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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 은염색 현상

음영을 그리는 선

넬레의 도움으로 AR18 일행이 겨우 프랑크푸르트에 진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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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프랑크푸르트 오펜바흐구 외곽.

헤르타

뭘 꾸물거려? 근무 교대 시간이야.

크로스

......

어제 너 근무하는 동안 교관이 밖에 나왔어?

헤르타

아니. 왜?

크로스

그럼 사흘째인가... 사흘 내내 세이프하우스 안에 처박힌 건가...

이거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야.

헤르타

......

레니

MG338입니다. AR-18에게 전언이 있습니다.

헤르타는 습관적으로 매우 빠르게 방문자를 위아래로 훑었다.

헤르타

...통과해.

왜소한 인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세이프하우스의 문턱을 넘었다.

임시 세이프하우스 안은 공기부터가 답답했다.

AR-18이 며칠째 방에서 두문불출이라 아주 잠깐도 통풍이 될 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무거운 공기를 헤치고, 레니는 작업에 몰두 중인 AR-18의 앞에 섰다.

AR-18

지휘관이 남긴 작업을 처리하던 중 개인 메일함에서 메시지 몇 통을 발견했다.

보낸이는 "코넬리아 슈펠".

메시지는 지휘관에게 생전 갈라테아 그룹 소속이었던 그레이 블랙웰 교수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의뢰로, 패러데우스의 내막도 어느 정도 아는 모양이다.

이에 대해 너의 의견을 듣고 싶군.

레니

코넬리아 슈펠은 예전 저의 동업자였던 "미아"의 주인입니다.

그녀의 입장을 의심하는 것이라면, 베를린에서 패러데우스에게 추격받던 그녀를 구출한 적이 있습니다.

AR-18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 보나?

레니

제가 인지한 바로는, 비록 명문 출신이나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녀도 어느 정도는 지휘관과 같은 길을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AR-18

명문 출신?

레니

네, 전 보건부 장관의 외손녀입니다.

AR-18

그리고 우린 프랑크푸르트로 들어가려면 높은 신분의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레니

...즉, 슈펠 씨에게 부탁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AR-18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시도해 봐야지.

레니

알겠습니다, 미아에게 연락해보겠습니다.

AR-18

지휘관의 실종은 비밀로 하도록.

레니

...네.

현재, 프랑크푸르트시 오펜바흐구 외곽.

경계 근무 중이던 헤르타의 귀에 잎사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헤르타

누구냐?!

미아

나야.

헤르타

아니 미아 씨는 대체 어떻게 항상 기척도 없이 와?

미아

보디가드의 기본 소양이지.

교관 씨는 안에 있어? 새로운 정보를 가져왔어.

헤르타

어, 들어가 봐.

미아가 들어오자, AR-18은 손의 일을 내려놨다.

AR-18

넬레 씨에게서 소식이 있나?

미아

여기, 너희가 쓸 통행 허가증. 적힌 신분 정보 숙지해, 검문소를 통과할 때 질문받을 수 있어.

통행 허가증을 받는 AR-18의 표정이 아주 조금 펴졌다.

AR-18

넬레 씨에게 감사한다고 전해다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미아

감사라면 당신들의 지휘관한테 직접 만나서 해 달라고 전해 줘.

AR-18

그러지.

미아

......

미아는 세이프하우스 내부의 상태를 한 바퀴 스윽 훑어보고, 디테일을 마음 속에 정리했다.

AR-18

다른 질문 있나, 미아 씨?

미아

지휘관 말인데... 지금 중요한 일로 바쁜 게 아니라, 어디 잡혀 있든가 한 거지?

AR-18

......

미아

이 방, 인간이 활동한 흔적이 전혀 없어.

애당초, 지휘관이 자유롭게 활동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넬레한테 통행 허가증을 따 달라고 부탁할 필요도 없었겠지.

AR-18

사전에 넬레 씨에게 설명했다만, 지휘관은 현재 중요한 임무에 전념하고 있다. 단지 약간의 트러블이 생겼을 뿐이지.

그 임무를 마치는 대로 넬레 씨에게 전부 해명할 테니, 억측은 삼가도록.

미아

......

그럼, 그 중요한 임무를 어디서 하는 중인진 말해 줄 수 있어?

AR-18

...비스바덴구.

미아

그 출입 금지 구역 말이라면 나도 아니까 그냥 화이트존이라 해도 돼.

AR-18

독일에선 그런 곳이 일반 국민에게도 공개 사항인가?

미아

신청이 통과되기만 하면 일반인도 거기 들어가서 공무를 처리할 수 있거든.

AR-18

그런가.

그럼, 넬레 씨도 화이트존에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겠군?

미아

......

지금 넬레가 너희 요구를 거절 못하는 걸 이용하려는 거야?

AR-18

만약 가능하다면, 넬레 씨에게 화이트존의 지형과 구역 분할을 기억해 달라 부탁할 수 있을까?

사실을 말하자면, 지휘관은 이 일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

미아

...그건 국가 기밀이야.

넬레한테 국가반역죄를 지으라고?

AR-18

우릴 믿어다오, 넬레 씨가 그런 처지에 몰리도록 하진 않을 테니.

지휘관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마.

미아

...넬레는 내일 오후, 화이트존으로 가서 포크트 씨를 만날 예정이야.

그러니까 제발 약속을 지키길 바라.

AR-18

이번 일이 일단락 나면 지휘관이 넬레 씨를 직접 만날 거라고, 약속하지.

AR-18이 긴급 작전 회의를 열었다.

호출받은 인형들은 비좁은 세이프하우스에 모여 나란히 정렬했다.

그리고 AR-18은 그들 맞은편 간소한 사무 테이블 뒤에 서서 모두의 얼굴을 훑어봤다.

AR-18

전원, 프랑크푸르트로 진입할 준비 작업은 끝났다.

지금부터 후속 역할 분담을 전달하겠다. 현장의 소대장과 책임자는 각자 전파하도록.

일동

예!

AR-18

먼저, 프랑크푸르트 진입 방식은 넬레 씨가 제공한 특수 경로다.

그녀의 보디가드 미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넬레 씨가 새로 고용한 보디가드 인형을 들여보낸다"는 명목으로 시내로 진입할 것이다.

최근 전달받은 프랑크푸르트 교통 관제 정보를 검토한 결과, 시내로 진입하는 인원은 최소 다음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AR-18

첫째, 장기 은폐 작전 내지 시내에서의 작전 경험을 보유할 것.

둘째, 뛰어난 전자전 실력과 신호 위장 잠입 작전 능력을 보유할 것.

UMP45

어라~? 왠지 우리 얘기 같은데?

HK416

......

AR-18

그래, 너희 404 소대 전원은 이번 작전에서 전자전 보조를 맡는다.

UMP45

문제 없어, 이것도 지휘관 앞으로 영수증 달아 둘게.

AR-18

그리고 크로스, 헤르타.

크로스&헤르타

예.

AR-18

너희를 포함한 총 6명은 잠시 후 나와 함께 프랑크푸르트로 진입한다.

RO635

......

AR-18

RO635, 내가 없는 동안 이곳은 네가 맡아다오.

RO635

알겠습니다.

이번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AR-18

AR팀은 지난 작전에서 입은 중상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았잖나.

너를 포함해 아직 수복이 끝나지 않았으니, 당장은 컨디션 회복에 전념하도록.

RO635

...네.

AR-18

내가 없는 동안, 시외 세이프하우스를 비롯한 거점들은 너와 AR-15에게 전권 위임하겠다.

주둔 중인 인형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다음 지시를 기다려라.

RO635

알겠습니다.

HK416이 테이블에 놓인 통행 허가증을 하나씩 집어 확인했다.

HK416

그나저나 그 넬레란 사람이 준 이 통행 허가증을 어떻게 쓰게?

여기 적힌 정보 보니까 우리랑 잘 안 맞는데.

AR-18

그래, 자동 검문은 속일 수 있겠지만 최대한 이목을 피해야 한다.

자동 검문을 거치지 않고 오직 서류 검사만으로 통과하는 것이 최선이겠지.

HK416

그럼 도시 진입 단계부터 우리가 바빠지겠네.

UMP45

그건 너한테 맡길게 416, 위장이랑 신분 위조는 네 주특기잖아.

HK416

......

그리고 네 주특기는 사람 부려먹기고?

UMP9

자아자아, 어떻게 프랑크푸르트의 검문을 빠르게 통과할지 생각해보자!

G11

Zzzz...

심야의 프랑크푸르트 교외.

위장한 인형들을 한가득 태운 승합차가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차량의 행렬을 따라 불빛으로 환한 고속도로 위에서 아주 조금씩 나아갔다.

이미 짜증이 오를대로 오른 미아는 경적을 울릴까 말까 고민하면서 주위를 두리번댔다.

미아

아니 뭐냐고 진짜, 프랑크푸르트 교통 전면 통제라고 뉴스 다 퍼지지 않았어?!

왜 이렇게 늦은 밤까지 들어가려는 차가 이렇게 많은데!?

UMP9

번호판 보니까 뮌헨이랑 뤼벡에서 온 차도 있어...

왜 이런 때에 그 먼 데서 여기까지 온 걸까?

UMP45

베를린이랑 프랑크푸르트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에 겁먹어서?

몇 개월 전 베를린에서 있었던 폭발 사건이 아직도 조사가 안 끝났는데, 이번에 또 프랑크푸르트에서 폭발 사건이 일어났잖아.

독일은 지금 나라 전체가 패닉에 빠진 상태야.

UMP9

응? 그럼 사건이 터진 곳에서 빠져나가는 게 맞지 않아?

UMP45

일반인의 눈엔 통제가 삼엄할수록 안전하게 보이니까.

지금은 프랑크푸르트가 이 나라에서 인형 관제를 가장 엄격하게 하는 데거든.

HK416

그만 떠들어.

HK416은 스크린에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반점 몇 개를 주시했다.

HK416

45, 드론 몇 대가 우릴 보고 있어.

AR-18

의심 살 행동은 하지 마라.

AR-18과 미아는 시선을 교환했다.

HK416의 말대로, 상공의 드론 몇 대가 나란히 대열을 이루어 시내로 진입하는 차량들을 차례차례 스캔하고 있었다.

HK416

그냥 일반적인 검사 같아, 딱히 우릴 주목하진 않았어.

UMP45

혹시 모르니 시내에 진입하는 대로 우리 흔적을 지워버리자.

HK416

이미 백도어 열어 놨어.

UMP9

우리의 통행 허가증이랑 위조 신분증 전부 업로드했어. 백그라운드에서 확인해 봤는데 통과로 뜨니까, 문제 없을 거야.

AR-18

검문 1단계는 통과군.

차 안의 인형들 모두 한시름 놓았다.

UMP45

그나저나 416, 너 오늘 웬일로 성숙하고 진중해진 거 같다? 혹시 누구한테 빚이라도 졌어?

HK416

...그냥 좀 순수하게 칭찬하면 덧나?

UMP45

그냥 관심 좀 줘 봤지.

HK416

저엉말 불편한 관심이네...

내 재정 상황은 양호하니까 걱정 마셔.

UMP9

그렇다니 다행이네, 안심안전 416~

HK416

......

UMP9

흐~응... 언니, 이게 산전수전을 겪은 후의 성장이란 걸까?

HK416이 눈살을 찌푸리고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빠르게 두들겼다.

HK416

야 AR-18, 이 자식들한테 닥치라고 명령 좀 해 줄래?

AR-18

전원, 지금은 정숙해라.

UMP45

라저~

UMP9

네에~

UMP45는 의미심장한 미소로 창밖을 바라봤다.

모두 조용해진 가운데, 작은 드론 한 대가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저공비행으로 차 안을 훑었다.

미아

<color=#00CCFF>입구 검사 대열에 들어왔어.</color>

AR-18

<color=#00CCFF>전원 주의, 폐쇄 통신 채널로 전환하고 외부 통신 신호를 차단하라.</color>

<color=#00CCFF>표정과 움직임에 유념해 발각되지 말도록.</color>

UMP45

<color=#00CCFF>라저.</color>

크로스

<color=#00CCFF>예.</color>

그리고 승합차는 고요해졌다.

일행은 좁고 답답한 공간에서 엔진음만을 들으며, 프랑크푸르트의 눈부신 야경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