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 시간
끝이 없을 것 같은 꿈에서 깨어나니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
지휘관이 발송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루니샤가 태블릿을 뺏어 갔다.
그리고 그녀는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는 태블릿을 가방 안에 넣었다.
정말 눈물겹고 감동적인 문장이네요.
하지만 말했잖아요? 제가 보낼 거라고. 물론 보낼지 말지는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어요.
...엘모호의 인형들은 어떻게 됐어?
몰라요.
빌이 하는 김에 박살냈을지도요.
......
윌리엄과 대화하겠어.
말했잖아요, 빌은 바쁘다고요.
놈은 지금 어디 있지? 훈작사가 데려갔어?
몰라요.
......
지휘관은 천천히 침상에 앉았다.
언제 여길 보러 오는데?
글쎄요. 금방 올 수도 있고, 영영 안 올 수도 있죠.
너도 모르는구나.
루니샤는 가볍게 웃고 지휘관 곁에 앉았다.
솔직히, 저도 딱히 알고 싶지 않아요.
그럼 네가 원하는 건 뭔데?
희미한 빛을 받으며 흩날리던 먼지가, 돌연 멈췄다.
시간의 흐름이 갑자기 엄청나게 느려져,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실낱같은 희망을 건져내려는 듯 루니샤의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저는 당신이 지금 이렇게 제 곁에 있어 주시길 바라요.
......
분쟁에서 멀리 떨어져서, 이렇게 저와 매일을 즐겁게 보내는 것은 싫으세요?
......
아니면, 지휘관님은 허구한 날 싸우는 것이 좋으세요?
지휘관은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깊은 바다처럼 잠잠했다.
평온한 생활은 나도 바라 마지않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바깥의 피바람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잔뜩이거든.
그러니 난 여기서 나가야만 해, 루니샤.
......
그 말에 루니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그림자에 덮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휘관을 내려다봤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네요. 지금 당신의 목숨은 제 손 안에 있어요.
당신이 어떻게 살지는 제가 정해요.
슥——
모든 광원이 순식간에 꺼졌다.
갑자기 드리운 어둠 속에서, 지휘관은 상대가 자신을 번쩍 들고 이동해 차의 뒷좌석에 던져 넣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관성과 흔들림으로,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여정이 시작됐다.
스윽.
머리에 씌워졌던 자루가 드디어 벗겨져, 지휘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또 다른 처음 보는 방이었다.
여긴 어디야?
맞혀보세요.
바깥으로부터 어렴풋이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들의 합창. 저 잔잔한 성가에는 마음을 다독이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성당인가.
딩동댕, 우린 지금 프랑크푸르트 대성당에 있답니다.
왜 여기로 왔어?
정말 질문이 끝도 없이 많네요.
......
이 수많은 일들에, 딱히 답은 없어요. 그냥 제가 원해서 했을 뿐이죠.
루니샤가 천천히 걸어간 식탁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식탁에서, 그녀는 와인병을 집어 두 잔을 따랐다.
식사하세요, 지휘관님.
시각과 후각적 자극에, 텅텅 빈 지휘관의 위장이 마지막 식사로부터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났음을 일깨웠다.
입맛엔 맞으시나요?
응.
간만의 음식을 우걱우걱 씹어 삼키느라, 지휘관은 루니샤를 신경쓸 겨를이 거의 없었다.
역시 지휘관님은 아량도 넓으시네요. 이 요리들 전부, 분명히 당신이 엄청 싫어하는 것들뿐인데, 그렇게나 잘 드시고.
......
그 말에 지휘관은 잠깐 멈칫했다 피식 웃고는 식사를 계속했다.
왜 웃으세요?
내가 싫어하는 것들도 다 기억하는구나 해서.
......
M4의 기억이지?
누구의 기억이든, 저는 당신에 관해서는 뭐든지 다 알아요.
그 기억이 그저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만 생각하겠지.
하지만 너도 모르는 사이에, 그게 너에게 영향을 주고 결국 너의 판단을 흔들게 될 거야.
......
딸그락.
루니샤가 식기를 툭 던지곤 일어섰다.
왜, 다 먹었어?
제 성질을 건드려봤자 좋을 것 없어요.
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가늘어져, 햇볕을 쬐는 우아하고 신비한 고양이과 생물처럼 그 속내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성질을 건드린다니, 그럴 생각 없어. 난 가능하면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은걸.
......
루니샤는 그대로 방을 나갔고, 지휘관은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들었다.
...다 기억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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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관이 발송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루니샤가 태블릿을 뺏어 갔다.
그리고 그녀는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는 태블릿을 가방 안에 넣었다.
정말 눈물겹고 감동적인 문장이네요.
하지만 말했잖아요? 제가 보낼 거라고. 물론 보낼지 말지는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어요.
...엘모호의 인형들은 어떻게 됐어?
몰라요.
빌이 하는 김에 박살냈을지도요.
......
윌리엄과 대화하겠어.
말했잖아요, 빌은 바쁘다고요.
놈은 지금 어디 있지? 훈작사가 데려갔어?
몰라요.
......
지휘관은 천천히 침상에 앉았다.
언제 여길 보러 오는데?
글쎄요. 금방 올 수도 있고, 영영 안 올 수도 있죠.
너도 모르는구나.
루니샤는 가볍게 웃고 지휘관 곁에 앉았다.
솔직히, 저도 딱히 알고 싶지 않아요.
그럼 네가 원하는 건 뭔데?
희미한 빛을 받으며 흩날리던 먼지가, 돌연 멈췄다.
시간의 흐름이 갑자기 엄청나게 느려져, 지휘관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실낱같은 희망을 건져내려는 듯 루니샤의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저는 당신이 지금 이렇게 제 곁에 있어 주시길 바라요.
......
분쟁에서 멀리 떨어져서, 이렇게 저와 매일을 즐겁게 보내는 것은 싫으세요?
......
아니면, 지휘관님은 허구한 날 싸우는 것이 좋으세요?
지휘관은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깊은 바다처럼 잠잠했다.
평온한 생활은 나도 바라 마지않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바깥의 피바람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잔뜩이거든.
그러니 난 여기서 나가야만 해, 루니샤.
......
그 말에 루니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그림자에 덮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휘관을 내려다봤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네요. 지금 당신의 목숨은 제 손 안에 있어요.
당신이 어떻게 살지는 제가 정해요.
슥——
모든 광원이 순식간에 꺼졌다.
갑자기 드리운 어둠 속에서, 지휘관은 상대가 자신을 번쩍 들고 이동해 차의 뒷좌석에 던져 넣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관성과 흔들림으로,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여정이 시작됐다.
스윽.
머리에 씌워졌던 자루가 드디어 벗겨져, 지휘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또 다른 처음 보는 방이었다.
여긴 어디야?
맞혀보세요.
바깥으로부터 어렴풋이 들려오는 앳된 목소리들의 합창. 저 잔잔한 성가에는 마음을 다독이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성당인가.
딩동댕, 우린 지금 프랑크푸르트 대성당에 있답니다.
왜 여기로 왔어?
정말 질문이 끝도 없이 많네요.
......
이 수많은 일들에, 딱히 답은 없어요. 그냥 제가 원해서 했을 뿐이죠.
루니샤가 천천히 걸어간 식탁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식탁에서, 그녀는 와인병을 집어 두 잔을 따랐다.
식사하세요, 지휘관님.
시각과 후각적 자극에, 텅텅 빈 지휘관의 위장이 마지막 식사로부터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났음을 일깨웠다.
입맛엔 맞으시나요?
응.
간만의 음식을 우걱우걱 씹어 삼키느라, 지휘관은 루니샤를 신경쓸 겨를이 거의 없었다.
역시 지휘관님은 아량도 넓으시네요. 이 요리들 전부, 분명히 당신이 엄청 싫어하는 것들뿐인데, 그렇게나 잘 드시고.
......
그 말에 지휘관은 잠깐 멈칫했다 피식 웃고는 식사를 계속했다.
왜 웃으세요?
내가 싫어하는 것들도 다 기억하는구나 해서.
......
M4의 기억이지?
누구의 기억이든, 저는 당신에 관해서는 뭐든지 다 알아요.
그 기억이 그저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만 생각하겠지.
하지만 너도 모르는 사이에, 그게 너에게 영향을 주고 결국 너의 판단을 흔들게 될 거야.
......
딸그락.
루니샤가 식기를 툭 던지곤 일어섰다.
왜, 다 먹었어?
제 성질을 건드려봤자 좋을 것 없어요.
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가늘어져, 햇볕을 쬐는 우아하고 신비한 고양이과 생물처럼 그 속내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성질을 건드린다니, 그럴 생각 없어. 난 가능하면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은걸.
......
루니샤는 그대로 방을 나갔고, 지휘관은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들었다.
...다 기억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