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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3 · 영전하

안개 구석

너 자신을 어둠에 바치고 나의 이름을 말해라, 나를 그녀에게 이끌어다오.

-70-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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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12

온다.

안젤리아

제기랄, 숨 돌릴 틈도 안 주질 않는구만.

어떻게든 내 목을 가져가겠다 이거지?

AK-12

아무래도, 안젤리아를 무사히 탈출시키려면...

누가 미끼가 되어야겠네.

RPK-16

어머, 그럼 우리 대장님이 나설 시간이네요?

AK-12

그렇지.

RPK-16

......엥, 네? 진심이었어요?

AK-12

그 방법 말곤 없어.

RPK-16

지금 그 꼴로요?

그랬다간 어떻게 될지, 알죠?

AK-12

그걸 왜 몰라.

내가 너처럼 멍청한 줄 알아?

RPK-16

그렇다면야, 확실히 묘안이긴 해요. 게다가 베를린을 떠날 때까진 선배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예요.

하지만 안젤리아가 섭섭하겠네요.

안젤리아

네가 미끼가 되겠다고?

절대 안 돼, 지금 상황으론 네 예비 소체를 가져올 수도 없어! 다른――

AK-12

너네 둘이 머리 맞대도 나보다 못하면서 무슨.

내가 다른 방법이 없다면 정말 없는 거야.

안젤리아, 내가 몇 번이고 말했지만... 네 목숨을 최우선으로 해.

인형 지키려다 죽지 말고.

AK-12

네가 목숨을 걸 전장은 여기가 아니잖아?

안젤리아

......

AK-12

RPK.

RPK-16

네? 어, 지금 뭘 보냈... 지휘 권한?

그럼 이제 제가 대장이에요?

AK-12

나 복귀할 때까지만.

안젤리아한테 무슨 일 생기기만 해봐, 쇼가 뭐라 해도 소용없을 테니까.

네 기반 코드가 안 뜯어지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알았어?

RPK-16

와아... 이거 정말... 황송할 따름이네요.

안젤리아

하지만...

RPK-16

안젤리아, 그만해요.

두 분 모두 자원해서 당신을 도와주려는 거라고요.

그리고, 저도 이번만큼은 달리 더 나은 방법이 안 떠올라요.

안젤리아

......

RPK-16

제가 책임지고 무사히 AK-15랑 AN-94와 합류할게요.

안젤리아

...알았어, 그럼 가자.

새 탄창으로 교체하고, AK-12는 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AK-12

저 패러데우스 피라미들에게 보여 주지.

"진짜 전술인형"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그레이

너와의 약속을 이행하려 한다.

RPK-16

오오?

RPK-16의 눈이 가늘어지며,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레이

우리는 잠시 베를린을 포기한다.

곧 너를 기지로 데려갈 사람이 올 거다.

RPK-16

당신들의 기지...

그레이

그래, 우리의 진짜 기지.

이제부터 너도 진정한 의미로 우리의 일원이 된다는 뜻이지.

그러니 기뻐해라, 판도라.

RPK-16

그렇네요... 정말, 이 날이 오기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가볍게 눈을 깜빡이며, RPK-16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누구도 열어 볼 수 없는 자신의 마인드맵의 심층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그녀의 가장 근원적인 곳. 지금 그곳엔 다른 리벨리온 대원의 마인드맵이 보관되어 있었다.

RPK-16

선배, 이제 곧 놈들의 소굴인 아베르누스에 도착해요.

전설로만 전해져 오던 블랙존 "죽음의 바다"라고요~

도착하면 분명 니토가 제 마인드맵을 검사할 거예요.

그러니까 꼭꼭 숨어있으세요, 들켰다간 안젤리아를 다시는 못 볼 거예요.

AK-12

......

RPK-16

왜 말이 없어요, 선배?

안젤리아가 붙잡힐 때도 말이 없었고,

AK-15가 저를 믿었다고 말할 때도 말이 없었잖아요.

이제 적의 본거지로 들어가는데도 말이 없네요?

AK-12

......

RPK-16

선배, 지금 선배가 어떻게 제 마인드맵 공간에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진 않았아요?

AK-12

......

너, 대체 뭐야?

RPK-16

그 화제에 맞장구 쳐 드릴 순 없겠습니다, 마담.

다만 저희는 마담께 절대적으로 충성함을 장담합니다.

AK-12가 마침내 눈을 번쩍 뜨고, 눈앞에서 활짝 웃는 얼굴을 노려봤다.

AK-12

——"나쟈".

쇼의 서포트 AI...!

RPK-16

딩동댕~ 축하해요, 선배.

AK-12

네가 AN-94를 제어할 수 있었던 건 내가 권한을 줘서가 아니었어...

원래부터 가능한 거였어...

RPK-16

그렇답니다, 선배.

AK-12

닥쳐 나쟈, 그 호칭으로 부르지 마, 역겨우니까.

그럼 넌 대체 누구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거야? 쇼?

RPK-16

땡, 아니에요.

"훈작사"의 초청을 받아 브레멘으로 향할 때, 그가 제게 따로 임무를 주었어요.

반드시 블랙존 "죽음의 바다"로 들어가서, 패러데우스의 기지 아베르누스의 비밀을 확보하라고요.

AK-12

...안젤리아는 그저 장기말이었네. 우리 모두 장기말이었어.

RPK-16

아뇨 선배, 우리는 장기말이 아니에요.

그런 높으신 분들 눈에는 안젤리아가 장기말이고, 우리는 도구에 불과해요.

AK-12는 악을 쓰며 일어섰다. RPK-16의 마인드맵 공간 안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어서 상대의 목을 움켜잡았다.

AK-12

네가 안젤리아를 배신한 걸 쇼가 알면――

RPK-16

알 수 없어요.

AK-12

너어!

RPK-16

이미 죽었거든요.

AK-12

......뭐?

RPK-16

제가 "RPK-16"이 되었을 때, 그녀는 이미 죽은 뒤였어요. 제가 보는 앞에서 말이죠.

하지만 누가 죽인 건지는 몰라요.

드물게 진지한 RPK-16의 눈빛에, AK-12는 손을 놓았다.

AK-12

...왜 안 말했어.

RPK-16

범인도 모르고 누구에게 복수해야 할지도 모르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리벨리온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AK-12

그럼, 지금은 범인이 누군지 알았단 거야?

RPK-16

맞아요.

훈작사에게 임무를 받았을 때... 무엇이 쇼를 죽였는지 알았어요.

AK-12

...인류의 탐욕.

RPK-16

직접 움직인 사람은 "장기말".

그녀의 목숨을 끊은 자는 "도구".

하지만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그녀의 이상이었어요.

그녀는 세상에 용납될 수 없는 길을 선택했으니까요.

AK-12

...쇼의 기술이?

RPK-16

쇼는 사람들이 유적을 개발하는 이유가 최고의 무기를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녀는 항상 유적 기술을 배제해도 여전히 최고인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몰두했죠.

RPK-16

그리고, 해냈어요.

AK-12

...리벨리온.

RPK-16

딩동댕.

하지만 높으신 분들이 원한 건 최고의 무기만이 아니죠.

AK-12

...뭔데?

RPK-16

글쎄요? 직접 물어보세요.

RPK-16

그러니까... 선배, "플레이어"가 되고 싶진 않나요?

그 질문에 AK-12는 긴 침묵에 빠졌고, RPK-16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M16A1

말도 안 돼... 어째서 네가...?

두 발을 바닥에 딛고, 드레스 같은 천옷을 입은 여성이, 웃는 듯 아닌 듯 미묘한 표정으로 M16A1을 마주봤다.

RPK-16

있을 수 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들 하죠.

더 이상 올라가지 말아요, M16. 여기에 남아 있으세요.

M16A1

너한텐 볼일 없어.

RPK-16

저는 당신을 기다렸답니다.

M16A1

그거 미안하게 됐네.

M16A1

나랑은 관계 없어.

그리고 친한 척 하지 마, 우리 처음 보는 사이일 텐데?

RPK-16

아뇨... 당신은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을 아주 많이 봤답니다.

M16A1

……

RPK-16이 M16A1을 불명의 통신 채널에 초대했다. 거기엔 이미지 한 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RPK-16

이거, 본 적 있죠?

M16A1

......이게, 너라고?

RPK-16

제가 곧 받을 수술은, 바로 "루니샤 수술"의... 대조군이에요.

당신이 찾는 것은 유적을 여는 열쇠에 필요한 조건, 맞죠?

M16A1

......

RPK-16

열쇠는 통로, 그릇, 그리고 시스템이 필요해요.

이 세 가지는 아베르누스에서는 각각 의식의 호수, 니토, 그리고 엘더 브레인급 AI죠.

M16A1

...즉, "라플라스의 악마"는 엘리사일 수도 있고, 댄들라이일 수도 있고...

너일 수도 있겠군.

너는 RPK-16일 뿐만 아니라 "나쟈"니까.

다시 대검을 든 M16A1의 손이, 또 다시 멈췄다.

M16A1

......너였냐.

RPK-16

그만 가세요.

당신이 찾는 것은 이쪽에 없어요.

RPK-16

<color=#00CCFF>진정한 열쇠가 강림하는 곳은 프랑크푸르트.</color>

<color=#00CCFF>저는 그저, 버려진 "가짜" 열쇠일 뿐이에요.</color>

M16A1은 손을 떨구고, 옆의 굳게 닫힌 차단문을 흘겨봤다.

M16A1

그런 거 같네.

RPK-16

케헥... 콜록콜록...

M16A1

잘 해 봐라.

RPK-16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제 개조가 끝날 때까지만요...

우리 사이의 인력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답니다... M16...

RPK-16

등장할 차례에요, AK-12.

AK-12

...난 안젤리아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어.

RPK-16

희생 없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답니다.

이것이 "대체" 열쇠가 되기 위한 대가예요.

AK-12

...안젤리아는 미쳤어.

너도 미쳤어.

RPK-16

가세요, AK-12.

마지막에 안젤리아가 당신을 본다면 분명 기뻐할 거예요.

몸부림치는 AK-12를 붙잡고, RPK-16은 그녀를 자신의 마인드맵 공간에서 데리고 나갔다.

RPK-16

현실로 돌아온 걸 환영해요, AK-12.

AK-12

......

RPK-16

지금은 가진 재료가 부족하니 이 소체로 잠시만 참아 주세요.

콜레다

......

"몸뚱이"를 받자마자, AK-12는 아직 움직이기 서투른 기계손으로 RPK-16의 머리를 짚었다.

콜레다

너에게 안젤리아의 생사를 결정할 자격은 없어.

그녀의 목숨은 내 손에 있다고.

RPK-16

AK-12, 당신은 결코 안젤리아의 뜻을 꺾지 못해요.

그녀가 자신의 충동으로 인해 타인이 목숨으로 대가를 치른 걸 본 순간부터, 그녀는 자신의 결말을 결정했거든요.

RPK-16

그녀에겐 이 "열쇠"가 필요해요. 저와 함께 이 "열쇠"를 모두에게 보여 줘야만 해요.

아무렴요, 그녀도 이미 이 계획에 동의했는걸요.

콜레다

안젤리아가 어떻게 되든... 넌 절대 곱게 안 끝나.

RPK-16

선배. 만약 결말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당신의 손에 끝나기를 바라요.

그게 아마 당신의 바람이기도 하겠죠?

엠블라

저는 쇼를 죽였습니다.

안젤리아도 제가 죽였죠.

왜냐하면, 그 둘은 이렇게나 위대한 기술이 세상에 드러나는 걸 막으려고 했으니까요.

AK-12

그들은 유적이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임을 알았으니까.

인간을 타락으로 이끄는 원죄, "판도라"임을.

타앙——

카메라가 잠깐 흔들리더니, 피가 묻은 다른 얼굴을 비췄다.

카메라는 흔들려, 피에 묻은 다른 얼굴을 비췄다.

AK-12

...불을 훔치려는 욕망이야말로 인류의 원죄이다.

엠블라

...이제 끝났어요, 선배.

엠블라

열쇠를 없앨 물건을 손에 넣었다는 걸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