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열매
플레이어 사이의 수싸움은 갈수록 거세지고, 장기말도 더는 버려질 운명을 달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패러데우스 공장 내부.
조용한 방 안에서 애슐리는 새 공장 노선 계획과 예상 생산량을 정리하고 있었다.
삐익.
헤베 전용 통신 채널에서 신호가 왔다.
용무.
애슐리 언니, 상황 보고 드립니다.
헤베 언니 쪽의 공장은 다 체크했나?
예, 저번에 화이트존에 투입한 소모를 제외하면 현재 프랑크푸르트의 모든 공장을 다 합해서 비축 인력은 약 1천 명가량 있습니다.
계획에 필요한 인원수에는 아직 부족해.
헤베 언니가 이미 공장을 전력 가동하여 생산에 동원하였습니다. 현재 진도에 따르면 1주일 안에 전투원을 500명가량 보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겠군.
우담화 생산라인 쪽은 상황이 어떻지?
메인 플랜에 필요한 수량은 이미 다 채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며 헤베 언니께서 예비용을 더 생산하라 지시하셨습니다.
알겠다. 나는 지금 남은 새 공장 라인을 점검 중이니, 최종 정리 등은 다 마치고 전달하겠다.
네.
다른 용무 있나?
헤베 언니께서 그 버러지들의 은신처에 대한 갈피를 잡았다고 네메아란 언니께 전해 드리랍니다.
알았다, 즉시 네메아란 언니께 전달하겠다.
통신을 마치고 애슐리는 대화 내용을 정리하여, 뒤에 있던 네메아란에게 건넸다.
그래, 벌침 시스템에 입력하거라.
네.
애슐리는 벌침 시스템을 열어 암호화 인증을 다시 입력했다.
네메아란 언니, 자료 로딩 완료했습니다, 심사가 통과되면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복구 후 새로운 암호화 방식에 불편한 점은 없느냐?
없습니다, 금방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이제 벌침 시스템은 각 조작 단계마다 이중 인증이 필요합니다. 예전보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그런 것보단 보안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 그럼 물러가려무나.
예.
애슐리가 방에서 나갔다.
네메아란은 2차 인증을 마치고 잠시 시계를 보았다.
약속한 시각까지 아직 3분 남았다.
정확하게 초침이 12를 가리키는 순간, 네메아란은 암호화 통신을 연결했다.
......
안녕하십니까, SED 주석 사무실, 보좌관 프레디입니다.
네메아란은 통신을 끊었다.
몇 초 후, 통신이 다시 울렸다.
네메아란 님, 암호화 통신 39 채널로 전환했습니다.
그래.
네메아란 님, 무슨 용무로 연락하셨습니까?
주석에게 보고드릴 일이 있다.
주석님께선 현재 통신을 받으실 수 없습니다, 말씀해 주시면 제가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
"대관식 폭풍"의 초기 준비 작업이 완료되었다.
알겠습니다. 다른 전달 사항 있습니까?
...라플라스의 실험이 막바지에 들어섰고, 우리가 곧 화이트존으로 이전할 예정이니,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주길 바란다.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따가 수용 가능한 인원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나머지 인원에게 하달할 다음 일정이 있을까?
네메아란 님, 그건 당신이 해결할 일입니다.
...알겠다.
그럼, 이제 통신 종료하겠습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길 바랍니다, 네메아란 님.
통신이 끊어지는 순간, 네메아란은 자신의 사고도 함께 끊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장기말은... 결국엔 버려질 운명이구나...
......
삐익.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몰리도가 통신을 받았다.
몰리도.
예, 아버님.
즉시 임무를 실행해라, 놈들의 계획이 이미 시작됐다.
몰리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통신이 끊어졌다.
...예.
저 멀리 네메아란의 사무실을 바라봤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올 기미가 없었다.
몰리도는 근처에 있는 브라메드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계획이 또 변했어?
어디 맞혀보자, 이번엔 창고의 그 쓰레기들을 세러 가라는 걸까?
......
몰리도는 주변을 다시 살펴서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감청기를 손으로 덮고, 브라메드의 귓가에 속삭였다.
살아남고 싶으면... 아버님께 철저히 충성해야만 해.
...아버님?
아버님은 멀리있고 네메아란 언니는 가까운데...
브라메드는 네메아란이 있는 방을 슬쩍 보고, 또 몰리도가 감청기를 덮은 손을 힐끗하고 자신도 목소리를 줄였다.
그런 수작 부려봤자 네메아란에겐 못 숨기는 거 알지?
지금 저쪽은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빠서 나한테 트집 잡을 시간 없어.
그건 모르는 일이지, 지금 그 언니 혼자서 이 상황을 전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뜻이야?
너도 저번에 추측했잖아? 프랑크푸르트에... 다른 고위 니토가 있을 수 있다고.
......
그리고, 전에 베를린에서 소문을 들었어... 판도라 조직 안에도 한 명 있다고...
그리고 둘 다 네메아란 언니 편이라고.
네메아란 언니의 패에 걸 생각이구나?
에이, 아니.
브라메드는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난 어느 쪽에도 안 걸어.
......
브라메드는 몰리도가 감청기를 덮은 손을 살며시 끌어내렸다.
그러니까, 열심히 날 포섭해 보라고~
브라메드의 모습이 공장에서 사라지자, 몰리도는 냉정하게 그 뒤를 따라나섰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64년 11월 3일, 프랑크푸르트 시간 오후 6시 30분 시사 뉴스입니다.
유명한 유적 반대 조직 판도라의 수뇌부이자 조직의 대변인인 스틱스 씨가 오늘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극장 외부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핼러윈 인형 테러 습격 사건 이후, 오페라 극장은 계속 피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고, 판도라도 의도적으로 이곳을 발표 장소로 골랐습니다.
여기서 스틱스 씨는 40분에 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습니다.
성명문을 통해 그녀는 신소련 정부가 첨단 전술인형 소대 "리벨리온"을 개발하고 통제하지 못했다며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행방불명 상태인 코드네임 "AK-12"란 소대원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며, 신소련 정부가 "AK-12"의 개발 과정에서 유적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와 같이 통제를 벗어난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스틱스 씨는 오늘날 인류가 자연에서 너무나도 멀리 벗어났으며, 이 그릇된 길을 고집하면 자연의 보복을 계속해서 받을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본 방송국 현장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스틱스 씨의 성명문은 수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일부 시민은 길거리에 나와 그녀의 주장을 외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신소련 정부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마인츠 대학 온라인 게시판.
"신소련이 유적 기술을 사용한 것에 대한 추론"
"유적의 힘은 일상 생활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형이 유적의 힘을 사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변화에 대한 토론"
......
스틱스의 연설은 마치 얼어붙은 호수에 던진 바위처럼, 빠르게 균열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
아니, 학술 문제와 학교 생활을 논하는 게시판에 이게 대체 무슨 글이야?
콘스탄스는 관리자 계정으로 로그인해,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게시글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스틱스 말이 맞다고 생각함
여태까지 인형을 멀쩡하게 써왔는데, 왜 갑자기 테러를 일으켰겠음? 이게 다 인형이 유적의 힘을 썼기 때문임!
그리고 그게 바이러스처럼 다른 인형들에게 전염되어서 지금 이 사태가 난 거임!
루머 만들기는 딸깍 한 번이면 되고 팩트 체크는 온갖 고생을 하지, 페르시카 교수가 올린 해명문 안 봤어?
그걸 보면 리벨리온 소대의 인형 디자이너인 쇼 박사의 연구 내용을 이미 공개했고, 그 사람 논문은 검색하면 다 누구나 볼 수 있어!
유적 기술 사용을 반대하던 사람이 자기 작품에 유적의 힘을 썼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확실히, 쇼 박사의 친언니도 판도라 조직의 일원인데 유적 기술을 사용할 이유는 없어...
콘스탄스는 이 활발한 ID들을 일괄 선택해 발언 금지 세트를 선물했다.
팩트가 뭐든 신경 안 씀, 나는 암튼 스틱스 눈나 편임
엄청난 미인이자나, 몸매도 너무 좋고, 내 아내면 좋겠음!!
......
키보드를 내리칠 충동을 참으며, 콘스탄스는 이 계정을 바로 차단시켰다.
윗글 놈들 다 꺼지셈, 여긴 학술 토론의 장소임. 발정한 ㅅㄲ는 나가 뒤지셈
스틱스가 리벨리온 멤버 인형 "AK-12"가 유적 기술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아직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함. 아직 확실한 증거를 꺼내지 못했으니, 그 사람의 개인 추측일 거라고 봄.
난 페르시카 교수가 공개한 논문과 기술 증명 쪽이 신빙성 있다고 봄.
논문 써본 사람은 다 알 텐데, 논문 쓰고 수정하다 보면 짜증이 폭발해서 솔직한 생각이나 편향 모두 논문에 드러나게 되어 있음.
그래서 난 쇼 박사가 논문에 가득 쏟아낸 유적 기술 혐오가 진심이라고 믿음.
루머가 맞다면 신소련은 왜 입 다물고 있는거임?
바로 튀어나와서 상대방이 허위 주장한다고 반박해야 하는 거 아님?
정말 무슨 속사정 있는 거 아니냐고...
잘 모르겠음, 유적 기술이 아니더라도 다른 지저분한 수단을 썼을지도 모름.
안 그럼 왜 그쪽 인형이 먼저 폭주하는거임? 우리나라 인형들은 멀쩡하잖음
......
.......
토론글이 홍수처럼 학교 게시판의 모든 곳을 뒤덮어, 콘스탄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녀도 상황 통제를 포기하고, 그저 학우들의 학술 수준을 걱정할 뿐이었다.
하아, 우리과 후배들은 여기에 없기를 바라자, 있다면 논문 주제 발표 자료 다 쓰고 여기서 놀고 있기를...
안 그럼 내가 또 주말 시간 써서 걔네들 똥 닦아줘야 하잖아!
콘스탄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게시판을 닫고, 의자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실험실 청소나 해야겠다.
이렇게 아무렇게 설비를 어질러 놓고, 먼지도 잔뜩 쌓인 걸 보면... 넬레가 와서 무진장 화내겠어.
콘스탄스가 브러시를 집어 청소를 시작하려던 때, 넬레가 실험실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는 걸 발견했다.
넬레의 머리카락과 코트에 물방울이 맺혀있는 것을 보니 비를 맞으면서 온 듯했다.
넬레? 너 언제 온 거야? 왜 거기 가만히 서 있어?
게다가 다 젖었잖아... 내가 수건 가져올게!
......
넬레는 수건을 받아들고 멍하니 있다가, 무언가 다짐이라도 한 듯 걱정하는 눈치의 콘스탄스를 바라봤다.
코니, 너한테 고백할 게 있어.
뭔데?
실험의 진실에 대해...
...임시 지휘실.
지휘관의 계획서에 있는 모든 흔적을 지운 후, AR-18은 주변 인형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전원, 작전을 정식으로 개시하기 전에 장소를 옮겨야 한다.
부상자와 416은 함께 안전 계수가 높은 예비 기지로 이전하고, 전투 가능한 인원은 나와 함께 새 임시 기지로 이동한다.
동시에 이곳의 흔적도 전부 지워야 한다.
네.
알았어.
404 애들은 어디로 갔어?
416을 옮기는 걸 맡지 않았을까요?
그래, 내가 지시했다.
그럼 저희가 404의 통신 설비를 맡죠.
스티븐스 520이 뒤에 있는 인형들에게 손뼉을 쳤다.
좋아, 내가 걔들 리스트를 체크할게.
내가 미리 정리해서 저기에 뒀다.
AR-18은 정리하느라 바쁜 인형들을 피하면서 한쪽으로 걸어갔다.
45, 지금 어디 있지? 즉시 지휘실로 와라.
치직. 통신 채널의 감도가 좋지 않았다.
45?
여기... 있잖아.
...어디에 있다는 거지?
여기...
너희 바로 옆에~
......
무슨 문제 있나요?
45의 신호가 이상하다, 지금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RO635가 AR-18에게서 통신기를 받아 UMP45에게 말을 걸었다.
45 씨?
여기... 있어...
히히히...
섬뜩한 웃음 소리에 모두가 긴장했다.
아니야... 이건 45의 신호가 아니야!
AR-18은 바로 통신을 끊었고, 그와 동시에 경보가 울렸다.
적이 침입했다.
제가 철수 작업을 엄호할게요!
나도!
AR-18, 작전 지휘해줘.
알겠다.
AR-18가 감시 카메라 화면을 바라보자, 조각상 같은 몸매의 우아한 여인이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신지요.
초면에 실례지만 목숨을 받아가겠어.
전체 대사 보기 (149줄)
...패러데우스 공장 내부.
조용한 방 안에서 애슐리는 새 공장 노선 계획과 예상 생산량을 정리하고 있었다.
삐익.
헤베 전용 통신 채널에서 신호가 왔다.
용무.
<color=#00CCFF>애슐리 언니, 상황 보고 드립니다.</color>
헤베 언니 쪽의 공장은 다 체크했나?
<color=#00CCFF>예, 저번에 화이트존에 투입한 소모를 제외하면 현재 프랑크푸르트의 모든 공장을 다 합해서 비축 인력은 약 1천 명가량 있습니다.</color>
계획에 필요한 인원수에는 아직 부족해.
<color=#00CCFF>헤베 언니가 이미 공장을 전력 가동하여 생산에 동원하였습니다. 현재 진도에 따르면 1주일 안에 전투원을 500명가량 보충할 수 있을 것입니다.</color>
그럼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겠군.
우담화 생산라인 쪽은 상황이 어떻지?
<color=#00CCFF>메인 플랜에 필요한 수량은 이미 다 채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며 헤베 언니께서 예비용을 더 생산하라 지시하셨습니다.</color>
알겠다. 나는 지금 남은 새 공장 라인을 점검 중이니, 최종 정리 등은 다 마치고 전달하겠다.
<color=#00CCFF>네.</color>
다른 용무 있나?
<color=#00CCFF>헤베 언니께서 그 버러지들의 은신처에 대한 갈피를 잡았다고 네메아란 언니께 전해 드리랍니다.</color>
알았다, 즉시 네메아란 언니께 전달하겠다.
통신을 마치고 애슐리는 대화 내용을 정리하여, 뒤에 있던 네메아란에게 건넸다.
그래, 벌침 시스템에 입력하거라.
네.
애슐리는 벌침 시스템을 열어 암호화 인증을 다시 입력했다.
네메아란 언니, 자료 로딩 완료했습니다, 심사가 통과되면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복구 후 새로운 암호화 방식에 불편한 점은 없느냐?
없습니다, 금방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이제 벌침 시스템은 각 조작 단계마다 이중 인증이 필요합니다. 예전보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그런 것보단 보안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 그럼 물러가려무나.
예.
애슐리가 방에서 나갔다.
네메아란은 2차 인증을 마치고 잠시 시계를 보았다.
약속한 시각까지 아직 3분 남았다.
정확하게 초침이 12를 가리키는 순간, 네메아란은 암호화 통신을 연결했다.
......
<color=#00CCFF>안녕하십니까, SED 주석 사무실, 보좌관 프레디입니다.</color>
네메아란은 통신을 끊었다.
몇 초 후, 통신이 다시 울렸다.
<color=#00CCFF>네메아란 님, 암호화 통신 39 채널로 전환했습니다.</color>
그래.
<color=#00CCFF>네메아란 님, 무슨 용무로 연락하셨습니까?</color>
주석에게 보고드릴 일이 있다.
<color=#00CCFF>주석님께선 현재 통신을 받으실 수 없습니다, 말씀해 주시면 제가 바로 전달하겠습니다.</color>
......
"대관식 폭풍"의 초기 준비 작업이 완료되었다.
<color=#00CCFF>알겠습니다. 다른 전달 사항 있습니까?</color>
...라플라스의 실험이 막바지에 들어섰고, 우리가 곧 화이트존으로 이전할 예정이니,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주길 바란다.
<color=#00CCFF>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color>
<color=#00CCFF>이따가 수용 가능한 인원수를 보내드리겠습니다.</color>
나머지 인원에게 하달할 다음 일정이 있을까?
<color=#00CCFF>네메아란 님, 그건 당신이 해결할 일입니다.</color>
...알겠다.
<color=#00CCFF>그럼, 이제 통신 종료하겠습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길 바랍니다, 네메아란 님.</color>
통신이 끊어지는 순간, 네메아란은 자신의 사고도 함께 끊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장기말은... 결국엔 버려질 운명이구나...
......
삐익.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몰리도가 통신을 받았다.
<color=#00CCFF>몰리도.</color>
예, 아버님.
<color=#00CCFF>즉시 임무를 실행해라, 놈들의 계획이 이미 시작됐다.</color>
몰리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통신이 끊어졌다.
...예.
저 멀리 네메아란의 사무실을 바라봤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올 기미가 없었다.
몰리도는 근처에 있는 브라메드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계획이 또 변했어?
어디 맞혀보자, 이번엔 창고의 그 쓰레기들을 세러 가라는 걸까?
......
몰리도는 주변을 다시 살펴서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감청기를 손으로 덮고, 브라메드의 귓가에 속삭였다.
살아남고 싶으면... 아버님께 철저히 충성해야만 해.
...아버님?
아버님은 멀리있고 네메아란 언니는 가까운데...
브라메드는 네메아란이 있는 방을 슬쩍 보고, 또 몰리도가 감청기를 덮은 손을 힐끗하고 자신도 목소리를 줄였다.
그런 수작 부려봤자 네메아란에겐 못 숨기는 거 알지?
지금 저쪽은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빠서 나한테 트집 잡을 시간 없어.
그건 모르는 일이지, 지금 그 언니 혼자서 이 상황을 전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뜻이야?
너도 저번에 추측했잖아? 프랑크푸르트에... 다른 고위 니토가 있을 수 있다고.
......
그리고, 전에 베를린에서 소문을 들었어... 판도라 조직 안에도 한 명 있다고...
그리고 둘 다 네메아란 언니 편이라고.
네메아란 언니의 패에 걸 생각이구나?
에이, 아니.
브라메드는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난 어느 쪽에도 안 걸어.
......
브라메드는 몰리도가 감청기를 덮은 손을 살며시 끌어내렸다.
그러니까, 열심히 날 포섭해 보라고~
브라메드의 모습이 공장에서 사라지자, 몰리도는 냉정하게 그 뒤를 따라나섰다.
<color=#00CCFF>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64년 11월 3일, 프랑크푸르트 시간 오후 6시 30분 시사 뉴스입니다.</color>
<color=#00CCFF>유명한 유적 반대 조직 판도라의 수뇌부이자 조직의 대변인인 스틱스 씨가 오늘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극장 외부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color>
<color=#00CCFF>핼러윈 인형 테러 습격 사건 이후, 오페라 극장은 계속 피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고, 판도라도 의도적으로 이곳을 발표 장소로 골랐습니다.</color>
<color=#00CCFF>여기서 스틱스 씨는 40분에 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습니다.</color>
<color=#00CCFF>성명문을 통해 그녀는 신소련 정부가 첨단 전술인형 소대 "리벨리온"을 개발하고 통제하지 못했다며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color>
<color=#00CCFF>그리고 현재도 행방불명 상태인 코드네임 "AK-12"란 소대원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며, 신소련 정부가 "AK-12"의 개발 과정에서 유적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와 같이 통제를 벗어난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color>
<color=#00CCFF>또한, 스틱스 씨는 오늘날 인류가 자연에서 너무나도 멀리 벗어났으며, 이 그릇된 길을 고집하면 자연의 보복을 계속해서 받을 것이라 경고했습니다.</color>
<color=#00CCFF>본 방송국 현장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스틱스 씨의 성명문은 수많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일부 시민은 길거리에 나와 그녀의 주장을 외치고 있습니다.</color>
<color=#00CCFF>현재까지 신소련 정부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color>
...마인츠 대학 온라인 게시판.
<color=#FFFF00>"신소련이 유적 기술을 사용한 것에 대한 추론"</color>
<color=#FFFF00>"유적의 힘은 일상 생활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color>
<color=#FFFF00>"인형이 유적의 힘을 사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변화에 대한 토론"</color>
......
스틱스의 연설은 마치 얼어붙은 호수에 던진 바위처럼, 빠르게 균열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
아니, 학술 문제와 학교 생활을 논하는 게시판에 이게 대체 무슨 글이야?
콘스탄스는 관리자 계정으로 로그인해,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게시글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color=#00CCFF>스틱스 말이 맞다고 생각함</color>
<color=#00CCFF>여태까지 인형을 멀쩡하게 써왔는데, 왜 갑자기 테러를 일으켰겠음? 이게 다 인형이 유적의 힘을 썼기 때문임!</color>
<color=#00CCFF>그리고 그게 바이러스처럼 다른 인형들에게 전염되어서 지금 이 사태가 난 거임!</color>
<color=#00CCFF>루머 만들기는 딸깍 한 번이면 되고 팩트 체크는 온갖 고생을 하지, 페르시카 교수가 올린 해명문 안 봤어?</color>
<color=#00CCFF>그걸 보면 리벨리온 소대의 인형 디자이너인 쇼 박사의 연구 내용을 이미 공개했고, 그 사람 논문은 검색하면 다 누구나 볼 수 있어!</color>
<color=#00CCFF>유적 기술 사용을 반대하던 사람이 자기 작품에 유적의 힘을 썼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color>
<color=#00CCFF>확실히, 쇼 박사의 친언니도 판도라 조직의 일원인데 유적 기술을 사용할 이유는 없어...</color>
콘스탄스는 이 활발한 ID들을 일괄 선택해 발언 금지 세트를 선물했다.
<color=#00CCFF>팩트가 뭐든 신경 안 씀, 나는 암튼 스틱스 눈나 편임</color>
<color=#00CCFF>엄청난 미인이자나, 몸매도 너무 좋고, 내 아내면 좋겠음!!</color>
......
키보드를 내리칠 충동을 참으며, 콘스탄스는 이 계정을 바로 차단시켰다.
<color=#00CCFF>윗글 놈들 다 꺼지셈, 여긴 학술 토론의 장소임. 발정한 ㅅㄲ는 나가 뒤지셈</color>
<color=#00CCFF>스틱스가 리벨리온 멤버 인형 "AK-12"가 유적 기술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아직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함. 아직 확실한 증거를 꺼내지 못했으니, 그 사람의 개인 추측일 거라고 봄.</color>
<color=#00CCFF>난 페르시카 교수가 공개한 논문과 기술 증명 쪽이 신빙성 있다고 봄.</color>
<color=#00CCFF>논문 써본 사람은 다 알 텐데, 논문 쓰고 수정하다 보면 짜증이 폭발해서 솔직한 생각이나 편향 모두 논문에 드러나게 되어 있음.</color>
<color=#00CCFF>그래서 난 쇼 박사가 논문에 가득 쏟아낸 유적 기술 혐오가 진심이라고 믿음.</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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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글이 홍수처럼 학교 게시판의 모든 곳을 뒤덮어, 콘스탄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녀도 상황 통제를 포기하고, 그저 학우들의 학술 수준을 걱정할 뿐이었다.
하아, 우리과 후배들은 여기에 없기를 바라자, 있다면 논문 주제 발표 자료 다 쓰고 여기서 놀고 있기를...
안 그럼 내가 또 주말 시간 써서 걔네들 똥 닦아줘야 하잖아!
콘스탄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게시판을 닫고, 의자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실험실 청소나 해야겠다.
이렇게 아무렇게 설비를 어질러 놓고, 먼지도 잔뜩 쌓인 걸 보면... 넬레가 와서 무진장 화내겠어.
콘스탄스가 브러시를 집어 청소를 시작하려던 때, 넬레가 실험실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는 걸 발견했다.
넬레의 머리카락과 코트에 물방울이 맺혀있는 것을 보니 비를 맞으면서 온 듯했다.
넬레? 너 언제 온 거야? 왜 거기 가만히 서 있어?
게다가 다 젖었잖아... 내가 수건 가져올게!
......
넬레는 수건을 받아들고 멍하니 있다가, 무언가 다짐이라도 한 듯 걱정하는 눈치의 콘스탄스를 바라봤다.
코니, 너한테 고백할 게 있어.
뭔데?
실험의 진실에 대해...
...임시 지휘실.
지휘관의 계획서에 있는 모든 흔적을 지운 후, AR-18은 주변 인형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전원, 작전을 정식으로 개시하기 전에 장소를 옮겨야 한다.
부상자와 416은 함께 안전 계수가 높은 예비 기지로 이전하고, 전투 가능한 인원은 나와 함께 새 임시 기지로 이동한다.
동시에 이곳의 흔적도 전부 지워야 한다.
네.
알았어.
404 애들은 어디로 갔어?
416을 옮기는 걸 맡지 않았을까요?
그래, 내가 지시했다.
그럼 저희가 404의 통신 설비를 맡죠.
스티븐스 520이 뒤에 있는 인형들에게 손뼉을 쳤다.
좋아, 내가 걔들 리스트를 체크할게.
내가 미리 정리해서 저기에 뒀다.
AR-18은 정리하느라 바쁜 인형들을 피하면서 한쪽으로 걸어갔다.
45, 지금 어디 있지? 즉시 지휘실로 와라.
치직. 통신 채널의 감도가 좋지 않았다.
45?
<color=#00CCFF>여기... 있잖아.</color>
...어디에 있다는 거지?
<color=#00CCFF>여기...</color>
<color=#00CCFF>너희 바로 옆에~</color>
......
무슨 문제 있나요?
45의 신호가 이상하다, 지금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RO635가 AR-18에게서 통신기를 받아 UMP45에게 말을 걸었다.
45 씨?
<color=#00CCFF>여기... 있어...</color>
<color=#FF0000>히히히...</color>
섬뜩한 웃음 소리에 모두가 긴장했다.
<size=50>아니야... 이건 45의 신호가 아니야!</size>
AR-18은 바로 통신을 끊었고, 그와 동시에 경보가 울렸다.
적이 침입했다.
제가 철수 작업을 엄호할게요!
나도!
AR-18, 작전 지휘해줘.
알겠다.
AR-18가 감시 카메라 화면을 바라보자, 조각상 같은 몸매의 우아한 여인이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color=#00CCFF>안녕하신지요.</color>
<color=#00CCFF>초면에 실례지만 목숨을 받아가겠어.</co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