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여기서 돌멩이는 외롭다. 넓으면서 우울한 영혼을 품은 그대는 낮이 영영 도래하지 않는 밤길을 걷는다."
...의식의 호수.
레네트는 엘마를 끌고 살의로 가득한 소용돌이에서 빠져나가려 발버둥쳤다.
소녀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아, 레네트는 등골이 오싹했다.
이것들 다 뭐야... 의식의 호수란 건 또 뭔데!
......
아베르누스에서 이 여자애들은 모두 실험 재료로 쓰였어.
이 애들은 여기에 갇혀서 못 나가고 있어.
...가능하면 나도 이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지금 상황으론 포위를 뚫지 못하면 이들이 우릴 집어삼켜버릴 거야.
알아...
쏴아아...
무수한 이성질체가 정처 없이 주변을 떠돌며 누구든 자신들을 이곳에서 꺼내 줄 수 있는 존재를 찾아다녔다.
레네트와 엘마는 격류와 이성질체들에 휩쓸려 떨어지지 않도록 서로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걱정 마, 내가 나갈 길을 찾을 테니까.
여긴 서머 가든의 통제 범위 밖이야.
그 말은...?
서머 가든의 제약은 여기서 통하지 않아.
......
다른 인형에게 연락할 수 있어...!
레네트는 흄 박사가 남긴 특수 통신 채널을 열었다.
미라벨! 너 튀어나와!
...듣고 있다.
엘마? 지금 어디냐? 지금 무사한가?
난 무사해, 지금 레네트랑 같이 있어.
레네트가 누구지?
나야, 이름은 신경쓰지 마!
너희들 위치가 추적이 안 된다. 아직 서머 가든 안에 있나?
나 너 믿어도 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좋아.
지금 상황은 이래, 길을 잃은 우리는 "나쟈"란 이름의 샘물에 빠졌고, 엘마가 말한 의식의 호수 안에서 미라벨의 인도를 받고 있어.
...의식의 호수? 그 패러데우스에 관한 물건은 내가 아는 정보 가지고는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아마 도와줄 수 있는 건 댄들라이뿐이겠지만... 아직 지휘관과 댄들라이의 행방에 대해서도 정보가 없다.
이럴 줄 알았어! 하여간 미덥지가 않다니까!
집중해라! 520, 너희는 "샘구멍"을 찾아야 한다.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은 샘구멍뿐이다.
520... 컨셉질은 그만뒀어?
...그냥 네 성질을 긁으려고 했던 것뿐이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니까! 내 ID 원래대로 돌려놔!
그건 불가능하다. 지금 나한테서 너무 멀리 있으니까.
......
잡담은 그만하자. 샘구멍은 의식의 호수 가장 깊은 곳에 있을 거다.
가장 깊은 곳?
엘마, 내 말 잘 들어라.
눈앞의 물살과 속삭임에 마인드맵이 흔들려선 안 된다. 네게 보이는 것은 데이터와 전자파가 시각화된 것이다.
지금 의식의 호수의 에너지가 무한정 상승하고 있고, 그들의 상호작용도 무한히 강해지고 있다. 에너지가 ∞에 한없이 가까워질 때 최고점, 즉 샘구멍이 나타난다.
이제 너는 정신을 집중해서 물살의 규칙을 관찰하고 샘물의 소리를 따라가야 해. 너만이 들을 수 있는 샘물의 목소리를 따라서.
......
...엘마, 우린 프랑크푸르트에 거의 도착했다.
버티고 있어,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
응...
엘마의 목소리가 울먹이는 것을 알아챈 레네트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엘마...?
......
엘마가 그토록 참았던 눈물이, 결국 흘러내렸다.
나는 지금까지 혼자 떠돌아다니는 게 가장 끔찍한 일이라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 보니까 그게 아니었어.
가장 끔찍한 건 내가 불러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거였어.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있다면 내가 견디는 것들도 그렇게 끔찍하진 않은 것 같아...
...응.
이 채널엔 언제나 들어줄 사람이 있을 거야.
가자.
미라벨의 인도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둘은 무수한 니토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뭐지...? 어두워졌어...
추워... 온몸이 아파...
아, 이 파이프 아직 따뜻해... 저리 가, 이건 내 거야!
함께 만들어져 똑같은 얼굴인 소녀들이 아직 온기가 남은 에너지 공급선에 달려들어, 식어 가는 온기를 게걸스럽게 탐했다.
내 거라고! 나 혼자 쓰기에도 부족해! 너흰 그냥 죽어!
다른 이들보다 건강해 보이는 검은 옷의 소녀가 달려들어, 손으로 "동지"의 심장을 꿰뚫었다.
싫어... 누가 나 좀 구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날렵한 소녀가 달려들어, 손톱으로 두려움에 떠는 소녀의 목을 베었다.
식어 가는 에너지 연결구 앞에 검은 옷의 소녀들의 시체가 겹겹이 쌓이고, 바닥이 피로 흥건해졌다.
언니... 제가 선택받았나요...?
...눈 뜨지 마.
이게 아버님의 뜻이라면――
질문하지 마.
어... 발에 뭔가 채였어요... 부드러운 게...
...봉제인형이야.
말하지 마.
무시해, 엘마.
......
그 말에 엘마는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몸 깊숙이서 퍼지는 오한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거의 다 왔어... 이제 곧 다 끌날 거야...
응...
원망 서린 울음소리는 짙은 안개처럼 두 사람을 감싸 질척하고 끈질기게 옭아맸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원한 속에서 두 사람은 보랏빛 형체 하나를 발견했다.
드디어... 와 줬어.
너는... 아베르누스에 갇혀 있던 그 니토...
지옥의 문지기 "사나".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나 말이야?
맞아, 드디어 왔구나... 루니샤.
......
우리를 구해주러 온 거지?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사나는 손에 마르가리타 한 송이를 들고 있었다.
이 꽃을 준 사람이 그랬어.
우리는 언젠가 아주 머나먼, 더없이 안전한 곳에서 다시 만날 거라고.
루니샤의 인도를 받아서 진정한 구원을 받을 거라고.
......
얘 뭐라는 거야?
루니샤... 그리폰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여러 번 봤던 이름이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녀의 목적지는... 철혈공조의 엘더 브레인이 추구하던 곳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저 애는 우리의 서머 가든의 인도를 받고 왔다...
...우리하곤 달라, 저들은 악마가 인간의 시체로 만든 피조물이야.
......
그 문제에 대해선 국왕 폐하가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듣고 싶나?
...어차피 들려줄 거면서 뭘 물어봐?
...그럼 내가 국왕 폐하 대신 전해 주겠다.
인형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사물을 인지하는 것은 모두 "반사"를 통해서 이뤄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간의 두뇌는 너무나도 복잡해서 그 전모를 완전히 비춰줄 수 있는 거울이 없었다.
하지만 인간과 진정으로 닮은 기계를 만들어내려면 반드시 인간의 두뇌 구조를 완전히 구현해야만 하지.
이에 두뇌를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 분야가 탄생했다. 심리학, 철학, 신경과학, 생물학... 이것들은 전부 투영처럼 각각 다른 평면에 반사되어 다양한 형상을 보여주었지.
인류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 형상들을 자기 나름대로 조립해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낸 존재는 결국 어디까지나 창조주의 어설픈 모방일 뿐.
마치 조물주처럼... 창세 신화는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지만 조물주의 모습은 문화권마다 해석이 다르지.
그러던 중 빛 한 줄기가 인간 두뇌의 프리즘을 지나서 진리를 눈앞의 캔버스에 비춰주었다.
오직 흄 박사만이 그것을 완전히 목격했고, 오직 흄 박사만이 그것을 전부 기억했다.
그건... 유적을 말하는 건가? 흄 박사는 과거에 붕괴방사선을 과도하게 쬔 적이 있다고...
그 재난이 박사에게 보여준 【GRCh38】, 그것이 바로 그 빛이 내려온 방향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인형, 철혈, 니토, 혹은 그 밖의 것들을 만들어왔지...
거기 참여한 핵심 설계자들은 모두 어느 정도 《인류 지성 연구》의 영향을 받았다.
그렇다 해도 애초에 우리의 데이터 기반이 서로 이어질 리가 없잖아!
【GRCh38】은 하나의 에너지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프레임워크에 기반하는 이상, 설계를 아무리 바꾸고 고쳐도 모든 것은 바다에 모여드는 강물처럼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지.
그러니까 그... 모두의 낙원, 미래의 집단적 존재.
전부 같은 것을 가리킨다는 거네.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어떤 공간, 흄 박사가 【GRCh38】이라고 명명한 그 공간을 말이야.
엘마? 왜 말이 없어?
......
너희가 말하는 거 난 관심 없어.
그런 것보다 내가 지금 신경 쓰이는 건...
엘마가 사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 나는 네가 찾는 루니샤가 아니야.
그러면 너는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
나는 다른 곳에서 왔어.
...그럼 네가 바로 루니샤야.
...그럼 네가 아는 루니샤에 대해서 말해 줄래?
...루니샤는 내가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유야.
우리는 모두 루니샤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패작이야.
하지만 누군가 성공하기만 하면 그 사람이 이곳에 와서 우리를 지옥에서 해방시켜 줄 거야.
더는 누구를 위해 봉사할 필요도 없고, 누구의 명령에 따를 필요도 없이...
모두가 그녀의 인도를 따라 우리의 천국으로 향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네가 우리를 구원해 줄 거지?
...미안해, 그 사람은 내가 아니야.
......
엘마, 뭐하러 얘하고 자꾸 대화를 해...
...그냥, 나랑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얼굴이 전혀 다르잖아!
...홀로 남겨진 느낌이 말이야.
......
엘마는 사나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들고 있는 연약한 마르가리타가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이.
그 루니샤란 사람, 더 안 기다려도 돼.
......
그냥 여기서 떠나서 네가 하고 싶은 삶을 살아도 돼.
내가 하고 싶은 삶? 그게 어떤 건데?
너...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몰라?
......
모르겠어. "하고 싶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나는 몰라.
"하고 싶다"는 건...
예를 들어 난 기분이 나쁠 때면 이 세상을 멸망시키고 싶을 거야.
기분이 좋을 때면 이 세상에 뽀뽀해주고 싶을 거고.
......
모르겠어.
이 애는 우리하고 달라, 엘마.
......
찾았다.
지금 누구야?
뭐가?
방금 누가 나한테 말 걸지 않았어?
난 못 들었다.
나도 말 안 했어.
뭐라고 그랬는데?
그러니까——
짤랑——
아득하게 먼 방울 소리가 울리자 엘마의 사고가 급격히 수축했다.
그 순간 그녀는 생각할 수도 없이, 반항할 수도 없이, 그저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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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호수.
레네트는 엘마를 끌고 살의로 가득한 소용돌이에서 빠져나가려 발버둥쳤다.
소녀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아, 레네트는 등골이 오싹했다.
이것들 다 뭐야... 의식의 호수란 건 또 뭔데!
......
아베르누스에서 이 여자애들은 모두 실험 재료로 쓰였어.
이 애들은 여기에 갇혀서 못 나가고 있어.
...가능하면 나도 이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지금 상황으론 포위를 뚫지 못하면 이들이 우릴 집어삼켜버릴 거야.
알아...
쏴아아...
무수한 이성질체가 정처 없이 주변을 떠돌며 누구든 자신들을 이곳에서 꺼내 줄 수 있는 존재를 찾아다녔다.
레네트와 엘마는 격류와 이성질체들에 휩쓸려 떨어지지 않도록 서로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걱정 마, 내가 나갈 길을 찾을 테니까.
여긴 서머 가든의 통제 범위 밖이야.
그 말은...?
서머 가든의 제약은 여기서 통하지 않아.
......
다른 인형에게 연락할 수 있어...!
레네트는 흄 박사가 남긴 특수 통신 채널을 열었다.
<color=#66CDAA>미라벨! 너 튀어나와!</color>
<color=#66CDAA>...듣고 있다.</color>
<color=#66CDAA>엘마? 지금 어디냐? 지금 무사한가?</color>
<color=#66CDAA>난 무사해, 지금 레네트랑 같이 있어.</color>
<color=#66CDAA>레네트가 누구지?</color>
<color=#66CDAA>나야, 이름은 신경쓰지 마!</color>
<color=#66CDAA>너희들 위치가 추적이 안 된다. 아직 서머 가든 안에 있나?</color>
<color=#66CDAA>나 너 믿어도 돼?</color>
<color=#66CDAA>세상이 멸망하더라도.</color>
<color=#66CDAA>...좋아.</color>
<color=#66CDAA>지금 상황은 이래, 길을 잃은 우리는 "나쟈"란 이름의 샘물에 빠졌고, 엘마가 말한 의식의 호수 안에서 미라벨의 인도를 받고 있어.</color>
<color=#66CDAA>...의식의 호수? 그 패러데우스에 관한 물건은 내가 아는 정보 가지고는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color>
<color=#66CDAA>아마 도와줄 수 있는 건 댄들라이뿐이겠지만... 아직 지휘관과 댄들라이의 행방에 대해서도 정보가 없다.</color>
<color=#66CDAA>이럴 줄 알았어! 하여간 미덥지가 않다니까!</color>
<color=#66CDAA>집중해라! 520, 너희는 "샘구멍"을 찾아야 한다.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은 샘구멍뿐이다.</color>
<color=#66CDAA>520... 컨셉질은 그만뒀어?</color>
<color=#66CDAA>...그냥 네 성질을 긁으려고 했던 것뿐이다.</color>
<color=#66CDAA>그래, 그럴 줄 알았다니까! 내 ID 원래대로 돌려놔!</color>
<color=#66CDAA>그건 불가능하다. 지금 나한테서 너무 멀리 있으니까.</color>
<color=#66CDAA>......</color>
<color=#66CDAA>잡담은 그만하자. 샘구멍은 의식의 호수 가장 깊은 곳에 있을 거다.</color>
<color=#66CDAA>가장 깊은 곳?</color>
<color=#66CDAA>엘마, 내 말 잘 들어라.</color>
<color=#66CDAA>눈앞의 물살과 속삭임에 마인드맵이 흔들려선 안 된다. 네게 보이는 것은 데이터와 전자파가 시각화된 것이다.</color>
<color=#66CDAA>지금 의식의 호수의 에너지가 무한정 상승하고 있고, 그들의 상호작용도 무한히 강해지고 있다. 에너지가 ∞에 한없이 가까워질 때 최고점, 즉 샘구멍이 나타난다.</color>
<color=#66CDAA>이제 너는 정신을 집중해서 물살의 규칙을 관찰하고 샘물의 소리를 따라가야 해. 너만이 들을 수 있는 샘물의 목소리를 따라서.</color>
<color=#66CDAA>......</color>
<color=#66CDAA>...엘마, 우린 프랑크푸르트에 거의 도착했다.</color>
<color=#66CDAA>버티고 있어,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color>
<color=#66CDAA>응...</color>
엘마의 목소리가 울먹이는 것을 알아챈 레네트가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엘마...?
......
엘마가 그토록 참았던 눈물이, 결국 흘러내렸다.
나는 지금까지 혼자 떠돌아다니는 게 가장 끔찍한 일이라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 보니까 그게 아니었어.
가장 끔찍한 건 내가 불러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거였어.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있다면 내가 견디는 것들도 그렇게 끔찍하진 않은 것 같아...
...응.
이 채널엔 언제나 들어줄 사람이 있을 거야.
가자.
미라벨의 인도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둘은 무수한 니토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뭐지...? 어두워졌어...
추워... 온몸이 아파...
아, 이 파이프 아직 따뜻해... 저리 가, 이건 내 거야!
함께 만들어져 똑같은 얼굴인 소녀들이 아직 온기가 남은 에너지 공급선에 달려들어, 식어 가는 온기를 게걸스럽게 탐했다.
내 거라고! 나 혼자 쓰기에도 부족해! 너흰 그냥 죽어!
다른 이들보다 건강해 보이는 검은 옷의 소녀가 달려들어, 손으로 "동지"의 심장을 꿰뚫었다.
싫어... 누가 나 좀 구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날렵한 소녀가 달려들어, 손톱으로 두려움에 떠는 소녀의 목을 베었다.
식어 가는 에너지 연결구 앞에 검은 옷의 소녀들의 시체가 겹겹이 쌓이고, 바닥이 피로 흥건해졌다.
언니... 제가 선택받았나요...?
...눈 뜨지 마.
이게 아버님의 뜻이라면――
질문하지 마.
어... 발에 뭔가 채였어요... 부드러운 게...
...봉제인형이야.
말하지 마.
무시해, 엘마.
......
그 말에 엘마는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몸 깊숙이서 퍼지는 오한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거의 다 왔어... 이제 곧 다 끌날 거야...
응...
원망 서린 울음소리는 짙은 안개처럼 두 사람을 감싸 질척하고 끈질기게 옭아맸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원한 속에서 두 사람은 보랏빛 형체 하나를 발견했다.
드디어... 와 줬어.
너는... 아베르누스에 갇혀 있던 그 니토...
지옥의 문지기 "사나".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나 말이야?
맞아, 드디어 왔구나... 루니샤.
......
우리를 구해주러 온 거지?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사나는 손에 마르가리타 한 송이를 들고 있었다.
이 꽃을 준 사람이 그랬어.
우리는 언젠가 아주 머나먼, 더없이 안전한 곳에서 다시 만날 거라고.
루니샤의 인도를 받아서 진정한 구원을 받을 거라고.
......
<color=#66CDAA>얘 뭐라는 거야?</color>
<color=#66CDAA>루니샤... 그리폰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여러 번 봤던 이름이다.</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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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66CDAA>하지만 인간과 진정으로 닮은 기계를 만들어내려면 반드시 인간의 두뇌 구조를 완전히 구현해야만 하지.</color>
<color=#66CDAA>이에 두뇌를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 분야가 탄생했다. 심리학, 철학, 신경과학, 생물학... 이것들은 전부 투영처럼 각각 다른 평면에 반사되어 다양한 형상을 보여주었지.</color>
<color=#66CDAA>인류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 형상들을 자기 나름대로 조립해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낸 존재는 결국 어디까지나 창조주의 어설픈 모방일 뿐.</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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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66CDAA>그러던 중 빛 한 줄기가 인간 두뇌의 프리즘을 지나서 진리를 눈앞의 캔버스에 비춰주었다.</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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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마가 사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 나는 네가 찾는 루니샤가 아니야.
그러면 너는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
나는 다른 곳에서 왔어.
...그럼 네가 바로 루니샤야.
...그럼 네가 아는 루니샤에 대해서 말해 줄래?
...루니샤는 내가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유야.
우리는 모두 루니샤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패작이야.
하지만 누군가 성공하기만 하면 그 사람이 이곳에 와서 우리를 지옥에서 해방시켜 줄 거야.
더는 누구를 위해 봉사할 필요도 없고, 누구의 명령에 따를 필요도 없이...
모두가 그녀의 인도를 따라 우리의 천국으로 향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네가 우리를 구원해 줄 거지?
...미안해, 그 사람은 내가 아니야.
......
엘마, 뭐하러 얘하고 자꾸 대화를 해...
...그냥, 나랑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얼굴이 전혀 다르잖아!
...홀로 남겨진 느낌이 말이야.
......
엘마는 사나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들고 있는 연약한 마르가리타가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가까이.
그 루니샤란 사람, 더 안 기다려도 돼.
......
그냥 여기서 떠나서 네가 하고 싶은 삶을 살아도 돼.
내가 하고 싶은 삶? 그게 어떤 건데?
너...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몰라?
......
모르겠어. "하고 싶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나는 몰라.
"하고 싶다"는 건...
예를 들어 난 기분이 나쁠 때면 이 세상을 멸망시키고 싶을 거야.
기분이 좋을 때면 이 세상에 뽀뽀해주고 싶을 거고.
......
모르겠어.
이 애는 우리하고 달라, 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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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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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랑——
아득하게 먼 방울 소리가 울리자 엘마의 사고가 급격히 수축했다.
그 순간 그녀는 생각할 수도 없이, 반항할 수도 없이, 그저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끌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