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섭
그리폰의 인형들은 무사히 합류하여 "아드라스테아" 작전을 정식 개시했다.
프랑크푸르트시 프랑크푸르트구.
새벽 1시 30분, 승합차 한 대가 교차로에서 A66번 고속도로 왼쪽으로 서서히 진입했다.
느릿느릿하던 차량은 구시가지의 혼잡한 교통망을 벗어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간선도로 위를 질주했다.
......
밝은 가로등과 속력 측정기가 차 위를 쌩하고 지나갔다.
미아는 창문을 내려 차내를 환기시켰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는 상쾌한 초목의 향기도 뒤섞여 있었다.
감시 구간을 벗어났어. 이제 감청이나 통신 교란은 없을 거야.
미아, 넬레 씨에게 연락해도 된다.
알았어.
넬레, 들려?
들려, 무사히 들어왔어?
의심 안 받고 검문 통과했어.
지금 목적지로 가는 중이야.
그래, 무사하면 다행이야.
교관 씨, 그쪽 문제는 이제 해결했는데요. 지휘관님하곤 언제 만날 수 있죠?
이번 일이 끝나는 즉시 만나뵐 수 있을 겁니다. 약속드립니다.
......
넬레, 일찍 쉬어둬. 벌써 자정 넘었어.
내일 오후에 외할아버지 만나야 하잖아.
응, 알아...
호텔 방에서 넬레는 테이블 앞에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뒤에 있는 침대에는 사촌 언니가 내일 입으라고 준 옷이 널려있었지만, 입어볼 기분이 전혀 들질 않았다.
왜 바로 안 만나주는 거지...
깊게 생각하지 마, 그리폰 쪽은 사정이 엄청 복잡해. 네가 휘말리길 바라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그래, 그럼 안 물을게요.
오후 스케줄은 다 정했어? 헤베 씨 쪽은 확인 다 했고?
다 정했어.
아침 8시에 먼저 헤베 씨를 만나서 브런치를 먹을 거야. 옷차림에 어드바이스를 좀 해주겠대.
오후 2시에 외할아버지네 기사님이 헤베 씨 쪽에 와서 태워줄 거야.
헤베 씨하고 연락해 보니까 어땠어? 어떤 사람이야?
흠...
넬레는 메모장에 끼워둔 명함을 꺼냈다.
요즘엔 보기 힘들어진 고급 명함으로, 테두리엔 얇게 도금을 하고 표면에는 음각으로 헤베의 사인과 아름다운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었다.
화려한 장식에 비해 내용은 그저 "헤베"의 이름과 매니저의 연락처뿐이었다.
아직 본인과 만나보진 않았지만, 언니 말로는 무척 매력 있는 고전적인 미인상이라고...
내가 알아본 바로는 연예계에서 제법 평판이 좋은 사람이야. 결혼해서 은퇴한 뒤로도 여전히 예전 친구와 연락을 가지고 있고.
하지만 고위 공무원이랑 결혼했는데도 계속 예전 이름으로 대외 활동하면서 아무런 스캔들도 안 터지는 여자는 처음 봤어.
무슨 말인지 알지? 보통 여자는 결혼하면 무슨무슨 부인, 이렇게 부르잖아. 그런데 그 사람은 계속 "미스 헤베"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
...그래서?
여성 스타에게 이건 정말 드문 일이야. 최소한 나는 이런 케이스를 본 적이 없어.
조심하는 게 좋아, 절대 만만한 여자가 아니라는 뜻이니까.
응, 조심할게.
미아가 통신을 끊자 HK416은 다시 차량의 네트워크를 꺼버렸다.
이미 감시 구간을 벗어났다곤 해도, 혹시 모르니까 목표 지점에 도착하기 전엔 오프라인 상태를 유지해.
그래.
미아 씨, 다음 나들목에서 나가줘.
응? 벌써 고속도로에서 나가게?
응, 누가 미행하지 않나 확인해야 해.
몇 가지 수단으로 탐지 결과 우릴 주시하는 사람은 없긴 했어.
하지만 그걸로 100% 안전하다고는 못 하거든. 그러니 협조 부탁해.
...알았어.
미아는 HK416의 지시대로 교차로로 꺾어 고속도로를 나갔다.
새벽 2시 15분, 프랑크푸르트구, 공공 묘지 부근 주차장.
확인했어, 따라붙은 놈들은 없어!
내비게이션대로 계속 운전하면 돼?
아니, 모두 내려.
...뭐?
차를 갈아타서 갈 거야. 예비 차량은 A052 위치에 있어.
전원, 차 안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하차한다.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근데 프랑크푸르트엔 들어올 수도 없었을 텐데 차는 어떻게 마련한 거야?
그야 다 방법이 있지~♪
이런 일은 404만 믿으면 된다. 추적을 따돌리는 거라면 이들보다 전문가는 없어.
......
미아는 착잡한 마음으로 차에서 내렸다.
잠시 후, 프랑크푸르트구.
평범하게 생긴 화물차가, 감시 카메라가 많은 구간들을 능숙하게 피한 뒤 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같은 길을 빙빙 도는 것을 멈추고 으슥한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폐업한 것처럼 보이는 성큰식 뮤직바 앞에 드디어 차를 세웠다.
도착했어.
내려, G11.
끄으응...
인형들은 차 안에서 내렸다. AR-18은 빼먹은 사항이 없나 확인하고서 운전석 창가로 걸어갔다.
운전하느라 수고했다, 미아 씨.
넬레와의 약속만 지킨다면 이런 것쯤이야.
그래.
모든 인형이 차에서 내린 후 화물차는 천천히 떠나서 야경 속으로 사라졌다.
인형들은 계단을 내려가 이미 문 닫은 술집 앞에 섰다.
...문이 왜 닫혀 있지?
AR-18, 미리 정해둔 접선 방식 있어?
응.
AR-18이 문앞에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죠?
이야기 좀 하러 왔습니다.
뭐 하는 분이신데요?
저는 빨강, 하늘의 빨강입니다.
호칭을 바꾸시죠.
좋습니다, 저는 저 시냇물.
풀숲에 숨어, 석탄이 타고 남은 재를 싣고 있습니다.
문 너머가 조용해지고 잠시 후, 술집 현관문이 열리고 어둠의 장막이 걷혔다.
들어오세요.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어디서 나는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AR-18은 등 뒤에 있는 인형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서서 어둠 속으로 발을 디뎠다.
뚜벅 뚜벅.
녹슨 계단을 밟는 소리가 넓은 지하 공간에 울려퍼졌다.
우와, 아래는 또 별천지네.
여긴 보안등급이 왜 이렇게나...
여기는 흄 박사가 생전에 매입한 건물이에요.
지하 구조가 복잡해서 외부 신호가 들어오기 어려우니까, 한동안은 안심해도 될 거예요.
장소 마련해줘서 고맙다, 스티븐스520 양.
이제야 당신들을 만나네요.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카운터 앞에 앉아서 술집 분위기에 전혀 맞지 않는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 모였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시시한 인삿말을 하고 싶으면 5분 정돈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쪽이 이미 2시간이나 지각했으니까.
여기 있는 녀석들은 그럴 필요 없겠지. 바로 시작하자고.
M16이 위스키 잔을 비우고 일어서서 일행에게 다가갔다.
계획보다 시간이 거의 두 배나 걸렸는데, 오면서 무슨 상황 있었어?
별 일은 없었어, 그저 안전을 고려해서 길을 좀 돌아가느라.
필수적인 조치네, 주의만 안 끌었다면 됐어.
UMP45가 일부러 놀란 척 혀를 찼다.
세상에, 너희 둘이 평범하게 대화하는 걸 다 보네.
......
......
모두 모였으니 정식으로 회의를 시작하자.
응? 리벨리온은 안 왔는데?
이미 왔어요.
스티븐스520이 약간 아니꼽다는 듯 인상을 썼다.
에이, 깜짝 놀래켜주려고 했는데 망쳐버렸네.
AK12가 은신 상태를 끄자, 방 중앙의 테이블 위에 하얀 형체 셋이 나타났다.
리벨리온, 전원 도착했다.
......
모두 좋은 밤이야.
먼저...
테이블에서 내려와 주시겠어요? 그건 흄 박사의 컬렉션인 앤티크 테이블이에요. 미얀마산 자단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요.
그래 그래.
리벨리온도 다른 인형 근처에 와서 앉았다. 이것으로 회의의 준비가 끝났다.
지금부터 자세한 행동 방침에 대해 토론하겠다.
지휘관이 실종된 지 오늘로 8일째다. 지금까지 여러 루트로 파악한 정황으로 볼 때, 지휘관의 실종은 패러데우스와 관계가 있다.
리벨리온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패러데우스의 정보는 모두 벌침 시스템으로 처리하니, 만약 그 시스템을 해킹한다면 분명 지휘관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다.
맞아. 그 시스템의 서버가 어디 있는지는 대강 파악했어. 바로 마인강 바닥이야.
벌침 시스템 침투는 404에게 맡긴다. 크로스와 헤르타는 서포트하도록.
라저.
필요하면 저도 도와드릴 수 있어요.
대체 지휘관이 그 바보를 어떻게 꼬드긴 건지 알고 싶거든요...
그럼 크로스와 헤르타의 지휘를 네게 맡긴다.
프랑크푸르트의 교통 관제가 시작된 뒤로 패러데우스의 활동이 더 빈번해졌어.
아무래도 새로운 계획이 있는 것 같아.
그것이 바로 리벨리온에게 맡길 임무다. 패러데우스의 행동 목적을 알아내라.
알아내기만 하면 돼?
놈들의 계획을 조사하는 것이 목표다. 수단은 제한하지 않겠다.
눈치 있네.
너희가 저들의 주의를 분산시켜 주면 404의 작전이 수월해질 테니. 그래도 정도를 봐가면서 하도록.
......
조용히 담화가 이뤄지는 지하실 안에서, HK416은 M16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 각자 역할을 나눠받은 것 같네, 여기 계속 조용한 누구만 빼고.
......
날이 선 HK416의 말뜻을 읽은, AR-18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M16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래 그래, 이렇게 안 나오면 심심하지~♪
45 언니, 부채질 하지 마...
M16한테 잔소리할 생각은 없어. 나는 그저 모두가 힘을 합쳐 지휘관을 구하려면, 당연히 각자가 가진 정보를 모두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
404는 모든 기술을 내놓았고, 리벨리온도 며칠 동안 수집한 정보를 모두 공유했어. M16도 뭔가 꺼내줘야 하는 거 아니야?
M16은 미소를 짓고는 술잔에 위스키를 따르며,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는 HK416의 시선을 차분하게 마주보았다.
......
루니샤가 엘모호에서 지휘관과 윌리엄을 데려갔어.
......
그래서, 지금 그들의 위치는?
프랑크푸르트, 화이트존.
화이트존...?
프랑크푸르트의 도시 전설이 가득한 곳이지. 절대적인 청정지대, 오로지 높으신 분들을 위한 구역.
그 정보의 출처는?
화이트존과 지휘관의 행방에 관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이야.
지금 난 표면상으론 국가안전국에 고용된 신분이라, 여러모로 직접 나서기가 어려워.
너희의 작전에 바라는 건 단 하나, 화이트존에 있는 지휘관의 정확한 좌표를 알아내는 것.
그 다음부턴 내가 어떻게든 해줄 수 있어.
......
좋다.
그게 우리도 바라는 바다.
그런데 말이야, 벌집을 박살내기 전에 꿀부터 좀 뽑아내는 게 어때?
뭔가 좋은 아이템이라도 얻어낸다면 벌집이랑 좀벌레 소탕도 더 편해지지 않겠어?
괜찮은 제안이군.
다른 의견 있나?
난 딱히.
거기서 패러데우스의 다른 기지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우리가 어떻게든 해독해 볼게.
기본적인 역할 분담은 이 정도다. 작전 코드는 "아드라스테아".
이견 없다면 다음 주제로 들어가겠다——
"아드라스테아" 작전의 구체적인 인원 배치에 관해서.
전체 대사 보기 (147줄)
프랑크푸르트시 프랑크푸르트구.
새벽 1시 30분, 승합차 한 대가 교차로에서 A66번 고속도로 왼쪽으로 서서히 진입했다.
느릿느릿하던 차량은 구시가지의 혼잡한 교통망을 벗어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간선도로 위를 질주했다.
......
밝은 가로등과 속력 측정기가 차 위를 쌩하고 지나갔다.
미아는 창문을 내려 차내를 환기시켰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는 상쾌한 초목의 향기도 뒤섞여 있었다.
감시 구간을 벗어났어. 이제 감청이나 통신 교란은 없을 거야.
미아, 넬레 씨에게 연락해도 된다.
알았어.
넬레, 들려?
<color=#00CCFF>들려, 무사히 들어왔어?</color>
의심 안 받고 검문 통과했어.
지금 목적지로 가는 중이야.
<color=#00CCFF>그래, 무사하면 다행이야.</color>
<color=#00CCFF>교관 씨, 그쪽 문제는 이제 해결했는데요. 지휘관님하곤 언제 만날 수 있죠?</color>
이번 일이 끝나는 즉시 만나뵐 수 있을 겁니다. 약속드립니다.
<color=#00CCFF>......</color>
넬레, 일찍 쉬어둬. 벌써 자정 넘었어.
내일 오후에 외할아버지 만나야 하잖아.
응, 알아...
호텔 방에서 넬레는 테이블 앞에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뒤에 있는 침대에는 사촌 언니가 내일 입으라고 준 옷이 널려있었지만, 입어볼 기분이 전혀 들질 않았다.
왜 바로 안 만나주는 거지...
<color=#00CCFF>깊게 생각하지 마, 그리폰 쪽은 사정이 엄청 복잡해. 네가 휘말리길 바라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color>
...그래, 그럼 안 물을게요.
<color=#00CCFF>오후 스케줄은 다 정했어? 헤베 씨 쪽은 확인 다 했고?</color>
다 정했어.
아침 8시에 먼저 헤베 씨를 만나서 브런치를 먹을 거야. 옷차림에 어드바이스를 좀 해주겠대.
오후 2시에 외할아버지네 기사님이 헤베 씨 쪽에 와서 태워줄 거야.
<color=#00CCFF>헤베 씨하고 연락해 보니까 어땠어? 어떤 사람이야?</color>
흠...
넬레는 메모장에 끼워둔 명함을 꺼냈다.
요즘엔 보기 힘들어진 고급 명함으로, 테두리엔 얇게 도금을 하고 표면에는 음각으로 헤베의 사인과 아름다운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었다.
화려한 장식에 비해 내용은 그저 "헤베"의 이름과 매니저의 연락처뿐이었다.
아직 본인과 만나보진 않았지만, 언니 말로는 무척 매력 있는 고전적인 미인상이라고...
<color=#00CCFF>내가 알아본 바로는 연예계에서 제법 평판이 좋은 사람이야. 결혼해서 은퇴한 뒤로도 여전히 예전 친구와 연락을 가지고 있고.</color>
<color=#00CCFF>하지만 고위 공무원이랑 결혼했는데도 계속 예전 이름으로 대외 활동하면서 아무런 스캔들도 안 터지는 여자는 처음 봤어.</color>
<color=#00CCFF>무슨 말인지 알지? 보통 여자는 결혼하면 무슨무슨 부인, 이렇게 부르잖아. 그런데 그 사람은 계속 "미스 헤베"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color>
...그래서?
<color=#00CCFF>여성 스타에게 이건 정말 드문 일이야. 최소한 나는 이런 케이스를 본 적이 없어.</color>
<color=#00CCFF>조심하는 게 좋아, 절대 만만한 여자가 아니라는 뜻이니까.</color>
응, 조심할게.
미아가 통신을 끊자 HK416은 다시 차량의 네트워크를 꺼버렸다.
이미 감시 구간을 벗어났다곤 해도, 혹시 모르니까 목표 지점에 도착하기 전엔 오프라인 상태를 유지해.
그래.
미아 씨, 다음 나들목에서 나가줘.
응? 벌써 고속도로에서 나가게?
응, 누가 미행하지 않나 확인해야 해.
몇 가지 수단으로 탐지 결과 우릴 주시하는 사람은 없긴 했어.
하지만 그걸로 100% 안전하다고는 못 하거든. 그러니 협조 부탁해.
...알았어.
미아는 HK416의 지시대로 교차로로 꺾어 고속도로를 나갔다.
새벽 2시 15분, 프랑크푸르트구, 공공 묘지 부근 주차장.
확인했어, 따라붙은 놈들은 없어!
내비게이션대로 계속 운전하면 돼?
아니, 모두 내려.
...뭐?
차를 갈아타서 갈 거야. 예비 차량은 A052 위치에 있어.
전원, 차 안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하차한다.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근데 프랑크푸르트엔 들어올 수도 없었을 텐데 차는 어떻게 마련한 거야?
그야 다 방법이 있지~♪
이런 일은 404만 믿으면 된다. 추적을 따돌리는 거라면 이들보다 전문가는 없어.
......
미아는 착잡한 마음으로 차에서 내렸다.
잠시 후, 프랑크푸르트구.
평범하게 생긴 화물차가, 감시 카메라가 많은 구간들을 능숙하게 피한 뒤 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같은 길을 빙빙 도는 것을 멈추고 으슥한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폐업한 것처럼 보이는 성큰식 뮤직바 앞에 드디어 차를 세웠다.
도착했어.
내려, G11.
끄으응...
인형들은 차 안에서 내렸다. AR-18은 빼먹은 사항이 없나 확인하고서 운전석 창가로 걸어갔다.
운전하느라 수고했다, 미아 씨.
넬레와의 약속만 지킨다면 이런 것쯤이야.
그래.
모든 인형이 차에서 내린 후 화물차는 천천히 떠나서 야경 속으로 사라졌다.
인형들은 계단을 내려가 이미 문 닫은 술집 앞에 섰다.
...문이 왜 닫혀 있지?
AR-18, 미리 정해둔 접선 방식 있어?
응.
AR-18이 문앞에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죠?
이야기 좀 하러 왔습니다.
뭐 하는 분이신데요?
저는 빨강, 하늘의 빨강입니다.
호칭을 바꾸시죠.
좋습니다, 저는 저 시냇물.
풀숲에 숨어, 석탄이 타고 남은 재를 싣고 있습니다.
문 너머가 조용해지고 잠시 후, 술집 현관문이 열리고 어둠의 장막이 걷혔다.
들어오세요.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어디서 나는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AR-18은 등 뒤에 있는 인형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서서 어둠 속으로 발을 디뎠다.
뚜벅 뚜벅.
녹슨 계단을 밟는 소리가 넓은 지하 공간에 울려퍼졌다.
우와, 아래는 또 별천지네.
여긴 보안등급이 왜 이렇게나...
여기는 흄 박사가 생전에 매입한 건물이에요.
지하 구조가 복잡해서 외부 신호가 들어오기 어려우니까, 한동안은 안심해도 될 거예요.
장소 마련해줘서 고맙다, 스티븐스520 양.
이제야 당신들을 만나네요.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카운터 앞에 앉아서 술집 분위기에 전혀 맞지 않는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 모였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시시한 인삿말을 하고 싶으면 5분 정돈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쪽이 이미 2시간이나 지각했으니까.
여기 있는 녀석들은 그럴 필요 없겠지. 바로 시작하자고.
M16이 위스키 잔을 비우고 일어서서 일행에게 다가갔다.
계획보다 시간이 거의 두 배나 걸렸는데, 오면서 무슨 상황 있었어?
별 일은 없었어, 그저 안전을 고려해서 길을 좀 돌아가느라.
필수적인 조치네, 주의만 안 끌었다면 됐어.
UMP45가 일부러 놀란 척 혀를 찼다.
세상에, 너희 둘이 평범하게 대화하는 걸 다 보네.
......
......
모두 모였으니 정식으로 회의를 시작하자.
응? 리벨리온은 안 왔는데?
이미 왔어요.
스티븐스520이 약간 아니꼽다는 듯 인상을 썼다.
에이, 깜짝 놀래켜주려고 했는데 망쳐버렸네.
AK12가 은신 상태를 끄자, 방 중앙의 테이블 위에 하얀 형체 셋이 나타났다.
리벨리온, 전원 도착했다.
......
모두 좋은 밤이야.
먼저...
테이블에서 내려와 주시겠어요? 그건 흄 박사의 컬렉션인 앤티크 테이블이에요. 미얀마산 자단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요.
그래 그래.
리벨리온도 다른 인형 근처에 와서 앉았다. 이것으로 회의의 준비가 끝났다.
지금부터 자세한 행동 방침에 대해 토론하겠다.
지휘관이 실종된 지 오늘로 8일째다. 지금까지 여러 루트로 파악한 정황으로 볼 때, 지휘관의 실종은 패러데우스와 관계가 있다.
리벨리온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패러데우스의 정보는 모두 벌침 시스템으로 처리하니, 만약 그 시스템을 해킹한다면 분명 지휘관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다.
맞아. 그 시스템의 서버가 어디 있는지는 대강 파악했어. 바로 마인강 바닥이야.
벌침 시스템 침투는 404에게 맡긴다. 크로스와 헤르타는 서포트하도록.
라저.
필요하면 저도 도와드릴 수 있어요.
대체 지휘관이 그 바보를 어떻게 꼬드긴 건지 알고 싶거든요...
그럼 크로스와 헤르타의 지휘를 네게 맡긴다.
프랑크푸르트의 교통 관제가 시작된 뒤로 패러데우스의 활동이 더 빈번해졌어.
아무래도 새로운 계획이 있는 것 같아.
그것이 바로 리벨리온에게 맡길 임무다. 패러데우스의 행동 목적을 알아내라.
알아내기만 하면 돼?
놈들의 계획을 조사하는 것이 목표다. 수단은 제한하지 않겠다.
눈치 있네.
너희가 저들의 주의를 분산시켜 주면 404의 작전이 수월해질 테니. 그래도 정도를 봐가면서 하도록.
......
조용히 담화가 이뤄지는 지하실 안에서, HK416은 M16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 각자 역할을 나눠받은 것 같네, 여기 계속 조용한 누구만 빼고.
......
날이 선 HK416의 말뜻을 읽은, AR-18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M16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래 그래, 이렇게 안 나오면 심심하지~♪
45 언니, 부채질 하지 마...
M16한테 잔소리할 생각은 없어. 나는 그저 모두가 힘을 합쳐 지휘관을 구하려면, 당연히 각자가 가진 정보를 모두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해.
404는 모든 기술을 내놓았고, 리벨리온도 며칠 동안 수집한 정보를 모두 공유했어. M16도 뭔가 꺼내줘야 하는 거 아니야?
M16은 미소를 짓고는 술잔에 위스키를 따르며,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는 HK416의 시선을 차분하게 마주보았다.
......
루니샤가 엘모호에서 지휘관과 윌리엄을 데려갔어.
......
그래서, 지금 그들의 위치는?
프랑크푸르트, 화이트존.
화이트존...?
프랑크푸르트의 도시 전설이 가득한 곳이지. 절대적인 청정지대, 오로지 높으신 분들을 위한 구역.
그 정보의 출처는?
화이트존과 지휘관의 행방에 관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이야.
지금 난 표면상으론 국가안전국에 고용된 신분이라, 여러모로 직접 나서기가 어려워.
너희의 작전에 바라는 건 단 하나, 화이트존에 있는 지휘관의 정확한 좌표를 알아내는 것.
그 다음부턴 내가 어떻게든 해줄 수 있어.
......
좋다.
그게 우리도 바라는 바다.
그런데 말이야, 벌집을 박살내기 전에 꿀부터 좀 뽑아내는 게 어때?
뭔가 좋은 아이템이라도 얻어낸다면 벌집이랑 좀벌레 소탕도 더 편해지지 않겠어?
괜찮은 제안이군.
다른 의견 있나?
난 딱히.
거기서 패러데우스의 다른 기지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우리가 어떻게든 해독해 볼게.
기본적인 역할 분담은 이 정도다. 작전 코드는 "아드라스테아".
이견 없다면 다음 주제로 들어가겠다——
"아드라스테아" 작전의 구체적인 인원 배치에 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