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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 고립된 숲

시간의 폐허

망설임과 의심이 극한에 달한 상황에서 지휘관은 다시 한번 도박에 나선다.

-72-A-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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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바덴구의 요양 공원, 슈타지의 내부 술집.

방문한 손님을 웨이터가 공손히 인사하고 구석의 객실로 안내했다.

로미

무알코올 네그로니 두 잔.

웨이터

알겠습니다.

웨이터는 금방 분홍빛 액체가 담긴 두 잔을 들고 돌아와 테이블에 내려놓은 뒤 조용히 객실에서 물러났다.

주위가 다시 조용해지자, 로미가 먼저 술잔을 들었다.

로미

제가 고른 메뉴가 입맛에 맞기를 바랍니다, 펠릭스 단장.

펠릭스

무알코올 네그로니라, 로미 씨다운 선택이군요.

로미

전에 단장님이 말하셨죠, 취미는 취미일 뿐 업무 중엔 절대 음주하지 않으신다고.

펠릭스

즉, 지금 우리는 아직 업무 중이다?

로미

단장님은 아마 비스바덴의 술집은 어디든 마음에 안 드실 테죠.

특히, 이 요양 공원 부근은 화이트존에 가까우니까요.

여기는 거의 인근 직원들을 위한 식당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근무지 내 식당에서의 대면은 업무의 일환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단장님만큼의 지위를 가지신 분은 어딜 가도 업무겠지만 말이죠.

펠릭스

하하하, 리펜슈탈 장군처럼 주도면밀하시군요. 잠깐 주제 밖의 말을 묻습니다만, 아버님께선 요즘 잘 지내십니까?

로미

아버지는 제법 건강하십니다, 은퇴하신 뒤론 주로 산책과 낚시를 즐기고 계시죠. 이따금씩 오랜 흉터가 쓰라리신다는 것만 빼면 잘 지내고 계십니다.

펠릭스

그렇다니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당신 같은 따님도 있으니, 장군도 전혀 근심이 없으시겠어요.

로미

단장님은 요즘 근심이 있으신지요?

펠릭스

저야 뭐 휴고 에베르라인 경비단만 잘 관리된다면야 고민이랄 것도 없지요.

로미

역시, 모두가 슈바인슈타이거 장군이 이 나라의 주춧돌이고, 단장님이 바로 그 주춧돌의 가장 튼튼한 화강암이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래서군요.

펠릭스

우리 휴고 경비단은 언제나 통일사회당에 충성하며, 모든 당 주석의 지시를 따를 뿐입니다.

로미

그 말씀, 자주 하실 것 같네요.

펠릭스

물론입니다. 로미 씨만 물어본 것이 아닌데다, 앞으로도 자주 질문받겠죠.

그래도 누가 물어보든, 제 대답은 변치 않습니다.

로미

당이 내부에서 분열돼도 말입니까?

펠릭스

...로미 씨,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조금 무거울 수도 있지만 매우 진지하게 하는 말입니다.

저는 타고난 군인이지, 정치가로서 타고나지는 않았습니다.

당이 내부에서부터 하나되어 일심단결할 때, 우리 휴고 경비단은 무적의 성검입니다.

하지만 당이 내부에서부터 분열한다면, 주인 없는 왕관이죠.

펠릭스

당시 로미 씨는 아버님 리펜슈탈 장군께, 문관직으로 이동하면 군대는 다시는 건들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로미

그 약속은 지금도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민주독일 국가안전국 국장 로미 리펜슈탈입니다, 하인츠 리펜슈탈의 딸이 아니라.

로미

지금 저와 당신이 토론하려는 것은 통일사회당 내부만의 일이 아닙니다.

민주독일 전체가 관계된 일이죠.

루련 설립의 진척에 대해서는... 저나 당신이나 잘 알고 있겠죠.그 누구도 역사의 발걸음은 막을 수 없습니다.

노예제로 번성한 왕국이 아무리 찬란했어도, 결국엔 역사에게 버려진 것처럼 말이죠.

펠릭스

...그 건에 대해서 저는 침묵하겠습니다.

당신도 아시겠지만, 저희가 이 난투극에 끼어들면 상황이 정리되기는커녕 더욱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 파국으로 이어질 겁니다.

전쟁은 당신들에게 있어 이익이자 협상 카드겠지만...

저희에게 전쟁이란, 오직 전진이고 죽음입니다.

저희는 전쟁을 멈출 수 없으니, 칼을 칼집에 넣어 둘 권한을 지킬 겁니다.

로미

저도 딱히 전쟁 찬성 분자는 아닙니다.

펠릭스

하지만 권력에 목말라 있잖습니까.

로미

...권한에 욕심 없는 사람이 휴고 에베르라인 경비단 단장이란 자리에 앉아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부득이하게 떠밀려 그 자리를 맡게 됐다 하셔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장님이 더 잘 아시겠죠? 그 자리에 걸맞는 실력과 권력을 키우는 것이 그 자리로 "떠밀릴" 가장 빠른 방법이란 걸.

로미

그건 물러날 곳 없는 절벽길입니다. 오르지 못하면 죽을 뿐이에요.

펠릭스

유감스럽게도 저는 문관이 아닌지라,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도 담판을 지을 능력도 없습니다.

펠릭스는 잔을 비우고 뒤집어 탁상에 놓았다.

펠릭스

술자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로미에게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그때, 펠릭스의 뒤로 대형 유화 액자에 등불이 켜지더니, 가벼운 기계음과 함께 그 액자의 고정이 풀렸다.

다소 놀란 펠릭스는 로미를 힐끔 쳐다보곤 조심스레 다가가 액자를 천천히 치워 보았다.

액자 뒤는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밀실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남성이 술을 즐기는 중이었다.

펠릭스

<size=50>그로스 서기?!</size>

펠릭스는 천천히 뒷걸음질치다 다리가 풀린 것처럼 자리에 다시 앉았고, 밀실의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와 함께 다가왔다.

로미도 자리에서 일어나, 객실의 문앞으로 가서 멀리의 웨이터를 호출했다.

로미

웨이터, 네그로니 세 잔.

이번에도 빠르게 분홍빛 액체가 담긴 세 잔이 차려졌다.

로미는 미소를 지으며 먼저 술잔을 들었다.

로미

급하게 떠나실 것 없습니다, 펠릭스 단장...

회식은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인걸요.

로미 리펜슈탈의 사무실.

호프만은 모든 관련 인원이 공지 사항을 보았는지 열람 답신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Q는 그 맞은편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홀짝였다.

Q

화이트존 경비 강화 사유, 구체적인 조치 방안, 점검 방법까지 전부 아주 상세히도 적으셨네요.

신규 추가 조치인 양측 보고 양식과 절차는 주석까지 붙어 있고.

과연 호프만 씨네요.

파인 호프만

이전엔 출입 명단을 경비단에게만 보고하면 됐지만, 그런 난리가 났으니 이젠 슈타지와 경비단 양측에게 동시 보고해야 합니다.

앞으로 또 무슨 차질이 생길지 모르니 최대한 꼼꼼하게 해서 나쁠 건 없죠.

그런데, 그쪽 일도 진전이 있나 보군요?

Q

글쎄요~

호프만 씨의 일이 화학 교과서 개정이라면, 제 쪽 일은 학생들한테 소금에서 나트륨을 분리하라고 시키는 거라서요.

파인 호프만

...촉매를 좀 뿌려 보시는 건?

Q

진작에 팍팍 넣었죠. 하지만 그게 말이죠, 과거에 모두가 너무 긴밀하게 협력하는 바람에 상대의 꼬투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직접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으려는 건 난이도가 꽤 돼요.

파인 호프만

그래서 이 일이 당신에게 맡겨진 겁니다.

Q가 커피잔을 내려놓고 허리를 폈다.

Q

하아... 그래서, "발키리" 프로젝트에 관해서 당신은 뭐 전혀 들어본 거 없어요?

그렇게 깔끔하게 지워졌다고요?

파인 호프만

...공개된 정보상으로는, 현임 공업 및 정보국장이자 국무위원회 부주석이신 오버슈타인 각하의 가족과 관계된 것만 압니다.

구체적인 보고는 보다시피죠.

Q

이 부분의 정보는 유적기구 사람들 따라 남극으로 갔거나 다 위조예요.

파인 호프만

때로는 정보가 진실일 필요가 없는 때도 있는 법입니다.

쓸모 있는 정보가 더 필요해요.

Q

...한 수 배우네요.

탁상에 온통 어질러진 서류를 정리한 다음, Q는 자리를 나섰다.

파인 호프만

실종된 J 요원은 정말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Q

시체가 나오지 않는 한은 누군가가 알아서 데려오겠죠 뭐.

너무 걱정 말아요, 시체 처리는 예나 지금이나 힘들고 복잡해서 잘 안 하니까.

파인 호프만

...혹시 고향으로 돌아갔을 리는 없을까요? J 요원이 자주 고향으로 돌아가서 슈바인학세나 팔겠다고 중얼거리는 걸 봤는데.

Q

......고마워요 호프만 씨, 덕분에 산더미 같은 일에 파묻힌 지금 3초 정도 속으로 웃었어요.

임시 지휘실.

암호화 채널로 통신 요청이 들어왔다.

AR-18

지휘관, 훈작사입니다.

지휘관

......

지휘관은 일부러 저 통신음을 몇 초 내버려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

훈작사.

훈작사

<color=#00CCFF>저번에 대화했을 때만 해도 우리가 이상적인 선후배 관계라고 생각했네만.</color>

지휘관

...무척 존경했습니다.

훈작사

<color=#00CCFF>존경이란 우러러보는 자세를 포함하지.</color>

<color=#00CCFF>즉, 자네는 성장하여 이제 나와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네.</color>

지휘관

소원대로 그 인간을 만나봤겠군요.

훈작사

<color=#00CCFF>지휘관, 나는 지금 자네가 필요해서 연락한 게 아닐세. 정반대지.</color>

<color=#00CCFF>지금 자네는 내가 필요해.</color>

<color=#00CCFF>그리고 나는, 뜻 있는 젊은이가 밝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네.</color>

<color=#00CCFF>화이트존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color>

지휘관

......

훈작사

<color=#00CCFF>현재 자네의 처지는 블랙존에서보다도 심각하다 할 수 있지.</color>

<color=#00CCFF>그럼에도 나는 자네에게 도움을 제공해 주고 싶네, 아베르누스에서 그리했던 것처럼.</color>

지휘관

......

훈작사

<color=#00CCFF>너무 염려 말게나, 젊은이가 자기주장을 한다는 건 좋은 일이니.</color>

<color=#00CCFF>자네가 나의 일부 결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잘 알지만, 나도 이미 최대한 양보했네.</color>

<color=#00CCFF>참수리를 억지로 품에 감쌀 수는 없는 노릇이잖은가.</color>

<color=#00CCFF>나는 그저, 집 나간 새가 쉬러 돌아올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color>

지휘관

...그게 지금이라 생각하십니까.

훈작사

<color=#00CCFF>세상에 영원한 적수란 없는 법이지.</color>

지휘관

오직 영원한 이익만이 있을 뿐...

훈작사

<color=#00CCFF>우리 사이의 일은 그저 사소한 내부 갈등에 불과해.</color>

<color=#00CCFF>전혀 심각한 일이 아닐세. 우리의 이익은 이어져 있고, 입장도 여전히 일치하지.</color>

<color=#00CCFF>그리고 뭐라 한들, 자네 뒤엔 G&K가 있지 않은가.</color>

<color=#00CCFF>자네, 크루거, 나, 모두에게 말일세.</color>

지휘관

...그래서, 이번엔 무슨 분부를 내리려 하십니까?

훈작사

<color=#00CCFF>자네를 신소련에서 베를린으로 부른 것은 몰리도 때문이었지.</color>

지휘관

그렇죠, 덕분에 이 세상의 진실의 일각을 엿봤습니다.

훈작사

<color=#00CCFF>젊은이는 언제나 호기심으로 가득하니 말일세.</color>

지휘관

제게 진실을 말해 주실 겁니까?

훈작사

<color=#00CCFF>아니. 그리고 설령 그렇더라도, 자네는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파헤쳐서 알아내야만 납득할 수 있겠지?</color>

지휘관

......

훈작사

<color=#00CCFF>윌리엄이 대체 누구고, 그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한 가지 알아야 하는 것이 있네.</color>

<color=#00CCFF>"발키리" 프로젝트.</color>

지휘관

이유고 누구고 나발이고 그냥 그놈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만.

훈작사

<color=#00CCFF>물론 선택은 자네 몫일세.</color>

<color=#00CCFF>진실을 알고 싶다면, 이걸 조사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야.</color>

<color=#00CCFF>그리고 끝내 그를 제거하고 싶다면야, 마지막으로 도움을 하나 줄 수도 있지.</color>

<color=#00CCFF>나와 로미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지만, 슈타지는 이미 이쪽에 한쪽 발을 담갔네.</color>

지휘관

......

훈작사

<color=#00CCFF>지금 자네의 처지로는, 슈타지의 도움을 얻는 것이 계획에 큰 힘이 될걸세.</color>

지휘관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훈작사.

훈작사

<color=#00CCFF>이제야 좀 솔직한 말을 듣는군.</color>

통신 종료.

지휘관은 잠시 말없이 고민하다, 곁의 AR-18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휘관

......

AR-18.

AR-18

제 의견을 물으신다면...

지휘관께선 더 많은 것을 아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적에 대해 모든 방면으로 알아야 하죠.

지휘관

하지만 이건 뻔한 함정이야...

저 인간은 득될 일이 아니면 연락할 이유가 없어.

AR-18

관점을 바꿔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이 일이 상대에게 어떤 이득이 될지는 무시하고, 지휘관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도움이 될 만한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지휘관

......

나의 목표?

지휘관은 무의식적으로 탁상을 두드렸고, 그 난잡한 박자가 불안한 마음을 대변했다.

지휘관

처음엔, 그저... 철혈을 구축하고, 그리폰 기지의 운영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 생각뿐이었지.

그런데, 어쩌다 보니 AR팀을 구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고, 마흐리안을 구하고 싶었고, 안젤리아를 구하고 싶었어...

그리고... 이렇게까지 와서 보니까,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수렁에 빠진 지 너무 오래라서 이전의 나날이 기억 안 나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아...

AR-18

......

지휘관

몇 번이고 작전을 지휘해 나가면서, 항상 이번에야말로 모든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하지만, 수수께끼도 몇 번이고 끝없이 나타나더라, 영원히 다 풀지 못할 것처럼.

AR-18

그 피로감, 이해합니다.

허나 전장에서 가장 금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의지의 흔들림입니다. 지휘관은 지금 동요하셔선 안 됩니다.

지휘관

나도 알아...

어쩌면, 정상에 도달하기 직전의 피곤함일지도 모르겠네.

진실이 바로 코앞에 있다고 느껴지니까 오히려 겁먹기 시작한 거야.

AR-18

......

AR-18은 지휘관 곁에 다가가 눈앞의 감시 카메라 영상을 가리켰다.

AR-18

지휘관 곁에는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이렇게나 많습니다, 혼자서 전부 짊어지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휘관

기댈 수 있는 어깨인 동시에, 내 약점이지.

AR-18

...조금 더 스스로를 생각하십시오.

지휘관

그래, 남 걱정보다 좀 더 내 생각을 해야겠지.

이번 독일에서의 여정에서, 내가 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무엇을 위해 싸우고, 무엇을 가지고 싸울지.

AR-18

어쩌면 평생을 들여 찾아야 할 답일지도 모릅니다.

지휘관

그러게...

지휘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피곤한 뺨을 찰싹 두들겼다.

지휘관

망설일 때도 있고, 내적 갈등을 겪을 때도 있겠지만... 걸음을 멈추진 않겠어.

지휘관

AR-18, 같이 넬레 씨에게 가보자.

AR-18

네.

얼마 후, 넬레의 렌탈 하우스.

이상하리만치 똑같이 피곤에 찌들어 보이는 J와 지휘관은 말없이 서로를 마주봤다.

J

...그래서, 이제야 저를 처리하러 왔습니까?

그리폰의 방식으로 하나요, 아님 그쪽 안전국의 방식으로 하나요?

지휘관

우리 사이니까 괜히 떠볼 것도 없겠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J, 로미 국장을 연결해 줘.

J

...지금 댁에게 국장과 협상할 카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 본데...

댁은 그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요.

그 사람만큼 무서운 여자가 슈타지에 또 있고요.

지휘관

난 선전포고가 아니라 거래를 하려는 건데.

J

일개 PMC의 지휘관에 불과한 댁이요?

로미 국장에겐 통일사회당과 민주독일이란 빽이 있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댁이 잡으려는 패러데우스의 흑막도 통일사회당 사람입니다.

얼마나 굉장한 계획을 세웠는진 몰라도 그냥 단념하시는 게 신상에 좋을 거예요.

지휘관

아니.

로미 국장이 내게 리벨리온의 마인드맵 코어를 양도했을 때, 나는 느꼈어. 우리가 다시 손을 잡을 날이 오리라고.

J

그거라면 이미 아베르누스에서 도와주지 않았습니까?

아니 진짜 모르겠어요? 국장도 그 사람한테는 대놓고 대들 수가 없어요.

그 사람은 통일사회당의 부주석... 국회에서 제일 앞 세번째 줄에 앉는 사람이라고요.

지휘관

그리고 난 패러데우스의 지하 공장에서 로미 국장과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야심가란 걸 알아봤지.

그녀는 지금의 위치에 전혀 만족하지 않아.

그래서, 한 번 걸어보려고.

J

제정신입니까?

지휘관

이게 바로 송사리가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방식이야.

이미 도박판에 올랐으니, 로미 국장이 패러데우스에 관련해서는 나와 같은 편이 되어 주리란 것에 걸겠어.

J

그때 이미 눈치채셨을 텐데요. 그 두 생산 라인에... 슈타지도 엮인 걸.

지휘관

그렇기 때문에 로미 국장과 담판을 지어볼 셈이야.

그녀의 등용문엔 단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지. 그리고 지금이 그 오점을 수정할 절호의 시기고.

J

......

지휘관이 통신기를 J에게 던졌다.

J

...제정신인 거 확실하죠?

지휘관

난 지금 어느 때보다도 정신이 맑아, 그리고 계획도 있지.

네가 아주 자연스럽게 슈타지로 복귀하고, 슈타지와 패러데우스 간의 더러운 연결고리도 지워버릴 수 있는 계획이.

물론, 제일 중요한 건... 놈들의 계획의 한 팔인 "고치"를 박살내버리겠어.

J

......

잠시 망설이다, J는 이내 통신기를 주워 들었다.

J

제 마지막 한푼까지 거는 겁니다... 제발 부탁이니까 그 도박 이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