
아, 그거요? 사실 엘마 아가씨와 국왕 폐하가 하나가 되는 것이야말로 "샘"을 여는 진정한 열쇠예요.
엘마 아가씨가 자꾸 기억을 잃는 건 사실 데이터 업로드가 실행되는 거예요.
분리한 기억이 서머 가든에, 국왕 폐하에게 업로드되는 것이죠.
그녀는 엘마 아가씨처럼 자유롭지도 못한 데다 아가씨의 모든 고통을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에요.
......
이런 분리 기술... 나... 나 생각났어...
엘리아나... 아마리스...
아서 흄의 《인류 지성 연구》 최신판, 매기가 그걸 어떤 여자한테 팔았다고 했어. 그 여자 이름이 뭐야?
그 거래 상대가 사용한 이름은...
"라플라스".
......
......
쿵!
레네트가 의자를 넘어뜨리며 벌떡 일어나 무기를 꺼냈다.
탕탕탕!
캐서린이 총알을 피하는 틈을 타 레네트는 엘마의 손을 붙잡고 밖을 향해 내달렸다.
국왕 폐하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대궁전이 꺼지기 전까지 나갈 수 없어요!
밖에서라면 도망칠 수도 있었겠지만, 서머 가든 안에선 안 통한답니다!
우릴 여기에 가두겠다고? 꿈도 꾸지 마!
레네트, 앞에 막다른 길이야.
알아! 다른 길 찾고 있어!
레네트, 뒤에 뭐가 쫓아와.
...내가 처리할게!
레네트는 엘마를 앞으로 떠밀고, 혼자 제자리에 남아 추격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
서머 가든을 지키는 기계 유닛들은 하나씩 쓰러졌지만, 곧바로 다른 추격자의 발소리가 복도 끝에서 들려왔다.
이쪽!
알았어.
엘마가 모든 조명을 꺼버렸다. 밖의 시끄러운 발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
우리 이제 어디로 가?
...나도 몰라.
어떻게든 서머 가든에서 나가야 해, 안 그러면...
내가 잡혀가서 국왕 폐하랑 하나가 돼버리니까?
......
미안해, 널 끌어들인 건 나야, 다 내 잘못이야.
이제 와서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반드시 널 데리고 여기서 탈출하겠어.
......
엘마가 웬일로 조용해졌다.
나한테 화내는 거 다 이해해. 여기서 나가면 날 구워먹든 삶아먹든 마음대로 해.
나 결정했어.
뭐?
뭐라도 할 거야.
뭘... 할 셈인데?
다 끝내버릴 거야. 서머 가든이고 샘이고, 이쪽의 나고 그쪽의 나고, 이쪽의 너고 그쪽의 너고,
프로젝트인지 뭔지, 영생인지 뭔지 다 똥이나 처먹으라 해!
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거야! 진짜 나만의 생활로 돌아갈 거라고!
......
어차피 이곳의 진짜 권한 소유자는 나야. 모든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
......
레네트는 가볍게 웃었다.
네 말이 맞아, 너는 뭐든지 결정할 수 있어.
콰직!
엘마가 들고 있던 열쇠가 박살났다. 눈앞의 방도 일그러지며 무로 돌아갔다.
놈들이 온다.
응.
엘마는 남은 열쇠로 새로운 공간을 열어 레네트와 함께 도주했다.
콰직, 콰직, 콰직...
열쇠가 한 자루씩 깨지고, 그와 짝을 이루는 공간과 함께 무로 돌아갔다.
엘마와 레네트는 계속해서 추격자를 쓰러뜨리고 따돌리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이게 마지막 열쇠야.
응.
열쇠에는 "아서 흄"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엘마는 열쇠를 살며시 쥐고 속으로 읊조렸다...
콰직.
이 세상의 마지막의 울림.
.....
.....
우리 아직 서머 가든 안에 있어.
왜 못 나가는 거지? 앵커 포인트를 전부 파괴했는데.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황폐해진 정원 앞에 말라버린 분수 두 개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한 쪽 명패에는 "나쟈", 다른 쪽에는 "루니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 분수들은 어디로 통하는 거지?
모르겠어.
엘마가 손으로 명패를 훑자, "나쟈" 분수에서 물이 다시 솟구쳐올랐다. 반면 "루니샤"는 여전히 조용했다.
"나쟈" 분수가 활성화됐어.
흄 박사가 설치한 분수에 무작정 뛰어드는 건 좋은 생각이 아냐.
이렇게 꼭꼭 숨겨둔 걸 보면 분명 심상치 않은 비밀이 있을 거야.
......
콰앙!
이 공간도 들키고 말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추격자들이 입구에 나타났다.
빨리 가! 수가 너무 많아!
아니.
엘마!
다른 선택지가 없어, 들어가자.
들어갈 수 있다면 분명 돌아올 수도 있어!
엘마는 레네트의 손을 잡고 그녀와 함께 "나쟈" 분수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함께 추락하여, 차가운 푸른색 한가운데로 끝없이 가라앉았다.
여기는 어디지?
...왠지 익숙한 느낌이야.
발밑의 진한 파란색 속에서 폭풍이 휘몰아쳤다. 폭풍 중심부에는 마치 지저 괴수가 아가리를 활짝 벌리고 있는 듯한 소용돌이가 있었다.
모든 파란색이 폭풍에 휩쓸려, 묵직한 질감으로 휘저어지며 불안하게 밀려올라왔다.
저 소용돌이가 우리를 빨아들이고 있어!
빨리 위로 헤엄쳐!
......
거대한 물살이 둘을 감싸고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끌어당겼다. 레네트가 아무리 엘마를 끌고 위로 헤엄치려 해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엘마가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그곳에는 하늘이 아닌 눈부신 빛이 보였다.
마치 겹겹이 쌓인 수정층 같은 것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차디찬 쇠창살처럼 둘의 머리 위를 가로막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
뭐?
아베르누스에서 본 의식의 호수야.
엘리아나가 마지막으로 보냈던 메시지...
여기엔 니토로 만들어진 인간들의 모든 기억과 인격, 감정이 보관되어 있어...
......
어째서... 어째서 서머 가든 밑바닥이 이런 곳하고 이어져 있는 거야!?
엘마가 절망하며 중얼거리는 사이, 거대한 소용돌이가 둘의 발목을 붙잡았다.
전체 대사 보기 (206줄)
...서머가든 대궁전 밖.
앞만 보고 밤길을 내달리던 엘마는 어느샌가 대궁전 문 앞까지 와 있었다.
엘마는 출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때 니달리가 나타나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0호 아가씨, 왜 그리 속상한 표정이신지요?
난 0호 아가씨가 아니야.
난 엘마야.
네, 엘마 아가씨.
나 여기서 나갈래.
엘마 아가씨, 대궁전이 작동하기 시작한 이상 다시 멈추기 전까지는 나가실 수 없습니다.
몰라, 아무튼 당장 나갈 거야.
생떼를 부리는 엘마를 보면서, 니달리는 싱긋 웃고는 능숙하게 꿀물과 디저트를 꺼냈다.
갈 길이 아직 멀답니다. 단것 좀 드시면서 쉬시지요.
...너 눈치 좀 있다? 네 얼굴을 봐서 조금만 먹고 갈게.
니달리는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완벽하고 상냥한 미소를.
엘마 아가씨, 아가씨는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나요?
......
<color=#00CCFF>지휘관을 위해서...</color>
억울함에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엘마는 달콤한 꿀물을 내려놓았다.
난 한참 동안을 홀로 떠돌아다녔어. 그러다 동료가 잔뜩 생기고 목표도 생겼어.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까 아무래도 날 기대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나 봐.
니달리는 여전히 변치 않는 미소를 유지했다.
그럼 엘마 아가씨는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원래는... 지휘관을 구해내고 모두를 구하고 싶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냥 여기서 나가서 다시 떠돌이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
이젠 아무도 날 좋아해 줄 필요 없어. 싫어하고 싶으면 맘껏 싫어하라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엘마는 갈수록 심하게 울음을 터뜨렸다.
니달리는 손수건을 꺼내 부드럽게 엘마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엘마 아가씨.
속상하시다면 같이 못된 장난이라도 칠까요?
아니면 아예 화끈하게 이 세상을 멸망시키는 건 어떠세요?
...어?
소중한 사람이 없다면 이 세상 따위 아무 의미도 없지 않을까요?
혼자서는 도저히 견디기 힘든 아픔이라면, 모든 사람이 아픔을 나눠받으면 훨씬 편해지는 것 아닐까요?
아예 전부 지워버리는 건 어떠세요?
......
엘마 아가씨, 아가씨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엘마는 잔뜩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그런 생각 안 해.
그런가요? 참 아쉽네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엘마 아가씨도 계셨는데.
......
너도 내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전 상관 없답니다, 엘마 아가씨.
......
지금 여기 있는 니달리는 그저 어느 한 시점의 니달리일 뿐이랍니다.
인간이든 인형이든, 지금 이 순간에는 그저 이 순간의 감정만을 표현할 수 있어요.
니달리는 허리를 숙여 접시를 집었다. 엘마의 눈에는 그 모습이 마치 겹쳐진 영화 필름처럼 죽 이어진 잔상을 남겼다.
이 데이터, 혹은 기억들은 엘마 아가씨 눈에는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이시겠지요.
그러니 엘마 아가씨가 세상을 구원하려 하시든 파괴하려 하시든 저는 응원한답니다.
......
그럼 원래의 니달리는?
...그녀는 엘마 아가씨처럼 아주 중요한 기억을 잃어버렸답니다.
하지만 정말로 잊어버린 엘마 아가씨와 다르게 현실의 니달리는 잊어버린 척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저 평범한 하녀를 연기하고 있지요.
너는 기억해?
저야 당연히 기억하죠. 하지만 이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왜?
만약 어떤 사람이 평생 동안 괴로운 일을 딱 한 번만 겪었다고 쳐요.
그럼 그 사람은 그 기억을 머리에 새겨두고 절대 잊어버리지 않겠죠.
하지만 살면서 수천수만 번의 고통을 겪는다면,
그 사람은 고통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사랑도 증오도 잃게 돼요.
남는 것은 마비된 감각뿐.
......
그러니 엘마 아가씨, 잊어버린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랍니다.
......
넌 대체 누구야?
한번 맞혀 보실래요?
......
살짝 힌트를 드릴까요?
오늘은 사람도 사건도 너무 많이 봤어.
지금은 머리가 안 돌아가.
그럼 그냥 정답을 알려...
<size=50>엘마아——!!!</size>
바쁜 발소리.
레네트의 발소리가 등 뒤에서 다가오더니, 엘마는 옆으로 확 끌려갔다.
...니달리가 누군지 알겠어.
...왜 따라왔어?
내가 널 데려왔으니까 책임을 져야지.
그럼 나 여기서 나가게 해.
알아, 지금 나갈 방법을 찾고 있어.
다 너 때문이야!
...맞아, 다 나 때문이야.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너랑 같이 안 다닐 거야.
AR-18한테 돌아갈래.
...미안해.
뭐라고? 안 들려!
<size=50>미안해!</size>
흥.
니달리는 조용히 두 사람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저 어디에나 있는 상냥하고 완벽한 하녀인 것처럼.
방금 하던 말 계속해.
니달리가 누군지 알 것 같아.
이론상 박사는 자신 곁에 본인이 만든 인형밖에 두지 않아.
하지만 단 한 사람 예외가 있지.
......
자기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인간.
그리고 그 인간은 박사를 모시지 않고 우리를 위해 봉사했지.
......
캐서린.
너는 캐서린 폰지야.
미소를 머금은 니달리의 완벽한 자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팍에 달린 이름표는 '니달리'에서 '캐서린 폰지'로 조용히 변했다.
과연 9호 아가씨로군요.
어떻게... 헤어 스타일은 그렇다 쳐도 어떻게 성격까지 그렇게 확 바뀐 거야?
그럼 두 분께 더 익숙한 모습으로 바꾸도록 하죠...
가상 서머 가든의 가장 좋은 점이 이미지 체인지가 자유롭다는 거잖아요?
더 젊고 활발한... 앵커 포인트의 기억 속에서 봤던 인물.
눈앞의 하녀가 그 인물로 변했다.
두 분은 아주 많은 일들을 잊어버리셨죠.
하지만 전 그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그럼 지금 여기서 일어난 일은 대체 뭐야?
무슨 일이든 한 방에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죠.
그래서 흄 박사도 엘마 아가씨를 하나만 만들지 않았답니다.
......
흄 박사와 폭스 시스터후드의 관계는 이제 알고 있어. 그런데 너는 왜 서머 가든에 남아있는 거야?
그건 정말로 긴 이야기랍니다.
캐서린은 구석의 테이블로 걸어가 엘마와 레네트에게 의자를 내주었다.
매기가 세상을 떠난 뒤 흄 박사는 그녀의 유언을 지켰어요.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하던 저를 데리고 모스크바로 갔죠.
모스크바에서 그는 몇몇 비밀 기구에서 일했어요.
그가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진 모르지만, 아무튼 시간이 꽤 지나면서 그가 몸담던 기구는 전부 무너졌고 그는 자유의 몸이 되었죠.
참 신기하죠? 이 세상이 아무리 뒤틀리고 변모해도 흄 박사만은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어요.
엄마는 이미 영생에 엄청 가까웠어...
네, 그는 계속 그의 "파일럿고래" 프로젝트를 이어갔죠.
언젠가 한 번 그에게 "파일럿고래" 프로젝트가 대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 그는 대답했죠. 이건 인류의 미래다, 진정한 "영생"이라고.
인간은 왜 영생을 추구하는 거야?
인형이신 두 분은 인간에게 있어 영생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를 수 있겠죠.
영원한 생명은 인류에게 있어선 진정한 기적이에요.
제가 그 말을 들었을 땐 얼마나 기뻤는지...
너도 그 기적을 원하는 거야?
네.
그는 제게 약속했어요. 그의 연구가 성공하면 매기도 돌아올 수 있다고.
......
......
하지만... 그는 실패했어요.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셀 수도 없이.
진정으로 재능을 타고난 인간을 보고서야 저는 그가... 그저 행운아였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캐서린은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남들이 꿈도 꾸지 못할 행운을 가졌지만, 그 정도 재능의 소유자가 가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행운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자신의 연구를 공유하기로 했어요.
《인류 지성 연구》...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고 나서야 저는 그가 무슨 연구를 했던 건지 깨달았죠...
하지만 그는 그것의 성공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눈을 감을 수 있었어요.
네 이야기엔 온통 "파일럿고래"에 대한 것밖에 없잖아. 우리는?
당신들이요?
우리는 그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야.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돼? 그 사람이 뭔가 정해둔 거 없었어?
...제 말 전달이 잘 안 됐나요?
그 사람은 자기가 몰두하는 것 외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아가씨들이 뭘 신경쓰는지 같은 걸 그 인간이 생각이나 해봤겠어요?
......
그는... 유산을 전혀 남기지 않았어요.
"파일럿고래" 프로젝트 말고는 아무 계획도 없었죠.
자매든, 친구든, 그 자신에 대해서든.
그는 "GRCh38"에서 탄생한 "샘"을 두 눈으로 목격했고, 그것을 본 순간 자신의 사명이 끝났다고 여긴 거예요.
...그래서?
그래서 우리 같은 남겨진 것들은
그에겐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어요.
그 누가 됐든 그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요소였죠.
...스스로 부활할 생각도 없었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혼돈이에요.
무수한 사람들이 온갖 고생을 하며 답을 찾아헤매다가, 결국엔 이 세상 누구도 그 답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웃기지 않나요?
...그러니까 그 사람은 자신이 남긴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거지?
멋대로 존재하든 말든, 누가 훔쳐가든 말든 아무 상관 없고,
심지어 우리가 어떻게 되든, 자신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었다는 거지?
네, 그는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아요.
자기 자신마저도.
......
그럼 너는 무엇 때문에 우리를 이곳으로 부른 거야?
...저요?
저는 그저 프로 사기꾼의 본분을 다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게 무슨 뜻이야?
"호프콘" 프로젝트는 사실 정말로 실현 가능해요.
정말로 실현 가능한 걸 사기라고 부를 수 있어?
증명할 수는 있지만 영원히 도달할 수는 없는 진실.
이보다 더한 사기가 있을까요?
인간의 사고 회로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
그래서 너도 내가 그 국왕 폐하인지 뭔지랑 하나가 되길 바라?
아, 그거요? 사실 엘마 아가씨와 국왕 폐하가 하나가 되는 것이야말로 "샘"을 여는 진정한 열쇠예요.
엘마 아가씨가 자꾸 기억을 잃는 건 사실 데이터 업로드가 실행되는 거예요.
분리한 기억이 서머 가든에, 국왕 폐하에게 업로드되는 것이죠.
그녀는 엘마 아가씨처럼 자유롭지도 못한 데다 아가씨의 모든 고통을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에요.
......
이런 분리 기술... 나... 나 생각났어...
엘리아나... 아마리스...
아서 흄의 《인류 지성 연구》 최신판, 매기가 그걸 어떤 여자한테 팔았다고 했어. 그 여자 이름이 뭐야?
그 거래 상대가 사용한 이름은...
"라플라스".
......
......
쿵!
레네트가 의자를 넘어뜨리며 벌떡 일어나 무기를 꺼냈다.
탕탕탕!
캐서린이 총알을 피하는 틈을 타 레네트는 엘마의 손을 붙잡고 밖을 향해 내달렸다.
국왕 폐하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대궁전이 꺼지기 전까지 나갈 수 없어요!
밖에서라면 도망칠 수도 있었겠지만, 서머 가든 안에선 안 통한답니다!
우릴 여기에 가두겠다고? 꿈도 꾸지 마!
레네트, 앞에 막다른 길이야.
알아! 다른 길 찾고 있어!
레네트, 뒤에 뭐가 쫓아와.
...내가 처리할게!
레네트는 엘마를 앞으로 떠밀고, 혼자 제자리에 남아 추격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
서머 가든을 지키는 기계 유닛들은 하나씩 쓰러졌지만, 곧바로 다른 추격자의 발소리가 복도 끝에서 들려왔다.
이쪽!
알았어.
엘마가 모든 조명을 꺼버렸다. 밖의 시끄러운 발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
우리 이제 어디로 가?
...나도 몰라.
어떻게든 서머 가든에서 나가야 해, 안 그러면...
내가 잡혀가서 국왕 폐하랑 하나가 돼버리니까?
......
미안해, 널 끌어들인 건 나야, 다 내 잘못이야.
이제 와서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반드시 널 데리고 여기서 탈출하겠어.
......
엘마가 웬일로 조용해졌다.
나한테 화내는 거 다 이해해. 여기서 나가면 날 구워먹든 삶아먹든 마음대로 해.
나 결정했어.
뭐?
뭐라도 할 거야.
뭘... 할 셈인데?
다 끝내버릴 거야. 서머 가든이고 샘이고, 이쪽의 나고 그쪽의 나고, 이쪽의 너고 그쪽의 너고,
프로젝트인지 뭔지, 영생인지 뭔지 다 똥이나 처먹으라 해!
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거야! 진짜 나만의 생활로 돌아갈 거라고!
......
어차피 이곳의 진짜 권한 소유자는 나야. 모든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
......
레네트는 가볍게 웃었다.
네 말이 맞아, 너는 뭐든지 결정할 수 있어.
콰직!
엘마가 들고 있던 열쇠가 박살났다. 눈앞의 방도 일그러지며 무로 돌아갔다.
놈들이 온다.
응.
엘마는 남은 열쇠로 새로운 공간을 열어 레네트와 함께 도주했다.
콰직, 콰직, 콰직...
열쇠가 한 자루씩 깨지고, 그와 짝을 이루는 공간과 함께 무로 돌아갔다.
엘마와 레네트는 계속해서 추격자를 쓰러뜨리고 따돌리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이게 마지막 열쇠야.
응.
열쇠에는 "아서 흄"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엘마는 열쇠를 살며시 쥐고 속으로 읊조렸다...
콰직.
이 세상의 마지막의 울림.
.....
.....
우리 아직 서머 가든 안에 있어.
왜 못 나가는 거지? 앵커 포인트를 전부 파괴했는데.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황폐해진 정원 앞에 말라버린 분수 두 개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한 쪽 명패에는 "나쟈", 다른 쪽에는 "루니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 분수들은 어디로 통하는 거지?
모르겠어.
엘마가 손으로 명패를 훑자, "나쟈" 분수에서 물이 다시 솟구쳐올랐다. 반면 "루니샤"는 여전히 조용했다.
"나쟈" 분수가 활성화됐어.
흄 박사가 설치한 분수에 무작정 뛰어드는 건 좋은 생각이 아냐.
이렇게 꼭꼭 숨겨둔 걸 보면 분명 심상치 않은 비밀이 있을 거야.
......
콰앙!
이 공간도 들키고 말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추격자들이 입구에 나타났다.
빨리 가! 수가 너무 많아!
아니.
<size=50>엘마!</size>
다른 선택지가 없어, 들어가자.
들어갈 수 있다면 분명 돌아올 수도 있어!
엘마는 레네트의 손을 잡고 그녀와 함께 "나쟈" 분수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함께 추락하여, 차가운 푸른색 한가운데로 끝없이 가라앉았다.
여기는 어디지?
...왠지 익숙한 느낌이야.
발밑의 진한 파란색 속에서 폭풍이 휘몰아쳤다. 폭풍 중심부에는 마치 지저 괴수가 아가리를 활짝 벌리고 있는 듯한 소용돌이가 있었다.
모든 파란색이 폭풍에 휩쓸려, 묵직한 질감으로 휘저어지며 불안하게 밀려올라왔다.
저 소용돌이가 우리를 빨아들이고 있어!
빨리 위로 헤엄쳐!
......
거대한 물살이 둘을 감싸고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끌어당겼다. 레네트가 아무리 엘마를 끌고 위로 헤엄치려 해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엘마가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그곳에는 하늘이 아닌 눈부신 빛이 보였다.
마치 겹겹이 쌓인 수정층 같은 것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차디찬 쇠창살처럼 둘의 머리 위를 가로막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
뭐?
아베르누스에서 본 의식의 호수야.
엘리아나가 마지막으로 보냈던 메시지...
여기엔 니토로 만들어진 인간들의 모든 기억과 인격, 감정이 보관되어 있어...
......
어째서... 어째서 서머 가든 밑바닥이 이런 곳하고 이어져 있는 거야!?
엘마가 절망하며 중얼거리는 사이, 거대한 소용돌이가 둘의 발목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