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선물
"악마가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면, 영혼을 팔겠습니까?"
패러데우스 임시 기지.
위잉... 네메아란이 오랫동안 방치해온 기기를 켜자, 한참 썰렁했던 기지가 다시 작동했다.
재차 확인한 다음, 네메아란은 등 뒤에 있는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의식의 호수와 이어진 통로가 이미 완전히 끊어졌다.
예비 계획이 정식 가동되기 전에 모두 전투를 최대한 피하거라.
엠블라가 이미 "핼러윈의 밤"을 실행하러 나갔어요.
근데 말이죠, 그녀를 믿어도 될까요?
실험 대조군으로서 엠블라의 임무는 이미 끝났다. 이제는 그 신분을 이용하는 것 말고는 쓸모가 없어.
쯧쯧, 만약 그 지휘관이 저 여자를 보낸 게 자기네 사장님이란 걸 알면...
얼마나 재밌는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요.
...말은 가려가면서 쓰도록 하렴.
제가 뭐 틀린 말 했어요?
인간은 말은 번지르르하게 해도 실제 행실은 지저분하죠.
그 점은 너도 착실히 배워온 것 같구나.
어머, 저의 그 사소한 사심은 네메아란 언니가 이미 다 넘어가주신 줄 알았는데요.
...괜한 짓 한다는 소리다.
우린 모두 선별된 실행자, 체스에서 폰에 불과하단다.
...네메아란 언니는 추구나 욕망이란 게 없나요?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의 사이는 아닐 텐데.
하긴.
그럼 다른 질문이요.
아버님은 왜 아베르누스를 포기한 건가요?
심지어 위험까지 무릅쓰고 그 지휘관을 보려고 한 게 대체 무슨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아버님께선 아베르누스를 포기하신 게 아니라 프랑크푸르트에 착륙시킨 거란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블랙존에서 화이트존으로.
니토인 우리는 인류 사회에 나타나면 "이물질" 취급을 받지. 아버님께선 이런 상황을 바꾸려는 거란다.
웃기네요, 우리도 엄연한 "인간"인데.
그것이 바로 아버님의 뜻이란다.
이번 계획을 통해서 우리가 인류의 무대에 정식으로 오르는 것이지.
"2등 시민"이 되는 건가요?
아니, 1등 시민이 될 수도 있지.
자신감 넘치시네요, 그 엘리트 계층이 우리를 자기들과 동등하게 취급해줄 것 같나요?
그들은 자신이 시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신이라 생각하지.
......
네메아란 언니는 저보다 훨씬 각박하네요.
인간이 동족을 대하는 수단은 우리보다 훨씬 잔인하단다.
몰리도, 틸과 그레이에게 생긴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는 않길 바란다.
......
지금 우리는 고위 니토를 생산할 수 없어서 당분간은 매우 수동적으로 몰릴 거란다.
브라메드까지 잃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네요.
그러니?
네메아란은 몰리도를 차갑게 흘겨보고선 다시 자신의 작업에 몰두했다.
몰리도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오히려 한 걸음 다가갔다.
"핼러윈의 밤"이 무슨 내용인지 이제 설명해주시겠어요?
엠블라가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야.
평범한 인간 "안젤리아"의 신분으로 죽음에서 되살아나,
모든 인류에게 영생이 실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
영생... 인류에게 있어서 정말 영원한 유혹이죠.
이것이 아버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이란다.
동시에 패러데우스 기술의 소소한 데뷔이기도 하지.
그럼 대가는요? 이런 영생을 얻기 위해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도 같이 알려줄 건가요?
인류는 근시안적이지. 눈앞의 사소한 이익에 눈이 멀어 장대한 계획을 포기하고 말아.
그들은 아버님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할 거고, 이해할 필요도 없단다.
알겠어요.
몰리도는 천천히 물러서다 뒤돌아 로비에서 나갔다.
...엠블라, 정말 저 여자 뜻대로 움직여 줄 건가요?
이렇게 간단한 임무를 잘 수행해줄 건가요?
어디 지켜보겠어요.
프랑크푸르트구, 슈르비우스-안드레아스 광장
엠블라는 느긋하게 분수 주변을 맴돌며 산책을 했다. 근처의 오페라 극장 밖에는 커다란 「파우스트」 포스터가 내걸려 있었다.
오늘은 극장이 쉬는 날. 날씨도 약간 쌀쌀하여 주변이 온통 썰렁한 가운데, 그녀만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엠블라는 손에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안에는 금방 구워 따끈따끈한 악마 모양 빵이 가득했다.
작은 눈송이가 눈앞에 떨어지고, 엠블라는 고개를 들어 등불이 가득한 야경을 바라봤다.
이렇게 아름다운 핼러윈엔 당연히 가장 재밌는 놀이가 어울러져야죠.
곧 공연이 시작되는데, 제 손님은 과연 제시간에 찾아올까요?
그녀는 빵 한 조각을 꺼내 가볍게 베어물었다. 매콤하고 짭짤한 향기가 입 안에 가득했다. 미식이라 할 순 없지만, 충분히 즐거움을 주는 축제 음식이었다.
삐삐.
그라프, 우리 옥수수밭 미로는 준비됐나요?
물론입니다, 엠블라 언니. 소품 모두 준비됐고, 배우도 대기 중입니다.
이제 언니만 오시면 가슴 벅찬 "핼러윈의 밤"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엠블라는 통신을 끊고 하얀 입김을 토하면서, 건물 꼭대기의 페가수스와 벽 위의 여신 조각을 찬찬히 감상했다.
그녀는 극장 정문으로 들어가, 느긋한 발걸음으로 모차르트 회랑을 지나갔다.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시대에 전부 다 쓰여졌지요.
수백 년 전의 파우스트는 또 어떻게 오늘날에 다시 빛을 발할까요?
각 세대마다 당대의 이야기가 있고, 각 세대의 이야기는 모두 당대의 각본가에게 어레인지되지요.
"인간이 꿈을 추구하면 악마의 노예로 전락한다."
"인간이 만족을 얻으면 희망찬 천국에 오르리."
와주신 관객 여러분, 저의 파우스트 편본——
"핼러윈의 밤"을 보러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오직 나방만이 불꽃의 매력을 안다.
불꽃에 홀린 그 끝이 어떤 운명인지를 알아도, 망설임 없이 죽음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 죽음은 과연 종착역일까?
매번 깨어날 때마다 느껴지는 공기는, 항상 색달라요.
항상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들죠.
안젤리아...
당신은, 새로운 세상에 제 자리를 남겨 줄 건가요?
딸깍. 엠블라가 조명 스위치를 켰다. 벽에 달린 촛불 모양 전등이 어스름한 빛을 내며 깜빡였다.
뚜벅, 뚜벅... 극장 깊은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미약한 등불에 기대어, 그녀는 계단에 올라 2층 깊은 곳 스태프룸 문 앞에 도착했다.
......
스태프룸 문을 열자 소리는 사라진 듯했다.
엠블라는 빠르게 방 안을 훑었다. 소품 같은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고, 벽엔 배우 출연 스케줄을 적은 시트도 있었다.
한 눈에 봐도 그 많은 기대를 받는 「파우스트」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었다.
어머나, 브라메드가 나오는 버전도 있군요.
헬렌 역인가...
엠블라는 흥미진진하게 시트 앞으로 다가갔다.
브라메드는 아무래도 주요 인물인 듯 일정표에 "헬렌"의 이름이 거의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칸들 옆의 비고란엔 전부 취소라 적혀 있었다.
"악마가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면, 영혼을 팔겠습니까?"
손가락으로 옆에 놓인 대본을 살며시 훑으며, 엠블라는 가볍게 흥얼거렸다.
삐삐삐.
바로 그때 엠블라의 통신이 울렸다.
누구신가요?
습——
응?
...습격입니다!
리벨리온!
엠블라 언니... 극장 안에...
타탕!
치이이익...
통신이 끊어졌다.
쯧쯧.
등 뒤의 인기척에 엠블라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누구인지를 보고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
검은 니토가 느긋하게 방으로 들어와, 엠블라를 등지고서 문을 닫으려 했다.
왔군요? 그럼 이제 사람이 전부 모였겠군요.
RPK-16, 넌 자신의 결말을 봤어?
퉁.
불빛이 순식간에 꺼졌다.
엠블라는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펑!
...참 과격하네요.
엠블라는 어둠 속에서 몸을 굴려, 그녀를 노린 탄환을 피했다.
타타탕! 여유 부릴 시간을 조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연거푸 쏟아진 탄환이 그녀를 바짝 추격했다.
엠블라는 화력에 떠밀리면서 숨을 곳이 전혀 없는 무대로 뛰었다.
끼익... 극장의 정문이 닫혔다.
엠블라는 무대 위에 올랐다.
머리 위의 스포트라이트가 그녀에게 반한 것처럼 그 모습을 쫓았고, 정중앙의 크리스털 샹들리에도 눈부신 광채를 뽐냈다.
다른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는 관중석에 서있는 검은 니토를 비췄다.
네 결말을 맺기에 참 좋은 곳이네.
AK-12, 왜 그 개조 소체를 쓰지 않나요?
......
제 센스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좀 참아주세요, 아베르누스에서 인형이 쓸 수 있는 소체는 몇 개 있지도 않았고, 게다가 그건 실험실의 최신 작품이었다고요.
어쩌면 쇼보다 기술력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쇼보다 나은 사람은 없어.
검은 니토는 빛 기둥 안에 서서, 등불을 온몸에 받는 엠블라를 유령처럼 차갑게 노려봤다.
엠블라는 여주인공 같은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리벨리온 모두 모인 거죠?
이런 특등석에서 네 죽음을 감상할 수 있는데,
빠질 사람이 있겠어?
엠블라는 극장 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이곳은 옛 극장 중 가장 온전하게 복원되고, 동시에 가장 화려한 중앙 극장이다.
관중석은 위아래로 총 세 층이 있는 표준적인 "프랑스식" 구조로 관객을 2천 명 넘게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관객은 단 세 명뿐이었다...
엠블라는 2층 관중석을 바라봤다. AN-94가 가장 선호하는 지원 사격 위치다. AK-15가 있으면 다들 알아서 정문을 그녀에게 양보하니까.
이 분은 AN-94, 리벨리온의 "눈늑대"입니다.
개조를 받아 근접전 성능과 화력이 향상되었죠.
......
AK-15의 위치는 큰 어려움 없이 찾아낼 수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있었다.
정문에 계신 분이 바로 AK-15, 리벨리온의 "마스티프".
우리 신소련 최강의 인형이죠.
......
하지만 AK-12, 지금 그 모습은 마음에 안 들어요.
검은 니토는 1층 정중앙 관중석 앞에 서 있었다.
마치 조각상처럼 무덤덤한 표정으로.
......
역시 제가 직접 골라준 소체가 마음에 드네요.
화려한 샹들리에 밑에서, 며칠만에 리벨리온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지금부터 여러분께 핼러윈 특별 코너를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편집 엠블라, 주연 엠블라. 「파우스트」, 상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제1막, 파우스트를 찾아라.
엠블라가 손뼉을 쳤다.
나오세요, 나의 메피스토들.
단상에 걸린 장막이 걷히자, 엠블라 뒤에는 완전무장한 하얀 병력들이 가득 서있었다.
타타탕!
총알의 소나기가 전방을 휩쓸자, 관중석 위의 검은 니토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나의 파우스트여, 그대는 어디에 있나.
나는 그대를 찾아헤매며, 그대에게 달려간다.
그대에게 아름다운 미래를 약속하마.
모든 일이 청산되었을 때 그대는 여전히 그대일지니.
그러나 그대가 나의 동료가 되어 이 모험에 함께해 준다면.
나도 흔쾌히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소.
발포와 격돌의 소리가 심장을 격동시키는 협주곡이 되어, 엠블라의 노래에 맞춰 감미로운 악장을 연주했다.
마치 밀물처럼 나타난 하얀 병사들은 메피스토가 지옥에서 불러낸 악마처럼, 둘밖에 없는 관객들에게 몰려들었다.
타타탕!
AK-15와 AN-94는 빈틈 없는 팀워크로, 몰려오는 하얀 물결을 향해 총알을 쏟아부었다.
개조받은 소체, 이미 셀 수도 없이 상대해본 패러데우스.
작전 방식이든 실력이든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다. 거기에 눈앞에 있는 적은 고급 전력조차 아니었다.
단 하나 가늠할 수 없는 건, 지금 무대 위에 있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인물이었다.
광기가 잔뜩 서린 눈빛과, 더 없이 심취한 미소가 그녀들을 마주보고 있었다.
이로써 그대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다면, 나는 그대의 종이자, 노예가 될 것이오.
그대는 수백만 가닥의 머리칼로 엮은 가발을 머리에 쓰고,
몇 인치 두께의 구두를 즈려밟으리.
엠블라는 눈웃음을 지으며 니토들이 홍수처럼 두 사람을 에워싸는 것을 지켜봤다.
AK-15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럼 2층 관중석에 있는 목표가 당연하게도 돌파구가 되리라.
타타탕!
퍼억!
AN-94의 위치는 여러 하얀 니토들의 공격을 받았다. 흔들리는 조명 속에서 니토들은 빛과 그늘 사이를 오가며, 악마의 손아귀처럼 끈질기게 그녀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네 뜻대로 되게 놔두지 않는다.
엠블라가 리벨리온을 잘 아는 만큼, AN-94 역시 리벨리온을 잘 알았다.
엠블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훤히 보였다. 녀석은 지금 모습을 감춘 AK-12를 찾아내려고 한다. AK-12가 숨어있는 한 아무도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날 얕보지 마라, RPK.
AN-94는 눈앞의 하얀 병사를 끌어당겨 무대 위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차단했다.
그리고 신속하게 탄창을 교체했다.
그 다음 즉시 공격 태세로 전환했다.
...나를 약점이나 돌파구로 생각했다면,
나는 이곳을 너의 묘지로 만들어 주겠다.
AN-94는 날렵하게 2층 관중석 밖으로 몸을 날렸다. 엠블라가 이곳의 지형을 샅샅이 파악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프랑스식 관중석에서 가장 빨리 무대에 도달하는 방법은——
뒤의 계단을 타는 것도, 앞의 니토 시체를 밟고 가는 것도 아니라.
바로——
천장의 샹들리에를 통해서다.
왜 가만히 있지, RPK!?
설마 이미 속죄할 준비가 되었다는 거냐?
AN-94는 날렵하게 샹들리에 위로 뛰어올라,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처럼 무대 중앙에 있는 여자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때 변수가 나타났다.
거대한 낫이 샹들리에 위의 AN-94를 향해 내리찍혔다. AN-94가 미처 보지 못한 곳, 샹들리에 지지대 뒷면에 숨은 하얀 니토가 휘두른 것이었다.
엠블라 언니가 정확하게 예측했다.
!
그늘에 숨어 있던 그라프가 미친 듯이 웃으며, AN-94가 점프하는 순간을 노려 그녀의 팔을 내리찍었다.
AN-94는 날개가 꺾인 새처럼, 대기권을 뚫고 떨어지는 유성처럼, 1층 관중석에 추락했다.
그리고 그 밑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하얀 병사들이었다.
타타탕——!
총알 한 무더기가 AN-94 밑에 있던 니토를 향해 날아왔다.
니토가 쓰러진 반대 방향으로, 그녀를 처치한 자의 위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대는 영원히 지금 같으리라.
영원토록, 지금 그 모습 그대로이리라.
엠블라는 1절을 다 부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찾았네요, 선배.
......
엠블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무대의 장막 한 줄이 떨어졌다.
새로운 하얀 병사들이 전장에 나타났다.
AN-94는 이제야 가장 가까운 두 니토를 쓰러뜨리고 잠깐 숨 돌릴 틈을 얻었다.
AK-12, 그렇게 저한테 모습 보여주는 게 싫어요?
......
관객은 당연히 배우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죠, 그럼 그라프가 대답해주세요.
여러분은 늑대 무리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일이 무엇인지 아나요?
그라프가 등대에서 뛰어내렸다.
...엠블라 언니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바로 "알파"가 없는 거랍니다.
그러니, 리벨리온을 상대할 때는 꼭 그늘 속에 숨어있는 그 사람을 찾아내야 해요.
찾아낸 다음은요?
찾아낸 다음엔, 우리의 뛰어난 배우들을 댄스 파트너로 보내줘야죠.
엠블라는 미소 띤 얼굴로 하얀 니토를 바라보며, 앞의 관중석을 가리킨 채 차근차근 설명했다.
눈늑대를 상대할 때는 전자전을 시도해 봐요. 전자전에 가장 능통한 "브라메드"가 나서서 패러데우스의 데이터 홍수를 맛보게 해주세요.
네.
그리고 마스티프, 그녀는 싸우기 위해 태어났죠. "몰리도"가 그녀를 초대하여 함정의 매력을 만끽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천장에서 은신하고 있는 저 분.
바로 우리의 "알파", AK-12죠. 저 분의 특기는...
음, 저 분은 못하는 일이 없어요.
지금 저 소체는 패러데우스의 최첨단 기술을 집약시킨 산물이니까요.
그럼... 누굴 보내면 됩니까?
당연히 "네메아란"이죠, 알파는 알파끼리 붙어야 하는 법.
알겠습니다.
엠블라는 고개를 들어 머리 위 현란한 크리스털 등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우스트를 찾아냈으니, 그럼 제2막을 시작하죠!
제2막, 끝나지 않는 무도회.
퉁.
현란한 크리스털 등, 눈부신 서치라이트, 그리고 벽에 붙은 암등까지 동시에 꺼졌다.
오직 어둠만이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
......
제자리에서 경계.
리벨리온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늑대의 눈을 가동하는 동시에 무대 위의 모든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부스럭부스럭.
참기 힘든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다가왔다.
파앗!
빛이 어둠을 가르고, 화려한 무대를 밝게 비췄다.
가장 밝은 빛이 비추는 지점. 밖으로 방자하게 뻗어나온 가시와 여러 층으로 구성된 하얀 실루엣이 무한한 생기를 뽐내면서, 무대 중앙의 히로인인 엠블라를 감쌌다.
무대 전체를 비추는 새하얀 치맛자락과, 반사선 모양으로 펼쳐진 가시. 그 안에 몸을 숨긴 여자는 관중석을 향해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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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데우스 임시 기지.
위잉... 네메아란이 오랫동안 방치해온 기기를 켜자, 한참 썰렁했던 기지가 다시 작동했다.
재차 확인한 다음, 네메아란은 등 뒤에 있는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의식의 호수와 이어진 통로가 이미 완전히 끊어졌다.
예비 계획이 정식 가동되기 전에 모두 전투를 최대한 피하거라.
엠블라가 이미 "핼러윈의 밤"을 실행하러 나갔어요.
근데 말이죠, 그녀를 믿어도 될까요?
실험 대조군으로서 엠블라의 임무는 이미 끝났다. 이제는 그 신분을 이용하는 것 말고는 쓸모가 없어.
쯧쯧, 만약 그 지휘관이 저 여자를 보낸 게 자기네 사장님이란 걸 알면...
얼마나 재밌는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요.
...말은 가려가면서 쓰도록 하렴.
제가 뭐 틀린 말 했어요?
인간은 말은 번지르르하게 해도 실제 행실은 지저분하죠.
그 점은 너도 착실히 배워온 것 같구나.
어머, 저의 그 사소한 사심은 네메아란 언니가 이미 다 넘어가주신 줄 알았는데요.
...괜한 짓 한다는 소리다.
우린 모두 선별된 실행자, 체스에서 폰에 불과하단다.
...네메아란 언니는 추구나 욕망이란 게 없나요?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의 사이는 아닐 텐데.
하긴.
그럼 다른 질문이요.
아버님은 왜 아베르누스를 포기한 건가요?
심지어 위험까지 무릅쓰고 그 지휘관을 보려고 한 게 대체 무슨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아버님께선 아베르누스를 포기하신 게 아니라 프랑크푸르트에 착륙시킨 거란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블랙존에서 화이트존으로.
니토인 우리는 인류 사회에 나타나면 "이물질" 취급을 받지. 아버님께선 이런 상황을 바꾸려는 거란다.
웃기네요, 우리도 엄연한 "인간"인데.
그것이 바로 아버님의 뜻이란다.
이번 계획을 통해서 우리가 인류의 무대에 정식으로 오르는 것이지.
"2등 시민"이 되는 건가요?
아니, 1등 시민이 될 수도 있지.
자신감 넘치시네요, 그 엘리트 계층이 우리를 자기들과 동등하게 취급해줄 것 같나요?
그들은 자신이 시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신이라 생각하지.
......
네메아란 언니는 저보다 훨씬 각박하네요.
인간이 동족을 대하는 수단은 우리보다 훨씬 잔인하단다.
몰리도, 틸과 그레이에게 생긴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는 않길 바란다.
......
지금 우리는 고위 니토를 생산할 수 없어서 당분간은 매우 수동적으로 몰릴 거란다.
브라메드까지 잃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네요.
그러니?
네메아란은 몰리도를 차갑게 흘겨보고선 다시 자신의 작업에 몰두했다.
몰리도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오히려 한 걸음 다가갔다.
"핼러윈의 밤"이 무슨 내용인지 이제 설명해주시겠어요?
엠블라가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야.
평범한 인간 "안젤리아"의 신분으로 죽음에서 되살아나,
모든 인류에게 영생이 실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
영생... 인류에게 있어서 정말 영원한 유혹이죠.
이것이 아버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이란다.
동시에 패러데우스 기술의 소소한 데뷔이기도 하지.
그럼 대가는요? 이런 영생을 얻기 위해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도 같이 알려줄 건가요?
인류는 근시안적이지. 눈앞의 사소한 이익에 눈이 멀어 장대한 계획을 포기하고 말아.
그들은 아버님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할 거고, 이해할 필요도 없단다.
알겠어요.
몰리도는 천천히 물러서다 뒤돌아 로비에서 나갔다.
...엠블라, 정말 저 여자 뜻대로 움직여 줄 건가요?
이렇게 간단한 임무를 잘 수행해줄 건가요?
어디 지켜보겠어요.
프랑크푸르트구, 슈르비우스-안드레아스 광장
엠블라는 느긋하게 분수 주변을 맴돌며 산책을 했다. 근처의 오페라 극장 밖에는 커다란 「파우스트」 포스터가 내걸려 있었다.
오늘은 극장이 쉬는 날. 날씨도 약간 쌀쌀하여 주변이 온통 썰렁한 가운데, 그녀만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엠블라는 손에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안에는 금방 구워 따끈따끈한 악마 모양 빵이 가득했다.
작은 눈송이가 눈앞에 떨어지고, 엠블라는 고개를 들어 등불이 가득한 야경을 바라봤다.
이렇게 아름다운 핼러윈엔 당연히 가장 재밌는 놀이가 어울러져야죠.
곧 공연이 시작되는데, 제 손님은 과연 제시간에 찾아올까요?
그녀는 빵 한 조각을 꺼내 가볍게 베어물었다. 매콤하고 짭짤한 향기가 입 안에 가득했다. 미식이라 할 순 없지만, 충분히 즐거움을 주는 축제 음식이었다.
삐삐.
그라프, 우리 옥수수밭 미로는 준비됐나요?
<color=#00CCFF>물론입니다, 엠블라 언니. 소품 모두 준비됐고, 배우도 대기 중입니다.</color>
<color=#00CCFF>이제 언니만 오시면 가슴 벅찬 "핼러윈의 밤"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color>
엠블라는 통신을 끊고 하얀 입김을 토하면서, 건물 꼭대기의 페가수스와 벽 위의 여신 조각을 찬찬히 감상했다.
그녀는 극장 정문으로 들어가, 느긋한 발걸음으로 모차르트 회랑을 지나갔다.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시대에 전부 다 쓰여졌지요.
수백 년 전의 파우스트는 또 어떻게 오늘날에 다시 빛을 발할까요?
각 세대마다 당대의 이야기가 있고, 각 세대의 이야기는 모두 당대의 각본가에게 어레인지되지요.
"인간이 꿈을 추구하면 악마의 노예로 전락한다."
"인간이 만족을 얻으면 희망찬 천국에 오르리."
와주신 관객 여러분, 저의 파우스트 편본——
"핼러윈의 밤"을 보러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오직 나방만이 불꽃의 매력을 안다.
불꽃에 홀린 그 끝이 어떤 운명인지를 알아도, 망설임 없이 죽음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 죽음은 과연 종착역일까?
<color=#A9A9A9>매번 깨어날 때마다 느껴지는 공기는, 항상 색달라요.</color>
<color=#A9A9A9>항상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들죠.</color>
<color=#A9A9A9>안젤리아...</color>
당신은, 새로운 세상에 제 자리를 남겨 줄 건가요?
딸깍. 엠블라가 조명 스위치를 켰다. 벽에 달린 촛불 모양 전등이 어스름한 빛을 내며 깜빡였다.
뚜벅, 뚜벅... 극장 깊은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미약한 등불에 기대어, 그녀는 계단에 올라 2층 깊은 곳 스태프룸 문 앞에 도착했다.
......
스태프룸 문을 열자 소리는 사라진 듯했다.
엠블라는 빠르게 방 안을 훑었다. 소품 같은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고, 벽엔 배우 출연 스케줄을 적은 시트도 있었다.
한 눈에 봐도 그 많은 기대를 받는 「파우스트」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었다.
어머나, 브라메드가 나오는 버전도 있군요.
헬렌 역인가...
엠블라는 흥미진진하게 시트 앞으로 다가갔다.
브라메드는 아무래도 주요 인물인 듯 일정표에 "헬렌"의 이름이 거의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칸들 옆의 비고란엔 전부 취소라 적혀 있었다.
"악마가 당신의 모든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면, 영혼을 팔겠습니까?"
손가락으로 옆에 놓인 대본을 살며시 훑으며, 엠블라는 가볍게 흥얼거렸다.
삐삐삐.
바로 그때 엠블라의 통신이 울렸다.
누구신가요?
<color=#00CCFF>습——</color>
응?
<color=#00CCFF><size=50>...습격입니다!</size></color>
<color=#00CCFF>리벨리온!</color>
<color=#00CCFF>엠블라 언니... 극장 안에...</color>
타탕!
치이이익...
통신이 끊어졌다.
쯧쯧.
등 뒤의 인기척에 엠블라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누구인지를 보고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
검은 니토가 느긋하게 방으로 들어와, 엠블라를 등지고서 문을 닫으려 했다.
왔군요? 그럼 이제 사람이 전부 모였겠군요.
RPK-16, 넌 자신의 결말을 봤어?
퉁.
불빛이 순식간에 꺼졌다.
엠블라는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펑!
...참 과격하네요.
엠블라는 어둠 속에서 몸을 굴려, 그녀를 노린 탄환을 피했다.
타타탕! 여유 부릴 시간을 조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연거푸 쏟아진 탄환이 그녀를 바짝 추격했다.
엠블라는 화력에 떠밀리면서 숨을 곳이 전혀 없는 무대로 뛰었다.
끼익... 극장의 정문이 닫혔다.
엠블라는 무대 위에 올랐다.
머리 위의 스포트라이트가 그녀에게 반한 것처럼 그 모습을 쫓았고, 정중앙의 크리스털 샹들리에도 눈부신 광채를 뽐냈다.
다른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는 관중석에 서있는 검은 니토를 비췄다.
네 결말을 맺기에 참 좋은 곳이네.
AK-12, 왜 그 개조 소체를 쓰지 않나요?
......
제 센스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좀 참아주세요, 아베르누스에서 인형이 쓸 수 있는 소체는 몇 개 있지도 않았고, 게다가 그건 실험실의 최신 작품이었다고요.
어쩌면 쇼보다 기술력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쇼보다 나은 사람은 없어.
검은 니토는 빛 기둥 안에 서서, 등불을 온몸에 받는 엠블라를 유령처럼 차갑게 노려봤다.
엠블라는 여주인공 같은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리벨리온 모두 모인 거죠?
이런 특등석에서 네 죽음을 감상할 수 있는데,
빠질 사람이 있겠어?
엠블라는 극장 안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이곳은 옛 극장 중 가장 온전하게 복원되고, 동시에 가장 화려한 중앙 극장이다.
관중석은 위아래로 총 세 층이 있는 표준적인 "프랑스식" 구조로 관객을 2천 명 넘게 수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관객은 단 세 명뿐이었다...
엠블라는 2층 관중석을 바라봤다. AN-94가 가장 선호하는 지원 사격 위치다. AK-15가 있으면 다들 알아서 정문을 그녀에게 양보하니까.
이 분은 AN-94, 리벨리온의 "눈늑대"입니다.
개조를 받아 근접전 성능과 화력이 향상되었죠.
......
AK-15의 위치는 큰 어려움 없이 찾아낼 수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있었다.
정문에 계신 분이 바로 AK-15, 리벨리온의 "마스티프".
우리 신소련 최강의 인형이죠.
......
하지만 AK-12, 지금 그 모습은 마음에 안 들어요.
검은 니토는 1층 정중앙 관중석 앞에 서 있었다.
마치 조각상처럼 무덤덤한 표정으로.
......
역시 제가 직접 골라준 소체가 마음에 드네요.
화려한 샹들리에 밑에서, 며칠만에 리벨리온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지금부터 여러분께 핼러윈 특별 코너를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편집 엠블라, 주연 엠블라. 「파우스트」, 상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제1막, 파우스트를 찾아라.
엠블라가 손뼉을 쳤다.
나오세요, 나의 메피스토들.
단상에 걸린 장막이 걷히자, 엠블라 뒤에는 완전무장한 하얀 병력들이 가득 서있었다.
타타탕!
총알의 소나기가 전방을 휩쓸자, 관중석 위의 검은 니토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나의 파우스트여, 그대는 어디에 있나.
나는 그대를 찾아헤매며, 그대에게 달려간다.
그대에게 아름다운 미래를 약속하마.
모든 일이 청산되었을 때 그대는 여전히 그대일지니.
그러나 그대가 나의 동료가 되어 이 모험에 함께해 준다면.
나도 흔쾌히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소.
발포와 격돌의 소리가 심장을 격동시키는 협주곡이 되어, 엠블라의 노래에 맞춰 감미로운 악장을 연주했다.
마치 밀물처럼 나타난 하얀 병사들은 메피스토가 지옥에서 불러낸 악마처럼, 둘밖에 없는 관객들에게 몰려들었다.
타타탕!
AK-15와 AN-94는 빈틈 없는 팀워크로, 몰려오는 하얀 물결을 향해 총알을 쏟아부었다.
개조받은 소체, 이미 셀 수도 없이 상대해본 패러데우스.
작전 방식이든 실력이든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다. 거기에 눈앞에 있는 적은 고급 전력조차 아니었다.
단 하나 가늠할 수 없는 건, 지금 무대 위에 있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인물이었다.
광기가 잔뜩 서린 눈빛과, 더 없이 심취한 미소가 그녀들을 마주보고 있었다.
이로써 그대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다면, 나는 그대의 종이자, 노예가 될 것이오.
그대는 수백만 가닥의 머리칼로 엮은 가발을 머리에 쓰고,
몇 인치 두께의 구두를 즈려밟으리.
엠블라는 눈웃음을 지으며 니토들이 홍수처럼 두 사람을 에워싸는 것을 지켜봤다.
AK-15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럼 2층 관중석에 있는 목표가 당연하게도 돌파구가 되리라.
타타탕!
퍼억!
AN-94의 위치는 여러 하얀 니토들의 공격을 받았다. 흔들리는 조명 속에서 니토들은 빛과 그늘 사이를 오가며, 악마의 손아귀처럼 끈질기게 그녀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네 뜻대로 되게 놔두지 않는다.
엠블라가 리벨리온을 잘 아는 만큼, AN-94 역시 리벨리온을 잘 알았다.
엠블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훤히 보였다. 녀석은 지금 모습을 감춘 AK-12를 찾아내려고 한다. AK-12가 숨어있는 한 아무도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날 얕보지 마라, RPK.
AN-94는 눈앞의 하얀 병사를 끌어당겨 무대 위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차단했다.
그리고 신속하게 탄창을 교체했다.
그 다음 즉시 공격 태세로 전환했다.
...나를 약점이나 돌파구로 생각했다면,
나는 이곳을 너의 묘지로 만들어 주겠다.
AN-94는 날렵하게 2층 관중석 밖으로 몸을 날렸다. 엠블라가 이곳의 지형을 샅샅이 파악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프랑스식 관중석에서 가장 빨리 무대에 도달하는 방법은——
뒤의 계단을 타는 것도, 앞의 니토 시체를 밟고 가는 것도 아니라.
바로——
천장의 샹들리에를 통해서다.
왜 가만히 있지, RPK!?
설마 이미 속죄할 준비가 되었다는 거냐?
AN-94는 날렵하게 샹들리에 위로 뛰어올라,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처럼 무대 중앙에 있는 여자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때 변수가 나타났다.
거대한 낫이 샹들리에 위의 AN-94를 향해 내리찍혔다. AN-94가 미처 보지 못한 곳, 샹들리에 지지대 뒷면에 숨은 하얀 니토가 휘두른 것이었다.
엠블라 언니가 정확하게 예측했다.
!
그늘에 숨어 있던 그라프가 미친 듯이 웃으며, AN-94가 점프하는 순간을 노려 그녀의 팔을 내리찍었다.
AN-94는 날개가 꺾인 새처럼, 대기권을 뚫고 떨어지는 유성처럼, 1층 관중석에 추락했다.
그리고 그 밑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하얀 병사들이었다.
타타탕——!
총알 한 무더기가 AN-94 밑에 있던 니토를 향해 날아왔다.
니토가 쓰러진 반대 방향으로, 그녀를 처치한 자의 위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대는 영원히 지금 같으리라.
영원토록, 지금 그 모습 그대로이리라.
엠블라는 1절을 다 부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찾았네요, 선배.
......
엠블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무대의 장막 한 줄이 떨어졌다.
새로운 하얀 병사들이 전장에 나타났다.
AN-94는 이제야 가장 가까운 두 니토를 쓰러뜨리고 잠깐 숨 돌릴 틈을 얻었다.
AK-12, 그렇게 저한테 모습 보여주는 게 싫어요?
......
관객은 당연히 배우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죠, 그럼 그라프가 대답해주세요.
여러분은 늑대 무리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일이 무엇인지 아나요?
그라프가 등대에서 뛰어내렸다.
...엠블라 언니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바로 "알파"가 없는 거랍니다.
그러니, 리벨리온을 상대할 때는 꼭 그늘 속에 숨어있는 그 사람을 찾아내야 해요.
찾아낸 다음은요?
찾아낸 다음엔, 우리의 뛰어난 배우들을 댄스 파트너로 보내줘야죠.
엠블라는 미소 띤 얼굴로 하얀 니토를 바라보며, 앞의 관중석을 가리킨 채 차근차근 설명했다.
눈늑대를 상대할 때는 전자전을 시도해 봐요. 전자전에 가장 능통한 "브라메드"가 나서서 패러데우스의 데이터 홍수를 맛보게 해주세요.
네.
그리고 마스티프, 그녀는 싸우기 위해 태어났죠. "몰리도"가 그녀를 초대하여 함정의 매력을 만끽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천장에서 은신하고 있는 저 분.
바로 우리의 "알파", AK-12죠. 저 분의 특기는...
음, 저 분은 못하는 일이 없어요.
지금 저 소체는 패러데우스의 최첨단 기술을 집약시킨 산물이니까요.
그럼... 누굴 보내면 됩니까?
당연히 "네메아란"이죠, 알파는 알파끼리 붙어야 하는 법.
알겠습니다.
엠블라는 고개를 들어 머리 위 현란한 크리스털 등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우스트를 찾아냈으니, 그럼 제2막을 시작하죠!
제2막, 끝나지 않는 무도회.
퉁.
현란한 크리스털 등, 눈부신 서치라이트, 그리고 벽에 붙은 암등까지 동시에 꺼졌다.
오직 어둠만이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
......
<color=#00CCFF>제자리에서 경계.</color>
리벨리온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늑대의 눈을 가동하는 동시에 무대 위의 모든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부스럭부스럭.
참기 힘든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다가왔다.
파앗!
빛이 어둠을 가르고, 화려한 무대를 밝게 비췄다.
가장 밝은 빛이 비추는 지점. 밖으로 방자하게 뻗어나온 가시와 여러 층으로 구성된 하얀 실루엣이 무한한 생기를 뽐내면서, 무대 중앙의 히로인인 엠블라를 감쌌다.
무대 전체를 비추는 새하얀 치맛자락과, 반사선 모양으로 펼쳐진 가시. 그 안에 몸을 숨긴 여자는 관중석을 향해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