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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 고립된 숲

미로의 혈흔

어두운 지하 터널에서 몰리도는 원수들과 다시 만났다.

-72-A-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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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데우스 공장 지하의 비밀 통로 입구.

몰리도는 라플라스를 데리고 통로를 질주하면서, 내선 통신으로 네메아란이 자신에게 배정한 소대에게 연락했다.

몰리도

즉시 ST3 통로로 와서 합류해.

하얀 니토

<color=#00CCFF>죄송합니다 몰리도 언니, ST 계열 통로의 출입은 최고 등급 권한이 필요하기에 저희는——</color>

몰리도

지금 출입 허가했으니까 2분 내로 위치해.

하얀 니토

<color=#00CCFF>네.</color>

통신을 끊고, 몰리도는 입구 쪽 제어 콘솔에서 복잡한 인증 절차를 실행했다.

그러자 평평한 지면이 열리고 아래서 작은 엘레베이터가 나타났다.

몰리도

라플라스 님, 발밑 조심하세요.

라플라스

그래.

조심조심 라플라스를 부축하고, 몰리도는 하강 버튼을 눌렀다.

엘레베이터는 다시 바닥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삐그덕, 삐그덕...

검은 니토

......

이미 폐품에 가까운 니토 한 명이 나타나 살금살금 제어 콘솔로 다가갔다. 몰래 움직이려는 모양새였지만, 심하게 망가진 몸뚱이는 뭘 어떻게 해도 소음을 냈다.

아무도 이 구석을 신경쓰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그 니토는 콘솔에 연결했다.

하얀 니토

몰리도 언니, 도착했습니다.

몰리도와 라플라스가 탄 엘레베이터가 멈췄을 때, 니토들은 이미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몰리도

너희, 둘로 나뉘어서 각자 차 한 대씩 앞뒤로 호위해.

하얀 니토

예.

라플라스

......

라플라스가 지하 통로의 감시 카메라를 주시했다.

몰리도

왜 그러시나요?

라플라스

ST 계열 통로의 감시 카메라를 전부 끊거라.

몰리도

네.

모든 감시 시스템이 완전히 꺼진 것을 확인한 후, 라플라스는 몰리도에게 고개를 돌렸다.

라플라스

현재 계획은?

몰리도

현재 계획은 ST3 지하 통로로 파사네리 보호구를 지나, 알브레히트 뒤러 공원 내에 위치한 주차장에서 장갑차로 갈아탄 다음 지상로를 이용해 알 국도를 따라 화이트존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입구에 도착하면 화이트존 인원이 마중나올 것이고요.

라플라스

지상의 도로는 리스크가 높은데, 왜 ST4 지하 통로를 안 쓰지?

몰리도

지질 문제와 화이트존 군용 케이블에 너무 가까운 탓에 ST4 통로는 수복이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요.

폐기된 짧은 구간 하나밖에 없어서 통과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지만, 혹시 모르니 사람을 보내 확인할까요?

라플라스

...아니.

네 계획대로 하자.

몰리도

네.

몰리도는 니토들을 지휘해 호위대를 편성한 뒤 라플라스를 부축하며 차에 탑승했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던 라플라스가 통신기를 툭툭 두드렸다.

라플라스

네메아란에게선 아직 연락이 없어?

몰리도

아직 없네요.

연락해볼까요?

라플라스

아니. 연락이 없다면 아직 이전이 끝나지 않았단 뜻이겠지.

몰리도

알겠습니다.

몰리도가 운전에 집중하던 도중 갑자기 통신기가 울렸다.

몰리도

무슨 일이야?

하얀 니토

<color=#00CCFF>몰리도 언니... 방금, 그레이 언니에게서 명령이...</color>

몰리도

그레이...? 그 녀석 권한은 이미 전부 다시 지웠을 텐데?

하얀 니토

<color=#00CCFF>전해 달라 했습니다... 서프라이즈가 있다고...</color>

몰리도

......

그 말을 입증하듯, 전방의 지하 통로에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퍼엉!

이어서 쇠붙이가 난폭하게 부딪히는 소음이 일었고, 몰리도도 전방의 통풍 파이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 익숙한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AK-15

......

라플라스

녀석이 만든 모조품은 이렇게 수준이 떨어지나...

이론상 너의 성능이 저 인형보다 우위일 텐데?

몰리도

이론상으로는요, 라플라스 님.

그 버러지들이 그레이를 되살려낸 건 전술전략적으로 아주 탁월한 판단이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그레이는 저보다도 패러데우스 기지의 구조를 잘 알거든요.

몰리도

집중 사격해!

하얀 니토

예!

니토들은 전혀 감속하지 않는 차 밖으로 총구를 내밀어 AK-15가 나타난 방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AK-15는 날렵하게 뛰어내려, 선두 차량을 향해 돌진했다.

콰아앙!!

그리고 선두 차량은 AK-15의 화력 투사를 받아 제어를 잃고 벽을 들이받고 전복됐다.

전복된 차량에서 빠져나온 니토들은 다시 모여 AK-15에게 공격을 계속했다.

타타탕!

AK-15

......

몰리도는 침착하게 차를 몰아, 포위된 AK-15를 지나쳐 목적지를 향해 질주했다.

몰리도

놈이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게 해.

하얀 니토

<color=#00CCFF>...예.</color>

총성이 뒤로 멀어지는 와중, 라플라스가 몰리도를 응시했다.

라플라스

감시 시스템을 모조리 껐는데도, 적은 여전히 우리의 위치를 찾아냈군... 보아하니 정보 보안 문제가 가장 시급한 것 같구나.

몰리도

그렇네요... 지금 놈들의 해킹 포인트를 찾고 있습니다.

라플라스

그렇게 수고할 필요 없어, ST 계열 통로 전체를 메인 제어 시스템에서 지워버려.

설마 내비게이터가 없으면 길을 잃는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

몰리도

알겠습니다.

삭제에도 약간의 시간과 권한 요청이 필요하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몰리도는 액셀을 밟는 동시에 시스템 단절 작업에 착수했다.

아마리스

...리벨리온은, 지금 몰리도랑 맞붙었어?

AK-12

<color=#00CCFF>응, AK-15가 지금 목표를 추격 중이야.</color>

타타탕!

통신 너머로 거센 총성과 점점 높아지는 엔진음이 들렸다.

AN-94

<color=#00CCFF>몰리도가 지하 통로 전체를 메인 제어 시스템에서 삭제했다.</color>

아마리스

그거 참 잘됐네...

아마리스의 입꼬리가 잔인한 각도로 굽었다.

아마리스

그레이한테 지하 통로의 모든 전력 시스템을 차단하라 할게.

너희의 다음 등장씬이 더 스펙타클해지게 말이야.

퉁.

갑자기 모든 조명이 꺼져, 깜깜해진 통로에 차량의 전조등 빛만 남았다.

하얀 니토

<color=#00CCFF>몰리도 언니, 전력 시스템이 고장난 것 같습니다. 멈춥니까?</color>

몰리도

......

아니, 계속 전진해.

하얀 니토

<color=#00CCFF>네.</color>

퍼엉!

후미 차량 쪽에서 굉음이 났다.

얼마 안 가 통로에서 또 다시 굉음이 터졌다.

다만 이번엔 몰리도의 차 뒷부분에서 큰 충격이 나, 간신히 브레이크를 밟아 멈췄다.

하얀 니토

<color=#00CCFF>적습입니다!</color>

몰리도

......

백미러에 비친 것은, 후방등을 받아 은빛 광택으로 빛나는 머릿결의 인형이었다.

AK-15

......

몰리도

제기랄! 벌써 쫓아왔어!?

하얀 니토

<color=#00CCFF>몰리도 언니,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color>

몰리도

...가서 녀석의 주의를 끌어.

다른 리벨리온 멤버들을 조심하고.

하얀 니토

<color=#00CCFF>예.</color>

콰앙!

그리 말하기가 무섭게, 몰리도는 니토들이 바닥에 널브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몰리도

......

라플라스

이 차는 못 쓰겠군, 다른 방법을 생각해.

몰리도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라플라스 님, 저 앞으로 조금만 더 가시면 비상 엘레베이터가 있습니다. 파사네리 보호 구역의 버려진 성채로 이어지죠.

거기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저는 리벨리온을 따돌린 다음 합류하겠습니다.

라플라스

그래.

몰리도는 차 문을 여는 동시에 뒤의 리벨리온을 향해 견제 사격을 퍼부어 라플라스를 엄호했다.

라플라스는 어둠 속에 몸을 숨겨 저 통로 너머로 사라졌다.

몰리도

왜 주인 잃은 똥개들이 아직도 여기서 어슬렁거리나 모르겠네요.

전 세계가 수배령을 내려서 갈 데가 없나요?

AN-94

갈 곳이 없어도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AN-94는 차갑게 대꾸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몰리도가 빠르게 차에서 내려 달려들었다.

쉬익——

하지만 곧바로 그것이 자신을 차 밖으로 유인하려는 함정임을 깨달았다.

퍼억!

묵직한 일격이 뒤를 급습했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몰리도가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강력한 한 방이었다.

AK-15

......

늦어서 미안하다.

AN-94

괜찮다, 아직 기회는 많아.

뒤의 차 루프에 무언가 무거운 것이 떨어졌다.

은신을 해제하고 모습을 드러낸 AK-12였다.

AK-12

아베르누스에서 결판을 못 내서 얼마나 벼르고 있었는지 알아?

그런데, 한 방에 끝나면 우리 몰리도 씨한테 엄청 실망할 거야.

몰리도

......

몰리도는 라플라스가 사라진 방향을 힐끔 곁눈질하고는 하소연하듯 어깨를 으쓱했다.

몰리도

주인공이 퇴장했으니 당신들도 적당히 하죠?

AK-12

전장에서 하는 장사는 언제나 리스크가 따라. 특히, 이런 보는 눈도 없고 전기도 끊어진 지하 터널에선... 눈먼 총탄에 누구 하나 죽어도 아무도 모르지.

몰리도

......

이봐요, 그쪽 요구대로 목표를 지정 위치로 보내 줬잖아요. 그랬더니 이젠 내통자를 입막음하려고요?

AK-12

그거야 네가 지휘관과 한 거래지.

우리가 받은 임무는...

AK-12

"패러데우스 청소"라서.

몰리도

우와, 그래도 의리 있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나 냉혈한일 줄이야...

지휘관의 계획을 거들어 준 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세상 인심 정말 박하네요 진짜.

몰리도는 리벨리온을 똑바로 마주보면서 유난스레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AK-12

몰리도 씨한테도 "인심"이란 게 있긴 했나 봐?

몰리도는 천천히 일어서서, 기계 의족을 펼치고 전투에 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