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구석
너 자신을 어둠에 바치고 나의 이름을 말해라, 나를 그녀에게 이끌어다오.
온다.
제기랄, 숨 돌릴 틈도 안 주질 않는구만.
어떻게든 내 목을 가져가겠다 이거지?
아무래도, 안젤리아를 무사히 탈출시키려면...
누가 미끼가 되어야겠네.
어머, 그럼 우리 대장님이 나설 시간이네요?
그렇지.
......엥, 네? 진심이었어요?
그 방법 말곤 없어.
지금 그 꼴로요?
그랬다간 어떻게 될지, 알죠?
그걸 왜 몰라.
내가 너처럼 멍청한 줄 알아?
그렇다면야, 확실히 묘안이긴 해요. 게다가 베를린을 떠날 때까진 선배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예요.
하지만 안젤리아가 섭섭하겠네요.
네가 미끼가 되겠다고?
절대 안 돼, 지금 상황으론 네 예비 소체를 가져올 수도 없어! 다른――
너네 둘이 머리 맞대도 나보다 못하면서 무슨.
내가 다른 방법이 없다면 정말 없는 거야.
안젤리아, 내가 몇 번이고 말했지만... 네 목숨을 최우선으로 해.
인형 지키려다 죽지 말고.
네가 목숨을 걸 전장은 여기가 아니잖아?
......
RPK.
네? 어, 지금 뭘 보냈... 지휘 권한?
그럼 이제 제가 대장이에요?
나 복귀할 때까지만.
안젤리아한테 무슨 일 생기기만 해봐, 쇼가 뭐라 해도 소용없을 테니까.
네 기반 코드가 안 뜯어지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알았어?
와아... 이거 정말... 황송할 따름이네요.
하지만...
안젤리아, 그만해요.
두 분 모두 자원해서 당신을 도와주려는 거라고요.
그리고, 저도 이번만큼은 달리 더 나은 방법이 안 떠올라요.
......
제가 책임지고 무사히 AK-15랑 AN-94와 합류할게요.
...알았어, 그럼 가자.
새 탄창으로 교체하고, AK-12는 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저 패러데우스 피라미들에게 보여 주지.
"진짜 전술인형"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너와의 약속을 이행하려 한다.
오오?
RPK-16의 눈이 가늘어지며,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우리는 잠시 베를린을 포기한다.
곧 너를 기지로 데려갈 사람이 올 거다.
당신들의 기지...
그래, 우리의 진짜 기지.
이제부터 너도 진정한 의미로 우리의 일원이 된다는 뜻이지.
그러니 기뻐해라, 판도라.
그렇네요... 정말, 이 날이 오기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가볍게 눈을 깜빡이며, RPK-16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누구도 열어 볼 수 없는 자신의 마인드맵의 심층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그녀의 가장 근원적인 곳. 지금 그곳엔 다른 리벨리온 대원의 마인드맵이 보관되어 있었다.
선배, 이제 곧 놈들의 소굴인 아베르누스에 도착해요.
전설로만 전해져 오던 블랙존 "죽음의 바다"라고요~
도착하면 분명 니토가 제 마인드맵을 검사할 거예요.
그러니까 꼭꼭 숨어있으세요, 들켰다간 안젤리아를 다시는 못 볼 거예요.
......
왜 말이 없어요, 선배?
안젤리아가 붙잡힐 때도 말이 없었고,
AK-15가 저를 믿었다고 말할 때도 말이 없었잖아요.
이제 적의 본거지로 들어가는데도 말이 없네요?
......
선배, 지금 선배가 어떻게 제 마인드맵 공간에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진 않았아요?
......
너, 대체 뭐야?
그 화제에 맞장구 쳐 드릴 순 없겠습니다, 마담.
다만 저희는 마담께 절대적으로 충성함을 장담합니다.
AK-12가 마침내 눈을 번쩍 뜨고, 눈앞에서 활짝 웃는 얼굴을 노려봤다.
——"나쟈".
쇼의 서포트 AI...!
딩동댕~ 축하해요, 선배.
네가 AN-94를 제어할 수 있었던 건 내가 권한을 줘서가 아니었어...
원래부터 가능한 거였어...
그렇답니다, 선배.
닥쳐 나쟈, 그 호칭으로 부르지 마, 역겨우니까.
그럼 넌 대체 누구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거야? 쇼?
땡, 아니에요.
"훈작사"의 초청을 받아 브레멘으로 향할 때, 그가 제게 따로 임무를 주었어요.
반드시 블랙존 "죽음의 바다"로 들어가서, 패러데우스의 기지 아베르누스의 비밀을 확보하라고요.
...안젤리아는 그저 장기말이었네. 우리 모두 장기말이었어.
아뇨 선배, 우리는 장기말이 아니에요.
그런 높으신 분들 눈에는 안젤리아가 장기말이고, 우리는 도구에 불과해요.
AK-12는 악을 쓰며 일어섰다. RPK-16의 마인드맵 공간 안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어서 상대의 목을 움켜잡았다.
네가 안젤리아를 배신한 걸 쇼가 알면――
알 수 없어요.
너어!
이미 죽었거든요.
......뭐?
제가 "RPK-16"이 되었을 때, 그녀는 이미 죽은 뒤였어요. 제가 보는 앞에서 말이죠.
하지만 누가 죽인 건지는 몰라요.
드물게 진지한 RPK-16의 눈빛에, AK-12는 손을 놓았다.
...왜 안 말했어.
범인도 모르고 누구에게 복수해야 할지도 모르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리벨리온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그럼, 지금은 범인이 누군지 알았단 거야?
맞아요.
훈작사에게 임무를 받았을 때... 무엇이 쇼를 죽였는지 알았어요.
...인류의 탐욕.
직접 움직인 사람은 "장기말".
그녀의 목숨을 끊은 자는 "도구".
하지만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그녀의 이상이었어요.
그녀는 세상에 용납될 수 없는 길을 선택했으니까요.
...쇼의 기술이?
쇼는 사람들이 유적을 개발하는 이유가 최고의 무기를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녀는 항상 유적 기술을 배제해도 여전히 최고인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몰두했죠.
그리고, 해냈어요.
...리벨리온.
딩동댕.
하지만 높으신 분들이 원한 건 최고의 무기만이 아니죠.
...뭔데?
글쎄요? 직접 물어보세요.
그러니까... 선배, "플레이어"가 되고 싶진 않나요?
그 질문에 AK-12는 긴 침묵에 빠졌고, RPK-16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어째서 네가...?
두 발을 바닥에 딛고, 드레스 같은 천옷을 입은 여성이, 웃는 듯 아닌 듯 미묘한 표정으로 M16A1을 마주봤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들 하죠.
더 이상 올라가지 말아요, M16. 여기에 남아 있으세요.
너한텐 볼일 없어.
저는 당신을 기다렸답니다.
그거 미안하게 됐네.
나랑은 관계 없어.
그리고 친한 척 하지 마, 우리 처음 보는 사이일 텐데?
아뇨... 당신은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을 아주 많이 봤답니다.
……
RPK-16이 M16A1을 불명의 통신 채널에 초대했다. 거기엔 이미지 한 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거, 본 적 있죠?
......이게, 너라고?
제가 곧 받을 수술은, 바로 "루니샤 수술"의... 대조군이에요.
당신이 찾는 것은 유적을 여는 열쇠에 필요한 조건, 맞죠?
......
열쇠는 통로, 그릇, 그리고 시스템이 필요해요.
이 세 가지는 아베르누스에서는 각각 의식의 호수, 니토, 그리고 엘더 브레인급 AI죠.
...즉, "라플라스의 악마"는 엘리사일 수도 있고, 댄들라이일 수도 있고...
너일 수도 있겠군.
너는 RPK-16일 뿐만 아니라 "나쟈"니까.
다시 대검을 든 M16A1의 손이, 또 다시 멈췄다.
......너였냐.
그만 가세요.
당신이 찾는 것은 이쪽에 없어요.
진정한 열쇠가 강림하는 곳은 프랑크푸르트.
저는 그저, 버려진 "가짜" 열쇠일 뿐이에요.
M16A1은 손을 떨구고, 옆의 굳게 닫힌 차단문을 흘겨봤다.
그런 거 같네.
케헥... 콜록콜록...
잘 해 봐라.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제 개조가 끝날 때까지만요...
우리 사이의 인력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답니다... M16...
등장할 차례에요, AK-12.
...난 안젤리아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어.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답니다.
이것이 "대체" 열쇠가 되기 위한 대가예요.
...안젤리아는 미쳤어.
너도 미쳤어.
가세요, AK-12.
마지막에 안젤리아가 당신을 본다면 분명 기뻐할 거예요.
몸부림치는 AK-12를 붙잡고, RPK-16은 그녀를 자신의 마인드맵 공간에서 데리고 나갔다.
현실로 돌아온 걸 환영해요, AK-12.
......
지금은 가진 재료가 부족하니 이 소체로 잠시만 참아 주세요.
......
"몸뚱이"를 받자마자, AK-12는 아직 움직이기 서투른 기계손으로 RPK-16의 머리를 짚었다.
너에게 안젤리아의 생사를 결정할 자격은 없어.
그녀의 목숨은 내 손에 있다고.
AK-12, 당신은 결코 안젤리아의 뜻을 꺾지 못해요.
그녀가 자신의 충동으로 인해 타인이 목숨으로 대가를 치른 걸 본 순간부터, 그녀는 자신의 결말을 결정했거든요.
그녀에겐 이 "열쇠"가 필요해요. 저와 함께 이 "열쇠"를 모두에게 보여 줘야만 해요.
아무렴요, 그녀도 이미 이 계획에 동의했는걸요.
안젤리아가 어떻게 되든... 넌 절대 곱게 안 끝나.
선배. 만약 결말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당신의 손에 끝나기를 바라요.
그게 아마 당신의 바람이기도 하겠죠?
저는 쇼를 죽였습니다.
안젤리아도 제가 죽였죠.
왜냐하면, 그 둘은 이렇게나 위대한 기술이 세상에 드러나는 걸 막으려고 했으니까요.
그들은 유적이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임을 알았으니까.
인간을 타락으로 이끄는 원죄, "판도라"임을.
타앙——
카메라가 잠깐 흔들리더니, 피가 묻은 다른 얼굴을 비췄다.
카메라는 흔들려, 피에 묻은 다른 얼굴을 비췄다.
...불을 훔치려는 욕망이야말로 인류의 원죄이다.
...이제 끝났어요, 선배.
열쇠를 없앨 물건을 손에 넣었다는 걸 알아요.
전체 대사 보기 (123줄)
온다.
제기랄, 숨 돌릴 틈도 안 주질 않는구만.
어떻게든 내 목을 가져가겠다 이거지?
아무래도, 안젤리아를 무사히 탈출시키려면...
누가 미끼가 되어야겠네.
어머, 그럼 우리 대장님이 나설 시간이네요?
그렇지.
......엥, 네? 진심이었어요?
그 방법 말곤 없어.
지금 그 꼴로요?
그랬다간 어떻게 될지, 알죠?
그걸 왜 몰라.
내가 너처럼 멍청한 줄 알아?
그렇다면야, 확실히 묘안이긴 해요. 게다가 베를린을 떠날 때까진 선배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예요.
하지만 안젤리아가 섭섭하겠네요.
네가 미끼가 되겠다고?
절대 안 돼, 지금 상황으론 네 예비 소체를 가져올 수도 없어! 다른――
너네 둘이 머리 맞대도 나보다 못하면서 무슨.
내가 다른 방법이 없다면 정말 없는 거야.
안젤리아, 내가 몇 번이고 말했지만... 네 목숨을 최우선으로 해.
인형 지키려다 죽지 말고.
네가 목숨을 걸 전장은 여기가 아니잖아?
......
RPK.
네? 어, 지금 뭘 보냈... 지휘 권한?
그럼 이제 제가 대장이에요?
나 복귀할 때까지만.
안젤리아한테 무슨 일 생기기만 해봐, 쇼가 뭐라 해도 소용없을 테니까.
네 기반 코드가 안 뜯어지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알았어?
와아... 이거 정말... 황송할 따름이네요.
하지만...
안젤리아, 그만해요.
두 분 모두 자원해서 당신을 도와주려는 거라고요.
그리고, 저도 이번만큼은 달리 더 나은 방법이 안 떠올라요.
......
제가 책임지고 무사히 AK-15랑 AN-94와 합류할게요.
...알았어, 그럼 가자.
새 탄창으로 교체하고, AK-12는 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저 패러데우스 피라미들에게 보여 주지.
"진짜 전술인형"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너와의 약속을 이행하려 한다.
오오?
RPK-16의 눈이 가늘어지며,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우리는 잠시 베를린을 포기한다.
곧 너를 기지로 데려갈 사람이 올 거다.
당신들의 기지...
그래, 우리의 진짜 기지.
이제부터 너도 진정한 의미로 우리의 일원이 된다는 뜻이지.
그러니 기뻐해라, 판도라.
그렇네요... 정말, 이 날이 오기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가볍게 눈을 깜빡이며, RPK-16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누구도 열어 볼 수 없는 자신의 마인드맵의 심층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그녀의 가장 근원적인 곳. 지금 그곳엔 다른 리벨리온 대원의 마인드맵이 보관되어 있었다.
선배, 이제 곧 놈들의 소굴인 아베르누스에 도착해요.
전설로만 전해져 오던 블랙존 "죽음의 바다"라고요~
도착하면 분명 니토가 제 마인드맵을 검사할 거예요.
그러니까 꼭꼭 숨어있으세요, 들켰다간 안젤리아를 다시는 못 볼 거예요.
......
왜 말이 없어요, 선배?
안젤리아가 붙잡힐 때도 말이 없었고,
AK-15가 저를 믿었다고 말할 때도 말이 없었잖아요.
이제 적의 본거지로 들어가는데도 말이 없네요?
......
선배, 지금 선배가 어떻게 제 마인드맵 공간에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진 않았아요?
......
너, 대체 뭐야?
그 화제에 맞장구 쳐 드릴 순 없겠습니다, 마담.
다만 저희는 마담께 절대적으로 충성함을 장담합니다.
AK-12가 마침내 눈을 번쩍 뜨고, 눈앞에서 활짝 웃는 얼굴을 노려봤다.
——"나쟈".
쇼의 서포트 AI...!
딩동댕~ 축하해요, 선배.
네가 AN-94를 제어할 수 있었던 건 내가 권한을 줘서가 아니었어...
원래부터 가능한 거였어...
그렇답니다, 선배.
닥쳐 나쟈, 그 호칭으로 부르지 마, 역겨우니까.
그럼 넌 대체 누구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거야? 쇼?
땡, 아니에요.
"훈작사"의 초청을 받아 브레멘으로 향할 때, 그가 제게 따로 임무를 주었어요.
반드시 블랙존 "죽음의 바다"로 들어가서, 패러데우스의 기지 아베르누스의 비밀을 확보하라고요.
...안젤리아는 그저 장기말이었네. 우리 모두 장기말이었어.
아뇨 선배, 우리는 장기말이 아니에요.
그런 높으신 분들 눈에는 안젤리아가 장기말이고, 우리는 도구에 불과해요.
AK-12는 악을 쓰며 일어섰다. RPK-16의 마인드맵 공간 안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어서 상대의 목을 움켜잡았다.
네가 안젤리아를 배신한 걸 쇼가 알면――
알 수 없어요.
너어!
이미 죽었거든요.
......뭐?
제가 "RPK-16"이 되었을 때, 그녀는 이미 죽은 뒤였어요. 제가 보는 앞에서 말이죠.
하지만 누가 죽인 건지는 몰라요.
드물게 진지한 RPK-16의 눈빛에, AK-12는 손을 놓았다.
...왜 안 말했어.
범인도 모르고 누구에게 복수해야 할지도 모르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리벨리온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그럼, 지금은 범인이 누군지 알았단 거야?
맞아요.
훈작사에게 임무를 받았을 때... 무엇이 쇼를 죽였는지 알았어요.
...인류의 탐욕.
직접 움직인 사람은 "장기말".
그녀의 목숨을 끊은 자는 "도구".
하지만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그녀의 이상이었어요.
그녀는 세상에 용납될 수 없는 길을 선택했으니까요.
...쇼의 기술이?
쇼는 사람들이 유적을 개발하는 이유가 최고의 무기를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녀는 항상 유적 기술을 배제해도 여전히 최고인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몰두했죠.
그리고, 해냈어요.
...리벨리온.
딩동댕.
하지만 높으신 분들이 원한 건 최고의 무기만이 아니죠.
...뭔데?
글쎄요? 직접 물어보세요.
그러니까... 선배, "플레이어"가 되고 싶진 않나요?
그 질문에 AK-12는 긴 침묵에 빠졌고, RPK-16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어째서 네가...?
두 발을 바닥에 딛고, 드레스 같은 천옷을 입은 여성이, 웃는 듯 아닌 듯 미묘한 표정으로 M16A1을 마주봤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들 하죠.
더 이상 올라가지 말아요, M16. 여기에 남아 있으세요.
너한텐 볼일 없어.
저는 당신을 기다렸답니다.
그거 미안하게 됐네.
나랑은 관계 없어.
그리고 친한 척 하지 마, 우리 처음 보는 사이일 텐데?
아뇨... 당신은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을 아주 많이 봤답니다.
……
RPK-16이 M16A1을 불명의 통신 채널에 초대했다. 거기엔 이미지 한 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거, 본 적 있죠?
......이게, 너라고?
제가 곧 받을 수술은, 바로 "루니샤 수술"의... 대조군이에요.
당신이 찾는 것은 유적을 여는 열쇠에 필요한 조건, 맞죠?
......
열쇠는 통로, 그릇, 그리고 시스템이 필요해요.
이 세 가지는 아베르누스에서는 각각 의식의 호수, 니토, 그리고 엘더 브레인급 AI죠.
...즉, "라플라스의 악마"는 엘리사일 수도 있고, 댄들라이일 수도 있고...
너일 수도 있겠군.
너는 RPK-16일 뿐만 아니라 "나쟈"니까.
다시 대검을 든 M16A1의 손이, 또 다시 멈췄다.
......너였냐.
그만 가세요.
당신이 찾는 것은 이쪽에 없어요.
<color=#00CCFF>진정한 열쇠가 강림하는 곳은 프랑크푸르트.</color>
<color=#00CCFF>저는 그저, 버려진 "가짜" 열쇠일 뿐이에요.</color>
M16A1은 손을 떨구고, 옆의 굳게 닫힌 차단문을 흘겨봤다.
그런 거 같네.
케헥... 콜록콜록...
잘 해 봐라.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제 개조가 끝날 때까지만요...
우리 사이의 인력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답니다... M16...
등장할 차례에요, AK-12.
...난 안젤리아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어.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답니다.
이것이 "대체" 열쇠가 되기 위한 대가예요.
...안젤리아는 미쳤어.
너도 미쳤어.
가세요, AK-12.
마지막에 안젤리아가 당신을 본다면 분명 기뻐할 거예요.
몸부림치는 AK-12를 붙잡고, RPK-16은 그녀를 자신의 마인드맵 공간에서 데리고 나갔다.
현실로 돌아온 걸 환영해요, AK-12.
......
지금은 가진 재료가 부족하니 이 소체로 잠시만 참아 주세요.
......
"몸뚱이"를 받자마자, AK-12는 아직 움직이기 서투른 기계손으로 RPK-16의 머리를 짚었다.
너에게 안젤리아의 생사를 결정할 자격은 없어.
그녀의 목숨은 내 손에 있다고.
AK-12, 당신은 결코 안젤리아의 뜻을 꺾지 못해요.
그녀가 자신의 충동으로 인해 타인이 목숨으로 대가를 치른 걸 본 순간부터, 그녀는 자신의 결말을 결정했거든요.
그녀에겐 이 "열쇠"가 필요해요. 저와 함께 이 "열쇠"를 모두에게 보여 줘야만 해요.
아무렴요, 그녀도 이미 이 계획에 동의했는걸요.
안젤리아가 어떻게 되든... 넌 절대 곱게 안 끝나.
선배. 만약 결말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당신의 손에 끝나기를 바라요.
그게 아마 당신의 바람이기도 하겠죠?
저는 쇼를 죽였습니다.
안젤리아도 제가 죽였죠.
왜냐하면, 그 둘은 이렇게나 위대한 기술이 세상에 드러나는 걸 막으려고 했으니까요.
그들은 유적이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임을 알았으니까.
인간을 타락으로 이끄는 원죄, "판도라"임을.
타앙——
카메라가 잠깐 흔들리더니, 피가 묻은 다른 얼굴을 비췄다.
카메라는 흔들려, 피에 묻은 다른 얼굴을 비췄다.
...불을 훔치려는 욕망이야말로 인류의 원죄이다.
...이제 끝났어요, 선배.
열쇠를 없앨 물건을 손에 넣었다는 걸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