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맹세
살아있는 한 자신이 꼭 해야 한다 여기는 일을 해야지.
...마인츠 에너지 센터.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에너지 센터를 휘감고, 불똥이 공중에 흩날렸다.
팔크가 장비를 세팅한 후, 섀도리스가 서둘러 렌즈 앞에 자리잡고 보도를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DDR2 채널 섀도리스입니다. 저는 지금 마인츠구 에너지 센터 앞에 나와 있습니다.
약 1시간 전 여기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여 마인츠구의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
이곳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사건 발생 시 에너지 공급이 긴장 상태로 모든 직원이 추가 근무 중이었고, 이에 따라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전했습니다.
대략적인 집계에 따르면 해당 사고로 이미 78명이 목숨을 잃었고, 237명이 부상을 입은 상태이며, 아직도 여러 명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주변 시민들의 말에 따르면 통신이 중단되어, 대표자를 경찰서와 소방국으로 보내 신고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고, 모든 인원이 출동 중인 상황이었다 합니다.
현재까지도 이곳엔 경찰, 소방관, 의료진 중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곳은 지금 한시라도 빠른 지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줌을 당겨 섀도리스 뒤에서 여전히 타오르는 건물을 확대했다.
고온으로 변형된 창틀이 고층에서 튕겨 나와 추락했다.
또 에너지 센터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폭발은 공습 때문이 아니라 지하에 매설된 수송 파이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정확한 폭발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후속 보도를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팔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메라를 껐다.
섀도리스가 한숨을 돌리고 팔크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곁눈으로 근처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었다.
팔크 씨, 잠깐 여기서 기다려 주실래요?
팔크는 섀도리스가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눈치 있게 캐묻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조용히 멀어졌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으면서 시야에 살짝 들어오는 거리에서 멈춰섰다.
그때, 근처에 있던 남자가 살며시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섀도.
...너 왜 여기에 있어?
그냥 지나가던 길에 네가 보였어.
오히려 네가 여기에 있는게 놀라운데.
...나도 놀라워, 케빈.
저기, 이렇게 불타버린 프랑크푸르트가 다시 재건될 수 있을까?
재건해야지, 누가 재건하겠지.
...케빈, 솔직히 너는 정말 요원감이 아닌 것 같아.
왜?
너 지금 거짓말하고 있잖아.
우연히 나를 본 게 아니라 일부러 날 찾아온 거잖아.
...네가 일부러 내가 갈만한 곳을 찾아온 걸 수도 있지.
슈타지 요원을 2명이나 배출한 집안이라 이런가 보다.
라이트에 대해선... 하... 그러고 보니 아직 제대로 사과도 못했었네.
J는 미안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그것도 걔가 선택한 길이야.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걔는 분명 이 길을 걷게 될 거라고.
너처럼.
......
와서 할 말이 그게 전부라면 그만 가.
볼일 때문에 DDR2 사람을 만났는데, 거기서... 네가 지금 밖에서 종군 기자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
그래서... 지금 상황을 봤을 때 네가 이런 곳에 있을 거라 생각했지.
왜?
에너지 센터는 중요 목표니까.
응, 다 아는 일이야.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여기서 일하고 있었어.
대략적인 통계만 봐도 사망자 78명에, 부상자는 237명이야.
구조가 제때 오지 않아서 안에 갇힌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겠지.
자기 직장에서.
......
이게 그 높은 분들이... 정세를 좌우하는 인물들이... 원하는 거야?
무수한 일반인들이 그들의 한마디 때문에 목숨을 잃고 피눈물을 흘려.
...그들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숫자일 뿐이고, 지불해야 할 대가에 불과해.
지금 그들이 몰두하고 있는 건... 권력 다툼에서 이기고...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지...
정작 위험에 처한 국민들은? 말로는 투표권으로 나라의 방향을 정한다고 하지.
하지만 국민들에게 주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미안해.
널 욕하는 게 아니야.
내가 욕하고 싶은 사람은 어차피 나 같은 건 신경도 안 쓸 거고.
알아, 그래도 미안하다고 밖에 말을 못하네...
섀도, 왠지 우리가 만나면 계속 미안하다고만 하는 것 같네. 하지만 정말 미안하다는 것 말고는 뭐라고 할 말이 없어.
나와 라이트는 어릴 때 울리히 씨처럼 이상을 위해 헌신하는 전설적인 요원이 되고 싶었어.
그런데 이 시대에는... 이 시대엔 이미 이상주의자 같은 건 없어.
나도 알아... 누구보다도 잘 알아.
지금은 말법적인 시대야. 모두가 말뿐이지. 말하는 본인조차 자기 말을 안 믿어.
내가, 길을 잘못 고른 거라 생각해?
케빈... 지금 그런 걸 나한테 묻는 게 의미가 있어?
그럼 너는? 지금 네가 걷는 길은 네가 바라던 길이야?
슈타지의 가족이라서 나는 태어날 때부터 감시받아 왔어.
어릴 때 난 몰래 다짐했어, 어른이 되면 이 모든 걸 뿌리치고 나도 남을 감시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런데 나중에야 그게 얼마나 웃긴 생각인지 깨달았어.
매스컴도 그저 하나의 직장일 뿐이야.
이 세상 대부분의 직장은 그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일 뿐이지.
어릴 땐 순수했으니까 그런 직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야.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걸지도 몰라, 우리는 세상을 바꿀 영웅이 못 돼.
하지만, 살아있는 한 뭐라도 해야지.
자신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지.
꼭 해야 하는...
네가 꼭 해야 할 일은 뭔데?
...지금 하고 있는 거.
...알았어.
...지휘실.
암호화 채널에서 통신이 울렸다.
접니다, 지휘관.
이아손의 상자의 위치는 이미 받았어. 고마워.
바로 소대를 보내서 처리할 거야.
전 그냥 정보 하나 흘린 것뿐입니다. 직접 수고하는 건 그쪽이죠.
...이 시점에 정보를 보내준 것만으로도 큰 수고야.
분명 다른 임무도 있을 거 아니야.
사실 그냥, 댁 말곤 할 사람이 없는 일이 있는 것 같아서요.
...고마워.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뭐라 해도 여기는 제 조국이고, 다들 제 동포니까요.
...아니, J.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나의 동포야.
왜죠?
아마 이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유이자... 꼭 해야 할 일이니까.
꼭 해야 해요?
그래, 꼭 해야 해.
사실 제대하고 한참 동안, 내가 왜 처음에 총을 들었는지 잊고 살았어.
아주 오래 전에... 예전에 내가 했던 맹세를 까먹고 있었지.
원래 나도 누군가와 약속을 나눴었어.
영웅이 되어서 명예와 훈장을 얻겠다고.
그런 말은 누구나 어릴 때 하지 않습니까? 저도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면 악당을 처치하는 정의의 히어로가 되겠다고 했었어요.
난 그게 어린이의 유치한 말이라곤 생각 안 해.
그저 그때 우리는 이상을 품고 있었을 뿐이지.
하지만 지금은... 모두 이상이 무엇인지 잊어버렸어. 어른들 사이에는 진작에 이익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아.
......
그래서, 내가 또 뭐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까?
가능한 만큼 다 해 볼 테니까.
변하셨군요, 지휘관.
더 이상 베를린에서 뵀을 때처럼 소극적인 느낌이 아니에요.
무슨 바람이 분 거죠?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어.
그래요? 알겠습니다.
아직 여유가 있으시다면 도로나 에너지 공급 시설을 복구해 주세요.
이번 공습과 이아손의 상자 모두 이런 시설을 겨냥한 거니까요.
알겠어. 지금 정부에서 긴급 수리팀은 보냈어? 수리하는 데 얼마나 걸려?
지금 정부에서 모든 긴급 수리팀을 출동시켰지만, 아시다시피 진척이 영 좋지 않습니다.
어째서?
폭격으로 시내 교통망이 마비 상태라서... 수리팀은 모두 도보로 현장에 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전의 「인형 안전 임시 조치」 때문에 지금 프랑크푸르트에서 쓸 수 있는 인형이 많지 않아요. 아마 지금 프랑크푸르트에서 인형이 제일 많은 곳은 엘모호일 겁니다.
...알겠어.
태블릿 화면을 켜, 지휘관은 현재 대기 중인 부대를 확인했다.
404한테 현재 긴급수리팀 인원의 좌표를 찾아내라고 해. 근처 소대가 가서 지원한다.
예.
고요한 겨울 밤, 휘몰아치는 찬바람이 초연을 머금고 울부짖었다.
...프랑크푸르트, 마인츠 대학 지하철역.
하루 종일 야단법석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잠들었다.
어수선하게 깔린 매트 위에 웅크려 누운 이들은, 누구는 코를 골고, 누구는 낮게 훌쩍거리고 있었다.
넬레, 너도 그만 쉬지.
응, 저기 위급한 환자들 상태만 다시 확인하고 쉴게.
......
피곤함이 묻어나는 얼굴에 눈빛만은 반짝이는 넬레의 모습을 보며, 아마리스는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고작 며칠 전의 일이었다.
왜 그래, 넬레?
넬레는 입을 열지 않고 자신의 두 손을 아마리스에게 내밀었다.
며칠간 고생한 탓에 그 두 손은 마르고 주름이 잡혀 있었다. 아무리 세심하게 씻었어도 손톱 밑과 손금 사이에는 약간의 때가 남아 있었다.
손이 왜?
마사가 죽기 전에 한 말이 엄청 무서웠어.
사람을 현혹하는 여자니까 말이지.
하지만 이젠 무섭지 않아.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어. 나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
그리고 이 길을 걷는 이상, 손에 피가 묻는 건 피할 수 없어.
......
아마리스가 넬레를 바라봤다. 그 두 눈에 깃든 것은 평온함과 기쁨뿐이었다.
이게 내가 이 모든 일을 한 이유야.
하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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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츠 에너지 센터.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에너지 센터를 휘감고, 불똥이 공중에 흩날렸다.
팔크가 장비를 세팅한 후, 섀도리스가 서둘러 렌즈 앞에 자리잡고 보도를 시작했다.
<color=#00CCFF>시청자 여러분, DDR2 채널 섀도리스입니다. 저는 지금 마인츠구 에너지 센터 앞에 나와 있습니다.</color>
<color=#00CCFF>약 1시간 전 여기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여 마인츠구의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color>
<color=#00CCFF>이곳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사건 발생 시 에너지 공급이 긴장 상태로 모든 직원이 추가 근무 중이었고, 이에 따라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전했습니다.</color>
<color=#00CCFF>대략적인 집계에 따르면 해당 사고로 이미 78명이 목숨을 잃었고, 237명이 부상을 입은 상태이며, 아직도 여러 명이 실종된 상태입니다.</color>
<color=#00CCFF>주변 시민들의 말에 따르면 통신이 중단되어, 대표자를 경찰서와 소방국으로 보내 신고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고, 모든 인원이 출동 중인 상황이었다 합니다.</color>
<color=#00CCFF>현재까지도 이곳엔 경찰, 소방관, 의료진 중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상태입니다.</color>
<color=#00CCFF>이곳은 지금 한시라도 빠른 지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color>
카메라가 줌을 당겨 섀도리스 뒤에서 여전히 타오르는 건물을 확대했다.
고온으로 변형된 창틀이 고층에서 튕겨 나와 추락했다.
<color=#00CCFF>또 에너지 센터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폭발은 공습 때문이 아니라 지하에 매설된 수송 파이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합니다.</color>
<color=#00CCFF>현재 정확한 폭발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후속 보도를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color>
팔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메라를 껐다.
섀도리스가 한숨을 돌리고 팔크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곁눈으로 근처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었다.
팔크 씨, 잠깐 여기서 기다려 주실래요?
팔크는 섀도리스가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눈치 있게 캐묻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조용히 멀어졌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으면서 시야에 살짝 들어오는 거리에서 멈춰섰다.
그때, 근처에 있던 남자가 살며시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섀도.
...너 왜 여기에 있어?
그냥 지나가던 길에 네가 보였어.
오히려 네가 여기에 있는게 놀라운데.
...나도 놀라워, 케빈.
저기, 이렇게 불타버린 프랑크푸르트가 다시 재건될 수 있을까?
재건해야지, 누가 재건하겠지.
...케빈, 솔직히 너는 정말 요원감이 아닌 것 같아.
왜?
너 지금 거짓말하고 있잖아.
우연히 나를 본 게 아니라 일부러 날 찾아온 거잖아.
...네가 일부러 내가 갈만한 곳을 찾아온 걸 수도 있지.
슈타지 요원을 2명이나 배출한 집안이라 이런가 보다.
라이트에 대해선... 하... 그러고 보니 아직 제대로 사과도 못했었네.
J는 미안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그것도 걔가 선택한 길이야.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걔는 분명 이 길을 걷게 될 거라고.
너처럼.
......
와서 할 말이 그게 전부라면 그만 가.
볼일 때문에 DDR2 사람을 만났는데, 거기서... 네가 지금 밖에서 종군 기자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
그래서... 지금 상황을 봤을 때 네가 이런 곳에 있을 거라 생각했지.
왜?
에너지 센터는 중요 목표니까.
응, 다 아는 일이야.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여기서 일하고 있었어.
대략적인 통계만 봐도 사망자 78명에, 부상자는 237명이야.
구조가 제때 오지 않아서 안에 갇힌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겠지.
자기 직장에서.
......
이게 그 높은 분들이... 정세를 좌우하는 인물들이... 원하는 거야?
무수한 일반인들이 그들의 한마디 때문에 목숨을 잃고 피눈물을 흘려.
...그들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숫자일 뿐이고, 지불해야 할 대가에 불과해.
지금 그들이 몰두하고 있는 건... 권력 다툼에서 이기고...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지...
정작 위험에 처한 국민들은? 말로는 투표권으로 나라의 방향을 정한다고 하지.
하지만 국민들에게 주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미안해.
널 욕하는 게 아니야.
내가 욕하고 싶은 사람은 어차피 나 같은 건 신경도 안 쓸 거고.
알아, 그래도 미안하다고 밖에 말을 못하네...
섀도, 왠지 우리가 만나면 계속 미안하다고만 하는 것 같네. 하지만 정말 미안하다는 것 말고는 뭐라고 할 말이 없어.
나와 라이트는 어릴 때 울리히 씨처럼 이상을 위해 헌신하는 전설적인 요원이 되고 싶었어.
그런데 이 시대에는... 이 시대엔 이미 이상주의자 같은 건 없어.
나도 알아... 누구보다도 잘 알아.
지금은 말법적인 시대야. 모두가 말뿐이지. 말하는 본인조차 자기 말을 안 믿어.
내가, 길을 잘못 고른 거라 생각해?
케빈... 지금 그런 걸 나한테 묻는 게 의미가 있어?
그럼 너는? 지금 네가 걷는 길은 네가 바라던 길이야?
슈타지의 가족이라서 나는 태어날 때부터 감시받아 왔어.
어릴 때 난 몰래 다짐했어, 어른이 되면 이 모든 걸 뿌리치고 나도 남을 감시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런데 나중에야 그게 얼마나 웃긴 생각인지 깨달았어.
매스컴도 그저 하나의 직장일 뿐이야.
이 세상 대부분의 직장은 그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일 뿐이지.
어릴 땐 순수했으니까 그런 직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야.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걸지도 몰라, 우리는 세상을 바꿀 영웅이 못 돼.
하지만, 살아있는 한 뭐라도 해야지.
자신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지.
꼭 해야 하는...
네가 꼭 해야 할 일은 뭔데?
...지금 하고 있는 거.
...알았어.
...지휘실.
암호화 채널에서 통신이 울렸다.
<color=#00CCFF>접니다, 지휘관.</color>
이아손의 상자의 위치는 이미 받았어. 고마워.
바로 소대를 보내서 처리할 거야.
<color=#00CCFF>전 그냥 정보 하나 흘린 것뿐입니다. 직접 수고하는 건 그쪽이죠.</color>
...이 시점에 정보를 보내준 것만으로도 큰 수고야.
분명 다른 임무도 있을 거 아니야.
<color=#00CCFF>사실 그냥, 댁 말곤 할 사람이 없는 일이 있는 것 같아서요.</color>
...고마워.
<color=#00CCFF>저야말로 고맙습니다. 뭐라 해도 여기는 제 조국이고, 다들 제 동포니까요.</color>
...아니, J.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나의 동포야.
<color=#00CCFF>왜죠?</color>
아마 이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유이자... 꼭 해야 할 일이니까.
<color=#00CCFF>꼭 해야 해요?</color>
그래, 꼭 해야 해.
사실 제대하고 한참 동안, 내가 왜 처음에 총을 들었는지 잊고 살았어.
아주 오래 전에... 예전에 내가 했던 맹세를 까먹고 있었지.
원래 나도 누군가와 약속을 나눴었어.
영웅이 되어서 명예와 훈장을 얻겠다고.
<color=#00CCFF>그런 말은 누구나 어릴 때 하지 않습니까? 저도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면 악당을 처치하는 정의의 히어로가 되겠다고 했었어요.</color>
난 그게 어린이의 유치한 말이라곤 생각 안 해.
그저 그때 우리는 이상을 품고 있었을 뿐이지.
하지만 지금은... 모두 이상이 무엇인지 잊어버렸어. 어른들 사이에는 진작에 이익 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아.
<color=#00CCFF>......</color>
그래서, 내가 또 뭐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까?
가능한 만큼 다 해 볼 테니까.
<color=#00CCFF>변하셨군요, 지휘관.</color>
<color=#00CCFF>더 이상 베를린에서 뵀을 때처럼 소극적인 느낌이 아니에요.</color>
<color=#00CCFF>무슨 바람이 분 거죠?</color>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어.
<color=#00CCFF>그래요? 알겠습니다.</color>
<color=#00CCFF>아직 여유가 있으시다면 도로나 에너지 공급 시설을 복구해 주세요.</color>
<color=#00CCFF>이번 공습과 이아손의 상자 모두 이런 시설을 겨냥한 거니까요.</color>
알겠어. 지금 정부에서 긴급 수리팀은 보냈어? 수리하는 데 얼마나 걸려?
<color=#00CCFF>지금 정부에서 모든 긴급 수리팀을 출동시켰지만, 아시다시피 진척이 영 좋지 않습니다.</color>
어째서?
<color=#00CCFF>폭격으로 시내 교통망이 마비 상태라서... 수리팀은 모두 도보로 현장에 갈 수밖에 없습니다.</color>
<color=#00CCFF>게다가, 이전의 「인형 안전 임시 조치」 때문에 지금 프랑크푸르트에서 쓸 수 있는 인형이 많지 않아요. 아마 지금 프랑크푸르트에서 인형이 제일 많은 곳은 엘모호일 겁니다.</color>
...알겠어.
태블릿 화면을 켜, 지휘관은 현재 대기 중인 부대를 확인했다.
404한테 현재 긴급수리팀 인원의 좌표를 찾아내라고 해. 근처 소대가 가서 지원한다.
예.
고요한 겨울 밤, 휘몰아치는 찬바람이 초연을 머금고 울부짖었다.
...프랑크푸르트, 마인츠 대학 지하철역.
하루 종일 야단법석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잠들었다.
어수선하게 깔린 매트 위에 웅크려 누운 이들은, 누구는 코를 골고, 누구는 낮게 훌쩍거리고 있었다.
넬레, 너도 그만 쉬지.
응, 저기 위급한 환자들 상태만 다시 확인하고 쉴게.
......
피곤함이 묻어나는 얼굴에 눈빛만은 반짝이는 넬레의 모습을 보며, 아마리스는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고작 며칠 전의 일이었다.
왜 그래, 넬레?
넬레는 입을 열지 않고 자신의 두 손을 아마리스에게 내밀었다.
며칠간 고생한 탓에 그 두 손은 마르고 주름이 잡혀 있었다. 아무리 세심하게 씻었어도 손톱 밑과 손금 사이에는 약간의 때가 남아 있었다.
손이 왜?
마사가 죽기 전에 한 말이 엄청 무서웠어.
사람을 현혹하는 여자니까 말이지.
하지만 이젠 무섭지 않아.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어. 나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
그리고 이 길을 걷는 이상, 손에 피가 묻는 건 피할 수 없어.
......
아마리스가 넬레를 바라봤다. 그 두 눈에 깃든 것은 평온함과 기쁨뿐이었다.
이게 내가 이 모든 일을 한 이유야.
하고 싶었으니까.